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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홀] 육상투어① 바클라욘 성당, 혈맹기념비

신기한 것들이 가득한 보홀섬의 볼거리

필리핀의 보홀섬이 그 어느 곳보다 매력 있는 이유는 세계적인 다이빙 포인트 발리카삭을 중심으로 수려한 바닷속 경관을 갖고 있는데다가 내륙에도 그 어디에서도 볼 수 없는 신기한 볼거리가 풍부하기 때문이다.

세계 어디서도 볼 수 없는 보홀섬만의 신기한 지형, 초컬릿 힐. 초대형 텔레토비 동산이 생각난다

어제는 하루 종일 바다속과 해변에서 시간을 보냈으니 오늘은 육지의 볼거리들을 둘러보며 시간을 보내기로 했다. 보홀섬엔 툭툭 택시 이외의 대중교통은 기대하기 어려우므로 보통 내륙 여행에는 렌트카나 일일 관광을 이용한다. 우리는 그냥 맘 편하게 일일투어를 이용하기로 했는데, 이것이 또 다른 곳에서 흔히 느껴볼 수 없는 호사를 누리게 해 주었다. 무슨 소린고 하니 일일투어가 무조건 우리 일행만 함께 여행하는 프라이빗 투어였던 것이다. 가격은 운전사겸 가이드 포함해서 2인기준 하루 약 7만 5천원 선. 인원이 늘어날 수록 인당 부담이 줄어드는 방식이다. 보통 동남아 일일 투어들이 하루에 1인당 십만원을 호가하는데, 여긴 둘이 합쳐 7만 5천원 내고 아침 9시 부터 저녁 5시까지 개인 운전사를 둔 채 이곳 저곳을 돌아다닐 수 있었다. 프라이빗 가이드 투어라니, 갑자기 막 내가 갑부가 된 기분. ^^; 

우리는 인터넷을 통해 현지 회사에 직접 예약했는데, 한국 여행사들도 약간의 수수료를 받고 예약을 대행해 주는 모양이다. 그러나 어차피 가이드겸 운전사들은 한국인이 아니므로 그냥 저렴하게 현지 여행사에 예약해 보는 것도 좋을 것 같다. 우리는 8시간동안 총 8곳의 장소에 들렀다.
(2024년 확인한 바로는 저희가 이용했던 투어사는 없어진 모양입니다. 다양한 현지 투어사가 있던데, 한국 회사보다 약간 저렴한 편입니다.)



내륙으로 가는 길목에 위치하고 있어 보홀에 오면 한번쯤은 꼭 들러보는 코스다. 우리에게는 큰 의미가 없으나 보홀섬 사람들에게는 역사적인 장소로, 오래전 스페인 정복자와 보홀섬 족장이 처음으로 동맹조약을 맺은 곳이라고 한다. 

포르투갈의 마젤란이 지구가 둥글다는 것을 증명하며 아시아로 가는 항로를 뚫어 놓았으나 그는 결국 세부 막탄에서 원주민들에 의해 마지막을 맞이하고 만다. 그 후에 포르투갈과 향신료 무역 경쟁을 벌이고 있던 스페인도 아시아로 진출했다가 보홀섬에 도착하게 되는데, 처음에 원주민들은 그다지 호의적이지 않았다. 그 전에 이미 포르투갈 함대가 주민 천명을 노예로 끌고 갔기 때문. 따라서 스페인 정복자는 그들이 포르투갈 사람과 다르다는 것을 열심히 어필했고, 설득에 성공해 원주민의 호의를 얻어냈다고 한다. 그 기념으로 이 자리에서 원주민의 방식대로 서로의 피가 든 와인잔을 바꿔 마심으로써 형제애를 다졌다. 이것을 필리핀어로 산두고 즉 혈맹이라 부르며 이 자리에 기념비를 세웠다. 이것이 필리핀의 첫번째 스페인과의 동맹이었으며 아직도 이를 기념하는 의식을 행한다고 한다.

그런데 그들에게는 이런 큰 의미가 있어 이 자리가 감동을 주는지는 몰라도 우리에게는 으잉? 하게 만드는 곳이었다. 도로 변에 있는데, 정말 이 동상 말고는 볼 것이 없었던 것이다. 그런데도 사람들이 북적북적해서 사진 찍기는 치열하고. 이게 뭐라고 이렇게 까지…

차라리 그 뒤로 펼쳐지는 풍경이 더욱 감동이면 감동이랄까. 이때는 3월 말로 필리핀의 건기였는데, 정말이지 날씨가 환상적이어서 바닷빛깔이 숨이 막히도록 아름다웠다.
혈맹기념비는 외국인에게는 큰 의미를 부여하지 못하므로 섬 투어중에 시간이 부족하다면 그냥 지나쳐 가도 무방할 것 같다.



