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방님 기다리며 필리핀에서 망부석 될 뻔하다
한밤중의 바닷속은 어떤 모습일까
화려한 발리카삭 바닷속의 모습에 흥분하고 감동하느라 은근 피곤했던지, 알로나 비치로 돌아오는 배안에서 나도 모르게 잠이 들었다. 갑판 위에 누워 푸른 하늘과 화창한 햇살을 바라보고 있다고 생각했는데, 누군가 흔들어서 정신을 차려보니, 나는 세상모르고 잠이 들었고, 배는 알로나 비치에 정박해 있다.
그러나 우리의 아니, 오이군의 모험은 이걸로 끝이 아니다. 이곳의 밤바다 속도 궁금하다며 다이빙 센터에서 해가 지길 기다리고 있다.
나이트 다이빙이라고…? 으아…
나는 인터넷에서 나이트 다이빙 영상들을 볼 때마다 뱃속이 허해지며 은근한 공포감이 몰려 온다. 내가 가끔 꾸는 꿈이 떠오르기 때문이다. 나는 어디가 위인지 아래인지 모르는 컴컴한 공간에 둥둥 떠 있는데, 주변이 물인 것 같다. 태아 때의 기억이라고 추측해 보지만, 포근한 엄마품이라기 보다는 뭔가 심해 어딘가에 홀로 남겨진 듯 무섭고, 막막한 느낌이 든다. 나는 계속 어둠속을 홀로 유영하다 헉 소리를 내며 깨어난다.
이 꿈을 가끔가다 잊어버릴만 하면 한번씩 꾸는데, 야간 다이빙 영상을 보고 있으면 바로 그 꿈이 떠오른다. 때문에 나는 절대로, 절대로 밤중에 컴컴한 물 속으로 뛰어 들 생각은 없다고 선언했기 때문에 오이군 혼자 다른 사람들과 그룹을 지어 야간 다이빙을 하기로 했다. (그러나 결국 나도 세이셸에서 어드벤스트 다이빙 자격증을 딸 때 야간다이빙을 하고 말았다. 완전 쪼그라 들어서 들어갔는데, 생각보다 잘 보이고, 신기한게 많아서 할만 하더라는…^^;)
두번의 다이빙과 보트 여행으로 약간 피곤했기 때문에 해변을 돌아다니는 대신 다이빙 센터 앞에 앉아 휴식을 취하고 있었는데, 5시 반쯤 해가 지기 시작하자 출동 사인이 떨어졌다. 오이군은 시크릿 에이전트 같이 비장하게 바다로 향했는데, 엉덩이에 원숭이처럼 모래가 묻어 있어서 뒷모습은 그렇게 진지하지 않았다는…^^;;
은은한 노을이 지는 바다로 작은 모터 보트를 타고 오이군이 손을 흔들며 떠났다.
으흑, 자기야, 무사히 돌아와야 해!
오이군이 없는 동안 나는 혼자 노을이 지는 알로나 해변을 산책했다. 해변이 동남쪽을 향하고 있었기 때문에 지는 해가 보이지는 않지만, 은은한 핑크빛으로 물드는 바다가 꽤나 낭만적이다. 날이 밤에도 따뜻했고, 수온은 기온보다 천천히 떨어지기 때문에 저녁 늦게까지 수영을 하는 사람들을 볼 수 있었다. 나도 혼자 낭만을 팔며 발에 물을 적시고 걸어 다녔는데, 곳곳에 붉은색 작은 해파리들이 둥둥 떠다니는 것이 아닌가. 흐미, 잠시 한눈 팔다 쏘이기라도 하면, 서방님도 없는데 혼자 따갑고 서럽겠다, 얼른 나가야지. 근데, 생명을 위협하는 해파리는 아닌지라 남들은 별로 개의치 않는 모양이다.
혼자 심심해서 현금이 부족한 지갑도 채울 겸(관광지 임에도 카드가 통하지 않는 곳이 많이 있었다), 알로나 해변 근처 마을 나들이에 나섰다. ATM을 찾아 다녔는데, 마을에 딱 하나 있는 환전소는 이미 문을 닫았고, ATM은 웬지는 모르겠지만, 내가 가지고 있는 신용카드가 통하질 않았다. 결국 다시 숙소로 돌아가서 다른 카드를 찾아 ATM에 다녀오고, 오는 길에 망고스틴이랑 코코넛을 샀더니 이미 한시간이 훌쩍 넘었네. 어맛, 서방님 오실 시간이다.
다시 다이빙 센터가 있는 알로나 해변 중심으로 되돌아 갔다. 저녁이 되자 레스토랑들이 은은한 불을 켜고, 곳곳에서 라이브 음악이 흘러나오는 등 분위기가 한층 더 로맨틱해 졌다.
