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North America | 북미/East Canada | 캐나다 동부
퀘벡 시티 day 1. 동화속의 도시 퀘벡
2013. 9. 22. 15:01

도착. 듣기만해도 안도감을 주는 단어

 

5시간의 긴긴 관광 드라이브 끝에 드디어 퀘벡시티에 '무사히' 도착했다. 깜찍한 피아트 Fiat의 운전석이 너무 작은 탓에 롱다리 오이군이 운전중에 무릎으로 열쇠를 쳐 떨어뜨려, 고속도로 한복판에서 시속 120km로 달리는 도중 시동이 꺼지는 엽기적인 사태가 벌어졌지만, 어쨌거나 안죽고 도착했으니 무사한걸로...(새차인데, 쳤다고 열쇠가 빠지는 것 자체가 이해가 안갔다. 변속기도 드라이브 상태 였는데...-_-;)

 

Fiat만큼 작고 귀여웠던, 하루에 30달러짜리 GPS는 결국 막판에 골목에서 집찾는데 한번 쓰고 말아서 좀 비싼감이 있었다. 다행히도 유럽여행을 떠난 친구의 친구의 친구집을 주말동안 저렴하게 빌릴 수 있어서 GPS값을 만회했지만 말이다. 친구의 친구의 친구집은 시내 중심에서 가까와서 우리같은 단기간 관광객에게 적절한 위치였다. 신기한점은 동네가 완전 우리나라 80-90년대 분위기라는 것. 그런데, 한 10분만 걸어 중심근처로 가면 느낌이 완전히 달라진다. 초현대적 건물들과 중세시대 건물들이 마구 섞여 있어 몬트리올 처럼 시공을 초월한 분위기를 풍기는데, 여긴 쓰레기와 노숙자들이 없어 야채들의 취향에 더 친근하게 다가왔다.

 

동네가 소박했는데, 이렇게 알록달록 색칠을 해 놓아 활기찬 느낌이 들었다

 

중심가에서 10분거리인 거주지역. 길이 좁아 모두 일방통행인데, 교통법규가 엄해서인지 시민의식이 발달해서인지는 모르겠지만 모든 운전자들이 매 골목에서 최소 30초동안 완전히 멈춰서 좌우를 살핀다. 이유야 어쨌건 좋은 습관이다. 돌다리를 제대로 두드려 보고 건너는 퀘백시티 사람들.

 

하지 말라고오! 어지간 했나보다...(좌) / 저건 어떤 오줌싸개가 널어놓게 만든 이불일까? (우)

 

길에서 집안이 훤히 들여다 보이는 어떤 집인데, 유리 현관문 앞에 이런 사인이 붙어 있었다. 개 데리고 산책하는 사람들이 어지간 했나보다...응가는 제발 좀 줏어가세요, 견주님들!

 

 

 

 

 

우리가 머물렀던 다세대 주택가로 대부분의 건물과 건물 사이에 숨겨진 공동 마당이 있다. 거기엔 빨래가 널려 있거나 아이들이 세발 자전거를 타고 놀고 있고, 푸대자루에 딸기가 자라는 등 향수가 묻어나는 풍경이어서 정겨웠다. 어릴적 어디선가 본듯한 풍경들.

 

근데, 진짜 높은 저 곳에 빨래를 어떻게 널었을까? 궁금해서 가까이 가봤더니 도르레를 이용했더라. 널 때는 힘들 것 같은데, 적어도 5미터가 넘는 곳에서 빨래가 춤을 추니 아주 잘 마르긴 할 것 같다. 색색깔의 빨래가 나름 향수가 묻어나는 데코레이션이 되기도 하고. 그런데, 바람부는 날, 널어놓은 두툼한 이불이라도 떨어지면 지나가다 난감할 것 같다. ^^:

 

숙소 옥상에서 바라본 퀘벡시티 외곽 주거지역

 

이지역의 특징적인 건축형태인데, 일단 건물들을 다 지어놓고, 외부에 나무로 계단과 발코니, 복도 등을 증축하는 형식이다. 우리집을 포함한 거의 모든 건물에 이런 증축 구조물이 있었다. 그리고 자연주의자들이 많은건지, 동네 유행인건지 모르겠지만 푸대자루에 흙을 담아 야채들을 기르는 집이 많았다. 음식물 찌꺼기는 마당에 땅을 파서 묻어 버린다.

