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콩에 이런 곳이? 작은 어촌 마을 타이오 Tai O

수상가옥이 남아 있는 홍콩의 옛모습


 타이 오 Tai O의 수상가옥들과 란타우의 산


보통 여행을 떠나면 집에 가는 날이 다가오는게 아쉽기 마련이다. 해도 해도 끝없이 계속 떠나고만 싶어지는게 여행이건만 (적어도 나에게 있어서는...) 이례적으로 지난 홍콩여행에서는 어서 시간이 흘러 집에 가는 날만을 손꼽아 기다렸었다. 너무 너무 덥고 습했던 6월 말의 홍콩에 발을 딛은 댓가를 톡톡히 치렀던 것이다. 그런데, 사실 지금 되짚어보니 일정의 제일 마지막에 들렀던 타이 오 마을에서는 다시 여행의 매력에 스르륵 빠져들며, 이곳에서 며칠 머무르면 재밌겠다 싶은 생각이 들었던게 기억이 났다.



타이 오는 평소 흔히 접하던 홍콩의 모습과는 전혀 관계가 없어 보이는 풍경을 하고 있다. 마을에 들어서면 해산물의 비린내가 진동을 하고, 바다는 불투명한 녹색빛을 띄고 있으며, 물이 빠져나간 곳은 검은 뻘이 모습을 드러낸다. 건물들은 낡고, 불편해 보이는, 동남아 어딘가에서 봤던 수상가옥들이 대부분을 차지하고 있다.

타이 오는 란타우섬 남서쪽에 위치한 조그마한 어촌마을로 옛 홍콩의 모습을 그대로 간직하고 있는 곳이다. 통총역에서 버스로는 50분, 페리로는 30분이 걸리는데, 그 짧은 시간에 이렇게 전혀 다른 분위기를 가진 곳으로 올 수 있다는게 신기하기 그지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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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곳은 미식가들의 눈과 심장을 즐겁게 만들 맛집 대신 투박한 모양새의 건어물이 유명하다


그런데 왜 우리는 이곳에서 매력을 느꼈을까? 

도심도 엄청나게 좁은게 홍콩인데, 그보다 더 좁은 동네 골목을 사람들이 여유롭게 자전거를 타고 지난다. 외계인 같이 생긴 마른 해산물들이 잔뜩 매달린 시장의 상점들은 낡았음에도 홍콩 도심보다 깨끗하고, 정겹다는 느낌을 받았다. 높은 건물이 없어서 이글거리는 홍콩의 태양이 더욱 가깝게 내리쬐는데도 살짝 살짝 부는 바닷바람 덕에 오히려 숨통이 트이는 것 같았다. 마을 뒤로는 커다란 산이 푸르름을 더하고, 앞으로는 비록 맑지는 않았지만 작은 낚시배들이 떠다니는 바다가 펼쳐지는 이 곳, 타이 오는 분명 여행자의 심장을 설레이게하는 그 무언가를 가지고 있었다.



그리고, 오래된 수상가옥이 있는 항구와 시장을 지나 조용한 마을을 따라 걷다보면 숲속 끝에 그림같이 위치하고 있는 헤리티지 호텔을 마주하게 된다. 이 낭만적인 풍경의 아름다운 호텔과 레스토랑은 아이러니하게도 타이 오의 옛 경찰청 건물을 개조해 만든 것이라고 한다. 이 조용하고, 여유로운 곳에 옛날에는 해적이 들끌어서 한때는 경찰이 180명이나 상주하기도 했다고. 그러나 시대가 변해 치안이 안정되어 더이상 경찰청의 필요성이 없어지자, 2012년 이 건물은 헤리티지 호텔이란 이름으로 거듭나게 되었다. 호텔은 바다 전망을 가진 9개의 객실과 지붕까지 모두 유리로 되어 화사한 분위기를 가진 레스토랑을 가지고 있다. 타이오의 시장을 지나서, 새우젓을 만드는 수상가옥들을 구경하고, 바다위로 거침없이 자라난 맹그로브에 감탄하다, 수염을 길게 늘인 반얀트리에 반하고 나면 이 호텔의 레스토랑을 만날 수 있다. 이곳에서 우롱차로 만든 에이드와 타이오의 해산물이 토핑으로 올라간 나초를 먹고나면 자연스럽게 타이 오의 다양한 매력에 빠져들 수 밖에 없다. 


그리고 이 타이 오의 매력의 완성해 준 곳은 다름아닌 우리의 숙소, 에스파스 엘라스틱Espace Elastique 이라는 게스트하우스였다.



