눈송이로 환송하는 아키타
사계절을 보고 싶은 여행지
아카타 여행의 마지막 날 아침.
늦잠을 자고, 바로 공항으로 갈까, 아니면 일찍 일어나서, 온천을 한번 더 이용할까?
늦잠이 언제나 그렇듯 유력한 우승 후보였지만, 오늘은 하늘 하늘 눈송이의 애교스러운 보이콧으로 온천이 승리를 했다. 잠결에 창밖을 바라보니 하얀 눈이 퍼엉펑 내리고 있었던 것이다. 그냥 눈이 쌓인 온천, 그 이상의 매력을 느껴보고 싶어 우리는 이른 아침 함박눈이 내리고 있는 노천온천으로 발걸음을 옮겼다.
다에노유
Let me in!
비행기 출발까지 시간이 그리 많지는 않은지라 우리의 호텔에서 가장 가까왔던 다에노유로 향했다.
주차장 옆까지 흘러 넘치는 온천 물에서 모락모락 김이 나는 것을 보니 첨벙 뛰어들고 싶은 생각에 허겁지겁 카운터로 달려갔다.
옆에 계곡과 작은 폭포를 끼고 있는 다에노유는 물이 노란빛을 띄는 금탕과 투명하고 맑은 은탕을 가지고 있어 유명하다. 우리가 도착한 시간은 9시 20분. 한 30-40분정도 온천을 즐기고, 공항으로 향하려고 했는데, 이게 웬일인가. 외부 이용객이 사용할 수 있는 시간은 아침 10부터라는 것이 아닌가? 10시까지 기다리기 뭐해서 고민하고 있는데, 주인 아저씨가 손가락 9개를 펼쳐 보이며 ‘오가마’ 라고 하셨다. 아마 오가마 온천은 9시부터 들어 갈 수 있다는 듯? 대충 감으로 짐작을 하고, 오가마로 향했는데, 이번에는 주인 아저씨께서 人多 를 써서 들어보인다. 사람이 많다니…아침 9시에 온천하는 사람이 많아서 입장이 제한되리라고는 생각도 못했는데 ㅠ_ㅠ
츠루노유
내가 진정한 겨울왕국!
이래 저래 가까운 곳에 못가게 되서, 아예 이곳 뉴토온천향에서 가장 유명한 츠루노유에 가보기로 했다. 이곳도 10시부터 입장이 되고, 다른 온천군과 조금 동떨어진 곳에 있어서 제외했었는데, 온천물에 10분만이라도 담가 보자는 오기가 생겨 급히 차 머리를 돌렸다. 가는 길은 계속해서 눈이 내리고 있어서, 속도를 낼 수는 없었지만, 눈꽃이 화사하게 피어 있어서 겨울왕국으로 들어가는 듯, 신비로운 느낌이 들었다.
츠루노유의 입구를 보니 감탄사가 절로 나왔다. 뉴토온천향의 다른 온천들과는 비교 할 수 없는 커다란 규모는 물론, 아기자기한 디자인이 타의 추종을 불허하더라. 가장 오래된 온천일 뿐 아니라, 가장 예쁘기도 했던 것이다.
드라마 아이리스가 왜 이곳을 선택했는지 단번에 이해가 되었다. ^^;
객실이 주욱 늘어선 길을 따라 카운터와 온천이 있는 곳으로 들어갔다. 어느새 시간도 10시 5분 전인지라 기쁜 마음에 입장권을 사겠다고 했는데, 주인의 청천 벽력같은 말이 떨어졌다. 오늘은 노천온천 청소하는 날이라 실내 온천만 가동하고 있다는 것! 이분은 영어도 그럭 저럭 하셔서 또박 또박, 상냥하게 이런 잔인한 말씀을 하셨다. 으흑…오늘 온천은 우리의 운명이 아닌 것 같다. ㅠ_ㅠ
그래서 마음을 깨끗이 비우고, 츠루노유 내부나 구석 구석 구경 하기로 했다. 일단 못들어간 온천부터.
