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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키타] 렌터카로 여행하는 아키타


겨울.
이 계절의 이름을 듣는 순간 여러가지가 함께 떠오른다. 
김이 모락 모락 오르는 따뜻한 오뎅탕, 호호 불어먹는 호빵, 겨울에도 땀을 뻘뻘 흘리게 하는 스키, 손과 입 주변을 까맣게 물들여도 낭만이 쏟아지는 군 고구마 그리고 소복히 쌓인 눈을 바라보며 즐기는 뜨끈한 야외온천.
대부분의 것은 국내에서도 쉽게 즐길 수 있는데, 감자 오이 커플의 로망 중의 하나인 눈속에서의 온천만은 국내에선 좀처럼 만나기가 어렵다. 그래서 결심하게 된 겨울맞이 일본 온천여행. 겨울을 지극히 싫어하는 감자의 슬픔(?)을 달래주기 위한 세레모니였다 ^^
목적지로 여러 온천명소가 물망에 올랐지만, 드라마 아이리스에서 소복히 쌓인 눈과 고즈넉한 풍경을 뽑내며 단숨에 감자양의 마음을 사로잡은 아키타가 단연 선두에 올랐다.

아키타로 가는 길 인천상공의 뿌연 스모그를 뚫고, 아래로 내려다보이는 풍경. 푸른 바다와 녹색 대지가 아니어서 살짝 아쉽긴 하지만 매번 놀라움을 자아내게 하는 인간승리의 모습이다. 끝이 다 보이지도 않는 인천대교와 바다를 가로질러 이어지는 전기 탑. 지리적 한계를 극복해 일궈낸 모습이 감탄사를 자아낸다. 앞으로 주변 자연 환경도 잘 가꾸어나가 녹색빛이 함께 어우러진 풍경을 볼 수 있기를 기대해본다.

역시 동해바다. 태백산맥을 넘으니 아래지형이 HD TV처럼 선명히 보이기 시작하더니, 찬란히 펼쳐지는 동해바다의 푸른 물결이 감자 오이의 마음을 설레이게 했다.
동해의 화창했던 날씨처럼 아키타도 화창하게 우리를 맞이해 주었으면 좋았으련만, 일본영토에서 북상할 수록 아래로 자욱해지는 구름. 아키타엔 부슬 비가 내리고 있다는 안내방송이 아쉽기만 하다. 비라고라…눈이 없으면 어쩌지.

잠시 눈속에서의 온천이란 꿈이 무산되나 싶어 불안했으나 구름을 뚫고, 내려가자마자 보이는 풍경에 감자와 오이는 다시 들뜨기 시작했다. 산속뿐만 아니라 마을에도 이미 눈이 소복히 쌓여 있었던 것이다 ^^

이번 일본 여행은 렌터카를 이용하기로 했다. 보통 대중교통을 이용하며, 그 나라 사람들과 섞여보기를 선호하지만, 이번 여행은 온천 지역에 숙소가 있었다. 산속인지라 대중교통이 그리 자주 있지도 않고, 버스 연결편과 시간 맞추기도 번거로왔으며, 그나마도 일찍 끊겼던 것이다.
물론 호텔에서 공항까지(약 두시간 거리) 픽업을 나오고, 호텔에서 진행하는 일일 투어도 있었지만, 이번만큼은 시간제약 받지 않고, 가고 싶은 곳만 골라 여유롭게 여행을 즐기고 싶은 마음에 렌터카를 선택했다.
아키타 공항에서 픽업 가능한 렌터카 업체는 도요타, 닛폰, 닛산, 오릭스, 타임즈가 있는데, 우리는 타임즈를 선택했다.

자그마한 공항에 도착하자 대부분의 안내가 한글로 쓰여있고, 여권 검사를 하는 사람들도 한국말을 조금씩 할 줄 알기때문에 무난하게 공항을 빠져나왔다. 심지어는 광고도 모두 한글. 물론 오이군에게는 별로 도움이 되질 못했지만 말이다. ^^