음식점들에서 모래사장 아래까지 테이블을 놓고, 서빙을 하기 때문에 파도소리를 코앞에서 들으며 식사를 할 수 있다. 저녁은 여기서 먹어야 겠다. 근데, 두시간이 다 되어 가는데, 어째서 돌아오질 않는거지? 보통 일반 공기통 하나를 다 쓰는데, 깊이에 따라 35-50분쯤 걸리기 때문에 한시간 반이면 돌아올 줄 알았건만 아직도 감감 무소식이다. 물론 다이빙하다 전화할 일은 없겠지만 그래도 어두운 바다에 나가 돌아오질 않으니 은근 걱정이 된다. 아, 남편을 원양어선 태워보낸 아내의 심정이 이럴까?
영감, 고기 큰거 안잡아도 되니께 무사히 돌아오기만 하소!
혼자 상상을 나래를 펼치며 걱정하고 있는데, 비밀작전에 투입됐던 요원같은 모습으로 오이군이 늠름하게 되돌아 왔다. 남들 우아하게 밥먹는 테이블 사이로 과감하게 물을 뚝뚝 흘리면서…
다음은 그가 가져온 고프로 영상.
고요한 밤바다를 바라볼 때 무의식중에 지금은 바닷속도 모두가 휴식을 취하겠구나 하고 생각하는데, 사실 밤은 야행성 생물들이 활기차게 일하는 시간이다. 특히 이곳엔 초대형 게들이 많았다고 하는데, 활기찬 밤 바다 속 모습, 감상해 보시길.
실제로 야간 다이빙을 하면 이것보다 주변이 환하게 보이고, 사물도 정확하게 보이는데, 플래쉬 라이트의 불빛을 비디오 카메라가 제대로 잡아내기는 조금 힘든 듯 하다. 영상만 보면 이거 무서워서 어떻게 하나 싶겠지만, 직접 해보고 나니 ‘아, 할만하니까 하는 거구나.’ 하고 느끼게 되더라. 가끔 컴컴한데, 발 밑으로 작은 상어가 스윽 지나가서 식겁 놀라기도 하지만…^^;
밤도 낮도 아름다운 보홀
2013.03.30
얼마전 토감수오 처음 알고 비밀글로 방명록 남겼던 1인입니다. ㅎㅎ 기억하실런지~
방명록 남기고 나서 메일로 구독해서 보고 있어요 ㅎㅎ 오늘은 무쓰미나토 역앞 어시장을 다 읽고 결국 제 관심사인 스노쿨 글을 보고 있네요 ㅎㅎㅎ
나이트 다이빙은 한번도 안해봤는데 영상 보는 내내 ‘화면 좀만 더 밝아라~~! ㅜ.ㅜ’ 이러고 있었네요 ㅎㅎㅎ 오늘도 좋은 글 재밌게 읽고갑니다!
안녕하세요. 그럼요, 당연히 기억하지요 ^^
스노클링을 좋아하시는군요. 저도 물놀이 너무 좋아합니다. 처음 물에 들어가면 은근한 공포감이 몰려오는데, 스노클링도 다이빙도 하다보면 재밌어서 나가기가 싫어요 ㅎㅎ
야간 다이빙 촬영을 제대로 하려면 밝으면서 빛이 골고루 퍼지는 조명이 필요한데, 다이빙 샵에서 빌려준 렌턴으로는 영상에선 제대로 보이지가 않더라고요. 그러나 실제로 보면 저것보다 시야가 넓고, 이것 저것 잘 보이더군요. 그래도 뭐 전 야광플랑크톤 있는거 아니고서야 밤에 들어갈 필요를 못느끼지만, 남편은 좋다네요. ㅋㅋ
다음에 기회가 되면 한번쯤은 해보세요. 굉장히 독특한 느낌이랍니다.^^
아… 야간다이빙도 좋지만 마지막에 감자님 웃는 모습이 정말 사랑스러워요~ @.@
과부 안된게 너무 다행스러워서 헤벌레…^^;;;
오… 오이군은 거의 개선장군의 포스로 돌아오시는 듯…ㅎ
엄청난 해전?을 치르고 돌아온 듯한 느낌이네요. 물을 뚝뚝..흘리면서ㅎ
저는 낮의 바다도 가끔은 무섭게 느껴지는 편이라… 야간 다이빙은 꿈도 못 꿀것 같아요
혼자 이리저리 허우적 거리다가 빨리 나가려고 용쓰고 있을 듯..^^
그죠? 근 7년만에 하는 야간 다이빙이라 재밌었다더라고요. ^^
야간 다이빙은 생각보다 할만해요. 의외로 겁이 무지 많은 저도 했으니 방쌤님도 분명히 하실 수 있을겁니다~
와 동영상에서 보니까 조금 무서운것 같은데 괜찮으셨어요?~~
야간 다이빙 매력적일듯 해요~
저도 기회가되면 해보고 싶어요^^
좋은 꿈 꾸세용~~~
이때는 저는 안했으니까 괜찮았죠. ㅋㅋ
오이군은 보시다 시피 너무 행복해 하면서 나오고 있어요. 재밌었대요 ^^
대만도 다이빙이 괜찮은 것 같던데, 한번 해 보시면 좋겠네요.
