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마헤] 허니문의 종결판 세이셸 렌터카 여행

7년만에 떠나는 정통 허니문

올해로 우리는 7년이 된 부부다. 그런데, 뜬금없이 무슨 허니문이냐고? 
7년 전, 결혼할 당시 비자 문제와 일, 학업 등등이 엮여 우리는 조금 서둘러 결혼을 했었다. 덕분에 여유롭게 신혼여행을 예약 할 겨를이 없었는데, 그래도 그냥 지나치기는 뭐해서, 아쉬운대로 바로 예약이 가능했던 땡처리 에어텔팩을 이용하기로 했다. 유럽에서 신혼여행지로 인기 있는 곳은 카리브해 주변이나 세이셸 등이었지만, 그런 곳은 한참 전에 미리 예약을 해야한다. 그래서 당시 스위스에 땡처리 여행으로 자주 등장하는 이집트, 모로코, 터키, 튀니지, 크로아티아 등이 물망에 올랐는데, 그 중 어릴적 부터 환상을 가지고 있던 이집트가 낙찰되었다. 당시 가격으로 4성급 리조트 2주 숙박에 아침, 저녁식사가 제공되고, 저가 항공사의 왕복 항공권이 포함된 가격이 세금 포함 인당 65만원 정도. 당시에도 믿을 수 없는 저렴한 가격에 감동했던 기억이 난다. 게다가 그때 배낭여행에 흠뻑 심취해 있을 때라, 호텔은 아무래도 좋다며 황량한 사막으로 신이 나서 날아 갔었다.

그러나 이 땡처리 팩에는 함정이 있었으니, 
호텔룸이 신혼부부에게 가혹하게도 트윈실이었던 것이다. 차선책으로 멀찌감치 떨어진 침대를 옮겨 붙여놨더니, 룸서비스 하시는 분들이 힘도 좋게 매일 아침 원위치로 돌려 놓으신다. -_-; 우리는 악착같이 매일 저녁 침대를 도로 옮겨 붙이며, 언젠가 우리도 꽃세례 받으며 진짜 신혼여행 한번 떠나보자고, 다짐을 했었다. 그리고 시간은 흘러 흘러 7년이 지나고…
이제 바로 그 복수(?)의 때가 왔다.

당시 신혼여행을 계획하며, 오이군이 들먹이는 바람에 나는 세이셸이라는 나라를 처음 알게 되었다. 그런데, 어쩌다보니 내가 작년부터 한국 세이셸 관광청 홍보대사로 활동을 하게 되었고, 그곳에서 리조트 숙박권 지원이 들어온게 아닌가? 그래. 이건 운명이다. 신혼여행 트윈실의 한을 풀라는 신의 계시. 그렇게 우리는 허니무너들의 천국, 세이셸로 떠났다.

남편은 신혼여행지로 직접 배달됩니다

그러나 맨날 보는 남편과 신혼여행같은 여행이 가능할까?
해결책은 이랬다. 마침, 여행을 떠나기 전, 남편이 한 달 넘게 스위스로 출장을 가 있게 되어서, 남편은 스위스에서 나는 한국에서 각자 출발해, 세이셸에서 바로 만나기로 한 것이다. 이러니 7년 넘게 같이 산 남편도 스을쩍 보고 싶고, 가는 길이 은근히 설레기도 하더라.
홀로 떠나는 신혼여행.
남편은 현지에서 조달합니다! ^^;

환승절차를 마치고, 아부다비에서 세이셸로 내려가는 구간은 에티하드 항공과 공동운행을 하고 있는 세이셸 항공이 맡았다. 기내에는 인어공주와 물고기들이 춤을 출 법한 음악이 경쾌하게 흘러나왔고, 승객들의 옷차림도 알록 달록 해변을 연상시켰다. 아, 드디어 세이셸로 가는 구나!

세이셸에 이번이 세번째라는 옆자리의 독일인 아저씨와 열심히 수다를 떨고 있는데, 승무원이 와서 아저씨에게 세이셸 항공사의 로열 멤버이신 미스터 감자 씨냐고 묻는다. 속으로 이 아저씨 나랑 성이 같네? 독일에도 그런 성이 있다는 것에 신기해 하며 쳐다 보고 있는데, 아저씨가 승무원을 멀뚱멀뚱 쳐다보며 아리송해 하신다. 음…그럼 그렇지. 미스터 감자가 아니라 미세스 감자를 찾나보다. 근데, 웬 로얄 멤버? 승무원은 내게 그럼 미스 감자냐고 물었고 (아싸, 미스 >_< ), 맞다고 하자 로얄 멤버에게 특별히 제공되는 웰커밍 샴페인을 한잔 건네주었다. 내가 언제 로얄 멤버가 되었을까 한참 생각해 보았는데, 아마도 인터넷 회원가입을 해서 그런 것 같다. 세이셸 국내선 하나를 예약했는데, 아마도 그 덕분에 한방에 로얄 멤버가 된 듯. 혹시 세이셸 항공사를 이용할 일이 있으시다면, 스타얼라이언스도 스카이팀도 아니지만, 홈페이지에서 회원가입을 해보시기를. 여행길에 기분좋은 샴페인 한잔을 받을 수 있다. ^^;