렌터카는 비행기에서 내린 건물의 바로 옆 건물에 있는 인포메이션 센터에서 픽업을 할 수 있는데, 막상 그곳에 도착하자 안내 데스크가 텅 비어있었다. 예약 시간보다 10분 일찍 도착했다지만, 안내데스크에 아무도 없으니 순간 가슴이 덜컥했다. 예약이 안됐나? 
데스크 가까이 가보니 각 회사별로 전화기가 한대씩 놓여있고, 그 위에 전화번호가 적혀있다. 아마 이쪽으로 전화를 하라는 거겠지. 수화기를 들고, 무작정 그 번호를 눌렀더니 누군가가 ‘모시모시’하고 받는다. 조심스럽게, 영어로, 천천히 차를 한대 예약했다고, 말하자 갑자기 약간 당황하는 상대편. 아. 이런 영어하는 사람이 없나보다. 나도 당황스럽다. 그래도 조심스레, 1시 30분에 예약이 있다 했더니, 뭐라고 일본어로 설명하고는, Okay? 라고 한다. 뭐가 오케이라는지 전혀 모르겠지만 반사적으로 오케이라고 대답했다. 왜 그랬을까…예약 안돼었으니, 알아서 하라는 거면 어떻게 할려고. 어쨌든 누군가가 올것 같은 예감이 들어 그냥 무작정 기다리기로 했다. 
다행히 5분쯤 기다리자 어떤사람이 와서 따라오라고 한다. 대기하고 있는 차에 타면, 공항에서 2분거리에 있는 렌터카 회사로 가고, 거기서 각종 서류에 사인을 하게 되는데, 방식은 한국과 비슷해서, 대충 눈치로 알아들을 수 있는 정도이다. 직원 중 영어를 할 수 있는 사람은 전혀 없었지만, 영문으로된 설명서를 보여주니 크게 당황할 필요는 없다. 사인을 마치고 나면, 함께 차량 점검을 하고, 기름량을 확인한 후 열쇠를 건네준다. 공항내에 주유소가 있으니 반납시 그곳에서 가득 채워 돌려주면 된다.

이제부터 우리만의 어드벤쳐의 시작이다.
그런데, 출발부터 난관에 부딛혔다. 굳게 믿고 있었던 GPS가 일어로 되어있었던 것이다. 한자와 일본어가 섞인 지명을 누르는 법도 모르고, 안내도 뭐라는지 모르겠어서 결국 5분동안 렌터카 회사 앞을 1m도 벗어나지 못했다. 한참을 버벅대다가 답답해서, 다시 직원을 불러왔다. GPS를 가리키며 내 머릿속에 있는 몇안되는 일본단어 ‘에이고'(영어)를 외쳤다. 그러자 직원이 고개를 갸웃하며 ‘에이고 아리마셍’이라는게 아닌가. 망했다. 영어가 없다니. 일단 급한김에 첫 목적지인 가쿠노다테를 찍어달라고 하자, 친절하게 목적지를 잡아준 후 잘 가라고 한다. 그러고는 차안에 있던 안내서를 꺼내 안겨줬는데, 이런, 거기에 한글로 친절하게 설명된 GPS사용법이 있었다. 진작 좀 주지. -_-; 그리고, 그의 대답과 달리 GPS언어를 영어로 전환하는 방법도 적혀있었다. 
아~ 잠시 꼈던 마음의 먹구름이 물러가며, 드디어 신나는 아키타 주말 여행이 시작되었다.

참, 아키타에서 만나게 되는 대부분의 차들은 요렇게 폭이 좁아 운전석과 조수석이 딱 붙어 있다. 마치 영화관의 커플석같달까? ^^ 아마 대부분의 일본 차들이 이랬겠지만, 그동안은 대중교통으로 여행을 하고 다녀서 차안을 볼 일이 없었다. 그렇다고 차가 좁은 것은 전혀 아니다. 앞뒤로는 충분히 길고, 위로로 높아 키 큰 오이군도 편하게 앉을 수 있다. 

취재지원

이 포스팅은 아키타현 관광청에서 여행경비(항공권, 숙박비, 교통비, 식비)를 지원받아 블로거 본인이 자유롭게 여행한 후 작성되었습니다.

여행날짜

2013. 11. 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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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 개의 댓글이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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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념이

차로 하게 되면 또다른 여행이 될 것 같네요~ ㅎㅎㅎ

알 수 없는 사용자

덕분에 잘 보고 갑니다.
남은 하루도 의미있는 시간이시길 바랍니다.

Q의 성공

잘 보고 간답니다 ^^
행복하게 오늘을 보내셔요~

딸기향기

렌트카 여행 낭만적이예요 🙂
전 유일하게 렌트 해 본 것이 제주도네요. 운전도 잘 안하는지라 해외에선 감히 할 엄두가 안 나는… ^^

라오니스

일본어를 못해도 .. 여행 하는것이 가능하겠군요 ..
곳곳에 한국어도 보이고 해서 큰 어려움이 없어 보이기도 하는것이 ..
괜시리 저도 아키타로 가보고 싶어집니다… 온천을 좋아하는지라 … ㅎㅎ