낙동강물따라 시대를 거슬러 올라가는 낭만

자전거 타고 떠나는 시간여행


지난 이야기와 이어지는 글입니다. 낙동강 자전거 여행 1편 보기


자전거 도로의 마지막인 영락교를 건너 강 반대편으로 오니, 강과 함께 시간을 거슬러 올라간 느낌이 든다. 안동댐을 건설로 수몰되는 마을들의 한옥들을 몇채 옮겨와 민속촌을 조성하였는데, 작지만 나룻터하며 꽤나 그럴듯한 풍경을 펼쳐내고 있었던 것이다. 개목나루라 불리는 이곳은 임청각 앞의 견항진의 옛모습을 기록된 대로 재현한 것이라고 한다. 진짜 뱃놀이를 즐길 수 있는 돛단배도 운영하고 있어 단풍이 절정일 때나 벗꽃이 한창일 때 배를 타면, 아무리 감수성이 메마른 사람이라도 난생 처음 시를 한 수 읆게 될 것 같이 운치가 콸콸 흘렀다.

우리도 저 배를 타고 시조를 불어로 한번 낭송해 볼까 싶었으나 오늘은 자전거도 있고 하니 다음을 위해 남겨 두기로 했다.^^;  첫날 부터 너무 다 해버리지 말아야지. 우리에겐 내일이 있잖아!



INOFRMATION


개목나루

운영시간 | 10 - 22시 (3-10월), 10 -19시 (11-2월)

돛단배 요금 | 성인 8천원, 초등학생 이하 5천원 (커피, 아이스티 제공)

떡메쳐서 콩고물 묻히기 체험 | 1인 5천원, 2인 6천원, 4인 8천원

국궁 체험 | 5발 3천원, 10발 5천원

대장간 체험 | 말발굽 치기 9천원, 쇠 두드리기 3천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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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동댐을 건너면서 바라본 월영교. 다리 넘어 저편으로 아파트 단지가 보인다. 

친구들아, 안동에도 아파트가 있다구~ 다들 안동은 전체가 한옥 마을인줄 알기에 이곳에도 도시가 있음을 강조 ^^;;



평일에 비수기라 그런지 민속촌이 무지 한산했다. 작은 연못가에 앉아 도란 도란 이야기를 나누는 동네 사람들을 보며, 다시 오이군이 질문을 던졌다. 

이렇게 좋은 곳 두고 왜 서울에 다닥 다닥 몰려 살아?



대부분의 이유는 직장이겠지?

여기로 사람들이 오면 일거리도 더 생길거 아냐.

그럼 여기도 사람이 많아질텐데, 그럼 이렇게 여유롭고 좋지 않겠지. 도시도 더 커질거고...

그러네. 여기가 좋은 이유가 사람이 적어서 인가 그럼...

그리고, 나는 한 5-6년 전까지만해도 시끌 시끌, 번쩍 번쩍한 도시가 더 좋았었어. 시골은 여행으로 가끔가는게 좋지 사는건 별로 더라고 ^^

도시는 잠깐 살기는 재밌는데, 나는 장기적으로 살기는 이게 더 좋다. ^^



스위스의 소도시에서 나고 자란 오이군은 한적하고, 자연이 가까이 있는 곳을 좋아한다. 이곳에 오니 고향 생각 나는지 연신 흡족해 하며 표정이 밝다.

그는 자연이야말로 사람들이 자유롭게 활동하며 살 수 있는 곳이라 믿었고, 나는 도시야말로 자유롭게 내 능력을 펼치며 살 수 있는 곳이라 믿었다. 

그런데 지금 우리는 어떤 곳을 좋아하게 되었을까?

아직까지 터를 잡고 살고 싶다고 느낀 곳을 발견하지 못해서 나는 잘 모르겠다. 여기도 좋고, 저기도 좋지만, 이곳이라면 더이상 떠돌지 않고, 머물러야 겠다는 느낌을 준 곳도 없었다. 자유로운 듯 하지만 한자리에서 뱅글 뱅글 돌고 있는 물고기떼를 보면서 내가 멈추게 될 곳에 대해 생각에 잠겼다. 언젠가 그런 곳을 만나게는 될까?



