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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랜만에 스위스에 돌아오니 느껴지는 한국과 다른점들

스위스인이 생각하는 스위스의 대표 산은 마태호른이다. 일명 토블레론 초콜릿 산

스위스에서 벌써 두 달 반이 흘렀다.
어찌나 정신 없게 매일 매일 돌아다니며 사진 찍고, 정보 긁어 모으느라 바빴던지 두 달 반이 이주처럼 흘러 버렸다. 가끔 스위스 소식도 실시간으로 전해보고 싶었지만 매일 저녁 피곤에 쩔어 기절하느라 실시간 포스팅은 언제나 저 멀리 구름 잡는 꿈. ^^ 그래도 일상을 기록하는 것이 습관이 되어 있던지라 간간히 남겨둔 메모들을 모아보니 그것도 몇 페이지나 된다. 언제나 남의 일기장 엿보는 일은 꿀잼 아니던가. 살짝쿵 공개하는 스위스댁 스위스 일기.
그 첫번째로 오랜만에 스위스로 돌아가니 느껴지는 ‘아. 내가 스위스에 있구나’ 싶었던 것들을 묶어 봤다.

스위스 뿐만 아니라 5월-6월엔 유럽 어딜 가도 흔히 볼 수 있는 유채밭. 하늘에서 보면 유럽 전체가 노란 체스판 같다

올해는 내게는 유채의 해 인가보다. 제주도에서 연초부터 실컷 보고, 다 질무렵 떠나왔더니, 스위스는 5월 초가 유채시즌의 시작이다. 맞다. 여기 봄이 한발 느리지. 
아, 스위스구나.

한국에서는 지하철 타면 전철 기둥이 아닌가 싶게 혼자 툭 튀어나왔던 오이군 키가 스위스에 오니 평범해진다.

런던 공항 거쳐 취리히로 왔는데 별로 해외에 온 느낌이 없다. 걍 동네 돌아다니는 기분. 나름 살던데라고 감이 떨어졌나보다. 근데, 내 키가 이상하게 10cm정도 줄어든 것 같네… 늘 워킹 전봇대 같았던 오이군은 그냥 평범한 사람으로 돌아왔다.
아, 스위스구나.

여기서는 돈 없으면 김치랑 밥이나 먹지가 아니라 ‘파스타나 먹지 뭐…’라고 한다.

공항에서 밥을 먹으려고 보니 볶음밥 한 그릇이 아시안 음식이라고 파스타 한 그릇보다 1.5배 비싸다.
아…스위스구나.

지금은 그나마 양호한 거라고. 오이군 학창시절엔 기차가 금연이 아니어서 등하교 열차는 마리화나 가스실 흡사했다고 한다. 스위스는 담배가 만16세 부터 합법이다보니…

 밥 먹고 집에 가려고 기차역으로 내려왔는데, 어떤 사람이 스쳐 지나가자 마리화나 냄새가 확~풍긴다. 공항엔 경찰도 많은데, 아무리 어설픈 불법이라지만 공항에서도 주저하지 않네…
헐…스위스구나.

산 위에는 6월에도 눈이 많이 남아 있다

스위스로 들어올 무렵 한국은 공기 속에 여름 냄새가 나면서 더운 날이 많아져서 아무 생각 없이 옷을 얇게 챙겨 왔더니 스위스는 다들 아직 겨울 점퍼를 입고 다닌다. 반팔 입고 온 어설픈 현지인 오이군과 그렇게 여름이 늦게 온다고 불만을 토로 했으면서 몇 년 만에 왔다고 감 떨어진 나만 싸늘한 초봄 날씨에 부끄러운 발꼬락을 샌들 안에서 꼼지락 거렸다. 우린 5월 초에 도착했는데, 그 전 주엔 무려 눈이 왔다고. (스위스도 4월에 눈 오는 건 드문 일. 알프스 산간지역 빼고) 5월인데, 춥다. 
끙…스위스구나.

이영차! 아무리 쭉 뻗어봐도 발이 안 닿는다. 알프스 산 꼭대기나 화장실 변기 위나 바닥이 안 닿기는 매한가지 >__<

기차벽에 머리를 쿵쿵 박으며 졸다 집에 와서 18시간의 긴긴 비행+2시간 기차여행으로 오래된 기계음이 나는 몸뚱이를 쉬려고 쉬는 방(restroom) 에 들어갔다. 아…그런데, 전혀 편안하게 쉬어지지가 않는다. 변기가 높아서 앉으면 바닥에 발이 잘 닿지 않았기 때문. 맞다…여기 사람들 키가 커서 변기도 높았었지.
하아…스위스구나.

바베큐 할 때 쓰는 알루미늄 호일도 우리나라 것 보다 두껍고, 화장실 화장지도 엄청 두껍다

쉬는 방이 도무지 편안하지가 않아서 대충하고 나가려고 화장지를 확~잡아 당겼는데, 화장지가 아니라 두꺼운 도화지를 당기는 느낌이 난다. 스위스는 화장지가 두껍다. 한국에서 평소 다섯쪽이 필요했다면 스위스에서는 세쪽이면 된다는. 습관적으로 확확 당기면 화장지를 하루에 한통씩 쓰는 수가 있다. 
앗! 스위스구나.

