밤에 피는 장미 단풍

비가 오면 비가 오는 대로


드디어 꿈에 그리던 교토의 가을을 만났다.

매년 단풍 시즌과 벚꽃 시즌에 엉덩이만 들썩 들썩 했는데, 올해는 고혹적인 단풍은 물론 고다이지의 야경까지 섭렵할 수 있었다.



화사한 단풍만 기대하고 갔는데, 비가 내려 버려서 사진찍기는 조금 힘들었지만 덕분에 나름 신비로운 느낌이 들었던 것도 있다. 약간 안개 같은 것이 전반적으로 껴서 몽환적인 느낌을 연출했달까. 특히 고다이지의 특별 야간 관람. 안개비 사이로 울긋 불긋한 단풍이 수면위로 비치던 모습은 아마 오랫동안 잊혀지지 않을 교토의 모습으로 남을 것 같다.




   한큐 투어리스트 패스로 알뜰살뜰 교토 여행


올봄에 찾아 왔을 땐 오사카 공항에 벚꽃이 장식되어 있었는데, 어느새 계절이 바뀌어 단풍이 붉게 물들어 있다


어쩌다보니 벌써 올해 여러번 오사카와 교토를 방문하게 되었는데, 매번 급히 준비를 하느라 딱히 패스같은 것을 준비하지 못했다. 아니면 하나 하나 알아보기 귀찮아서 간사이 지역을 모두 커버하는 패스를 사용하거나. 그런데, 교통비가 비싼 일본에서 패스를 구입하지 않으면 교통비 부담이 커지고, 간사이 패스를 사용하면 아무 노선이나 이용할 수 있어서 편한대신 하루에 커버하는 장소를 다 가 볼 수 없기 때문에 가격이 오히려 개별권을 구매하는 것 보다 높아지게 된다.



그래서 이번에 이용한 것이 한큐 투어리스트 패스. 

한큐 전 노선에서 자유롭게 승하차할 수 있는 외국인 대상 승차권으로 교토지역과 대나무숲으로 유명한 아라시야마를 모두 둘러볼 수 있는 가장 저렴한 패스이다.

사실 이 패스로 고베도 갈 수 있는데, 고속전철은 사용할 수 없으므로 고베까지 가려면 고속전철도 탈 수 있는 한신 투어리스트 패스를 이용하는 것이 더 편리하다. 하루에 교토와 고베를 다 여행하기에는 무리가 있으므로 교토에 가는 날은 한큐패스, 고베에 가는 날은 한신패스를 이용하기로 했다. 어차피 한신패스와 한큐패스는 같은 곳에서 판매하기 때문.

현지의 한큐 호텔들 카운터나 우메다 한큐투어리스트 센터 등에서도 구입할 수 있지만 한국에서 출발전에 여행사를 통해 주문해 받아 가는 것이 여행지에서 판매처 찾아 헤매지 않아도 되서 훨씬 간편하다.


한큐 투어리스트 패스

가격 | 1일권 800엔, 2일권 1,400엔 (2일을 연속으로 사용하지 않고, 1년 안에 아무때나 사용하면 된다)



   교토의 고요한 단풍 명소, 난젠지





교토는 사찰이 무지 많은데, 그 중 어떤 곳을 가도 황홀한 단풍을 감상할 수 있다. 그러나 그만큼 단풍 시즌에는 사람들이 전국에서 몰려 어딜가도 북적이게 된다. 아무리 멋진 곳을 가도 사람이 너무 많으면 그 매력이 반감되기 마련. 그 중에 난젠지는 사랑스러운 아기 단풍이 가득하고, 고즈넉한 사찰이 매력있지만 관광객들에게는 조금 덜 알려진 편이라 비교적 여유롭게 교토의 가을을 즐길 수 있다.




이 사찰에는 거대한 규모로 명승지로 지정되어 있는 삼문이 있다. 그 길로 가는 길목에 단풍이 화려하게 물들기 시작했다. 내가 갔을 11월 중순에는 시즌이 살짝 일러서 약 30%만 단풍이 들어 있었다. 교토는 한국보다 조금 더 따뜻하다보니 11월 말부터 12월 초에 절정에 이른다고 한다. 



삼문은 그 크기가 거대하다고 했는데, 멀리서 볼때는 별로 공감하지 못하다가 가까이 가보니 역시나 엄청나게 크다. 거대한 기둥 아래를 지나가는 사람들이 워낙 작아 보여서 마치 거인들의 나라에 들어와 있는 듯한 느낌을 준다.



그리고 이곳의 특이한 점은 절 안에 수로각이 있다는 것이다. 교토는 항상 물부족으로 시달렸기 때문에 메이지 유신 후에 건설된 것이라고 한다. 근처의 비와코 호수에서 물을 끌어와 공급한다고 하는데, 덕분에 신기한 것을 볼 수 있었다.



바로 민물 게!