후기 기대할꼐요~ㅎㅎ
흐흣 오이군의 모델력(?)이 나날이 빛나는 기분 ㅎㅎ 멋져요 멋져!! 저도 요즘 너무너무 여행가고 싶은데, 모종의 이유로 여권에 문제가 있어서 갈 수가 없.. ㅠㅠ 간만에 감자님 블로그로 대리만족 해야겠음다.. ㅎㅎ 그나저나 우수블로그 선정 축하드려요 <3 오히려 늦은 감이 있네요! 진작에 됐어야.. ㅎㅎ
궁금함다. 여권이 왜요? 로지나님 군대 가세요? ㅋㅋㅋ
축하 감사합니다. ㅎㅎ 성격이 지긋하질 못해서 워드프레스에서 네이버로, 다음으로 토낌뜀 뛰다 드디어 티스토리에 정착한 것 같아요. 이렇게 우수블로그도 시켜주시니 이제 선뜻 못 옮길 듯. ㅋㅋㅋ
비밀댓글입니다.
와….저런 세상이 또 있었네요…. 저도 선뜻 못 나설것 같은데, 대단하셔요
글게 저도 자격증 때문에 강요(?)당하지 않았다면 안했을거예요.
근데, 해 보니 뭐 그렇게 대단히 무서울 일은 없더라고요. 만약 상어가 나온다면 낮이나 밤이나 딱히 대책없는 건 매한가지 ^^;;
아 재밌겠어요ㅜㅜ모터보트도 타보고싶고.. 언제 가볼런지 ㅋㅋ
언젠가 확 마음을 다잡으시고, 가자! 하고 가시면 됩니다. ㅎㅎㅎ
아~ 그냥 다이빙도 오래되었지만 나이트 다이빙은 대체 언제한건지 기억도 안나네요~ ㅋㅋㅋ
세부 여행을 계획중이긴 하지만 아이와 함께라 이동을 줄일려고 보홀은 좀 미뤄뒀는데 아~ 고민되네요~
앗, 드디어 아이들과 해외여행 가시는군요!
와, 여지껏과는 또 다른 분위기의 여행이 되겠군요. ^^
보홀섬 생각보다 볼 게 많아서 저는 보홀섬만 가던지, 세부만 가던지 하는게 좋은 것 같아요. 괜히 욕심내서 두 곳 다 본다고, 힘들게 돌아다니면, 재밌기 보다는 힘들었다는 기억만 남아서 다음에 아이들이 안따라 가려고 할 것 같아요. ㅋㅋㅋ
보홀 이야기 마저 올릴테니 보시고 결정하세용. ㅋㅋ
글 읽으면서 걱정했는데~ 늠름하게 돌아오는
오이님의 사진을 보고 안심이 되었습니다.
동영상 마지막에 환하게 웃으시는 감자님 모습에서
방가움이 느껴집니다.ㅎㅎ
야간 다이빙도 매력적이네요^^
오늘도 즐거운 하루 보내세요!
ㅋㅋㅋ 네, 방가왔어요. 심심했거든요.
저는 역시나 총천연색으로 반짝이는 낮 다이빙이 좋지만, 야간 다이빙도 나름 특별한 분위기가 있더라고요.
특히 밤에만 볼 수 있는 생물들이 있어서 뭐 해볼만 하긴 한것 같아요.
에스델님도 행복한 저녁 되세요!
밤조차도 무서운 저에게는 도저히 엄두가 나지 않는 야간다이빙이네요
모두가 밤이라고 하는 시간에도.. 그 쪽 세계에서 살아가는 생물들에겐 활기찬 시간이네요^^
덕분에 너무너무 잘 보고 갑니다. 행복한 밤 되세요^0^
으하핫, 저도요.
어두우면 일단 무서워요. 집에도 맨날 불 다 켜 놓고 있다는…
쏘쿠베님도 즐거운 저녁 되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