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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옐로우나이프] 구석구석 볼거리 캐나다 소도시 여행

옐로우나이프의 첫째날 해가 밝았다.
음…낮이 되었다는 문어적인 표현일 뿐이고, 사실 이날 해는 눈꼽만큼도 만날 수 없었다. 아니 오히려 9월로는 아주 아주 드물게 아침에 눈이 내렸다. Oh, my gosh, 눈이라니. 가벼운 가을 옷 밖에 안챙겨 왔는데, 대략 난감. 9월에는 날씨가 비교적 매일 좋댔는데, 우째 이런 일이…
암담한 표정으로 창밖을 보고 있었는데, 다행히 눈이 진눈개비로 다시 비로 바뀌는 걸 보고 당당하게 가을 옷을 챙겨 입었다. 오늘은 옐로우나이프 도심과 도시 외곽에서 역사적으로 중요한 몇몇 포인트를 가이드 로잔나 아줌마와 함께 둘러 보기로 한 날이기 때문.

오로라가 보이지 않는 낮에는 옐로우나이프, 캐나다 소도시 산책을 한다

다들 옐로우나이프에서 오로라가 나오지 않는 낮에는 뭘 하냐고 묻는데, 사실 낮에도 할거리가 꽤 많다. 밤에도 낮에도 볼거리가 많아서 이곳에 오면 잘 시간 부족하다는 ^^;
겨울에는 스노우슈즈를 신고, 눈쌓인 숲을 산책하기도 하고, 눈이 파란 허스키들이 끄는 눈썰매를 탄다. 또 스노우모빌을 타고 꽁꽁언 세계에서 10번째로 큰 호수 그레이트 슬레이브 위를 달리거나 얼음을 깨고 성인의 팔뚝만한 물고기들을 잡기도 한다.

그럼 우리가 갔던 가을에는?
가을에는 겨울과 달리 그다지 춥지 않기 때문에 아북극의 소도시 옐로우나이프를 구석 구석 산책하고, 캐나다의 샛노란 단풍이 가득한 호숫가를 트레킹할 수 있다. 물론 얼음깨는 과정 없이 낚시를 즐길 수 있고, 스노우 모빌 대신 카약을 타고, 그레이트 슬레이브 호수위를 누빈다. 우리는 그 중 옐로우나이프의 첫날이니까 우선 이 도시의 구석 구석을 현지인의 설명과 함께 둘러 보기로 했다.

전직 생물학자로 유쾌하고 즐거운 성격의 가이드 로잔나 스트롱

로잔나 아주머니는 원래 사스카츄완에서 태어났는데, 오래전에 옐로우 나이프로 이사를 와서 약 25년을 이곳에서 살았다고 한다. 원래는 생물학자였지만 사람만나고 이야기 하는 것이 좋아 가이드가 되었다고 하는데, 그의 설명속에서도 그녀의 생물학자로서의 박식함이 드러난다. 옐로우나이프는 도시라지만 대자연에 둘러 싸여 있는 곳으로 다양한 아북극의 꽃과 나무, 열매, 풀, 동물 등등 자연에 대해 이야기 할 것이 많은 곳이다. 우리나라로 치면 숲 해설사 같은 성격의 가이드였는데, 그녀의 전공과 성격에 딱 맞는 직업이었달까? ^^

노오란 단풍이 아름다운 옐로우나이프 강 주변

첫번째로 본 곳은 도심에서 약 10km쯤 떨어져 있는 옐로우나이프의 젖줄, 옐로우나이프 강이었다. 현재도 이 도시의 식수로 쓰이고 있는 강물은 주변의 크고 작은 호수 물이 모이는 길목으로 거대한 그레이트 슬레이브 호수로 흘러간다. 원래는 강가를 가볍게 산책도 하기로 했었으나 이노므 비가 억수같이 퍼붓는 바람에 아쉽게도 차안에 앉아 열심히 카메라 줌을 당겼다. 창문만 열어도 금새 차안이 물바다. ㅜ_ㅜ

옐로우나이프 강은 그레이트슬레이브 호수로 이어진다. 이 물은 다시 맥켄지 강으로 흘러 북극해로 빠져나간다

그레이트슬레이브 호수는 그 깊이가 614m로 북미에서 가장 깊은 호수이자 넓이는 세계에서 10번째로 큰 호수이다. 그렇다보니 사실 말이 호수지 바다와 다를 바 없었다. 오늘같이 비바람이 몰아치는 날엔 파도도 엄청 높아서 서핑도 할 수 있을 기세.