사찰 곳곳에 수로 옆에는 어김없이 게들이 돌아다닌다. 바다도 아닌데, 웬 게가 돌아다니나 싶었는데, 수로에 사는 민물 게들이라고 한다. 게다가 이날 비가 와서 이녀석들이 길 한복판을 신나게 누비고 있었다. 숲속에서 보는 게라니. 뭔가 보면서도 믿기지 않는 풍경이다.



  

난젠지의 경내는 무료로 관람이 가능하지만 경내의 건물들은 유료로 운영된다. 

호조테에엔, 산몬은 500엔이고, 난젠인은 300엔인데, 그 중 우리는 호조테이엔을 둘러보았다. 




차분한 회랑을 걸으며 빗망울이 보석처럼 매달린 단풍을 감상했다. 오래된 목조 건물의 감미로운 나무향기, 단풍이 붉게 물든 정원. 너무나 마음이 평온해지는 풍경에 하루 종일 앉아 있도 지루하지 않을 것 같았다. 



   고다이지의 신비로운 가을 밤에 취하다



다음은 가을 단풍 시즌을 맞이해서 야간 특별개장을 하고 있는 고다이지를 찾아 갔다. 야사카 신사도 사라이트업을 하고, 이 시즌엔 여러 곳에서 라이트 업을 하는데, 그 중 낮에 인상적으로 봤던 고다이지에 가장 기대가 컸다.



교토는 곳곳에서 전통의상을 대여하고 있어서 예쁘게 기모노를 차려 입은 사람들을 많이 만날 수 있다. 특히 일본 사람들은 사진을 요청하면 대부분 거절하지 않고 예쁘게 포즈를 취해준다. 이날도 도란 도란 담소를 나누며 사찰 길을 오르는 아가씨들에게 손짓 발짓으로 사진을 찍어도 되냐고 묻자 노오란 단풍아래 화사한 미소를 지어주었다.



그리고 경내에서는 온화한 미소가 인상적이었던 주지스님과 인사할 기회도 가질 수 있었다.



은은한 불빛아래 신비롭게 빛나는 오래된 건물들. 고다이지의 야경은 기대를 저버리지 않는 아름다운 모습으로 우리를 반겼다.



야간특별관람 기간에는 음악과 함께 영상을 건물이나 사물에 비추는 미디어 파사드도 한다. 일본의 사찰 정원은 돌과 나무 뿐만 아니라 모래도 특이한 모양으로 패턴을 만들어 놓는데, 여러가지 불교적 이야기를 담고 있는 것이라고 한다. 따라서 마구 들어가서 걸어 다니면 곤란하다. ^^; 건물 뿐만아니라 이 패턴이 있는 모래 위로 프로젝션이 비춰지자 건물과는 또 다른 특이한 풍경이 펼쳐진다.


이런 것은 영상으로 봐야 제맛! 아래 영상으로 감상하세요^^






기대하던 물위의 단풍. 

아쉽게도 이때 비가 많이 내려서 우산까지 들고, 인파사이에서 삼각대 편 채 버틸 수가 없어 멋진 풍경을 많이 담을 수는 없었지만 그 신비로운 분위기는 정말이지 눈을 떼지 못하게 했다. 낮과는 전혀 다른 오묘한 느낌. 미야자키하야오 애니메이션의 어떤 장면 속에 들어와 있는 듯한 기분이 들었다.




마지막으로 빼 놓을 수 없는 것이 다도 체험이었다.

인당 500엔으로 고급 가루녹차와 모찌를 주는데, 비오는 날 밤 포근한 목조 건물 안에 앉아 싱그러운 정원을 바라 보며 마시는 차 한잔의 매력. 느껴보지 않고 떠난다면 야간관람의 매력을 절반밖에 맛보지 못했다고 말할만큼 멋진 경험이었다. 그냥 이대로 눌러 앉아 차를 홀짝이며 비구경이나 하면 딱 좋겠다 싶었지만 저녁식사할 곳을 예약해 둔 터라 아쉽지만 다음 기회에.



고다이지에는 대나무 숲도 있는데, 이 길이 또 밤중에는 전혀 다른 풍경으로 다가온다. 싱그러운 낮과는 달리 숲의 요정이라도 나타날 것 같은 신비로운 기운이 감돌았다. 

그런데, 요런 대나무 숲 사진은 하늘을 보고 찍어야 제맛이건만 카메라를 치켜드니 렌즈로 빗물이 정신없이 쏟아진다. 아...야속한 비. 아무래도 교토는 내년 가을에 다시한번 와야할 것 같다.


낮도 밤도 매혹적인 교토의 가을, 그 중 라이트업은 꼭 한번쯤 봐야할 교토 단풍여행의 하이라이트가 아닌가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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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다이지 라이트업

기간 | 2016년 10월 21일(금) - 12월 11일 (일)
시간 | 일몰후 – 21:30 입장종료
입장료 | 고다이지 입장료 : 성인 600엔, 중고생 250엔

| 여행날짜 | 2016.11.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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