여탕 노천온천은 가려져 있어서 볼 수 없었고, 이곳은 노천혼탕. 드라마와 브로셔에서 셀 수 없이 보았던 바로 그곳이다. 확실히 탕도 크고, 원두막까지 있어 매력적임은 부인할 수 없었다. 오이군이 다음에 꼭 다시 오자고, 여러번 이야기 했을 정도. 물색도 짙은 우윳빛으로 불투명해서, 민망함이 조금 덜 할 것 같기도 하다. ^^;
여러 온천 탕으로 이어지는 길은 이렇게 골목 골목 아기자기 하게 이어져 있었다. 소복히 눈쌓인 목조건물들이 어딘지 미야자키 하야오의 신비로운 애니메이션을 떠오르게 하더라.
이곳은 규모가 커서 그 자체로도 작은 마을과 같았다. 특히 건물 사이사이에 놓인 작은 소품들까지 하나도 흠 잡을 곳 없이 세심하게 꾸며 놓은 모습이 인상적이었다. 오랜만에 보는 공중전화까지. 그 앞은 설경을 감상하며, 따뜻한 차를 마실 수 있는 카페이다.
츠루노유는 온천만 들렸다 오기에는 너무 아까운 매력적인 료칸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다음에는 꼭 호텔대신 이 료칸에 머무르며, 온천, 카페, 정통 가이세키 요리까지 모두 즐겨주겠다며 아쉬운 발검음을 돌렸다.
집으로 오는 길
나 집에 안갈래~ 엉엉
산아래로 내려오자, 그새 겨울 왕국은 사라지고, 촉촉한 비가 늦가을이 남은 들판을 적시고 있었다. 아늑한 들판에 모락모락 피어 오르는 연기, 그 뒤에 아직도 남아있는 단풍과 그 넘어로 보이는 설산들. 봄에도 여름에도 가을에도 겨울에도 분명히 이곳은 아름다울 것이라는 확신을 안겨 주었다. 자동차 앞유리에 떨어진 빗방울이 풍경을 반고흐의 작품처럼 바꿔주는 모습을 바라보며 공항으로 전력 질주했다. 온천에서 시간을 너무 많이 지체했기 때문. ^^;
간단히 뭔가 먹고 싶어서 고른 호빵두개. 카레맛과 스테이크맛이다. 일본은 호빵 종류가 참 다양했다. 10가지 정도 되는 것중에 두개를 고르라니 무지 힘들더라는 ^^
일본의 구름낀 하늘을 지나 동해로 오니 언제 그랬냐는 듯 화창한 날씨. 백두대간의 장엄한 모습이 드넓게 펼쳐졌다. 집에 안간다고 버둥댔는데, 동해안의 푸른 물결과 백두대간의 모습을 바라보니 푸근한 마음이 들었다.
그래. 이곳의 나의 나라, 나의 집이다.
정체불명의 획득물
일단 사고, 용도는 나중에 찾는다
여행할 때 물건 쇼핑하는 것을 병적으로 싫어하는 야채 커플은 반대로 음식물 쇼핑하는 것은 병적으로 좋아한다. ^^; 그러나 이번 여행에서는 단 한가지 물건만을 가지고 들어왔는데, 그 영광(?)의 주인공은 바로 이것!
전혀 무언지 알 수 없다.
투명한 젤리같은 것에 싸여 있는 식물이 예뻐서 샀는데, 그 용도를 전혀 알 수 없다. 슈퍼마켓 음식칸에 있었으므로 먹는 것은 분명한 것 같고, 먹어보니 아무 맛도 없는데, 촉감이 해조류같이 미끌미끌. 일본 사람들은 미끈 거리는 것을 참 좋아하는 모양이다. 호텔 부페에 어김없이 등장 하는 수많은 해조류, 생선알이나 갈아 놓은 마. 이것도 그것들과 비슷한 촉감을 가졌다.