여행의 낭만을 제대로 알고 있는 게스트하우스, 에스파스 엘라스틱

시장의 낡은 것과 현대 예술의 만남


원래는 타이 오에서도 디스커버리 베이에서처럼 전망좋고, 깔끔했던 일반 가정집에 민박하고 싶은 마음에 에어비앤비를 검색했다. 그런데, 검색 결과에 유독 이 곳에 자꾸 눈이 가는 거다. 여기는 일반 가정집은 아니고, 베드 앤 브렉퍼스트로 조식이 주어지는 게스트하우스인데, 감각있는 인테리어와 베란다 앞으로 보이는 풍경이 단번에 나를 사로잡아 버렸다. 시장근처에 있어서 지나다니는 동네 사람들이 보였고, 건물과 건물 사이로 타이 오의 작은 낚시 배들이 지나는 모습이 보인다. 어딘지 90년대 홍콩 느와르 영화속의 한장면이 떠올랐달까? 그러면서도 위험하지 않고, 한적하고 여유로와 보이는...게다가 주인인 베로니카 아줌마가 재밌고, 친절하다는 리뷰가 가득한 것도 한목 했다.



에어비앤비는 일반인이 자기집 전체, 또는 방 하나를 여행객들에게 렌트할 수 있게해 주는 숙박 중계 서비스 입니다. 일반 가정집은 물론 검색하기 힘든 해외의 펜션이나 게스트하우스들도 많이 올라와 있었요. 감각있게 꾸며 놓은 현지인의 집은 물론, 전통가옥이나 성, 나무위의 집 같은 곳에서도 머무를 수 있답니다. 현지인과 친분을 맺고 싶다면 민박을, 일행끼리 조용한 시간을 보내고 싶으시다면 집전체 대여나 펜션등을 이용하시면 되요. 저희는 원하는 여행지 가까운 곳에 호텔이 없을 때나 숙박비가 너무 비싼 지역에서 유용하게 사용하고 있습니다. 아래는 예약시 바로 25$를 할인 받을 수 있는 가입쿠폰 링크 입니다. 에어비앤비가 뭔지 더 자세히 알고 싶으시다면 이 포스팅을 참고해 주세요.




 뭔가 빈티지 스러우면서도 감각있는 1층 카페


건물은 타이 오의 재래시장에서 한골목 뒤에 위치하고 있는데, 항구에서 천천히 걸어서 약 10분쯤 걸린다. 이날은 5일동안 쉬지 않고 내리던 비가 그치고, 햇살이 쨍쨍하게 내리쬐고 있었기 때문에 도무지 빨리 걸을 수가 없었다. 한걸음 한걸음에 육수를 한그릇씩 뽑아 내고 있었으므로...아마 짐도 없고, 날이 이렇게 덥지 않았더라면 한 5분이면 도착하리라.


낡은 가게들이 주욱 늘어 선 가운데, 직사각형의 투박한 건물이 턱 하고 자리잡고 있다. 홍콩의 건물들은 어쩜 이렇게 폭이 좁을까. 보고만 있어도 불안정해서 조마 조마 하다. 이 건물은 3층짜리 낮은 건물이지만 폭이 좁은건 매한가지다. 그런데, 투박한 건물 모양과는 상반되게 작은 마당은 아기자기한 노천카페로 꾸며져 있고, 내부는 노출 시멘트로 인테리어 된 갤러리 스타일의 카페다.

입실은 2시부터 가능하다고 되어 있었으나 우리는 예정보다 조금 일찍 숙소에 도착했다. 날이 더워서 카페의 조명은 꺼 놓고, 주인 아주머니와 친구분이 식사를 하고 계셨다. 일찍 왔다고 나가 돌아다니다 오랠까봐 조마 조마 했는데, 다행히 1층이 카페라서 여기 앉아 얼음물이나 마시면서 식사를 마칠 때 까지만 기다려 달라고 한다. 우리는 그저 에어콘 나오는 곳에서 얼음물을 손에 쥘 수 있는 것 만으로도 너무 감격스러워서 한시간도 기다릴 수 있으니 천천히 식사를 하시라 하고, 그대로 의자에 녹아 들었다. 



객실


베로니카 아주머니는 상냥하면서도 과하지 않은 투박함과 유머 감각을 가지고 있었다. 그리고, 놀라운 건 오이군과 내가 불어로 대화하기 시작하자 아주머니 역시 불어로 대화를 이어 가셨던 것이다. 알고보니 프랑스에서 미술을 공부하셨다고. 카페와 게스트하우스가 감각있게 꾸며진 이유가 여기에 있었다. 

객실 역시 누드 시멘트 벽으로 되어 있어 갤러리 같은 느낌을 준다. 가구와 소품들은 센스있는 색감으로 심플하게 꾸며져 있다.



