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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캘리포니아 여행 사진전] LA 여행 프롤로그

캘리포니아 드리밍.
수많은 사람들이 캘리포니아를 꿈꾸나보다. 이런 노래까지 있는 것을 보면. 노래 속에서도 그랬고, 영화 캘리포니아에서도 그랬고, 캘리포니아는 낙원의 이미지이며 현실의 겨울같은 상황을 도피할 수 있는 곳으로 그려진다. 

아마 그때의 나도 그랬던가보다. 
처음으로 내가 살던 동네와 살림살이가 고만 고만했던 동네 친구들을 떠나 대학에 가면서 용돈과 밥값을 벌어야 했고, 처음으로 서울의 동서남북, 아니 전국의 빈부격차가 뒤섞인 공간속에서 내자리를 차지하고 살아가야 하다보니 조금 놀라고, 조금 지쳐 있었던 모양이다. 나는 이제 성인이니 내가 쓸 돈정도는 내가 버는 것이 당연하다 생각했는데, 어떤 이들은 내가 당연하다 생각하는 그런 현실이 당연하지가 않더라. 더 큰 세상으로 나가니 정말 잘난 사람도 많고, 진짜 잘 사는 사람도 많고.

어느날 저녁, 학교에서 배낭여행계획을 세우는 친구들이야기를 묵묵히 듣고만 있다가 알바 시간에 늦어 허겁지겁 달려나오는 중이었다. 비행기표는 고사하고, 여름내 알바비 모아서 다음학기 학비 보태기도 바쁜데 배낭여행이 웬말인가…
IMF때라 어렵게 얻은 과외자리 짤릴까봐 초조하게 버스를 기다리는데, 어떤 옷가게 쇼윈도의 사진 한장이 내 눈길을 사로잡았다. 내 또래정도 되보이는 애들이 구리빛으로 그을린 피부를 뽐내며 서핑 팬츠와 비키니를 입은채 서핑보드에 기대 서서 석양을 바라보고 있었다. 
와…쟤들은 어쩜 이렇게 자유로와 보일까. 저런 곳에 살면 배낭여행 따로 안가도 되고, 알바를 빡쎄게 돌아도 서핑한번 하고 나면 피로가 그냥 싹~다 풀릴 것 같다. 대체 저기는 어딜까?

포스터를 찬찬히 살펴 보니 그 아래 캘리포니아 드리밍 California Dreamin’ 이라는 문구가 쓰여있었다. 
그렇구나. 여기가 캘리포니아구나. 나 여기 간다. 언젠가 꼭 가고 만다!
그로부터 약 18년이 지난 어느날, 나는 캘리포니아로 가는 비행기에 앉아 있었다.

핑크빛이었다.
내눈엔 그냥 다 핑크 빛이었다.
캘리포니아의 공기는 노오란 빛을 띈다. 헐리웃 영화들을 보면 어딘지 노란 빛이 돌아 같은 한국 배우가 출연해도 색감이 달라 보이는데, 그쪽은 정말 공기의 색감이 달랐다. 어딘지 모든 것이 따뜻해 보였다. 그러나 그날 내가 본 캘리포니아는 핑크빛이었다. 행복해서 발그레하게 물든 오렌지 핑크빛.

비가 내렸다.
처음 만난 캘리포니아는 촉촉한 감동의 눈물로 인사를 건냈다. 6개월만의 비라고 했다. 반가운 비라고 했다. 보기 드문 LA의 풍경을 보고 있는 거라고 했다. 이틀동안 빗줄기가 오락가락하며 사진기를 움츠리게 했지만, 그 유명한 캘리포니아의 화창한 햇살을 볼 수 없었지만, 뭐 그래도 괜찮다. 남들이 여행중에 잘 볼 수 없는 그런 LA를 봤으니.

저기였을까?
그리피스 천문대에 올랐더니 별대신 드넓은 LA의 풍경이 눈에 들어왔다. 그리고 저 멀리 마치 신기루처럼 우뚝 솟아 있는 도시가 보였다. 수많은 이들이 각자 다른 꿈을 품고 몰려온 도시. 그들은 이 도시에서 그들이 원하던 것들을 모두 손에 쥘 수 있었을까? 이렇게 위에서 보니 도시 전체를 한손에 움켜쥘 수 있을 것 같았다. 
기다려라 LA, 내가 간다!

모두 그렇게 호기롭게 이곳에 왔을테지.
그러나 도심속에 묻힌 나는 길거리에서 푸드덕 거리던 한마리의 비둘기와 다를 바 없었다. 너무나 작았다. 아니 모든 것이 너무나 커다랬다. 스무살, 처음 세상으로 던져진 나와 여전히 별로 다를 바가 없었다.

대신 지금의 나는 색칠하는 법을 배웠다. 나의 창밖에 푸른 하늘이 없으면 내가 직접 칠하면 된다.
대신 지금의 나는 창 내는 법을 배웠다. 내가 원하는 모든 것을 향해 창을 내고 마음으로 활짝 열면 된다.