결국 오이군은 한입 맛을 보고 인상을 찌푸려서, 며칠에 나눠 감자가 다 먹어치웠는데, 지금도 이게 무엇인지는 밝혀지지 않았다. 먹는게 아니었으면 어쩌지? -_-;
(아시는 분 있으면 가르쳐 주세요. 검색해도 안나와요. ^^ )
뉴토온천향의 7 온천
츠루노유
입장료 : 500엔
운영시간 :10:00 – 15:00
다에노유
입장료 : 700엔
운영시간 :10:00 – 15:30
구로유
입장료 : 500엔
운영시간 : 9:00 – 16:00
가니바
입장료 : 500엔
운영시간 : 9:00 – 16:30
마고로쿠
입장료 : 500엔
운영시간 : 여름 8:00 – 17:00 / 겨울 9:00 – 16:00
오가마
입장료 : 500엔
운영시간 : 9:00 – 16:30
규카무라
입장료 : 500엔
운영시간 : 11:00 – 17:00
취재지원
이 포스팅은 아키타현 관광청에서 여행경비(항공권, 숙박비, 교통비, 식비)를 지원받아 블로거 본인이 자유롭게 여행한 후 작성되었습니다.
여행날짜
2013.12.02
캬…모두 작품이네요..너무 멋집니다요..^^
아키타가 일본에서 제가 제일 좋아하는 곳이 되었어요.
어딜 둘러봐도 그저 멋지다는 말밖에…^^
일본만의 독특한 색채가 여기저기서 마구 묻어나네요..^^
그나저나…여행시에 그 지역의 음식을 맛보는 것도 또다른 문화체험이며, 여행의 묘미가 아닐까 하네요.
제대로 하시는듯요.ㅎㅎ
네, 일본 온천하면 떠오르는 바로 그곳이었어요. ^^
산타도 온천을 즐기러 갔나봐요 ^^
서양의 산타가 지극히 동양적인 곳을 즐기는 모습이 재미있어요. ㅎㅎ
자동차 유리의 몽롱한 상태는 요 며칠 사이의 제 기분 같네요 ㅋㅋ
뭔가 정신 없고, 현실이 아닌 것 같이 복잡하게 지낸 것 같아요.
물에 번진 물감처럼 말이죠 ^^;
오늘 아파트 단지에 벚꽃이 핀걸 봤어요.
이제 진짜 봄입니다. 화사한 꽃 구경 하시면서, 기분을 전환해보세요^^
저는 저게 산타 모자인지도 잊어버렸답니다. 오이군이 겨울마다 쓰고 다녀서, 그냥 모자인줄. ㅎㅎㅎ
일본 온천의 매력이란… 한번 가면 또 가고 싶게 만들지요.^^
몸은 따뜻하고 머리는 시원하고… 무엇보다 풍경을 보면서 온천을 한다는 게 너무 좋구요.
음, 호빵… 스테이크맛은 어떤가요? 그래도 호빵은 팥이 들어간 게 맛나더군요. 전…ㅎㅎ
우리나라에 이렇게 자연속의 온천이 있다면 정말 좋을텐데 말이죠. 물론 혼탕은 좀 그렇지만. ㅎㅎㅎ 그런데, 생각해보니 지진도 딸려 올 것 같아서 취소합니다. ㅎㅎ 그냥 가끔 일본에 가서 즐기는 걸로 ^^
스테이크맛은 소스가 좀 느끼했어요. 전 단것을 좋아하지 않는지라 오로지 고기호빵. ^^
아~ 정말 멋지네요~ 눈까지 내리니 더 멋진 것 같아요~
그러게요. 그렇게 큰 기대를 품고 가진 않았는데, 일본에서 가장 기억에 남는 곳 중 하나가 되었네요. ^^
아마도 내년 겨울에 일본으로 다시 향하는 두 분을 볼 수 있을 것 같습니다…
저도 온천 좋아하는데.. 이렇게 발길을 돌리는 모습을 보니 ..
제가 다 안타깝네요 .. 그래도 설경이 예술입니다.. 기분을 확 풀어주네요 ..
댓글보니 .. 병의 정체를 아셨나본데.. 어찌 드셔보셨나요? 맛이 궁금해집니다.. ㅎㅎ
동영상보니까 ‘씻어서’ 또 ‘익혀서’ 간장뿌려 먹던데요.
