날벼락으로 시작했던 상쾌한 세이셸의 아침

올 땐 마음대로 와도 나갈 땐 마음대로 못나갑니다


밤새 납작하게 잠이 든 타이어


마헤Mahe섬에서 4일간의 여행을 마치고, 세이셸의 또 다른 섬인 라 디그La digue로 가는 날 아침이었다.

화창한 햇살에 기분좋게 게스트하우스의 신선한 아침식사를 음미하고, 룰루랄라 렌트카에 오르려고 하는데, 머리를 빡빡 민 인상파 게스트하우스 주인이 나오더니 우리에게 너희 이렇게 떠날 수는 없다는 것이다. 뭔소리지? 체크아웃도 잘 했는데, 뭐가 문제란 말인가? 

여기 조직이야? 한번 들어오면 못나가?



 대부분의 세이셸 사람들은 서비스용 미소를 짓지 않아서 무뚝뚝한 것 같은데, 일단 말을 트면 무지 친절하다. 열심히 펑크난 바퀴 갈아주는 게스트하우스 부자


빡빡이 아버지와 아들의 포스에 밀려 움찔하며 꿈뻑 꿈뻑 쳐다보는데, 그들이 가르킨 건 객실이 아니라 우리의 렌트카였다. 

첫날 공항에서 오토매틱을 예약 했건만 수동을 줘서 교환받아 와야 했던 그 차. 렌트한 차가 원래 오토매틱이었다는 것을 기름을 꽉꽉 채워 넣은 후에야 깨달아서 기름값 5만원을 돌려 받지 못했던 바로 그 차!

급기야는 페리시간 임박했는데,펑크까지 나며 우리를 괴롭히네.


.




천국의 섬에서도 자동차 바퀴는 펑크 나는구나. 힝...


그나마 그날은 다행히도 우리답지 않게, 아침에 조금 일찍 일어나서 시간적 여유가 있었다. 렌트카 회사에 전화해서 사람을 부르려고 했더니, 게스트하우스 주인이 그러면 출장비용이 나오니 전화해서 펑크났다는 이야기만 하고, 그냥 직접 가는게 낫다고 하네? 그러더니 능숙하게 연장을 가져와 차체를 들고 스패어 타이어로 교체하기 시작 한다. 오호~알고보니 무지 친절한 아저씨다.


볼트를 하나, 둘 풀었는데,이건 또 뭔가. 마지막 볼트가 빠지지를 않는다. 아무리 남정네들이 돌아가며 근육자랑을 해 봐도 이넘이 꿈쩍도 않는거다. 가지 가지 한다 정말. 처음부터 조일 때 제대로 끼워지지 않은 걸 억지로 끝까지 돌려 버린 듯. 괜시리 힘주다 볼트가 부러져 버리면 완전 난감할 것 같아 결국 렌트카 회사에 전화를 했다.



 렌트가 회사 서비스 기다리는 중. 매사에 여유 넘치는 그들이 페리 시간 전에 와 줄까?


페리 타야 한다고 이야기 했으니까 맞춰 와 주겠지. 마음이 조급했지만, 그런다고 될 일이 아니므로 나는 여유를 찾아 바닷가로 나갔다. 보고 있으면 더 답답하니까.

결국 생각보다 빨리 렌트카 회사에서 오긴 왔는데, 기사가 하나 달랑 왔다. 그러곤 우리와 똑같은 방법으로 볼트만 열심히 돌리고 있는게 아닌가. 물론 그도 딱히 뾰족수가 없는 모양이다. 안돌아가는 볼트를 잡고 낑낑거리다가, 차체 결함이니 출장비는 안받겠다는 소리나 하고 있다. 

나 감사하다고 해야하는 거니? 지금 페리를 놓치게 생겼는데?



 지켜 보고 있다고 빨리 되는 것도 아닌데, 여유를 갖자구. 우리는 휴양중이잖아? 셀카놀이


택시를 불러야 겠다고 오이군과 상의 중인데, 그때 터프한 우리 게스트하우스 아저씨가 출장 기사에게 외쳤다. 

지금 그걸 말이라고 해? 너희 차 때문에 페리 놓친다잖아. 당장 픽업할 차량 보냇!!!

와우~~~ 오빠 멋죠! >_<

세이셸의 뜨거운 햇살에 붉게 그을린 빡빡이 아저씨가 그렇게 멋져 보일 수가 없었다.