저 거대한 바위는 옛날에 이곳에 살았던 초대형 비버의 집 일부라는데…

이 주변에는 원래 데네 Dene라는 선주민들이 살고 있었는데, 이 강으로 가는 길목, 커다란 바위와 그 맞은 편에 있는 수령이 몇백년 되는 나무에 설화가 하나 전해지고 있다. 

바위의 맞은 편에 있는 상록수로 수령이 몇백년 되었다고 한다. 이 나무가 바로 거인 야마자가 비버의 집을 두동강 냈던 창

지금은 비버의 집 일부인 바위와 맞은 편에 꽂아 둔 야마자의 창인 나무 사이로 도로가 나 있어 견우와 직녀같은 느낌을 준다. 아직도 이 나무와 바위는 선주민들에게 신성한 의미가 있어서 각자에게 중요한 것들-총알, 돈, 고기-등을 그 아래 가져다 둔다고 한다. 총알이라니…매우 이국(?)적이다.

현존하는 비버의 두개골(왼쪽) / 예전에 살던 비버의 두개골 화석과 현재의 비버의 두개골 크기 비교(오른쪽)

그런데 여기 재미있는 사실이 하나 있다. 이 지역에 예전에 진짜 큰 비버가 살았다는 것. 약 12000-16000년 전에 살던 것으로 추정되는 비버의 화석이 발견되었는데, 그 크기가 현존하는 것에 3-4배는 되었던 모양이다. 이때는 사람도 존재하던 때여서 정말 거대 비버와 사람이 함께 살던 시절이 있었다. 설화와 과학이 맞아 떨어지는 재미있는 순간이다. 비버 설화가 나온 이유는 비버가죽은 여전히 선주민들에게 중요한 것으로 예전부터 이들은 비버의 고기를 먹고, 가죽으로 옷을 만들어 입으며 생활을 해 왔기 때문이다.

옛날 금광이 발견되었던 당시 이주민들의 통나무 집. 겨울이면 영하 30-60도까지 떨어진다는 이곳에서 어떻게 저런 집으로 버텼는지

옐로우나이프는 원래 금광이 발견되면서부터 개발되기 시작한 지역이다. 
1935년 처음 이곳에서 금이 발견되었는데, 마침 경제 공황 때라 사람들이 신나게 몰려들었다고 한다. 1938-2004 동안 금광이 운영되었었는데, 금이 거의 말라가자 또 다른 광석을 발견해 금광은 문을 닫았다. 그 또다른 광석은 다름 아닌 다이아몬드. 

1930-40년대에 금광 마을에서 쓰던 세탁기. 너무 귀여워서 집에 장식으로 놓고 싶게 생겼다

문닫은 금광은 옐로우나이프  호수 아래 터널이 지나가고, 현재 운영되고 있는 다이아몬드 광산은 옐로우나이프에서 북동쪽으로 약 350km 떨어져 있는 얌바 Yamba라는 지역의 호수 밑에 있다. 사실 다이아몬드가 이곳에 있으리라는 것은 오래전 부터 알고 있었으나 그 위치를 정확히 몰라 개발을 못하고 있었는데, 열심히 탐색했던 땅속이 아니라 호수 밑에 광맥이 있었다고 한다. 어쨌든 옐로우나이프는 진정한 노다지 땅이 아닐 수 없다. 금에 다이아에 오로라 관광산업까지…

광산에서 쓰던 각종 도구와 기계들인데, 비가 신나게 와서 설명을 읽으러 차 밖으로 나갈 수가 없었다 ㅜ_ㅜ

이주민들은 통나무 집에서 살았는데, 화장실이 밖에 있어 겨울이 문제였다. 엉덩이가 너무 시렵기 때문에 그들은 변기 커버를 떼어내어 집안 난롯가에 두었다가 화장실 갈때 들고 가서 얹어 볼일을 보고 다시 들고 들어왔다고. ^^;; 여자들이 더욱 힘들었겠다 싶었는데, 첫번째 이주민들이 왔을때는 여자들은 콜셋에 치마입고 집안에 조신하게 있어야 하던 시절이었지만 이곳에서는 개척지 특성상 남자나 여자나 다 바지 입고 바깥활동을 해야 했기때문에 사실상 여자들이 자유로와 좋아했다고 한다. 여자들은 모험같은 것은 상상할 수 없던 시절, 여기서는 하루 하루가 모험이었으므로 그들은  이곳에서의 이주 생활을 즐겁게 회고한다고.