그게, 전 그냥 그릇에 담아서 숫가락으로 갖고, 놀면서 퍼먹었어요. -_-; 혹시 강에서 퍼 올린 채로 그냥 병에 담은걸까요? ㄷㄷ
촉감이 몽글 몽글하고, 향은 살짝 해초류 향인데, 맛은 거의 없더라고요. 혀로 누르면 부서지는 해초류 같은 맛? ^^
가고 싶어요, 아키다. 초여름이나 가을에도 가서 온천계곡이 흐르는 산에서 트래킹도 하고 싶어요. ^^
츠루노유인가 하는 온천 정말 멋지네요. 저런 설경에서 노천욕하면 정말 끝내줄듯 ㅎㅎ
거기다 혼탕(?)이라니…메모해뒀다가 나중에 꼭 가봐야겠군요 흠흠 ㅋㅋ
일단 사고 용도는 나중에 찾는다,, 선지름 후고민을 몸소 실천하시는군요.
아주 바람직합니다요^^ㅋㅋ
하하하! 네, 생활에 잘 배어 있는 기본 자세랄까요.
50% 라고 붙어있어도 마찬가집니다. 일단 사고, 그게 뭔지는 집에 와서 봅니다. ㅋㅋㅋ…-_-;
츠루노유가 역시 아키타에선 갑이죠? 꼭 다시 가서 요번엔 물에 담그고 와야 겠어요. 벚꽃 만발한 봄, 단풍이 물든 가을에도 좋을 듯. ^^
츠루노유 못들어가신건 아쉽네요. 그래도 이미 온천은 마고로쿠에서 만끽하셨을테니 .. ㅎㅎ
마지막에 저 음식(!)은 저도 처음 보는건데 궁금해서 검색해봤어요.
일본어로는 쥰사이, 우리말로는 순채라는 건데 늪에서 자라는 민물 수초래요. 먹는거 맞고 아키타 특산물이라고 합니당.
청정 지역에서만 자라는 거라 귀한거라고 하네요 ㅎㅎ 채취할 때 부터 원래 젤리같은 점액질로 덮여있나봐요! 신기하네요 ~ ㅎㅎ
http://andofoods.com/?mode=f1 요 사이트에서 봤습니다 ㅋㅋ 영상도 있어요! 호기심 해결~?
아, 역시 로지나님은 일본 전문가!
저는 어설프게 검색했더니, 한국말로 준치라며 물고기라고 ㅋㅋㅋㅋㅋㅋㅋ
이쁘고, 신기하더라고요. 저거 한병에 수퍼에서 100엔. 싸죠?
방금 그 싸이트 가서 영상 봤는데,
사진처럼 강바닥에서 긁어 올리나 보군요.
저렇게 씻어먹는 군요.
게다가 익히기도 하는 거군요…
저는…그냥 병나발.
안죽었으니 됐죠 머 -_-;
호기심, 박멸! ^_^b
진정한 겨울왕국이라니 엘사가 마법을 부린것 같군요.ㅋㅋ
설경은 여전히 멋지도 눈을 호사롭게 합니다
근데 그 설경 속의 노천 온천탕에 몸을 담그고 사케 한잔 한다면…크아…기분이 아주 좋을거 같습니다.ㅎ
물이 뜨거워서 사케 마시면 저는 그대로 물에 뜰지도…ㅋㅋ
그런데, 포스터 보면 할머니 할아버지들이 탕안에 둥그렇게 모여 앉아 사케를 들고 건배하고 있는 장면이 많더라고요. 정말 그렇게들 마시나봐요. 전 뜨거운 물에 앉아 있는 것 만으로도 충분히 어지럽던데. ^^
설경이 멋진곳이네요
저는 도쿄에 있는 오오에도 온천에 들어간적이 있었는데
남탕의 때밀이하시는 분들이 여자분들이더군요
팬티를 입은 상태지만 여자들에게 몸을 맡기는 일본사람들을 보고
신기하기도 하고 문화차이를 느끼기도 했습니다.
앗, 거기 저도 갔었는데, 문신있다고 제지 당했…ㅋㅋㅋ
일본에도 때밀이가 있군요! 게다가 여자! ^^;; 근데, 왜 한국까지 때밀이 관광오는 걸까요.ㅎㅎㅎ