우리가 이용한 렌트가 업체는 Sixt라는 국제 렌트카 회사라서 당연히 책임감있는 서비스를 기대했는데, 이것도 지역마다 다른가보다. 한국에서는 서비스가 생명인데, 여긴 별로 개의치 않는 모양. 결국 여직원이 픽업차량을 몰고 나타났는데, 첫날 수동 차량을 잘못 내어줬던 그 여자다. 차안에서 하는 말이 수동차에 채워 넣었던 기름값은 못돌려 준다는 것과 차량도 대여한 사람이 수동인지 못알아 보고, 인계 서류에 사인을 했기 때문에 사실은 자동으로 교환을 해 주지 않았어도 되는 거였다고. 아니 자동이고, 에어콘이 달렸다는 이유로 하루에 10유로나 더 내고 이미 지불까지 마친 차량을 잘못 주고 교환을 해주지 않겠다니, 이건 또 무슨 소리란 말인가. 자기네가 잘못 줬으니 사과하는 게 맞는거 아닌가? 우리가 하도 어이가 없어서 아무말도 안하자 불편했는지 한마디 한다. 

아니이, 내 생각은 그렇지 않은데, 우리 사장이 그랬다고오~ 아이구. 난 힘없어. 사장이 시키는 대로 할 뿐이야~애들아, 말을 해, 말을. 

한국이 서비스 강국이라는 건 외국에 나갈 때 마다 온몸으로 느낀다.



무사히 마헤를 떠나며

즐길 수 있을 때 즐기라! 다음엔 또 뭐가 기다릴지 모르니...


좀 번잡한 아침나절을 보냈지만 어쨌든 항구에 딱 정시에 도착해서 무사히 페리에 오를 수 있었다.

렌트카의 기억은 그새 저 산넘어로 사라지고 다시 기분이 업업업~

이 오색 찬란한 풍경과 화창한 날씨는 사람의 기분을 자동으로 상승시키는 놀라운 힘을 가지고 있는 듯 하다.



웃으세요! CCTV에 찍히고 있어요




아름다운 마헤섬의 풍경을 뒤로하고, 우리는 라 디그로 향했다. 세이셸에 갔던 사람이면 누구나 입에 침이 마르게 칭찬했던 아름다운 섬. 내셔널 지오그래피 잡지에서 세계에서 최고로 멋진 해변 1위로 꼽았던 앙스 수스 다정Anse source d'argent이 있는 그 곳. 



우리는 햇살이 너무 따가와서 그늘에 앉아 있는데, 앞에 앉은 동유럽 커플은 웃옷까지 벗어버리고 일광욕을 한다. (요...요트도 아니고 페리에서!) 금목걸이를 두른 우락부락한 중년의 아저씨와 관능미 넘치는 여자에게 나도 모르게 자꾸 시선이 가서 힐끔 힐끔 쳐다보고 있는데, 가만히 보니 그들 사이에 웨딩드레스가 놓여 있다. 오~ 셀프웨딩 하러가나보네?

세이셸은 유럽에서 허니문 여행지로 유명한데,허니문 뿐만 아니라 현지에서 결혼식을 올리기도 한다. 이들도 그런 커플인듯. 직접 웨딩드레스를 가지고 이동하고 있다. 



결혼 7년차 커플은 웨딩드레스 대신 배낭 메고~




드디어 라 디그 La Digue

산넘어 산, 픽업은 고사하고 예약 리스트에 없다고라?!


프랄린 섬을 거쳐 드디어 가장 기대가 컸던 라 디그에 도착했다.

프랄린의 물빛도 숨막히게 아름다왔는데, 라 디그는 형용 불가능한 맑은 그 무언가가 있다. 엄청나게 화사해서 눈이 아플지경.



세상에. 

불공평하다.

이런 바다도 똑같이 바다라고 불리는게 불합리하다고 느껴진다.

뭔가 특별한 이름을 따로 하나 지어줘야 할 것만 같은데...



어쩜 여기는 항구에 정박하고 있는 요트들도 이렇게 이쁜지. 유난히 더 희고, 알록 달록한 듯.



완전 신이 나서 발걸음이 가볍다.

늘 오이군이 앞장서서 가는데, 이날은 나 혼자 신나서 룰루랄라.