그 외에도 영하 40도에서 두사람이 교대로 운전을 해야했던 오두막 집이 딸린 물자 수송 기차, 전쟁에 쓰던 수륙양용 탱크를 물자 수송으로 쓰려다 배멀미로 포기한 독인일 등등 다양한 광산마을 뒷이야기들을 들었다. 혼자 왔더라면 절대는 몰랐을 재미있는 옐로우나이프의 에피소드들이다.

22년된 노스웨스트 준주 국회건물. 박물관이나 갤러기 같은 분위기로 누구에게나 열려 있다

다음은 국회 건물. 사실 들어가서도 무슨 박물관이나 갤러리에 와 있는 줄 알았는데, 알고보니 국회의사당같은 곳이었다. 
옐로우나이프는 노스웨스트 준주의 주도이므로 국회건물이 이곳에 있었는데, 캐나다 정부와 별개로 입법의회 형식을 취하고 있다. 정당 같은 것이 없고, 전체 주에 산재해 있는 19개의 지역별, 부족별 대표 1명씩이 모여 회의를 한다. 19명의 부족 대표 중 선거를 통해 1명을 주 대표로 뽑고, 그 대표가 남은 18명 중에서 7명의 장관을 뽑는다. 그러면 남은 11명의 사람들이 대표+장관팀과 대립하는 팀이 되어 회의를 이끌어 가는 방식이라고 한다. 모든 것을 회의로 결정하므로 회의가 엄청 자주 있다고.

왼쪽의 깃발있는 테이블이 주 대표 좌석이고, 그 옆의 7개가 장관의 좌석이다. 맞은편의 11개의 좌석은 대립팀을 이루는 나머지 부족 대표들이 앉는 곳
건물 천정이 2중 구조로 되어있는데, 투명한 유리는 이글루를 의미하고, 원뿔형은 티피를 의미한다.

그들의 자신들의 고유 문화를 매우 소중하게 생각하므로 정부 건물도 선주민들의 전통 가옥이었던 티피와 이글루를 상징하도록 지었다. 또 각 부족의 고유 언어를 사용하도록 권장하므로 좌석 뒤에는 통역원이 앉는 유리 창이 딸린 좌석이 있다. 그래서 이 주에는 영어 포함 총 11개의 언어가 공식 언어로 지정되어 있다고 한다. 

회의장 바깥쪽엔 몇몇 상징물들을 전시해 놨는데, 이것은 정의와 공정함을 상징하는 메이스. 영국 국회 문화에서 건너온 것으로 대표가 메이스를 들고 행진해서 의장에서 건네 주는 것으로 회의의 시작을 알린다고 한다. 메이스는 옛날에 무기로 쓰이던 것인데(디아블로에서 팔라딘이 쓰는 그것), 정의를 상징하는 심볼이 되었다. 당연히 지금은 무기는 아니고, 진짜 금과 이곳에서 나는 돌로 조각해 옐로우나이프를 상징하는 것들을 새겨 넣었다. 각 부족의 그림과 북극에 사는 일각고래(유니콘처럼 이마에 뿔이 있는 고래)의 뿔을 상징하는 봉, 눈 결정 등이 겉면에 새겨져 있고, 그 안은 비어있는데, 각 부족의 땅에서 들고온 자갈 1개씩이 들어 달그락 달그락 소리가 난다고 한다. 이 소리를 들으며 대표로 와서 있지만 나의 뿌리를 잊지말자는 뭐 그런 취지를 담았다.