자칫하면 차가와 보일 수 있는 누드 시멘트 벽임에도 바닥이 따뜻한 색감의 나무라서 집 전체가 온화하고, 아늑한 느낌이 들었다. 뭐 당시에는 에어콘이 나오는 곳에서 태양을 피할 수만 있다면 어디든 감사했는데, 나중에 정신을 차리고 보니 집이 참 포근해서 그대로 눌러 앉아 살아도 좋겠다는 생각이 들더라.



욕실도 역시 누드 시멘트 스타일인데, 아쉽게도 창에는 블라인드를 칠 수 있으나 유리문에는 커튼도 블라인드도 없었다. 샤워를 할 때야 김이 서리니 뭐 나름 프라이버시가 지켜 진다지만, 화장실로 이용할 때는 조금 난감해 진다. 화장실을 트고 사는 가족이야 별로 신경 쓰일일이 아니겠지만, 우리는 아직도 내외하기 때문에 좀 신경이 쓰였다. 이 더운데 베란다 나가 있으라고 할 수도 없고...

자갸! 침대에 계속 누워 있어! 절대 일어나 방에 돌아다니면 안돼!!

화장실 갈 때마다 저렇게 외쳐야 했다.



그리고 신기한건 돌로 된 욕조. 일본식 욕조보다도 더 크고 깊어서 약간 오버하자면, 애들은 미니 수영장으로 써도 될 만큼 크고 깊다.



침대에 누우면 홍콩의 새파란 하늘과 나즈막한 건물들 뒤로 푸르른 산이 보인다. 

홍콩은 웬지 하늘이 스모그로 덮여 회색일 것 같았는데, 의외로 맑은 날은 호주에서 봤던 하늘만큼 새파란 색을 뗬다. 도심에서도 매연에 공기가 탁했음에도 하늘만큼은 파랗더라.



이것이 이상하게도 나의 마음을 잡아 끌었던 창밖 풍경이다.

시장 한가운데가 아니라 시끄럽지 않으면서도 사람들이 많이 지나다녀서 활기찬 분위기가 느껴진다. 세발 자전거를 타고 지나가는 할아버지, 건어물을 잔뜩 싣고 지나가는 수레, 교복을 입고 지나가는 학생들, 건물과 건물 사이로 보이는 수로에서는 통통거리며 지나가는 작은 낚시배들. 그냥 하루종일 창가에 앉아 바깥을 구경해도 지루하지 않을 것 같았다. 그리고 저 너머로는 정글에 가까왔던 란타우의 산과 하얀 뭉개구름이 유유히 지나가는 파란 하늘이 펼쳐진다.



요것은 게스트하우스에서 운영하는 카페의 앞마당인데...선선한 날은 앉아서 커피 한잔 하면 운치가 있겠지만, 이날은 커피잔을 비우기도 전에 일사병으로 쓰러질 것 같아서 그냥 구경만 했다. ^^;



맞은 편 상점의 재미있는 장식들



한낮에는 낚시배들도 휴식을 취한다. 물고기도 더워서 깊은 수심으로 다 내려갈 듯



발코니에는 차가운 음료수 하나 들고 앉아 바깥 구경하면 좋을만한 의자가 놓여 있다. 해질 무렵 앉아 멍하니 있으니 딱 좋더라 ^^;



우리는 커플 룸에 머물렀고, 그 외에 트윈 룸, 싱글룸, 4인용 패미리 룸 등이 있었다



공용 공간, 복도의 휴게실


 2층 복도 휴게공간


건물은 홍콩 답게 그렇게 넓지 않기 때문에 복도 공간을 효율적으로 사용해서 공용 휴게실을 만들어 놓았다. 복도 바닥과 계단이 전부 나무라 바닥에 앉아 있기게 딱 좋은데, 거기에 냉장고와 티 세트를 준비해 놓아서 다른 방을 사용하는 일행이 있다면 모여앉아 담소를 나눌 수 있다. 신발은 모두 건물 1층에서 벗어 신방장에 넣기 때문에 바닥은 깨끗하다.