사실은 항구에서 우리를 기다리고 있을 그 무엇이 기대 됐기 때문에 나도 모르게 걸음이 빨라지게 되었다.



내가 기대하던 것은 바로 이것, 우마차!

라 디그 섬은 에코 지역으로 리조트 픽업차량이나 몇몇 택시 서비스를 하는 용달차량을 제외하고는 차를 사용할 수 없다고 한다. 따라서 일반적인 교통 수단은 자전거이고, 관광객용 교통 수단은 우마차다. 어딘지 일본 최 남단 이시가키가 생각났다. 그에서 처음 물소 마차를 타봤었는데...( 이리오모테의 우마차 보기 )

그때는 오이군과 함께하지 못했기 때문에, 구경시켜줄 요량으로 우리가 묵을 숙소에다 우마차를 보내달라고 부탁을 해 놨다. 물소 마차를 처음 보고 재밌어할 오이군을 상상했더니 나도 모르게 쿡쿡 웃음이 나며 발걸음이 빨라지게 되었던 것.


그런데, 이게 무슨 일?

대기하고 있을 줄 알았던 마차가 아무리 눈을 씻고 쳐다 보아도 보이지 않는거다. 다른 사람들이 리조트 픽업 차량으로 뿔뿔히 흩어지고, 우리만 남았더니 트럭 택시들이 슬금 슬금 다가와 호객행위에 들어간다. 그 중에는 자전거 택시도 있다. 자전거로 우리 짐을 옮겨주겠다는 거다. 카트도 안달린 자전거로 어떻게 짐을 옮기냐니 자기는 익숙해서 양쪽에 짐을 들고 자전거를 탈 수 있다나? ^^; 그 모습이 궁금했지만 우리는 기다리는 것이 있다고 거절을 했다.

그런데, 10분이 지나고, 20분이 지나고, 30분이 되어서 이노므 우마차가 콧베기도 안보인다. 예약한 것이 아니더라도 비슷한게 지나가면 잡아탈려고 했더니, 그렇게 흔히 돌아다니는 것은 아닌 모양. 결국 기다림에 지쳐서 그냥 용달 택시를 타고 숙소로 이동을 했다.



라디그섬에서 이틀간 우리가 보낼 곳은 펜션 피델 Pension Fidele 이라는 게스트하우스. 

일반 단독 주택에 간판도 붙어있질 않아 그냥 우리끼리 찾아왔으면 무지 헤멜 뻔 했다. 다행히 택시기사가 잘 알고 있어서 무사히 오긴 했는데, 이건 뭔가. 주인이 없네? 마당에서 불러보고, 과감하게 남의 집 거실에 들어가 큰소리로 외쳐 보았으나 아무도 안나온다. ㅠ_ㅠ 산넘어 산. 오늘 왜 이런데...

일단 덥고 지쳐서 마당에 놓인 의자에 앉아 있었더니 저쪽 다른 건물에서 두런 두런 말소리가 들린다. 알고보이 주인은 옆 집에서 사는 모양이다. 어쨌든 반갑게 오늘 투숙객이라고 했더니, 무슨 소리냐고, 오늘 예약이 없다는게 아닌가?

우와아...

머리가 지끈. 그래서 물소마차도 우릴 데리러 오질 않았던 거구나.

인상좋고, 웃음 많은 죠제트란 아줌마는 허둥 지둥 장부를 확인했지만, 리스트에 우리 이름이 없다고 했다. 

설상가상으로, 인터넷 예약 사이트에 접속이라도 해 보고 싶지만, 어제부터 세이셸 전역에 인터넷이 안됀다고 했다.

헐...

정말 또 다른 단어가 떠오르지 않는다.

헐이다. 헐.


to be continued...



세이셸의 빡쎈 만우절

여행날짜 | 2014.04.01



신고

©

모든 사진과 게시글 내용은 포스팅 URL 링크 공유만 가능합니다. 스크랩, 복제, 배포, 전시, 공연 및 공중송신 (포맷 변경도 포함) 등 어떤 형태로도 토종감자 수입오이의 세계여행 블로그 소유자, 심상은에게 허가를 받지 않고 사용할 수 없습니다. 사용허가 신청방법은 다음을 참고하시기 바랍니다. 사용허가신청방법 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