세이셸 그리고 한여름 날의 산타

공항에 내려서자 후덥지근한 바람이 후욱 불어왔다. 껴 입고 있던 옷을 정신 없이 벗어 던지고, 입국 절차를 밟아, 가방 찾아서 완전히 밖으로 나오는데 까지 17분. 국제공항이라는 이름이 무색하게 작은 공항이다. 세이셸은 독립이후 92년 냉전이 종식되기까지 사회주의체계를 따라 왔으므로 크게 자본주의식 도시화가 진행되지 않았다고 한다. 덕분에 예전 모습을 많이 간직하고 있어 요즘은 에코 관광지라 선전하지만, 처음부터 의도한 바는 아니었다고. ^^ 어쨌든 어느나라를 가나 획일화 되어 있는 현대 도시의 모습이 아닌, 소박하고, 이국적인 모습이 인상적이었다.

그나저나 나보다 3시간 전에 도착해서 기다리고 있을 우리 남편은 어디? 로밍도 안해왔는데, 못찾으면, 정말 혼자 신혼여행 할 판.

그때 저 멀리에 때 아닌 산타 모자가 보인다. 
늘 오랜만에 만날 때면 산타 모자를 쓰고, 기다리기 때문에 추억이 물씬 밀려 왔다. ^^

감격의 재회를 격하게, 그러나 덥고 습한 열대기후에 땀이 비오듯 쏟아졌으므로 되도록 서로 멀찌감치 서서, 원격으로 마친 후, 공항 주변을 둘러 보았다. 아쉽게도 날이 좀 흐렸는데, 특유의 화강암으로 된 산과 야자나무, 예쁜 목소리의 알록 달록한 새들이 우리를 반겨주고 있어, 그저 모든게 신기하고 행복했다.

베스트 드라이버 가슴 졸인 이야기

세이셸은 115개의 작은 섬들로 이루어져 있는데, 이곳에 휴가를 왔다는 오바마 대통령 일가나, 베컴 부부, 윌리엄 왕자 부부 등은 섬 전체가 프라이빗 리조트인 작은 섬들로 여행을 갔겠지만, 파파라치가 두려울 일 없는 우리들은 10일동안 세이셸의 주요 3섬, 마헤, 프랄린, 라 디그를 돌아보기로 했다.

국제 공항과 수도 빅토리아가 있는 마헤섬(영어 : 마헤,  불어, 크레올어 : 마에 라고 발음)이 가장 큰 섬인데, 그 크기는 겨우 거제도의 절반 정도인 115㎢. 도로만 잘 닦여 있다면, 반나절에 섬을 돌아보고 남겠다며, 이곳에 머무르는 2박 3일동안은 차를 렌트하로 했다. 그러나, 공항에서부터 예약해 놓은 차를 픽업하는데 문제가 생겼다. 예약해 놓은 차는 자동인데, 회사에서 수동을 줬고, 나보다 먼저 도착해서 차를 픽업한 오이군은 내가 자동을 예약해 놓았다는 사실을 몰랐다. 도착해보니 오이군이 다 부서져가는 고물 수동차를 가지고 있기에, 하루에 10유로나 더 비싸게 주고 예약했던 자동을 다시 받아와야 한다며, 렌트카 데스크로 갔다. 직원이 예약 서류를 찬찬히 확인하고, 한참만에 마지못해 자동으로 바꿔주기는 했는데, 이미 오이군이 수동에 만땅으로 채워 넣었던 기름값은 환불받지 못했다. 내참. 서류에 자동이라고 떡 써있는데, 왜 내가 무슨 서비스 업그레이드 요청한 것 마냥 망설인담. 회사쪽 착오로 잘못된 차를 줬는데, 기름값은 절대 환불 못해준다는 방침도 이해가 안갔지만 여행 와서 얼굴 붉히기 귀찮아서 5만원은 날리기로 했다. 그나마 자동은 덜 부서져 간다는 것에 위안을 삼으며, 진짜 여행, 시작~ 
참, 세이셸도 영국처럼 왼쪽으로 운전한다.

