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신이 상상한 홍콩은 어떤 모습 인가요?

감자와 오이가 만난 홍콩의 첫인상


빅토리아 피크에서 바라본 홍콩 시내 전경


홍콩. 한국에서 손가락에 꼽히는 인기 여행지인 홍콩을 나는 지난 6월 스위스에 다녀오는 길에 처음으로 방문하게 되었다. 딱히 도시 여행에 대한 동경이 없는지라 홍콩은 늘 순위에서 열외되곤 했는데, 마침 유럽으로 가는 항공편 중 케세이퍼시픽이 얼리버드 이벤트를 하는게 아닌가. 게다가 경유지인 홍콩의 스탑오버가 무료. 구태여 찾아갈 마음은 안들지라도 지나는 길에 한번쯤 들려보는 건 마다할 이유가 없었다. 그렇게 계획된 8일간의 홍콩 여행. 그 첫인상은... 



센트럴 역 근처 어딘가


혼돈 그 자체.

나는 정말 몰랐었다. 홍콩 도심이 이렇게 복잡하고, 좁고, 높고, 시끄러운 곳인 줄을.

가기전에 지인들에게 들은 바로는 맛집이 많고, 쇼핑몰이 훌륭하며, 호텔과 야경이 끝내준다는 소리가 전부였기에 영국 스타일과 중국 문화가 적절히 섞인, 세련된 국제도시 분위기를 상상했었다. 대략적으로는 상하이의 현대적인 도시에 오래된 영국식의 건물들이 섞여 있는 걸 머릿속에 그리고 있었던 듯 하다. 그런데, 홍콩은 잘 정리된 영국의 분위기도 땅이 넓어 뭐든 넓직 넓직했던 중국의 분위기도 아닌 그야말로 홍콩만의 분위기를 가지고 있었다. 모든 길이 무지 좁고, 건물들은 위험해 보이리만큼 뾰족하고 높았으며, 쇼핑몰과 호텔들을 제외하고는 대부분 굉장히 낡은 느낌이 들었던 것이다. 사실 낡고 오래된 것은 좋은데, 뭔가 지저분함이 같이 섞여 있어 뒷골목들은 선뜻 들어서기 두렵게 침침한 느낌까지 들었다. 그렇다고 쇼핑몰 안에만 머무르기는 쇼핑을 좋아하지 않는 우리로서는 고문에 가까운 일이었고, 호텔에서만 구르기에는 좀이 쑤셔 견딜 수 없었다.



 스탠리 메인 비치. 드래곤 보트 페스티벌이 열리던 날이라 정말 엄청난 인파가 몰려 있었다


그리고, 그 엄청난 습도.

한여름에도 건조해서 그늘로 들어가면 쾌적해지는 스위스에 한달넘게 있다가 이곳으로 건너 왔더니, 80%에 육박하는 습도에 걸어다니며 잠수하는 기분이 들더라. 아무리 공기를 들이 마셔봐도 호흡이 되지 않는 느낌. 바닷가는 조금 나을까 싶었지만, 마침 그날이 드래곤보트 축제가 있는 날이라 엄청난 인파에 피로만 더해갈 뿐이었다.



 인터컨티넨탈 호텔 하버뷰 객실에서 본 홍콩의 야경


듣던대로 야경은 훌륭했다. 명불허전 홍콩의 밤.

그러나 침사추이와 센트럴에 머물렀던 4일동안 대체 왜 돈내고 이 고생인가 싶을 만큼 우리는 홍콩의 좋은 점을 전혀 발견하지 못하고 있었다. 쇼핑도 좋아하지 않으면서 홍콩에는 왜 갔냐 하시겠지만, 사실 홍콩은 자연과 도시가 잘 어우러진 곳으로, 빅토리아 하버 주변의 도심구역을 벗어나면 그새 아름다운 자연이 펼쳐진다. 아시아에서 가장 멋지기로 손꼽히는 드래곤 백 트레킹 코스도 홍콩섬에 있고, 란타우 트레일은 좁은 홍콩 땅에서도 대자연이 숨쉬고 있음을 온몸으로 느끼게 해 주는 곳이다. 



