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키타 유자와로 가는 길
아키타의 숨은 명소

드라마 아이리스의 로맨틱한 설원과 흰눈이 가득 했던 온천, 츠루노유로 우리에게 알려진 아키타. 특히 많은 분들이 츠루노유 온천의 아름다움에 매료되서 아키타를 찾는다. 우리도 지난 겨울 츠루노유와 주변 지역을 방문했는데, 정말이지 어찌나 흠잡을데 없이 예쁜지, 화면이 현실의 아름다움을 절반도 잡아내지 못했다는 것이 우리가 내린 결론이었다. 게다가 공항에서 온천으로 가는 길은 또 어떻고. 길가에 펼쳐지는 풍경 하나하나가 너무 평화롭고, 그림같았다. 덕분에 츠루노유가 있는 뉴토온천향 이외의 지역까지 궁금해진 우리는 이번 여행에서 아키타 남쪽에 위치한 유자와시를 구경하기로 했다.


한국보다 훨씬 북쪽에 있어서 봄이 늦게 찾아오는 아키타는 5월말, 6월 초에 들어서야 비로소 봄기운이 사방에 스며들기 시작한다. 공항에서 두시간 남짓한 거리의 유자와 시로 가는 길엔 보라색 꽃과 노오란 민들레가 들판을 뒤덮고 있었고, 노랫말처럼 쪼로롱 소리가 날것 같은 방울 꽃들이 구석 구석 수줍게 흔들리고 있었다.

쌀이 유명한 곳인지라 사방이 논인데, 마침 모내기를 하려고 물을 대 놓아서, 사방이 호수같이 느껴졌다. 한국과 같은 논인데도, 그 느낌이 어딘지 다르다. 강수량이 많은 지역이라 그런지 논 주변이 온통 푸르렀기 때문이다. 쓰레기 하나 없는 연둣빛 농촌, 논이 있다는 것만을 제외하면 스위스의 그것과 비슷한 느낌이 들었다. 비나 눈이 많이 오는 지역은 흐린 날이 잦다는 단점이 있지만, 늘 녹음이 푸르르다는 장점도 있다.
푸른 하늘이 논위에 거울같이 비추이길래 사진기를 꺼내드는 순간 구름에 덮혀버렸다. 잠시 로보캅처럼 카메라 달린 눈이 있으면 좋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_-;
오야스쿄 가는 길
일본 속 스위스?

유자와에서 가장 유명한 장소는 오야스쿄라는 60m 깊이의 협곡으로, 급류에 의해 침식된 계곡 사이 사이로 온천수가 뿜어 나오면서 절경을 이룬다고 한다. 우리의 료칸, 모토유클럽이 있는 곳에서 약 10분 정도 거리. 길이 많지 않아서, 호텔 왼쪽으로 그냥 도로를 따라 걸으면 되지만, 우리는 관광객이 아닌가. 그것도 일본어 한단어 못하는 문맹 관광객. 료칸 주인 아주머니가 가는 길을 열심히 설명해 주셨지만, 전혀 못알아 들었기 때문에, 지도를 보고 간신히 방향을 잡았다. ^^;

협곡을 한눈에 내려다 볼 수 있다는 가와하라 온천교로 가는 길에 잠시 뒤를 돌아보았다. 저어 멀리 온천과 집들이 모여있는 마을이 보이고, 시원하게 폭포수가 쏟아지는 협곡이 연두빛 숲속에 묻혀있었다. 산 전체가 봄을 애타게 기다렸다는 듯, 싱싱하게 자라나는 새싹들로 어딜 봐도 연두빛이 무성했다. 어찌나 생명력이 크게 느껴지는지 보고 있는 동안에도 모든 것이 쑥쑥 자라나는 느낌.

드디어 유명한 가와하라 온천교가 눈에 들어왔다. 연두빛 숲속에 주홍색 다리가 멋드러지게 조화를 이루었다. 센스 만점 일본인들, 이런 시골 구석까지 저렇게 미적 감각을 발휘했구나.


다리에 이르자 반대편 산이 한눈에 들어오며 또 한번 대자연의 아름다움에 할말을 잃었다. 내 옆에 있으면 그렇게 커보이는 오이군도, 연둣빛 산아래에서는 작은 점하나. ^^

그리고 이것이 지역 명물 오야스쿄 협곡과 약 100℃의 온천수가 바위틈에서 힘차게 쏟아져나오고 있는 모습이다.
눈부신 숲사이로 흐르는 옥색 계곡과 신비롭게 수증기가 피어오르는 모습을 보며 자연의 아름다움 앞에 한없이 작아지고.
이 멋진 풍경을 이정도로 밖에 담을 수 없는 나의 한계에 또 다시 작아지고.