안동 야외민속촌근처에는 곳곳에 이런 벤치가 있는데, 이게 흔들의자처럼 앞뒤로 흔들리는 벤치다. 삐걱 삐걱 소리가 쬐끔 시끄럽긴 하지만 가을바람 맞으며 흐르는 물과 박자를 맞춰 흔들 흔들 기대있노라니, 방금 들었던 마음속의 방황은 어디론가 훨훨 날아가 버렸다. 뭐 안멈추면 어때. 세상은 넓은데, 내가 살 곳이 없겠는가. 일주일 뒤 계획을 세워도 예측불허한 이벤트들로 변수가 생기는데, 벌써 몇년 후의 일들로 머리 싸맬필요 없지 않은가. 우리는 그냥 우리가 살고 있는 현재에 충실하면 되는거다.

인생은 예측불허, 그리하여 생은 의미를 갖는다.

신일숙작가의 아르미안의 네딸들에 나온 문구다. 그녀의 프로필에 보면 어릴적에 아이큐가 80인가가 나와 가족들과 선생님이 걱정&구박했다는 뭐 그런 이야기가 있는데, 사실 그녀는 천재였던거 같다. 이런 인생의 묘미를 20대의 젊은 나이에 이미 깨달았지 않은가. 게다가 방금 안 놀라운 사실, 그녀가 안동 출신이라고 한다. 젊은 나이에 인생의 매력을 제대로 파악한게 우연이 아니었겠다. 흐르는 낙동강을 보고 있노라니 나도 막 득도가 되는 느낌이 드는 걸 보니. ^^;;



월영교.

안동댐 건설로 수몰될 뻔 한 월영대를 이쪽으로 옮겨오면서 이 다리 이름도 월영교, 가운데 정자는 월영정으로 지었다는데, 사실 다리 자체는 이곳에 살았던 이응태 부부의 아름다운 사랑을 기리기 위한 것이다. 사백여년 전 조선시대에 살았던 부부로 31세 젊은 나이에 세상을 떠난 남편을 그리워 하는 아내가 자신의 머리카락으로 짠 미투리와 함께 관에 넣어둔 편지가 98년에 공개되면서 그들의 안타까운 사랑이야기가 알려졌다. 안동시는 이승에서는 오래 이어지지 못한 그들의 사랑이 저승에서는 영원히 이어지길 바라는 마음으로 사랑을 이어주는 다리, 월영교를 만들었다고 한다. 그래서 이 다리를 끝까지 손붙잡고 걸어가면 사랑이 영원히 이루어 진다는데...오이군은 스마트 폰을 손에 꼭 쥐고, 나는 카메라를 손에 꼭 쥐고 이곳을 건넜다. 카메라랑은 평생 떨어지지 않겠구만. ^^; 



다리를 지나서 조금 더 걷다보면 창살로 된 난간에 예쁜 유리병들이 매달려 있는 것을 볼 수 있다. 이름하야 상사병. 원이엄마(편지를 쓴 이응태의 아내)처럼 그리움을 담은 편지를 써 두면 사랑이 이루어 진다고 한다. 이런 곳에서 흔히 볼 수있는, 자물쇠가 잔뜩 매달린 난간보다 색다르고, 예쁜 것 같다. 수천년, 수만년 후에 어떠한 이유로 땅에 묻혔던 이 편지들이 세상에 다시 나타나면, 미래의 사람들은 이걸보고 무슨 생각을 할까. 




민속촌을 지나 계속해서 강을 따라가면 길은 비포장으로 바뀌다, 급기야는 계단이 나타난다. 이곳은 호반나들이길로, 월영교부터 법흥교까지 약 2km에 달하는 구간을 나무그늘 아래서 낙동강을 구경하며 걸을 수 있다. 혹시나 자전거로 지나갈 수 있을까 싶어 기웃겨려봤는데, 길이 좁아 통행에 방해가 될 뿐만 아니라 바닥에는 멍석이 깔려 있고, 오르막과 계단이 중간 중간 끼어 있어서 수월해 보이지 않는다. 이 길은 다음에 자전거 두고 와서 걸어 보는 걸로 ^^



월영정. 하루쯤은 이곳에 노트북을 들고 와 앉아 일을 하면 어떨까 싶었는데, 아쉽게도 여분의 배터리가 두세개는 있어야 될 것 같다. (샤오미, 노트북용 초소형, 대용량 보조배터리를 만들어줘!)