아침에 일어나 창문을 열었는데, 저쪽에 알프스 산맥이 뙇! 자기 전에 방 환기좀 시키려고 창문을 열었는데, 알프스 산맥이 뙇!
집으로 돌아오는 길목에 성이 보인다. 저게 웨딩홀이 아니고, 진짜 중세 시대부터 이어져 온 성이다. 아 외국 맞긴 맞구나

약간의 불면 증세가 있는 내가 장거리 비행의 파워로 간만에 퍼지게 자고 시차 때문에 꼭두새벽에 일어났다. 아침 공기를 마시려고 창문을 여니 저 멀리 알프스 산맥이 보이는 구나. 알프스는 사실 오스트리아와 이탈리아에 더 많이 포함되어 있는데, 이상하게 모두들 알프스 하면 스위스를 떠올린다.
어쨌든 아~ 스위스구나. 

도시마다 일주일에 한두번씩 장이 선다. 농산물도 싱싱하고 값도 싸서 좋은데, 낮 12시면 폐장. 저녁형 인간인 우리는 좀처럼 누리기 힘들다
시장에 가면 오이도 있고, 아줌마도 있고, 아저씨도 있고~ 아무리 군중 속에 있어도 내 눈엔 언제나 반짝 반짝 빛나는 당신 ^^

장을 좀 볼까 했더니 슈퍼마켓이 7에 전부 닫아 버린다. 
이런…스위스구나 -_-;;

카푸치노 시켰는데, 아이스크림 나온줄…ㅋ

커피가 세다. 카푸치노 마셨는데 손이 막 떨린다. 
으아…스위스구나.

피르스트에서 만난 여우. 턱을 다쳐있었다. 너무 가여워서 동물 구조대 같은 곳에 신고하고 싶었는데, 대체 이럴 땐 어디다 연락해야 하는거지? ㅠ_ㅠ

기차타고 가는데 꽃밭에 여우 한마리가 물끄러미 기차를 쳐다본다. 동네 방네 여우들이 참 많다.
와~ 스위스구나.

모르는 남자들이 건물 들어갈 때 마주치면 계속 문을 열어 준다. 엄머, 멋져라 ♡
헤헷, 스위스구나.

취재하는 두달 반 내내 혼밥. 아니 멀쩡한 내님 놔두고 이게 웬 날벼락. 근데, 밥먹는데, 왜 자꾸 말을 시키노. 밥풀 튀기게…

취재하느라 혼자 밥먹을 일이 많았는데 지나가다 눈 마주치는 사람들이 ‘맛있게 드세요.’ 라고 인사를 건넨다. 그럼 지나가기 전에 대답하느라 입에 밥든채로 웅얼웅얼 ‘오맙음미다.’
ㅇㅇ, 으위으우나.

뇨끼는 으깬 감자와 밀가루를 섞어 돌돌 굴려 만든다. 경단 비슷한 식감의 파스타류

점심에 뇨끼를 먹었는데 너무 짜서 속이 쓰리다. 
끄응…스위스구나

도시나 시골이나 대부분의 음식점과 카페에 테라스가 있어서 좋은데, 공기 좋은 곳에서 밥먹다 담배 냄새 맡으면 짜증이 확! -_-+

테라스나 노천 카페는 분위기는 좋은데 금연이 아니라 가끔 담배 냄새로 머리가 아프다.
으으. 스위스구나.

베른 연방의사당 앞 분수대의 물줄기를 잡으려고 컹컹 짖으면서 너무나 신나게 놀던 개 한마리

음식점에도, 호텔에도, 버스에도, 기차에도 심지어는 몇몇 박물관에도 개가 같이 들어온다. 그냥 주인따라 꼽사리껴 들어오는 눈치보이는 존재가 아니라 당당하게 반액 요금이나 어린이 요금을 적용받아 돈을 내고 들어온다. 스위스에서는 동물들이 진정한 ‘반려’동물 또는 가족으로서 인정받는 한 예다.
캬아~스위스구나!


산 정상에 올라갔는데, 안개가 껴서 아무것도 안보여…그래도 함께라면 다 좋지 않겠니? ^^

스위스에 살 때는 무뎌졌었던 소소한 컬쳐 쇼크들. 한국에 들어와 살다 다시 가 보니 다른 나라는 다른 나라구나 싶다. 오이군이 워낙 김치찌개 찾는 한국 아저씨가 되어 버려서 잊고 있었어. ㅋ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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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0 개의 댓글이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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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람처럼~

사진이 정말 엽서네요. 저는 스위스를 잠깐 여행했는데 호수와 설산이 정말 멋졌어요. 제가 본 건 몽블랑과 애비앙 호수라고 하던데… ^^

lainy

간만에 왔는데 전국일주 마치고? 고향?으로 돌아가셨군요 ㅋㅋ 천천히 역주행할게요!

청춘의 건강 블로그

정말 아름답습니다.

coco's diary

와우 정말 멋지네요.
33년 평생 못가본 스위스인데 토종감자님 블로그 통해서 사진으로라도 보게 됩니다. ㅎㅎ

oleander

저와 제 남편도 오랜만에 한국에 들어가는지라 요새 이런저런 생각에 빠지는데 오늘은 남편이 묻더군요. 우리 한국에 있을 때 아침식사로 뭐 먹었었냐고. ㅋㅋ 음.. 아마 커피와 삶은 고구마와 또는 삶은 계란 이었던 것 같다고. 독일 고구마와 계란보다 한국 고구마와 계란이 맛있다라는 걸 인정 진하게 했었던 기억이 팍팍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