 첫날빼고 계속 비가 오는 바람에 드래곤 백 트레킹과 해변 등의 야외일정을 모두 취소하고 주구장창 맛집만 찾아다녔다. 소문대로 맛있는 집이 정말 많기는 하더라


이런 트레킹 코스들과 약간의 도시 미식 여행을 적절히 섞어 보려고 했던 건데, 상상 이상의 습도와 끝없이 내리는 비 때문에 트레킹의 꿈은 고속도로에 떨어진 구운감자처럼 처참하게 짓밟혔고, 매 끼니 맛집을 찾아 무지막지하게 더운 도시를 헤메는 것도 그리 녹록한 일은 아니었던 것이다.

그렇게 홍콩에 대한 기대가 사그러들어 가고만 있는 가운데, 완전히 초토화된 우리가 홍콩을 다른 시각으로 볼 수 있게 해 준곳이 바로 디스커버리 베이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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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까지의 홍콩은 잊어!

여유와 낭만이 있는 디스커버리 베이의 하룻밤


센트럴에서 스타페리를 타고 25분쯤 걸려 디스커버리 베이에 도착했다. 선착장에 도착하는 순간 25분만에 정말로 확~변하는 분위기에 같은 나라안의 이동이었다는게 믿기지 않을 정도였다. 이 온화하고 여유 넘치는 풍경이라니. 물론 날이 흐리다고는 하지만 어쩜 이렇게 해변에 단 한명도 없을 수가 있는거지?



페리 선착장과 이어지는 쇼핑몰은 작지만 깔끔하고, 편리했으며 해변에는 이런 시설물도 있어 느긋하게 해변의 낭만을 즐길 수 있었다.

무엇보다 공기가 깨끗하다는 느낌이 들었는데, 그 이유는 이 지역이 차 없는 거리여서 자가용을 소지할 수 없기 때문이라고 한다. 대신 센트럴로 가는 페리가 24시간 있고, 버스, 지하철 등이 잘 연결되어 있다. 물론 자가용보다 편리함은 덜하겠지만 이곳에 사는 이들은 시티에서는 상상도 할 수 없는 맑은 공기를 마실 수 있고, 아름다운 새소리를 거실에 앉아 들을 수 있다. 만약 우리가 다시 홍콩에 온다면 도시 구경을 하더라도 숙소를 이곳에 잡을 것 같다. 낮에 쇼핑과 레스토랑 등 홍콩 도시의 매력을 즐긴 후엔 이곳으로 돌아와 편안하게 휴가 분위기를 내며 잠들었더라면 우리가 그렇게 4일만에 초토화가 되진 않았을 텐데.



 우리가 머물렀던 에어비앤비 아파트 입구. 선착장에서 버스를 타고 5분쯤 걸린다


대부분 디스커버리 베이는 반나절 정도 들렀다 가는데, 우리는 란타우섬을 천천히 둘러 보고 싶었으므로 이곳에서 하루를 머물기로 했다. 휴양지 분위기를 가진, 유럽풍의 부촌이라는 소문이 들리기에 복잡한 도시 여행 후에 조금 여유를 즐겨 보고 싶었던 것도 있었다. 그러나 이곳에는 선착장에서 아주 멀리 떨어진 커다란 호텔 하나를 제외하고는 숙소가 전혀 없다. 이럴때 유용한 서비스가 바로 에어비앤비. 요즘엔 세계 어디를 가도 거주지역에 에어비앤비에 등록된 집이 몇개는 올라오기 마련이므로 이번에도 에어비앤비를 검색했다.


※ 에어비앤비가 뭔지 궁금하시면 다음 포스팅을 참고 하시길. 저희가 여행할 때 매우 유용하게 쓰고있는 서비스라 이용시 고려해야 할 중요 포인트 등을 정리해 보았습니다.