기념비에서 그리 멀지 않은 곳에는 보홀섬에서 가장 오래된 성당이 자리하고 있다. 
필리핀은 국민의 80%이상이 카톨릭인, 아시아 유일의 카톨릭 국가. 꽤나 독실한 편이라고 들었는데, 우리가 도착한 첫날이 부활절 하루 전날이라 이곳 저곳이 예수의 시신을 들고 그를 따르는 촛불행렬로 가득했다.  

보홀섬에도 몇몇 오래된 성당들이 자리잡고 있는데, 그 중 바클라욘 성당은 400년이 훌쩍 넘은 성당이다.
4백년이라는 시간보다 훨씬 더 오래된 느낌의 소박한 교회 건물을 두리번 거리며 입장했는데, 입구에서 직원이 우리를 붙잡는다. 이때 민소매 원피스를 입고 있었는데, 성당에 들어가려면 어깨를 가리는 옷과 무릎을 덮는 옷이 필요하다는 게 그 이유. 그래서 직원이 보자기로 어깨와 다리를 감싸주는데, 뭐 여기까지는 좋다. 문제는 그게 여자에만 해당된다는 것. 오이군을 포함한 많은 남자 여행객들이 반바지에 슬리퍼를 찍찍 끌고 나타났는데, 한마디의 언급도 없었던 것이다. 뭐 사실 나는 아무 생각 없이 성스러운 곳이니까 하며 시키는 대로 둘러 입고 있었는데, 문제점을 지적한 건 오이군이었다. 성당이나 무슬림 사원들의 이런 남녀차별적인 방침은 바꿔야 한다며 분개.

흥분한 오이군을 달래서 안으로 들어왔다. 그렇게 온몸을 감싸 놓으니 나도 모르게 행동이 조신해 진다. 옷차림이 행동을 바꾼다는 말을 들은 적이 있는데, 어느 정도는 맞는 듯. ^^;
이 교회는 다른 곳에서 보던 성당들과는 그 느낌이 전혀 달랐다. 4백년이란 시간 동안 벽을 한번도 보수하거나 청소 하지 않은 듯 이끼가 잔뜩 끼어있었고, 굉장히 열악한 시설에 어두운 분위기, 허름한 조각상과 물건들로 내부가 채워져 있었다. 이렇게 관광객이 많이 찾는데, 다른 곳들보다 부유할 법도 하건만 뭔가 엄청나게 소박해서 살짝 놀랄 수 밖에 없었다.

뭔가 핍박을 피해서 지하로 숨어든 교회 같은 느낌이 들었다

한때는 화려했을 교단이 세월이 흔적을 고스란히 안고 있었다. 신이 교회의 화려함을 보고 오시지는 않을 테니 유럽의 교회들처럼 과하게 삐까뻔쩍 꾸며 놓을 필요는 없겠지만…

사람들이 이끼를 손으로 긁어 낙서도 해 놓고 갈 정도

벽에 이끼가 잔뜩 껴 있다고 더 좋아하실 것 같지도 않은데, 청소 정도는 해도 되지 않나? 게다가 그렇게 유구한 역사를 가진 오래된 교회라면 더더욱 말이다. 청소를 한다는 것은 사랑과 정성을 표시하는 거라 신도 좋아하실 것 같은데…
나에게 이 교회는 구석구석 보기만 해도 근질근질한 청소상태가 심히 거슬리는 곳이었다.

더운 날씨지만 내부는 시원해서 딱히 에어콘은 필요 없을 것 같다. 오래전엔 촛대를 놓았을 법한 벽에 지금은 선풍기가 놓여 있다.
어딘지 롤플레잉 게임의 던전같이 음울한 분위기의 벽에 난 소박한 스테인드 글래스 창. 그리로 비춰드는 햇살이 너무나 화창해서 상대적으로 내부가 더 음침한 느낌이 들었다. 디아블로의 끝판왕이 제단을 부수고 나타날 것 같은 느낌…

그래도 생생한 생화로 정성스레 장식을 해 놓은 걸 보면 누군가는 관리를 하긴 하는 모양인데…그냥 국민성이 다른건가? 교회를 청소를 하면 신성함이 떨어진다거나 하는 무언가가 있을 거라며 애써 이유를 찾아 보았다.

교단 왼쪽으로는 분리되어 잠겨있는 곳이 있는데, 뱁티스트리라고 쓴 것을 보니 아마 세례를 주는 곳인 듯하다. 근데, 저리 찍어 놓으니 웬지 철장안에 갇힌 듯한 분위기.