도로 폭이 매우 좁다

세이셸에 도착해서 조금 적응이 안되었던 것은 공항직원이나 매점, 렌트카 직원들이 모두 별로 미소 짓지 않는다는 것이었다. 사회주의의 잔재인지, 이곳 사람들 성향인지는 모르겠지만, 그 어느 누구도 친절하려고 딱히 애쓰지 않는다. 가게에 들어서도 인사를 하는 법이 없고, 우리가 먼저 인사를 해도 받는둥 마는둥. 그렇다고, 사람들이 불친절한 것은 또 아니다. 일단 말을 걸면, 모두 편하게 성의껏 대답을 해준다. 그냥 서비스업에 대한 개념이 우리와는 전혀 다른 것 같다.

메인도로가 이렇게 좁은데, 그 와중에 앞에 트럭은 갑자기 중앙선을 넘더니 임시 주차중

복잡하게 받은 렌트카를 몰고, 아름다운 세이셸 물빛에 넋을 일으며, 룰루 랄라 숙소로 향하는데, 여기에 진짜 난관이 기다리고 있었다. 바로 세이셸의 도로 사정. 공항에서 수도인 빅토리아까지는 시원하게 잘 닦인 도로가 멋드러진 야자 가로수 사이로 뻗어 있으나, 딱 거기 까지 였다. 빅토리아를 벗어나는 순간 메인도로가 양방향 각 1차선으로 바뀌는데, 그 폭이 엄청 좁다. 그렇다고, 갓길로 붙을 수도 없는게, 빗물빠지라고, 도랑을 깊게 파놓아서, 자칫하다가는 바퀴가 빠질 기새. 도랑이 없는 곳에는 주차를 해 놓는 것이 흔히 있는 일이며, 전속력으로 달리다 중앙선 침범은 미덕인듯 했다. 

게다가 이렇게 길 옆에서 방금 잡은 생선을 파는 간이 상점이 서기도 한다. 이 모든 것이 골목길이 아닌 메인 도로라는 사실. 
어째 이거 시작부터 파란만장한 것이 이번 여행, 기대하던 로맨틱 신혼여행이 될 수 있을까?

세이셸에서 운전은 잘하지 않아도 괜찮아요, 느긋한 마음이 포인트


COPYRIGHTS



관련글


0 0 투표
별점을 남겨주세요
알림신청
알림종류
guest
14 개의 댓글이 있습니다
최신글
오래된 글 투표를 가장 많이 받은 글
미니 코멘트
댓글 모두보기
익명

비밀댓글입니다.

비키니짐

아!~ 어찌하다가 블로그에 방문하게 되었네요. 글을 보고 있지나…
여행가고 싶어집니다. ㅎㅎ 사진도 너무 멋지구요. 잘 보고갑니다. 자주 와서
여행에 대한 정보나, 여러가지들 봐야겠어요^^ ㅋ 즐거운 하루 되세요^^

하루10분

결혼 축하드립니다??!!

무념이

크아~ 기대되네요~ 세이셸 여행기~!!!

로지나 Rosinha

아… 본격적으로 시작하기 전에 끝나버렸어…! 아쉬워요 ㅋㅋㅋ 더 들려주세요. 어서…. ㅠㅠ
오랜만에 공항에서 재회하며 반갑고 설렜을 그 마음, 괜히 감정이입 하게 되네요. 제가 다 설렌~ ^^

그나저나 저 어젯밤 꿈에 감자님 + 오이군이 함께 등장했어요… 뭔가 커플 모임 같은 분위기였는데, (저도 제 남친과 참석 ㅎㅎ)
감자님과 먼저 반갑게 포옹하며 인사를 나누고 (우리 오랜만에 만난듯) 오이군과 악수하며 막 “드디어 실물로 뵙네요~!” 하고
(꿈 속이라 왠지 더 유창한) 영어로 대화를 나누는 장면이 생생히 기억에 남네요 ㅋㅋ

신난제이유

아이 두근두근해. 아이 잼나. 특히 오랜만에 만날 땐 산타모자를 쓰고 오는 오이님은 넘 로맨틱하잖아요;ㅁ; 헤헷.
다음 편도 잔뜩 기대하고 있을게요. 어여어여 올려줘요…..라고 하지만, 이 글 쓴다고 수고하셨을 것이 눈에 보이는…;ㅁ;
참. 제겐 없는 밀어주기 기능도 넘 부럽. 근데 밀어 드리고 싶은데 이건 핸드폰 소액결제로 되는 기능인 것인가. 한번 봐야겠..

소이나는

우와 뭔 섬이 115개나… ㄷㄷ
하루에 섬 하나에 머물러도 백여일이 지나버리겠네요 ^^;;
왠지 오바마보다 베컴이 어느 섬에서 지냈을지 궁금해요 ㅋ
산타도 머물은 섬이니 정말 근사한 곳이네요 ㅎㅎ