각 지역(부족)의 대표들. 해당 지역의 전통의상을 입는 것을 권장한다 (좌) / 눈 결정이 매우 섬세한 메이스 해드 부분 (우)

그리고 이것이 바로 이 지역의 이름이 된 옐로우나이프다.
호수 모양이 금빛 칼 모양이었을까, 아니면 금광 때문이었을까, 아니면 도시 지형 등등 여러가지를 생각해 봤는데, 옐로우나이프라는 이름은 정말 말 그대로 옐로우나이프에서 왔다. 첫 이주민들이 이곳에 왔을 때 선주민들은 황동으로 만든 칼을 사용하고 있었다고 한다. 그래서 황동칼을 쓰는 부족이 사는 지역이라 부르다 그냥 옐로우나이프가 되었다고. 이후에 이 황동칼들은 광산에 설치한 다이너마이트의 도화선에 불을 붙일때 돌에다 탕탕 튕겨 불꽃을 내는 도구로 사용되어 또다시 옐로우나이프의 상징물이 되었다. 어쨌든 옐로우나이프라는 이름에는 어떤 시적인 의미도 없었다. 그냥 노란칼 쓰는 동네 뭐 이런…

더 락 위에서 본 단풍 가득한 졸리프 섬

이제 다시 도시로 돌아와 올드타운으로 향한다. 올드타운은 첫이주민들이 세운 마을로 그레이트 슬레이브 호수 안쪽으로 깊숙이 들어온 반도지형에 있다. 아기자기한 집들과 오래된 레스토랑이 몇개 있으며 더 락이라 불리는 작은 바위 언덕이 있어 전망대 역할을 한다.

기념비 위에는 부쉬파일럿을 의미하는 종이 비행기 모양 금속 공예가 세워져 있다

또다른 이름으로는 부쉬 파일럿 마뉴먼트라고도 하는데, 옛날 옐로우나이프가 미지의 땅이었던 시절 이곳의 지형 탐색을 한 것이 바로 부쉬 파일럿들이었다고 한다. 캐나다 순상지 특성상 호수와 습지가 너무 많아서 길을 낼 수 없었기 때문에 이곳을 탐색할 수 있는 방법은 호수 위에 착륙을 하는 수상비행기 밖에 없었다. 그러나 무지막지한 추위와 강풍, 호수의 깊이와 상태 등등이 알려진 바 없었기 때문에 매우 위험한 비행이었다고 한다. 지금 우리가 편하게 날아가 오로라 구경을 할 수 있는 것도 다 그들이 위험을 감수하고 하늘길을 뚫어 놓았기 때문인 것이다. 따라서 그들의 업적을 기리기 위해 이곳에 기념비를 세웠다.

더 락에서 본 옐로우나이프 올드타운과 저 멀리 신도시 부근. 엄청 작은 도시인데, 지금 한창 관광지로 개발중이라 콘도단지가 들어서고 있었다
비오는 날의 그레이트 슬레이브 호수와 수상 가옥들
올드타운은 긴 반도지형이라 마을이 가운데 있고, 양쪽으로 호수가 감싸고 있다 (클릭하면 크게 볼 수 있습니다)

올드타운의 가장 유명한 길, 래그드 애스 로드.
로잔나 아주머니가 여기가 가장 유명하다며 소개를 해주셨는데, 우리는 고개를 갸웃거릴 수 밖에 없었다. 그냥 주거 지역인데, 왜 이 곳이 유명한거지? 그 이유는 바로 이 이름 때문. 래그드 애스는 다 헤진 엉덩이란 뜻으로 옛날 광산에 돈벌러 왔다가 청바지 엉덩이가 다 헤지도록 죽어라 일만 했던 가난한 사람들을 뜻한다고 한다. 그들이 모여살았던 가난한 길이어서 사실은 슬픈 의미를 지니고 있다. 그런데, 영어로 애스 Ass가 비속어이다보니 이걸 공식적으로 이렇게 부를 수 있다는 사실이 재미있어서 사람들 입에 많이 오르내리게 되었고, 지금은 가장 유명한 길이 되었다는 것이다.

현재는 가난한 거리는 아니고, 너무나 예쁜 집들이 모여 있다. 주민들은 구경온 사람들이 섭섭하지 않도록 집 밖을 손수 만들고 칠한 예술작품들과 꽃으로 한껏 치장해 놓았다. 그렇게 긴 길은 아닌데, 알록달록 워낙 이쁜 집들이 많아서 날씨 좋은 날 가면 인생사진 몇장은 쉽게 건질 수 있을 것 같다. 단, 모든 집이 일반 개인 주택이므로 사진찍는다고 남의 집 정원에 성큼 성큼 들어가는 실례를 범하지 않도록 한다.