그러면 언젠가 비는 그치고, 창이 열리더라. 나에 의해서 또 다른 누군가에 의해서.
그때 나는 그 화창한 햇살을 가득히 받아들이기만 하면 된다.

나는 늘 위로 올라갈 줄만 알았다. 내가 가는 길 입구에는 찬란하게 꽃이 피어있을 줄만 알았다. 그런데, 인생의 푸니큘러는 올라가기도 하지만 내려오기도 하더라. 그래도 걱정할 건 없다. 내가 입구인줄 알았던 그 문은 출구였고, 그 앞에도 꽃은 피어 있었다.

사람은 늘 높은 곳의 꽃 한송이를 꺾고 싶어 한다. 꺽으러 가는 길이 위험하니까, 위에 있어 우러러 보이니까 더 매력있다고 느끼는 모양이다. 그런데, 사실 그 꽃은 내 발아래 핀 꽃 한송이와 다를 바 없다. 꺽고나면 시드는 그냥 꽃일 뿐이다. 나중에 돌아보니 내 발아래 피어 소중한지 몰랐던 그 꽃이 더 아름다왔다. 구태여 힘들여 높은 곳에 기어 올라가 보고 나서만 배우는 교훈이다.
사람이 가끔 이렇게 어리석다.

모두가 웃고 즐긴다. 그들은 모두 행복해 보인다.
소셜 미디어속의 다른 모든 사람들은 행복해 보인다. 매일 여행, 매일 맛집, 매일 러브러브, 매일 휴가, 매일 선물, 매일 매일 오직 행복…

그런데 왜 나는?

낙원같아 보이는 캘리포니아.
그 속에 사는 사람들은 힘들여 일하지 않아도 잘 먹고, 맨날 놀고, 늘 즐거울 것 같았다. 그러나 한쪽에서 웃고 떠드는 그 순간에도 다른 한쪽에서는 열심히 땀을 흘리고 있었다.
소셜미디어에 행복을 과시하는 그들에게 1:1로 한번 물어 보라. 그들도 사각 프레임 밖에서는 당신처럼 땀흘리고, 울고, 한숨쉬고, 찡그린다.

폐허같은 옛 공장지대.
그 길 한 구석에 꽃나무가 있었다. 그 나무 아래에만 바닥에 흐드러지게 꽃이 떨어져 있었다. 나는 그 꽃만을 바라 보았다. 삭막한 콘크리트 바닥도, 허물어져가는 건물도, 지저분한 낙서들도 마음에 두지 않았다.
그렇게 그곳은 나에게 꽃길이 되었다.
하루일과 중 어디다가 포커스를 맞추느냐에 따라 코메디가 되기도 하고, 로맨스가 되기도 하고, 스릴러가 되기도 한다. 그래서 나는 기왕이면 꽃에다 포커스를 맞추고 산다. 좋은 것만 생각하고, 좋은 것만 기억하려고 노력한다.
그래서 내 인생은 내가 기억하는 한 늘 꽃길이다.

내가 꽃길만 걷는 이유

취재지원

이 포스팅은 미국 관광청, 네이버 폴라, 싱가폴 항공에서 여행경비(항공권, 숙박비, 교통비, 식비)를 지원받아 블로거 본인이 여행한 후 작성되었습니다.

여행날짜

2016. 10. 23-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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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6 개의 댓글이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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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라디움

잘 보고 갑니다~

뷰포트/ Viewport

사진 한장 한장이 너무 아름답네요 영화같아요

지후대디

오오 사진들이 너무 좋아요~
저도 짐싸들고 1년정도 훌쩍 여행좀 다녀오고 싶은 마음이 굴뚝 같지만
현실은…. 일단 내일 출근해야지요. ^^;;;

garam_林

사진들이 제목에 걸맞게 하나같이 다 멋집니다.^ㅁ^
추운 날, 캘리포니아라니 또한 포근한 느낌이고요. 저 곳의 태양을 맞고 싶네요.ㅎㅎ
메리 크리스마스, 그리고 해피 뉴 이어입니다. 이 땅에도 하루빨리 희망의 태양이 떴으면 좋겠어요~

드래곤포토

좋은글과 사진 잘보고 갑니다
앞으로의 여행기가 기대됩니다.
즐거운 성탄절 보내시기 바랍니다 ^^

분도

성탄절을 맞이 하여 주님의 은종이 가득하길 바랍니다.

익명

비밀댓글입니다.

광제

오~~LA는 언제 또 다녀오셨데요?
진짜 동에번쩍 서에번쩍..ㅎㅎ
그리피스 전망대의 풍경은 진짜 압권이네요..오묘한 하늘빛깔이 완전 신세계네요..
그리고 감자님 사진은 언제봐도 좋음..ㅎㅎ