은행잎이 노오랗게 물드는 모습을 보노 있노라니 록키산맥의 호수 위로 비친 캐나다의 단풍이 떠올랐다. 캐나다 부럽지 않은 낙동강의 단풍. ^^ 운치가 여름날의 아이스크림 녹 듯 뚝뚝 떨어지는 월영교를 건너다가 전망대에서 단풍과 어우러져 포즈를 잡아 보았으나, 난간이 너무 높아 (내 키가 너무 작아?!) 사람이 안보인다는 함정이 있었다.

(글을 쓰고 있는 10월 21지금, 은행나무 단풍은 절정에 이르렀습니다. 막 떨어지고 있어요. 보실 분들 후딱 댕겨오세요 ^^ )



안동에서의 첫날 관광은 이정도로 마무리하고 집으로 향하는 길.

다리를 건너는데, 오리, 백로, 까치에 이름 모를 작은 물새들까지 동네 새들이 강둑에 모여 연회를 즐기고 있었다. 

너희, 우리 왔다고 축하파티 하는거지? 반갑다. 얘들아, 우리 3개월간 잘 해보자! 

산도 많고, 나무도 많고, 물도 많고, 새도 많은 풍요로운 안동, 3개월동안 부지런히 사귀어 봐야겠다. ^^



안동댐 전망대

궁금한 건 못참아!


첫날 자전거를 타고 나와서 댐위쪽은 못 가봤기에 이튿날 바로 양파를 몰고 댐 위쪽으로 향했다. 안동은 도로가 한산한게 어딘지 스위스를 떠올리게 한다.

일단 댐 아랫쪽에서 은행나무가 찬란히 빛나는 모습을 구경하고.



댐 위쪽으로 올라오면 이렇게 잘생긴 전망대가 있어서 댐은 물론 월영교와 그 주변의 풍경을 한눈에 담을 수 있다. 아쉽게도 오늘은 약하게 안개인지 미세먼지인지가 뒤덮고 있어서 시야가 선명하진 않았지만, 아침에 강과 산 사이로 안개가 걷히는 모습을 사진으로 담기에 환상적인 장소인 것 같다. 




그런데, 이곳에는 복병이 있었으니, 정자 지붕 어딘가에 큰 벌집이 있는지 이런 커다란 벌들이 이곳을 온통 휘감고 있는게 아닌가. 사진을 찍으려고 카메라를 가까이 대자 용맹스럽게 렌즈로 달려들기까지 한다. 풍경 사진을 조금 더 마음에 드는 각도로 잡아보고 싶었으나 이들이 꽤나 흥분상태로 정자를 맴돌아서 행동이 무지 조심스러웠다. 

얘들아, 너희들도 우리 반가와서 나온거지? 나도 반갑다. 그렇지만 조금 떨어져서 환영해 주면 안되겠니...?

그러나 벌들이 온통 난간을 점령하고 비켜줄 생각이 없어 보여서 결국 다음을 기약하며 뒤돌아 나올 수 밖에 없었다.

어차피 추워지면 너희들은 더이상 이 멋진 세상을 즐길 수 없게 되겠지. 오늘은 늬들끼리 마음껏 즐기렴. 나는 다음에 또 오면 되니까 ^^

라고 말하며 뒤돌아 나오다 보니, 몇해전 똑같이 생긴 벌들이 농암종택 지붕 아래 잔뜩 죽어 있던 모습이 떠올라서 어딘지 그들의 날개짓에 마음이 뭉클했다. 용맹한 전사들의 마지막 가을.

안동댐과 낙동강 보러 왔다가 엄한 감상만 하고 간다.



낙동강보다 벌이 기억에 남는 안동댐 전망대

여행날짜 | 2015.10.07-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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