 

 

 

 

집 주변. 예술과 삶이 공존하는 그 곳

 

우리는 집주인이 떠나기 전 열쇠를 맡겨 놓은 이웃집에 먼저 들렀는데, 매우 상냥한 사람이었다. 집 사용 설명을 자세히 해주고, 주변 관광지 안내까지 해주더라. 물론 상업적인 의도가 전혀 없이 말이다. 오전에 렌터카센터 아줌마와는 달리 이번엔 진짜 친절한 사람인것 같다. ^^; 단지 한가지 문제는 퀘벡시티쪽 프랑스어 억양은 몬트리올보다 한층 업그레이드 되어서 친절함을 그냥 마음으로 느끼는 수 밖에 없다는데 있었다. 특히 이 집주인 아줌마는 스위스식 표현으로 자기 수염 안쪽에서 말을 해서(웅얼거린다는 소리), 프랑스어가 모국어인 오이군 조차도 절반밖에 못알아들었다고 한다 -_-; 근데, 그쪽도 오이군의 스위스 억양이 섞인 프랑스어와, 나의 스위스 억양과 한국어 억양이 뒤섞인 프랑스어는 잘 못알아듣겠는지 뭔 질문을 해도 그냥 상냥하게 웃기만 하더라. -_-; 결국 서로 혼자 떠들고 미소만 짓다가 대략 각자 이해한 반쪽 관광정보를 가지고 거리로 나섰다.

 

 

거의 모든 전못대가 이렇게 십수년 쌓인 광고지로 겨울 옷을 입고 있다. 그 두께가 5-10cm가 넘어가는데, '광고를 떼면 죽어!'라는 미신이라도 있는걸까?

 

 

어떤 예술 작업실의 광고인데, 전봇대에다 광고지 대신 가죽옷을 입혀놨다. 독특한 아이디어였지만 문제는 광고를 전봇대 한개에만 하기도 엄청난 시간과 비용이 소요된다는 것. ^^;

 

 

이것이 그 문제의 작업실이다. 빈티지한 주택가에서 작업실을 눈에 확 띄게 하는 표현력! 윗쪽의 알루미니엄 컷은 도둑 방지에도 효과가 있을것 같다.

 

오이, The Point!

길가다가 자기이름 써있다고 좋아하는 중 ^^;

 

 

이제 기대없이 교회를 볼 수 있게 되었다. 당근 잠겨서 못들어가겠지 하고 말이다. 근데, 이동네 사람들은 좀 더 사교적인 목적으로 교회를 활용하나보다. 정문앞을 담배꽁초와 술병, 각종 국물이 흐른 자국들이 뒤덮고 있는 것을 보니...

 

 

공구가게 쇼윈도. 정신없을 수도 있는 물건들을 파는 가게가 좋은 아이디어 덕분에 폼나는 가게가 되었다. 

 

 

 

 

 

 

구 시가. 과거와 현재와의 만남

 

 

오! 드디어 기대하던 퀘벡시티의 모습을 만났다.

몬트리올도 그랬지만 퀘벡시티도 신시가지보다 구시가지에 볼거리가 훨씬 많다. 골목골목 너무나 예쁜 귀족 저택같은 건물들이 가득했고, 동화속에서 방금 나온 듯한 성벽이 길게 이어졌다.

 

거리가 예쁘다보니 간판들도 예술적이다. 귀여운 사탕가게는 물론 서브웨이 샌드위치 간판마저 고급졌다.

 

 

구 시가로 들어가는 성문앞에는 한번쯤 다 들어가보고 싶게만드는 음식점들이 늘어서 있었고, 성문 안쪽은 이동네 홍대앞 쯤 되는지 젊은 열기로 가득 차 있었다. 열기에 차다못해 애들이 막 치고 받고 싸우고 있었는데, 주변에 말리기는 커녕 몰려들어 막 부추기더라. 레알 스트리트파이터... ^^; 그러나 이건 불을 들고 싸우는 사진은 아니고 거리 써커스를 보여줬던 어떤 남미 아저씨이다.

 

써커스...