다리 아래로 내려가기 전, 일단 다리를 건너보았다. 산아래 자리잡은 집들과 들판에 잔뜩 피어난 민들레들. 이곳 역시 어딘지 오이군의 고향, 스위스 느샤텔Neuchâtel 시골마을을 떠올리게 했다. 문득 부모님을 이곳에 모시고 오면, 참 좋아하실 것 같다는 생각도 들었다.

고향 생각, 나의 살던 고향은 꽃피는 산골
이 노래가 오이군을 위한 것인 줄 정말 몰랐네.

다리를 지나가면 계곡 옆 트래킹로로 내려가는 계단이 나온다.
오야스쿄 협곡과 다이훈토
야외 천연 증기 사우나

계단을 따라 계곡 가까이로 다가가니, 빙하가 녹아 석인 호수들처럼 신비로운 옥색 물빛이 선명하게 눈에 들어왔다. 산 꼭데기의 눈녹은 물이 섞이며 이런 색을 띄게 됐으리라. 사실 이곳은 울긋 불긋 단풍이 드는 가을이 가장 아름답다고 하는데, 연두빛의 숲속 또한 신비로움을 갖고 있어서 충분히 아름다왔다. 저편 나무 뒤에 요정들이 숨어 훔쳐보고 있을 것만 같은 분위기. 너무 멋진 풍경에 신이 났는데, 웬지 뭔가 성스러운 느낌도 들어서 시끄럽게 떠들 수가 없었다. 대신 사뿐 사뿐 계단을 내려가며, 한걸음에 한컷씩 사진을 찍었다. ^^;

웬만해서는 카메라를 들이대지 않는 오이군도 주섬 주섬 고프로를 장착, 셀프사진촬영을 시작했다. 그 뒤에서 오이군 뒤통수 찍어주고 있는 마누라, 초 집중.

멋진 풍경을 두눈에 담고, 마음에도 새기고, 카메라에도 남기면서 트래킹로를 따라 조금 더 내려가니 저쪽에서 쏴아~하는 물뿜는 소리가 시원하게 들린다. 수중기가 가득한 모습을 보자 흥분하며 달려가는 오이군. 목도리 도마뱀같이 나왔…지못미.
바로 이곳이 다이훈토, 즉 대분출장이다.

산위의 눈이 녹아 땅속으로 스며들면, 이 지역의 높은 지열 때문에 순간적으로 물이 데워지게 되고, 그 데워진 물이 엄청난 속도로 분출하게 되는 것이다. 보통 데워진 물은 땅속에 고여있어 온천을 파지 않는 한 직접 볼 기회가 잘 없는데, 이곳은 미나세가와 강의 침식 작용으로 아래쪽 바위 층이 드러난 덕분에 지구 속에서 무슨 일이 일어나고 있는지를 직접 느껴 볼 수 있게 되었다고 한다.


분출장의 증기 안으로 들어가면, 뿌연것이 수증기라기 보다는 사실 꽤나 굵은 물방울들이라는 것을 알 수 있다. 마치 엄청나게 큰 분무기로 뜨거운 물을 뿜어내고 있는 것 같달까? 수증기가 뜨거워서 데지 않을까 걱정했는데, 뿜어져 나오는 속도로 멀리 날아온 물방울 입자들은 이미 식어서 미지근한 정도이다. 그러나 구멍에서 천천히 나와 트래킹로 옆으로 흐르는 물은 꽤 뜨거우니 트래킹로 밖으로 벗어나는 일은 삼가해야겠다.
물론 말 잘 안듣는 오이군은 트래킹로 밖으로 건너가 고여있는 물에 발을 담그고 뜨겁다며 호들갑. -_-; 에효…장난꾸러기 아들 키우는 엄마들 마음이 200% 이해된다.
❝
고프로가 견딜 수 있는 최고 온도는 몇 도나 될까?
그…그걸 꼭 그렇게 뜨거운 온천물에 담가서 알아봐야 겠어? 미리 홈페이지 찾아보고, 98도의 물에도 견딘다면, 담그는게 순서 아닐까…? -_-;
여보, 자연스럽게 걸어봐. 카메라 보지 말고.
아…알았어. (헙. 의식 하지 말고. 앞만 보고. 평소처럼…!) 근데, 자기야, 나 평소에 걸을 때 웃으며 다니나? 얼굴 근육에 경련와. (하아…나는 절대 유튜버 같은 건 못하겠다…)
❞

트래킹로 끝에는 다시 협곡 윗쪽으로 올라가는 200여개의 계단이 있다. 평소에 스쿼트 열심히 하셨다면 가뿐하겠지만, 대부분은 숨이 턱에 찬다.
계단을 오르는데, 구름에 가렸던 해가 살그머니 고개를 들었다. 그러자 밤새 내린 빗방울들이 사방에서 보석처럼 반짝 반짝 빛나기 시작한다.