교회 입구쪽 복도 천정은 나무로 되어 있는데, 수많은 제비들이 보금자리로 사용하고 있었다
교회 입구에 무료로 물을 마실 수 있는 급수기가 있다. 한국 여행사에서 비치해 둔 듯 ^^;

교회 건물은 죽은 산호들이 퇴적되어 생선된 산호석으로 지어져서 흰빛을 띄고 있다. 대신 벽돌 표면에 구멍이 송송 뚤려 있다보니 세월이 지나면 먼지 등으로 검은 색이 된다. 특히 왼쪽의 종탑과 건물 돌출부에는 화재로 인해 그을음이 생겼는데, 그 돌출부 그을음 모양이 예수님의 얼굴처럼 보여서 이곳이 더 유명해 졌다고 한다.

(아쉽게도 현재 저 종탑은 우리가 갔던날로부터 약 7개월 뒤인 2013년 10월 대지진으로 무너져서 보수공사 중에 있다고 한다.)

낡은 벽의 표면이 예수님의 모습을 닮아 유명해진 교회 벽, 눈과 코, 턱수염이 보이는 듯도…

2층은 작은 박물관으로 꾸며져 있는데, 사진촬영은 허용되지 않는다. 교회 자체는 무료로 입장 가능하나 2층 박물관은 1인당 25페소, 즉 한화로 약 600원의 입장료가 있다. 교회 규모가 그리 크지 않아서 전체를 둘러보는데 그리 오래 걸리지 않으니 부담없이 들러볼 만 하다.

보홀섬 육상 투어 이야기 2부에서 이어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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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 개의 댓글이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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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판쟁이

세월의 흔적, 유구한 역사 다 좋은데 말씀하신대로 이끼는 좀 닦아야하겠네요. ㅋㅋ
전 기관지가 안 좋아서 요거 들어가면 바로 콜록콜록 할 것 같아요. ㅋㅋ

garam_林

서울은 날씨가 흐려 그런지 푸른 보홀섬의 하늘과 바다가 더욱 아름다워 보이네요.
이끼가 낀 교회 건축물의 모습이 으스스하면서도 독특하군요.
근데 전 아무리 벽을 봐도 예수님 모습을 찾을 수 없으니 어찌된 일일까요?ㅎㅎ

루비™

보자기 패션 멋진데요?
색감도 화려하고…..
이런 것도 여행에서의 추억이 될거 같아요.
그런데….
몸을 가리는 것은 여자만 해야 한다니….그건 좀 황당하네요.

까칠양파

왜 저는 무섭게 느껴지는 걸까요?
무서워서 못보고 있는 영화, 알포인트가 생각나요.
영화 속 분위기와 여기가 많이 비슷한 거 같아서 그런가봐요.ㅎㅎ

더운 곳이니, 생수는 참 고마운데, 성당 분위기와 너무 어울리지 않게 티타임이네요.
이거 웃으면 안되는 곳인데, 저걸 보면 웃음이 날 거 같아요.

워크뷰

우리나라의 미니커피자판기가 여기까지 ^^
커피 한잔 하고 싶어집니다^^

무념이

다음에는 보홀도 꼭 가보고 싶어요~ ㅎㅎㅎ

딸기향기

필리핀은 가 본 적이 없는데 사진 보니 너무 가고 싶네요! 신기한 자연풍경도 그렇고 문화적인 부분도 그렇고요!

ohrocky

필리핀여행에서 만나는 볼거리들이군요.
보홀섬 주요관광지를 둘러보고 자투리 시간에 여유있게 둘러보면 좋을듯하네요..
놀라운 사실은 필리핀의 물가가 저렴하기에 더없이 좋은듯해요~

교회벽에 예수님형상으로 보이는 검으칙칙한 그을림이 사람을 불러 모으는군요~~

lifephobia

오래된 성당이라 의미 있을텐데, 내부 모습이 많이 아쉽네요.
비용이 많이 들기 때문에 어쩔 수 없었을지도 모르겠지만,
아.. 그래도.. 하는 마음이 듭니다.

지진으로 무너졌다고 하는 탑은
보기에는 하단이 넓어서 튼튼해 보이는데, 이마저도 안타깝네요. ㅠ_ㅜ

Deborah

옛 건축물을 통해서 그 당시의 시대적 흐름을 알려주는 건축 양식등이 아직도 남아 있어 우리에게는 좋은 역사 교육의 현장이 되겠네요. 멋진 글과 더불어 사진 또한 보는 재미를 더해줍니다. 아름다운 여인이 바로 감자님이시군요. ^^ 행복한 미소 오래도록 간직 하세요. 참..샌들 넘 예쁘군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