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팔라우 젤리피쉬 레이크, 바다에서 우주여행

팔라우의 진정한 매력

누군가 내게 말했다.
세상 어느 곳에서도 팔라우 만큼 바닷속이 멋진 곳은 보지 못했다고. 그래서 팔라우에 한번쯤은 꼭 가 보아야 한다고.

또 다른 누군가가 내게 말했다.
아직 관광지의 냄새를 풍기지 않는 도시와, 순박하게 살아있는 자연을 감상할 수 있다고. 그래서 팔라우가 그 어느 곳보다도 아름답다고. 

그러나 내가 생각하는 팔라우의 진짜 매력은 바로 여기에 있는 것 같다.

젤리피쉬 레이크, 그 신비로움에 관하여

이 세상 어느 곳에서 또 이런 신비로운 풍경을 볼 수 있을까?

젤리피쉬 레이크

사람들이 극찬한 다른 모든 것이 없다 하더라도, 설령 팔라우가 황무지에 가도 가도 끝없는 벌판이었다 할지라도, 이 젤리피쉬 레이크가 있다는 것만으로 충분히 가야할 가치가 생긴다.
아니, 태어나서 꼭 한번은 봐야할 곳이라고 말하고 싶다.

인생 최고의 여행지로 가는 길

젤리피쉬 레이크는 팔라우 남쪽의 유명한 락 아일랜드 Rock islands 그룹 중 하나인 에일 말크 Eil Malk라는 섬에 있다. 따라서 젤리피쉬 레이크는 락 아일랜드투어를 갈 때 같이 가는 것이 일반적.

이 락아일랜드들은 유네스코에 자연유산으로 등재되어 있을 만큼 자연 환경이 뛰어난데, 에메랄드 빛 바다위에 녹색 송이버섯 같은 화강암 섬들이 동동 떠 있는 모습이 인상적었다. 그 섬속의 원시림에는 수많은 새들이 보금자리를 이루고 있고, 그 아래 바닷속은 세계 제일이라는 타이틀을 달고다니는 아름다운 수중 낙원이 펼쳐진다. 다이버들과 사진사들에게 선망의 대상인 건 두말하면 잔소리.

우리도 락 아일랜드들과 젤리피쉬레이크를 가기 위해 하나투어 현지 투어에 참여하게 되었다. 그런데, 배에타고 살짝 놀라고 말았다. 왜냐하면 여행객에 비해 가이드가 굉장히 많았기 때문. 무려 한국인 가이드 2명과 현지인 가이드 3명, 총 다섯명의 가이드가 안내해주는 럭셔리한 에스코트를 받고 배에 오르게 되었다. ^^; 산호초 위에 있는 섬들이다보니 파도가 거의 없어서 위험할 일은 없지만, 그래도 스노클링 처음하는 사람들도 많고, 아이들도 자주 오는 투어라 안전요원을 많이 배치한다고 했다. 뭐 거의 같은 값에 안전요원이 많으면 관광객입장에서도 사실 좋다. 주위를 둘러보니 정말 가족단위로 작은 아이들을 데리고 온 사람이 매우 많더라. 대여섯살 되는 아이들도 올망졸망 가이드 아저씨들 주변에 모여 하루종일 망망대해 바다에서 신나게 스노클링을 즐겼다.

그걸보며 나는 뜸급없이 요즘엔 세대가 많이 다르구나하고 느꼈다. 우리 어머니는 어릴적 위험하니 물근처에도 가지 말라고 주의를 주셨었는데, 요즘 부모님은 아이들을 망망대해에 띄워 놓는다. ^^; 더 놀라운 것은 물에서 정신 못차리는 어른들이 많은 반면, 아이들은 수영이 매우 자연스럽다는 것. 스노클링하다말고, 뜬금 없는 세대 타령.

섬 사이 사이 코발트빛 바다위로 흰 꼬리를 그리며 신나게 달려 젤레피쉬 레이크로 향했다. 주요 섬인 코로르 Koror에서 젤리피수 레이크가 있는 에일 말크 Eil Malk섬까지는 보트로 약 45분이 걸린다.

