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키타의 마지막 밤
타자와코 역주변의 밤문화 엿보기
설경의 매력을 한껏 뽑낸 아키타의 마지막 밤. 오늘은 호텔에서 저녁 식사를 하기 보다는 분위기 좋은 이자카야같은 곳에서 마지막 밤을 화기애애하게 보내고 싶었다. 그래서 저녁무렵, 무작정 차를 몰고 산을 내려와 타자와코 시내로 출동. 역주변이니 무언가 있겠지하는 생각에서였다. 아무런 사전 조사도 없이…
가끔은 돌발 여행이 하고 싶다. 그 지역에 깊숙히 조사해서, 유명 포인트들을 놓치치 않는 여행도 재미있긴 하지만, 그곳에서 새로운 것을 발견하는 기쁨은 없다. 그래서, 이번 여행은 큼직 큼직한 동선은 정했지만 구석 구석까지 미리 알아보진 않았는데, 오늘 그 ‘서프라이즈’가 제대로 발휘됐다.
아키타역이라면 모를까 타자와호역은 워낙 작은 시골역인지라 주변이 텅~비어있었던 것. 이자카야는 고사하고, 이렇다하게 밥먹을만한 음식점도 눈에 띄지 않는게 아닌가. 게다가 있는 상점들마저 일요일 저녁이라 그런지, 모두 문을 닫고, 역주변엔 불빛 조차 없었다. 역사안은 드라마 아이리스 박물관으로 아이리스의 인기를 다시한번 실감할 수 있었으나…우리는 그저 배가 고플 뿐.
우리를 구원하소서
우리의 소원은 배채우기
애초에 기대한 이자카야는 아닐지라도 적어도 따뜻한 노란 불이 켜진 음식점에서 밥을 먹고 싶었다. 그러나 역앞에 유일하게 불을 켜 놓은 곳이 바로 이 한 곳. 새하얀 형광등 불빛이 매력없게 새어나오는 이 곳이 음식점이라는 사실만으로도 감사해 하며, 우리는 성큼 안으로 들어섰다.
입구에 커다랗게 라멘이라고 쓰여있어, 라면만 파는 줄 알았더니 메뉴가 무지 다양하다. 게다가 어떤 한국인 관광객이 친절하게 메뉴옆에 손글씨로 전부 번역을 해 놓은게 아닌가. 고맙게도 이번에는 깜짝메뉴가 아닌, 정말 내가 고른 음식을 먹을 수 있게 되었다. ^^ 지역 명물인 이나니와 우동은 물론 각종 덮밥도 준비되어 있었는데, 우리는 평범하게 오야코동과 등심 돈카츠를 주문했다.
나는 오야코동이라는 이름이 마음에 든다. 아버지와 아들 밥. 일가족을 먹는다는 잔인한 느낌도 살짝 들지만, 그보다는 어딘지 다정한 느낌이 든다.
쨍한 형광등 불빛 아래 서빙된 평범한 모습의 음식에 기대같은 것은 없었는데, 음식맛은 의외로 나쁘지 않았다. 가격도 그리 비싸지 않으니 타자와코역 근처에서 간단히 요기를 떼우고 싶다면 부담없이 추천할만한 곳이다.
그런데, 밥잘 먹고 나와서 주변을 배회하다보니, 이렇게 우리가 찾던 느낌의 주점이 하나 있는게 아닌가. ㅠ_ㅠ
가게 안에서 들려오는 화기애애한 사람들의 웃음소리. 우리가 기다린 아키타의 마지막 밤은 바로 이런거였는데…
지금이라도 이곳에서 술이나 한잔 걸치고, 갈까 생각도 해보았지만, 차를 몰고, 눈 내리는 산을 올라가야 하기 때문에 그다지 좋은 생각이 아닌 것 같았다. 할 수 없지 뭐. 또 지난 저녁처럼 방바닥에서 우리만의 파티를 여는 수 밖에.
이곳은 타자와코 역에서 왼쪽으로 보이는 첫번째 골몰을 따라 걷다보면, 오른편에 위치하니, 타자와코 역 주변에서 소박한 주점을 찾는다면 한번 들러보시기를.
아키타 수퍼마켓 산책
여행의 깨알재미
아키타역 근처의 커다란 수퍼마켓. 상점도 전부 불이 꺼져있고, 주변이 휑한데, 이 커다란 수퍼마켓하나만 화려하게 빛나고 있었다. 오늘은 이곳에서 우리만의 파티 재료를 구입하기로 했다.
한국 관광객이 많아서일까? 아니면 일본인을 위해?