이것은 1937년에 문을 연 옐로우나이프에서 가장 오래된 음식점이다. 이름이 카페지만 커피만 파는 것은 아니고, 점심식사를 할 수 있는 곳. 그런데 아쉽게도 여름에만 운영을 한다. 8월 말에 오로라투어를 간다면 꼭 한번 들러보시길. 음식도 맛있다 하고, 내부도 사진으로밖에 못봤지만 아기자기하고 이뻤다. 9월 중순에는 이미 여름 시즌 영업이 끝나서 우리는 겉만 구경하고 돌아서야 했다. 신기한 것은 1937년에 지었던 건물을 아직도 그대로 사용하고 있다는 것. 내부를 리노베이션하고, 건물 전체가 약간 땅속으로 꺼져 들어가서 들어올리는 작업을 했지만 기본 골격과 외관은 딱히 변한 것이 없다고 한다.

자동차 번호판 시스템은 공유하는 모양. 노스웨스트주의 번호판은 북극곰 모양으로 너무 이뻐서 가끔 관광객들이 떼어간다고 -_-; (좌) / 딜로 자치구역의 도로 표지판 위에는 칼 모양이 덧붙여져 있다. 알파벳을 쓰지만 언어도 그들의 언어이다. 틸리tili는 길이란 의미 (우)

마지막으로 올드타운의 가장 깊숙한 안쪽, 딜로. 원래 섬이었던 곳을 다리로 연결해 놓은 곳인데, 딜로라고 불리는 이 지역은 선주민들이 모여사는 자치구역이다. 선주민이라고해서 인디언 깃털모자를 쓰고, 티피에서 사는 것을 상상하면 곤란하다. 그들도 그냥 우리랑 똑같이 직업 있고, 멀정한 단독주택에서 산다. 그냥 정부 시스템을 공유하지 않는 다는 것일 뿐. (세금을 내지 않는다고!) 다만 자치구가 워낙 작다보니 학교 시스템과 쓰레기 처리 시스템은 공유한다고 한다. 

이 구역에 들어섰을 때 너무 무지막지하게 비가 와서 사진을 전혀 찍지 못한 관계로 나중에 오이군과 합류했을 때 사진으로 대체했다. 
이들은 자신들 문화에 대한 자부심이 강해서 대부분의 집 앞에 티피를 하나씩 세워놓았다. 거기서 가끔 생선도 구워먹고, 차도 마시고 한다고. 엄청 재밌겠네…나도 마당 있는 집이 있다면 선주민이 아니더라도 티피를 하나 갖고 싶다.

직업이 좋은건지 미국처럼 선주민들에게 정부 보조금이 나오는 건지는 잘 모르겠지만 집들이 대부분 꽤 좋았는데, 특히 눈에 띄는 집이 있었다. 알록 달록 색이 너무 예뻤는데, 예전에 데네족 사람이 이 지역 대표가 되었던 적이 있다고 한다. 그의 집인데, 자신의 부족의 특징인 실로 꼬아 패턴을 넣은 직물을 형상화 해서 집 벽에 타일로 띠를 둘러 놓았다. 나라 사랑, 민족 사랑. 정복당한 경험이 있는 민족일 수록 쎄지는 것 같다.

그리고 그 맞은편 쯤에는 1939년에 세워진 은행이 있다.

은행이라고 하지만, 이런 작은 통나무 건물 하나. 맘먹고 털고자 하면 쉽게 털릴 것 같다. (…음?)
지금은 당연히 은행은 아니고, 뒷집에 속한 건물로 리노베이션 해서 렌탈하우스로 사용하는 모양이다. 옐로우나이프에서 특이한 숙박을 원한다면 한번 이용해 봐도 좋을 것 같다.