햇살아래 빛나는 계곡을 바라보니 흐린 하늘 아래의 풍경과는 레벨이 다르다. 잠시 넋을 놓고 감상하고 있는데, 오이군이 혼자 쪼그리고 앉아서 무언가를 열심히 찍고 있다. 고프로로 접사가 안될텐데, 뭘 찍는 걸까?

그의 카메라 렌즈가 향하고 있는 곳을 따라가보니 그 끝에 물방울이 너무 예쁘게 올라 앉은 나뭇잎이 있었다. 아~ 세상에나. 그 어떤 보석이 이만큼 예쁠 수 있단말인가.
❝
비켜봐, 진짜 카메라로 찍자.
안돼. 내꺼야. 마이 프리셔스~
-_-; …골룸은 가서 물고기나 잡어.
❞

계단을 다 올라왔을 무렵, 가쁜 숨을 고르며 뒤를 돌아보았다. 이렇게 한번 보고 떠나기엔 너무 아쉬운 풍경인걸.

오늘도 오이군은 쓰레기를 줍는다. 어느나라에서 건 여행 중에 자연속에 던져진 쓰레기가 눈에 띄면, 모두 주워담는 오이군. 창피하게도 한국의 산이나 계곡, 해변에서는 10미터만 걸어도 커다란 쓰레기 봉투 하나가 가득찬다. 그러나 아키타는 어찌나 깨끗한지, 캔 하나가 떨어져 있었는데, 버린게 아니라 누군가 잠시 놓고가서 찾으러 올 것 같다는 생각마저 들었다. 이곳의 자연이 더 아름다와 보이는 이유는 쓰레기가 없기 때문이다.