우리에게 친숙한 상품들이 눈이 띈다. ^^
오늘 수퍼마켓 투어 중 가장 신기했던 것은 요 쫘아악 펴진 오징어.
정말 길다, 오이군처럼. ^^
역시 우리는 방바닥 체질
스위스 오이도 반해버린 땃땃한 방바닥
추운 밤거리를 쏘다니다 뜨끈한 다다미방으로 들어오니 온몸이 노곤한게 기운이 쪼옥 빠진다. 역시 주점에 들어가지 않고, 바로 호텔로 돌아오길 잘했다며, 바닥에 우리의 파티음식을 펼쳐놨다. 일단 소중한 술부터. ^^
내일 오전에 공항으로 가야해서 가벼운 것으로 준비했다. 오른쪽의 사과맛은 꽤 맛있었고, 왼쪽의 살구맛은 아주 이상했다는.
일본 영화에 종종 등장하던 저 동글 동글한 떡꼬치, 어제 가이세키 요리의 전식으로 감질나게 제공되었던 입에서 살살 녹는 참치회 그리고, 혹시 고향음식이 그리울 지 모르는 오이군을 위한 감자샐러드. 그날 밤 우리의 뱃살을 책임져 주신 분들이었다.
짧지만 알차고, 심히 즐거웠던 아키타의 주말이 이렇게 저물었다.
취재지원
이 포스팅은 아키타현 관광청에서 여행경비(항공권, 숙박비, 교통비, 식비)를 지원받아 블로거 본인이 자유롭게 여행한 후 작성되었습니다.
여행날짜
2013.12.1
제길슨..
밤에 출출한 차에 제가 이 글을 왜 읽고 있다죠!!
참치사시미 너~~~무 먹고 싶어요…(꿀꺽) ㅠㅠ
<음식+온천>의 조합만으로도 매력있는 일본이에요. 아키타도 꼭 가보고 싶어요!
일본엔 참 군것질 거리가 퀄리티 있더라고요. 편의점에서 저런걸 다 팔고…^^;
아키타는 다른 어떤 곳보다 자연이 깊숙히 온천이 있어서 매력적이었습니다. 울창한 산길을 산책하고, 온천욕하고, 그게 전부예요. 속세를 떠나는 느낌이랄까. ㅎㅎ
꼭 다녀오세요. 타의 추종을 불허하는 단풍덕에 가을이 가장 예쁘대요 ^^
여행가고 싶어요요요요오오오. 글을 보고 있으니까 더 그러한 것 같네요. 쩝.
그나저나 일가족을 먹는 것 같은 오야꼬동이라니. ㅋㅋ 저도 그런 생각 한 적은 있었지만 일가족.. ㅠ..ㅠ
신나게 여기 저기 다니시다가 묶여 있으시니 여행이 그리우시겠어요. ㅠ_ㅠ 주말에 남해 꽃놀이를 노려보세요. 저는 로지나님이 올린 염장샷에, 제대로 걸려들었음 ㅋㅋㅋ
오야꼬동은…아빠와 아들이라니 웬지 한집안의 대를 끊는 느낌도 들고…ㅋㅋㅋ
한글이 꽤 많이 있네요 ^^
저도 중국에서 지낼때에 커피믹스 한국거 밖에 없기에 그거 사먹었던 기억이 나요.
그런데 중국에서는 수입품이라 그런지 한국에서보다 더 비싸게 팔더군요 ㅠ.ㅠ
일본분들은 소주와 김을 좋아하지요 ㅎㅎ
한국에도 라멘, 우동, 돈카츠 식당들이 많아지고 있는 것 같아요.
저는 감자 샐러드 한번 맛보고 싶네요 ^^
그러게요, 한국 제품들이 여기 저기서 속속들이 보이더라고요.
외국가서 한글이 눈에 띄면 괜시리 사고 싶어진다는. 특히 소주가…ㅎㅎㅎ
일본은 그나마 소주 가격이 과하게 비싸진 않았는데,
스위스 살때는 막 만 오천원에서 이만원까지도 하는 바람에 양주 마시듯 아껴 마셨던 생각이 나요. ^^
감자샐러드, 평범했어요. 감자 마요네스 샐러드를 살라미에 싸 놓았더라고요. 오늘 저녁은 감자 샐러드? ^^
웬지 소주를 보니 반갑네요
오징어 길이를 사진처럼 길게 늘인건 처음보네요
오징어를 길게 늘이는 노하우를 배워야겠네요.
즐거운 하루되세요 ^^
저도 다른나라 가서 그 나라 음식을 먹고 싶긴하지만, 우리나라 음식보면 반가운건 어쩔 수 없더라고요. ^^
드래곤포토님도 즐거운 하루 되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