이렇게 옐로우나이프 역사소개를 곁들인 도시 탐방은 여기까지이고, 마무리를 할 시간. 로지(로잔나의 애칭) 아줌마의 스페셜리티인 야생 크랜베리를 넣은 스콘으로 달콤하게 끝이 난다. 너무나 담백하고, 고소하고, 달콤하여라~ 
이 주변에는 야생 크랜베리나 블루베리같은 것들이 많이 나는데, 특히나 크랜베리가 인기있는 모양이다. 가을이 되면 산으로 크랜베리를 따러 다니는데, 그 위치는 이곳에 사는 사람들만 아는 비밀이라고 한다. 관광객들에게 알려주면 동이 나기 때문에 주민이 아니면 절대 비밀이라고 비장의 웃음을 지으셨다. ㅋ

향긋한 차도 일품이었는데, 주변 산에서 딴 허브들을 섞어 직접 만든 허벌티라고.
원래는 올드타운의 낭만적인 호숫가에 앉아 도란 도란 수다를 떨며 먹고 마시는건데, 오늘은 비가 거세게 내려서 그냥 로지아줌마의 차안에 앉아 티타임을 가졌다. 스콘이 보통 먹고나면 베이킹 파우더때문에 뭔가 텁텁함이 남는 빵인데, 어찌 만드셨는지 그런 맛도 전혀 없고, 고소하고, 부드러워서 꿀떡 꿀떡 잘도 넘어 갔다. 특히 단거 싫어하는 내게 너무나 적절한 맛. 아…스콘 먹으려고 투어를 한번 더 듣고 싶더란 ㅋ

옐로우나이프는 사실 워낙 작은 도시라서 옐로우나이프 강이나 광산 유적지를 제외하면 모두 걸어서 구경할 수 있는 거리이다. 그러나 이 지역을 잘 알고 있는 현지인과 함께 하는 여행은 또다른 묘미를 주는 것 같다. 
로지 아줌마 투어는 우리가 했던 옐로우나이프의 과거를 걷는 여행 말고도 도시에서 25-45km정도 떨어진 곳에 있는 호수, 숲, 폭포 트레킹도 있고, 각종 아북극 지역의 허브 등을 채취하며 배워보는 투어도 있으니 취향에 따라 하나쯤 들어봐도 좋을 것 같다.
단, 투어는 아주머니 혼자 하시는거라 영어로 진행되니 소박한 정도의 영어실력이 요구된다.

취재지원

이 포스팅은 캐나다 끝발 원정대 자격으로 여행경비(항공권, 숙박비, 교통비, 식비)를 지원받아 블로거 본인이 자유롭게 여행한 후 작성되었습니다.

여행날짜

2016.09.13-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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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니맘

오호. 벤쿠버, 몬트리올 같은 대도시만 가봤는데 같은 캐나다 임에도 분위기가 전혀 다른 걸요?
요런 소도시도 가보고 싶네요. 오로라도 보고 말이죠^^

Yun Pascal

오로라 보러 들어왔다가 빠져서 지금 몇개째 읽고 있는지 몰라요. 옐로우나이프, 잘 몰랐던 곳인데 꼭 가보고 싶어졌습니다. 🤗

진이맘

옐로우나이프가 이런 곳이군요. 검색하면 늘 겨울눈 위에 오로라 사진만 나와서 이렇게 따뜻한 풍경이 있는지 몰랐어요. 저도 산책해보고 싶어요.

광제

헐….호수가 얼마나 크길래…ㅎ끝이 안보이네요..
무엇보다 파도 봐요…바다의 파도보다 높은데요…바다라고 해도 믿겠습니다..ㅎㅎ

카멜리온

언제나 느끼지만 엄청난 여행기네요~~ 캐나다 가보고 싶어집니다.. 저도 자유여행하고파요! 스콘에 눈이 가는건 어쩔 수 없는건가요.. ㅎㅎ;

뷰포트/ Viewport

옐로나이프 너무 멋지네요…노란 천지에 파란 호수들
역시 캐나다는 명불허전인가봅니다
옐로나이프의 유래는 첨 알았네요…. 열심히 모아서 오로라보러 가야할텐데 말이죠 ^^

b_sword

완전 재미있네요 +_+

비버얘기에 완전 흥미진진 했는데 애스로드… ㅋㅋㅋㅋㅋㅋㅋ
뭔가 애환과 역사가 함께 있는 낮 풍경에 빠져들었습니다 잘보았습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