해파리 호수가 있는 섬에 도착하면 일단, 수영복에 붙은 모래와 온몸에 발린 썬크림들을 입구에서 닦아내야 한다. 조금 번거롭겠지만 최근 개체수가 급격히 줄고 있는 해파리들을 보호하기 위해서이니 대충 하지말고, 꼭 소금기 있는 모래를 다 털어내고, 되도록이면 썬크림은 사용하지 말자.

선착장에서 10분정도 걸려서 작은 언덕을 하나 넘으면 비로소 학수고대하던 호수에 다다른다. 호수는 의외로 짙은 녹색 빛의 매우 평범한 모습. 이곳이 진짜 내가 그토록 오고 싶어했던 그곳일까 하고 잠시 의심했으나 물 속을 바라보는 순간 모든 생각이 사라졌다.

우주 여행자

첫번째 조우. 
네가 바로 그 유명한 해파리 호수의 골든 젤리피쉬 Golden Jellyfish구나!

물속에 첨벙 뛰어들어 한 2-3미터 전진했을까? 갑자기 몽글 몽글해 보이는 해파리들이 하나 둘 모습을 드러내기 시작했다. 보통 바다에서는 해파리를 보면 기겁을 하고, 멀리 떨어지려고 애쓰는데, 이곳에서는 열심히 쫓아갔다. 왜냐하면 이곳의 해파리들은 독을 쏘는 촉수가 없기 때문. 오랜시간 바다와 격리되어 호수가 된 물속에는 이들을 위협하는 천적이 없었다고 한다. 따라서 독을 쏘는 세포들이 점점 퇴화해 지금에 이르렀는데, 사실 아직도 미약하게나마 남아있지만 실제 쏘여도 느끼기 힘들 정도. 입주변같이 민감한 부분을 쏘이면 살짝 느껴지기도 한다는데, 일단 해파리들의 촉수가 매우 짧기때문에 해파리 다리사이에 얼굴을 파 묻지 않는한 쏘일일은 없는 듯하다.

호수 중간으로 나아갈 수록 해파리 수가 하나둘 늘더니 급기야는 헤엄치기도 어려운 상황이 되었다. 해파리가 수영을 방해해서가 아니라 행여나 말랑 말랑 젤리같은 해파리들이 관광객의 힘찬 물장구에 산산조각이 날까 조심스러워서 였다. 실제로 아이들이나 이기적인 관광객이 손가락으로 해파리 머리를 쿡 찔렀는지, 점 같은 상처가 난 해파리들이 심심치 않게 보였다. 이렇게 구멍이 나면 대부분은 해파리의 생명에 위험하다고 하니, 아무리 궁금해도 손가락으로 찌르거나 수면위로 들어올리는 행동은 자제하도록 하자. 원칙적으로는 오리발도 가져갈 수 없으나 매우 조심스럽게 움직이겠다는 동의하에 관관객팀은 가져갈 수 있는 모양이다. 그래도 혹시나 하는 마음에 물속에서 팔만으로 노를 저어 천천히 전진했다. 

우주
그렇다. 이곳을 우주라 부른 이유는 바로 이 모습 때문이었다. 수면아래로 내려가 위를 올려다보면 파란 하늘을 배경으로 해파리들이 유영하는 장관을 볼 수 있다. 마치 수많은 UFO들이 우주를 이동하는 것 같다고나 할까? 

이 멋진 호수 속 풍경을 조금 더 자유롭게 감상하기 위해 스킨스쿠버 다이빙을 할 수 있으면 좋으련만, 이곳에는 다이빙이 금지되어 있다. 그게 이 호수의 특이한 구조 때문인데, 물 아래로 15미터가량 산소녹아있는 뿌연 물층에 해파리를 비롯한 물고기 등의 생명체가 서식한다. 15미터쯤에 박테리아 층이 있고, 그 아래로는 황화수소가 녹아있는 무산소의 투명한 물 층이 있다고 한다. 바로 이 황화수소가 피부로 침투되는 독성이기 때문에 이곳에서의 다이빙이 금지되어 있는 것이다. 조금 아쉽지만 이렇게 하늘을 배경으로 날아다니는 해파리가 보고 싶거든, 숨을 참고 잠수하는 프리다이빙으로 만족해야 한다. 