에어비앤비 좋은 숙소 고르는 팁


[예약시 바로 사용가능한 25$ 할인 가입쿠폰]



이 지역은 매연 없는 지역이라 개인 자가용을 소유할 수 없다. 딱 460대의 전동 골프카트만 허가가 나서 디스커버리 베이안의 골프카트 가격은 억대를 호가한다고.



깔끔하고, 바다위로 시원한 전망이 펼쳐지는 kim아주머니의 집


당연히(?) 디스커버리 베이에도 많은 숙소가 등록되어 있었는데, 그중에 선착장이 가깝고, 리뷰가 좋은 곳을 선택해 문의 메일을 영어로 써서 보내냈다. 그런데, 놀랍게도 답장이 한글로 온게 아닌가.

감자씨 반가와요. 환영합니다 ^^



 우리가 도착했을 때 호스트분이 집에 안계셔서 거실에서 가사도우미분이 건네주신 아이스티를 마시면서 기다렸다. 그렇다! 이집에는 상주하는 가사도우미가 있다.


호스트의 이름이 kim으로 되어 있었으나 영어권에도 킴이라는 이름을 가진 사람들이 있으므로 그런가보다 했는데, 알고보니 정말 김씨 성을 가진 한국인의 집이었던 것이다. 굉장히 자상하게 메일로 이것 저것을 설명해 주셨는데, 실제로도 상냥하고, 나긋 나긋한 말투가 인상적인, 유머감각 넘치시는 분이셨다.



 발코니에서 보이는 전망


창밖에 푸른 하늘이 펼쳐 졌더라면 사진이 더 없이 멋졌겠지만, 비오는 날도 충분히 낭만적인 전망을 가지고 있다. 푹푹 찌는 곳에 있다가 에어콘 바람 맞으며 아이스티 한잔 들고 저 밖을 내다보고 있노라니 낙원이 따로 없더라.



 밤이면 저편의 디즈니월드에서 하는 불꽃놀이가 거실에서 보인다. 블로거의 본능으로 멋진 장면을 보는 순간 삼각대를 펼치고 싶었지만 호스트와 담소를 나누는 중이어서 애써 자제 ^^;




이 집에는 가사도우미가 상주하며 하루종일 쓸고 닦아서 집 전체가 반짝 반짝 광이 난다. 들은대로 홍콩이라 집은 자그마 한데, 워낙 정갈하게 정리가 되어 있어 비교적 큰 느낌을 준다. 부엌도 반짝 반짝. 그러나 이곳은 베드 앤 브렉퍼스트로 아침식사와 방만 제공하는거라 부엌은 이용객에게 열려 있지 않다.


저녁시간에는 거실에 앉아 호스트 김 아주머니와 도란 도란 담소를 나눴는데, 홍콩이라는 나라에 대해 매우 만족하고 계신다고 했다. 워낙 외국인이 많은 나라이다보니, 외국인들도 동등하게 이 안에서 편안하게 살 수 있도록 법이 제정되어 있어 이십년 넘게 사는 동안 외국인이라 차별받는다고 느껴진 적은 한번도 없었다고 하셨다. 시스템도 합리적이고, 편리한 편이라고. 그리고 이곳에는 필리핀 가사도우미를 두는게 꽤나 보편화 되어 있는데, 정부에서 직접 신원보증된 필리핀 지원자와 연계를 해준다고 한다. 한국은 맞벌이를 하고, 아이들을 돌봐줄 사람이 필요한 경우가 아니고서야 가사도우미가 집에 상주하는 경우가 매우 드물지만 이곳에서는 홍콩과 필리핀 정부 차원에서 계약이 되어 있는 것으로 매우 일반적이라고 한다.




방은 여행가방을 넣으면 꽉 차는 크기지만, 아늑하고, 포근해서 숙면을 취하기에 좋았다. 깔끔하고, 쾌적한 느낌에 들어서는 순간 침대에 들러 붙어 더이상 구경하러 밖에 나가기가 싫더라는 ^^ 다만 가끔 아랫층에서 켜는 에어콘 실외기 소리가 밤에 크게 들리곤 했다. 