 3층 복도 휴게 공간. 이 건물엔 엘리베이터가 없다. 3층까지 오르는데, 짐이 많으면 조금 힘들 수도 있다



냉장고는 공용 공간에만 놓여 있다. 방에는 따로 냉장고는 없지만 차나 커피를 마실 수 있는 티 세트가 준비되어 있다. 그런데, 커피가 한국 믹스커피 ^^



밤에 복도에 앉아 건물 뒷쪽을 보니 이렇게 어두운 불빛아래 낡은 대문과 자전거가 보였다. 어슴프레한 붉은 가로등 아래 보이는 오래된 건물들이 90년대에 즐겨 봤던 홍콩영화속으로 들어온 듯 한 느낌을 주었다. 실제로는 한번도 가본 적 없었던 90년대의 홍콩이건만 그 당시 홍콩영화를 워낙 많이 봤던지라 은근한 향수가 느껴졌다. 오이군은 홍콩 영화 많이 안봐서 이런 향수를 못느낄테지.

 


매력 만점의 카페 그리고 조식


도착한 날 저녁, 우리는 동네 마실을 마치고 저녁 식사를 하기 위해 시장으로 나왔다. 그런데, 놀라운 일이 벌어져 있었다. 8시 30분쯤 됐던것 같은데, 대부분의 음식점이 문을 닫고 있는 게 아닌가? 홍콩 시내에는 밤새 놀고 먹을 수 있었으므로 상상도 하지 못한 사태였는데, 여기는 통총역에서 겨우 30분 떨어진 곳임에도 시골인지라 저녁을 일찍 먹고, 모두 잠자리에 든다고 했다. 대부분의 주민들이 할머니, 할아버지고, 아니면 아이들이 있는 가족이라 밤문화가 전혀 없다. 급히 아직 문을 연 곳을 둘러 보았으나 모두 해산물을 위주로 한 홍콩요리집. 오이군은 해산물을 좋아하지 않기 때문에 메뉴가 해산물 밖에 없는 집은 조금 곤란하다. 괜시리 더 찾아 헤메면 전부다 문을 닫아 버릴 것 같아서 급히 숙소로 돌아와 베로니카 아주머니에게 해산물이 아닌 음식점을 물었다. 그러나 아주머니는 헛헛헛 호탕하게 웃더니 이 동네는 거의 해산물이 주류고, 저 앞에 태국음식점이 있었는데, 그것도 지금쯤이면 닫았을거라고...ㅠ_ㅠ

결국 밥을 굶을 위기에 몰려 눈물이 앞을 가렸는데, 그때 눈 앞에 희미하게 보이는 것이 있었으니,



바로 베로니카 아줌마의 머핀이었다. 

아, 맞다. 여기 카페지 참. 메뉴를 보니 햄, 치즈, 토마토 등이 들어간 토스트나 파니니 같은 것이 있길래 오늘은 가볍게 그런걸로 저녁을 떼우기로 했다. 가격대는 메뉴 당 약 4천원 전후.


바에 앉아 음식을 준비하는 베로니카 아줌마와 이런 저런 담소를 나누고 있는데, 그때 피곤해 보이는 어떤 외국인이 들어온다. 어영부영 옆자리에 앉아 같이 이야기를 나누게 됐는데, 그는 호주 사람으로 이나라 저나라 떠돌아 다니며 정원사로 일을 하고, 홍콩에는 3개월쯤 머물 계획이라고 한다. 일을 마치고, 이 카페에 들려 저녁을 먹으며, 베로니카 아줌마와 잡담을 나누다 집에 들어가는 모양이다. 조금 고되어 보이지만 (이런 날씨에 정원 일을... -_-;) 자유로운 영혼에 운치있는 삶인 듯 하다. 세계를 떠도는 정원사라니! ^^


그나저나 그들의 대화 중에 어제까지 비가 와서 그나마 기온이 좀 떨어지니 살것같다는 대목이 있었다. 이제서야 숨이 조금 쉬어 진다고...우리는 습도때문에 숨이 안쉬어 진다며 투덜거렸는데, 세상만사는 참 느끼는게 상대적이다. ^^;



숙박을 하면 조식이 제공된다. 메뉴는 토스트, 계란, 햄, 과일, 주스, 커피 등



 벽에 걸린 사진들과 테이블 안에 든 깨진 도자기 조각과 조개 껍질들. 베로니카 아줌마의 감각이 돋보이는 작품들이다


타이 오는 마을도 인상적이었지만 이 게스트하우스가 여행의 재미를 더해 주어서 조금 더 머물러 보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던 것 같다. 색다른 홍콩 풍경도 감상하고, 가끔 도심이 그리워지면 페리로 30분이면 갈 수 있으며, 카페에서 우연히 만나는 세계의 여행자들과 세상사는 이야기도 나눌 수 있어 여행의 낭만을 채워 주는 곳, 에스파스 엘라스틱. 이름처럼 통통 튀는 공간이었다.


한달 쯔음 타이 오를 꿈꾸며

여행날짜 | 2015.06.26


INFORMATIO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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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베로니카 아주머니의 게스트하우스 링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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