UFO 출현!

햇살을 등지고 둥실 둥실 떠다니는 해파리가 마치 빛을 내며 이동하는 UFO처럼 보인다.

우주 항해자

가이드들이 전부 물개가 명함도 못 내밀 만큼 수영에 능한데, 개인 수중 카메라를 가져왔다면 살며시 가이드분께 내밀어 보자. 잠수를 해서 하늘을 나는 해파리를 배경으로 환상적인 사진을 남겨 주신다. 감자양은 덕분에 우주 여행자가 되었다.

물에서 움직이지 않고 가만히 있으면, 눈이 없는 해파리들이 사방 팔방에서 다가온다. 손바닥을 이용해 부드럽게 만져봐도 되는데, 눈 앞으로 다가 오는 녀석들을 퉁~하고 살짝 밀어내니 아무일 없었다는 듯이 나풀 나풀 저만치 멀어진다. 가만히 바라보고 있으니 최면이라도 걸릴 것 같은 신비로운 기분이 든다.

물고있으면 어딘가 사람을 모자라 보이게하는 스노클을 빼버리고, 한참 셀프 카메라에 집중하고 있는데, 한녀석이 둥실둥실 카메라 앞으로 다가 온다. 같이 찍자는 줄 알았더니, 혼자만 찍히겠다며 나의 얼굴을 가려버렸다. ^^

그나저나 물이 짭짤하다. 바닷물만큼은 아니어도 약간의 짠맛이 도는 것이 오랜세월 바다와 격리되어 있었다고는 하나 아직도 약간의 염분이 남아 있나 보다. 이번엔 사람을 두려워하지 않는 이 해파리들과 조금 난이도가 높은 수중 키스신에 도전해 보기로 했다. ^^

퉁~
해파리와 입술 박치기 성공.
말그대로 박치기다. 열심히 다가오다 내 얼굴에 소리나게 부딛혔다.

아무래도 이 호수의 신비로움은 사진만으로는 부족한듯 하다. 아래 영상을 꼭 Full HD 전체화면으로 놓고, 신비로운 자연에 흠뻑 취해보시기를.

젤리피쉬와 감자떡

취재지원

이 포스팅은 겟어바웃 트래블 웹진, 하나투어에서 여행경비(항공권, 숙박비, 교통비, 식비, 투어)를 지원받아 블로거 본인이 여행한 후 작성되었습니다.

여행날짜

2013.08.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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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 개의 댓글이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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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ory Joe

젤리피쉬 사진들과 경관이 너무나 멋지네요! 꼭 한번 가보고 싶은 곳으로 팔라우…추가해야겠어요.ㅎㅎ

빛나

와, 진짜 근사해요. 몽몽한 느낌?
(그나저나 몇일전부터 티스토리 댓글달기 힘들어졌어요. ㅠㅠ)

미댕

떡진 머리도 초갓집 머리도 아닌
그냥 인어공주 같다효~^^
우째 자연의 경이보다
그들이 행여 다칠까 살포시 만져보는
키키반지 낀 섬섬옥수가,
바다 닮은 꼴 호수를 살랑살랑 헤엄치는
고혹적인 자태가,
더더 눈길을 끄는 것이더냐~^^
덱스터 브리튼이라는 뮤지션, 음악이 아이폰 BGM 같아~ 맞오?!

무념이

아기를 때놓고 팔라우 갈까 심각히 고민했었는데…
결국 아기와 함께 가려니 팔라우는 액티비티들을 못하게 되니 좀 아쉬워서 싸이판을 선택했는데…
팔라우! 꼭 가고 싶어요~ ㅎㅎㅎ