두병의 생수를 기본으로 제공해 주고, 나가서 놀다 들어왔더니 침대 머릿맡에 초컬릿 두개를 살짝 놓아주시는 호텔 서비스 까지 ^^ 사소한거지만 이용객의 호감을 사는데는 매우 효과적이었다.


이 방은 원래 호스트 내외의 아들이 사용하던 방인데, 현재 외국으로 유학을 가있어서 적적함을 달래기 위해 에어비앤비를 시작하셨다고 하신다. 그 이야기를 하며 그리움 가득해지는 아주머니의 눈빛을 보니 잠시 부모님 생각이 났다. 울 부모님도 오랫동안 해외에서 싸돌아 다니던 딸이 많이 그리우셨을텐데. 그런 생각하면 참 죄송하다. 그런데도 난 여전히 방랑을 끝낼 수가 없고...



집 전체가 5성급 호텔 레벨로 깨끗했지만, 특히 인상적인 곳은 다름아닌 욕실이었다. 깨끗함을 넘어서서 우아한 데코레이션과 다양한 목용용품까지 구비되어있어 정말 호텔에 온 듯한 느낌을 주었다.




그리고 아침식사.

전날 대략 몇시쯤 아침을 먹을건지 이야기를 해 놓으면 다음날 가사도우미분이 식사를 준비해 주신다. 메뉴는 컨티넨탈 브랙퍼스트로 계란이 든 토스트와 생과일, 요거트, 시리얼, 과일주스, 커피 또는 차가 주어진다. 

다시 비가 추적 추적 내리는 습하고 습한 홍콩의 도시로 돌아가야 했지만 예쁘게 셋팅되어 있는 아침식사와 함께 하루를 시작했더니 그냥 기분이 좋았다. 나중일은 나중에 생각하고...



디스커버리 베이 풍경

25분만에 떠나는 휴양지


아침부터 더위와 습도에 푸욱 찌들어 있다가 상큼한 숙소에서 에너지를 충전하고 힘을 내서 주변을 구경하기로 했다. 사실 산 위쪽으로 올라가면 있는 계곡에서 수영을 하며 놀 수 있다길래 그곳에 가는게 목적이었으나 비가 와서 산길이 미끄러워져 포기하고, 그냥 해변을 향했다. 



뭐 필리핀의 투명한 푸른 바다는 아니지만 넓은 해변과 야외 샤워시설이 있어서 수영을 할 수도 있고, 한쪽으로는 산책이 가능한 잘 닦인 길과 휴양지풍의 레스토랑들이 늘어서 있어 그냥 거닐기만해도 힐링이 된다. 



우리는 블로그에서 여러본 본 작스라는 음식점에 갔는데, 1인분의 양이 어마 어마 하니 하나를 시켜 둘이 나눠 먹어도 충분하다. 우리는 멋모르고, 에피타이저에 본메뉴를 두개나 주문해서 결국 본메뉴를 전부 포장해 들고오는 사태가 벌어졌다. 다음날 호텔 객실에 앉아 차갑게 식은 갈비를 뜯었다는...^^;



디스커버리 베이의 야경


도심에서 겨우 25분만에 느낄 수 있는 휴양지의 풍경치고는 꽤나 훌륭하다.


통총시로 떠나는 날, 오늘은 일정이 한가하다며 김 아주머니는 우리를 버스정류장까지 배웅해 주셨다. 비 내리는 길을따라 황송하게 김 아주머니의 배웅을 받으며 도란 도란 담소로 홍콩의 더위를 식혔다. 디스커버리 베이 자체도 한적하고, 기분이 좋은 곳이었지만 김 아주머니의 숙소 덕분에 더 편안한 곳으로 기억에 남았다.


여행날짜 | 2015.06.24



INFORMATION


[예약시 사용가능한 25$ 할인 가입쿠폰]




[김 아주머니의 숙소 링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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