아키타는 북쪽에 있어서, 우리나라보다 기후가 선선하고, 눈이 녹은 여름에만 열리는 산길과 캠핑장들이 많이 있다. 때묻지 않은 순수한 대자연을 가진 아키타, 올여름 북적이지 않는 이곳으로 힐링 피서를 떠나보는 것도 좋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오야스쿄
대중교통 이용
R 오우혼센 요코테 역에서 우고코츠버스 승차. 오야스쿄온센 정류장에서 하차 (약 1시간 20분)
렌터카 이용
GPS를 도코톤야마 캠핑장으로 맞추시고 가면 편리합니다. 캠핑장입구에 커다란 다람쥐 모양 간판이 있는데, 캠핑장으로 가는 산길을 따라 올라가지 마시고, 다람쥐 간판 근처에 주차를 합니다. 길 맞은편에있는 건물 오른쪽으로 계곡으로 내려가는 계단이 보입니다. 이렇게 가시면 저희가 갔던 것의 역순으로 걷게 됩니다. 200개의 계단을 내려서 250m 정도의 계곡 트래킹을 하고, 약 60여개의 계단을 오르시게 됩니다. 주차하신 곳으로 돌아오는 길에 주황색 가와하라 온천교를 보시게 됩니다.
취재지원
이 포스팅은 아키타 관광청에서 여행경비(항공권, 숙박비, 교통비, 식비)를 지원받아 블로거 본인이 자유롭게 여행한 후 작성되었습니다.
여행날짜
2014.05.23
아아~사우나 마니아에게 너무 가혹한 온천 포스팅이 또 뙇~ㅠ^ㅠ
아키타는 진정 눈과 귀와 입과 코와 심지어, 증기로 땀구멍까지 충족시켜 주는 곳이로구나~~~^^
3시부터 깨어 잠 못드는 밤이었다가 새벽이었다가 아침을 만난 나는
오늘 하루 생활이 염려됨과 동시에 나른한 온천욕이 간절하다~
가까운 나라, 일본. 같은 곳에서 같은 추억을 공유할 기회가 꼬옥 있었음 좋겠다♡
와우. 미댕이와의 여행이라니, 너무 기대된다. 너의 넉살이라면 세상어느나라에서도 말이 통할 듯 ㅎㅎㅎ
아키타는 가까우니까 미댕네 해외여행 연습하기 딱 좋겠네.
네가 좋아하는 온천도 있고~
꽃동님이 좋아하실 먹거리도 풍부하고~
겨울엔 눈도 음청와서 준서 눈놀이 하기도 좋고~
정말 아름다운 자연이네요!
저 협곡과 온천수는 정말 신비로워요~
나뭇잎 사진도 정말 멋있어요!
아 보는것만으로도 마음이 평안해져요 ㅎㅎ
그야말로 힐링~ 여행에 딱 맞는 곳인것 같아요 ^^
사계절이 다 궁금한 곳이랍니다.
여름은 글렀으니 가을에 다시한번!
ㅋㅋㅋ 표정이 너무 살아있는걸요.
저도 요즘 고프로의 한계를 실험하고픈 의욕이 솟는다는;;
한계 실험에는 어떤게 있을까요?
절벽에서 던져 보기…? -_-;
충격 견디는 높이를 남편이 먼저 알아보고 실험했으면 좋겠어요. ㅎㅎ
두분의 알콩달콩 정겨운 여행기가 정감을 느끼게 한답니다….
정말 노천온천이 줄지어 늘어서 있는 이곳이 또다른 별천지 같기도 하구요..
아름다운 여행기 잘보고 갑니다..
별천지 같이 신비로운 분위기더군요.
이 계곡에는 몸을 담글만한 공간은 없는데, 근처에 폭포 온천이 있대요.
아키타의 다른 산에는 암반위에서서 암반욕을 할 수 있는 곳도 있고요,
다음번엔 암반욕에 도전해 봐야겠어요. ㅎㅎ
풍경 정말 멋지네요! 저 김이 온천물이라서 올라오는 거죠? 그냥 보아도 멋진 풍광인데 물에서 김이 모락모락 피어오르니 더욱 멋져보여요!^^
네, 온천에서 나는 김이예요. ^^
신비롭더라고요. 푸른 물 옆에서 김이 모락 모락 나니까~
산신령? 뭐 이런 분 짜잔 나타나실 듯. ㅎㅎㅎ
첨에 보고 “우와~ 그럼 그냥 들어가도 되나? 제대로 노천온천이네~” 했는데 98도나 되는군요~^^;;;;;
들어갔다가는 몸이 다 익겠네요~ㅎㅎㅎ
계곡이 너무 아름답고~ 신기하네요~ 동영상에서 물뿜어져 나오는거 보고 깜짝~ 카메라 괜찮나요?^^;;
근데 올라올때 계단은 보기만 해도 다리가 후들거리네요…ㅡ.ㅡ;;;
계단은 제가 갔던 경로의 반대로 가시면 200개의 계단을 내려갈때 쓰시고, 60개의 계단은 올라올때 쓰실 수 있어요 ^^
저도 남편이 카메라를 뜨거운 물에 담가서 잠시 얼어 있었네요 ㅠ_ㅠ
여긴 온천욕을 할만큼 물이 고여있을 공간은 없고요,
근처에 온천수가 폭포로 떨어지는 곳이 있대요. 거기서는 그 아래서 온천을 즐긴다더라고요.
근데, 제가 갔던 5월말 6월 초에도 아직 눈이 다 안녹아서 길이 막혀있었답니다. 거기는 7-9월에만 길이 뚫린다고 해요.ㅎㅎ
특유의 느낌이 되게 좋네요.
녹음이 우거진 모습이라니…
시원해지고 맑아지는 느낌입니다.ㅎㅎ
힐링 여행으로 아키타 보다 좋은 곳이 있을까 싶을 정도입니다.
온천은 물론이지만, 평화로운 호숫가 모래밭이라든지,
이렇게 인적없는 산속 그 어느곳을 가도 여유가 넘쳐 흐르고, 대자연의 매력이 감동적인 곳이더군요.
쓰레기 줍는 남자 오이군님이군요 ..
저도 여행다니다가 쓰레기 보이면 주워야지 하지만 실천으로는 못 옮기는데 ..
오이군님 멋집니다..
어여쁜꽃과 함께 푸르음이 가득한 오야스코 계곡 .. 아주 예쁜데요 ..
저도 오이군이 줍는거 봐도 예전에는 쳐다만 봤는데, 이제 같이 줍게 됐네요.
다른게 아니라 한국에서는 정말 10미터만 이동해도 오이군 양손에 커다란 봉투가 가득 차기 때문에 손이 부족해서 도와줄 수 밖에 없어요.
챙피한 일이예요.
쓰레기 줍기 블로그 이벤트라도 해볼까봐요. ㅎㅎ
협곡의 모습이 대단하네요^^ 멋진 구경하고 오셨네요~~
아키타는 늘 기대 이상의 멋진 모습으로 반겨주더라고요.
매번 느끼는 거지만 그 웅장하고 깨끗한 자연을 사진으로 담기는 부족한 느낌.
푸르름이 가득한 풍경이 아름답다 강렬한 수증기 사진도 인상적이네요~ ㅎㅎㅎ
신비로운 장소였습니다.
일본 RPG게임에 나오는 곳 같기도 하고 ㅎㅎ