여기에 또 우리의 슬픈 사연이 있는데, 목마르게 기대했던 '태양의 서커스'무료 공연이 글쎄 아직 시작을 안했다는거다. 여름 이벤트로 태양의 써커스의 본거지인 퀘벡시티에는 매년 무료거리공연이 열린다고 한다. 그런데, 우린 이곳에 6월초, 즉 축제 시작 2주전에 와서 공연을 보지 못했던 것. 6월 초라고 들었는데, 잘못된 정보 였는지 인부들이 무대 세우는 모습만 입맛을 쩝쩝다시며 보아야 했다. 내 평생 언제 또 이곳에 다시 올지 모르는데, 그런 멋진 것을 놓쳐서 지금도 생각하니 위에 출혈이 생기는 기분이 든다. ㅠ_ㅠ 더불어 건물에 영상과 레이저 등을 프로젝션하여 음향 효과와 함께 특이한 결과를 내는 빛과 소리의 쇼도 놓쳤다. 이건 스위스에서 지난달에 보고 왔으니 괜찮아라고 달래보지만 역시 한구석에서 뇌압상승. 퀘벡시티에 가려면 모든 여름 이벤트가 활활 불타오르는 6월 말부터 갈 것을 추천한다.

 

 

오옷, 이것! 저 물음표 표지판을 보니 뭐 생각나는거 없나? 주먹으로 뻥 올려 치면 동전이 막 떨어질것 같지 않은가? 수퍼마리오 좋아하는 우리 커플은 술취하면 나도 모르게 가서 반복해서 치고 있을까봐 두려웠다 ^^; 관광안내소 표지인데, 아이디어낸 사람이 슈퍼마리오 팬인듯? ^^;

 

 

두둥~ 그리고 이것이 퀘벡시티의 명물 샤또 프론트낙 Chateau Frontenac이다. 솔직히 말해서 이녀석...정말 폼난다. 마침 떠준 보름달과 함께 장엄한 요새의 면모를 제대로 보여준 프론트낙 성. 그러나 사실은 성이 아니고 처음부터 호텔로 지어진 건물이라고.

 

 

구시가를 구경하며 언덕을 내려가면 바다로 갈 수 있다. 구 항구엔 오래된 건물위에 프레스코벽화가 너무너무 예쁘게 늘어서 있다.

 

멋진 배경과 셀카 남긴다고 한건데, 울 서방님 왜케 한밤중에 사냥나온 뱀파이어같이 찍힘? 그리고 배경은 어디에? -_-ㅋ

 

여기있으면 동화 수십편은 거뜬히 써 내려 갈 수 있을것 같지 않은가? 마을 교회 앞 광장. 이 주변 건물들은 지금은 일반 가정집 보다는 공공 건물이나 샵 등으로 운영되는 듯 하다.

 

 

 

 

 

대부분이 카페, 음식점, 기념품 점인데, 관광지라 가격이 비쌀지도 몰랐지만 이 중 하나에 들어가 보지 않고는 못베기게 생겼다. 어찌나 깜찍하고 예쁜지. 오이군이랑 구석구석 배회하다 그럼 우리 차나 한잔 할까? 하고 그중 제일 예쁜 카페를 골랐건만 문을 닫았네...근데, 여기 뿐만아니라 전부 문을 닫아서 커피값을 굳힐 수 있었다. 8시 반밖에 안되었는데, 왜 다 닫았지...-_-;

 

 

항구답게 큰 배도 있고, 온화한 색의 벽화들이 아기자기한 건물들과 너무도 잘 어울리던 곳이었다. 건물과 건물 사이의 작은 틈 마저도 놓치지 않고, 저렇게 이유를 알 수 없지만 뭔가 있어보이는 동상까지 세워놓았다. 오이군도 마음에 드는지 감상모드에 젖어들었는데, 본인이 화장실 표지판 아래 앉아있다는 사실은 모르는 듯 하다. 다시 보니 화장실 들어가려고 대기하는 사람 같이 나왔네...

 

캐나다에 거처를 정할 때 모두들 퀘벡시티보다는 몬트리올에 가보기를 추천했는데, 늘 도시 전체가 술에 취한듯 시끄럽고, 지저분한 느낌의 몬트리올 보다 우리 취향에는 평화롭고, 깨끗한 퀘벡시티가 더 마음에 들더라. 뭐 젊은 피가 끓어 올라 파티가 좋은 나이라면 몬트리올이 더 낫겠지만 야채들은 슬슬 음주가무에서 은퇴할 나이로 다가가고 있었기 때문에...^^; 그렇다. 생각해보면 우리도 얼마전까지 웃고 떠들며 거리를 방황하는 무리 중 하나였던 것 같기도 하다. 그때는 몬트리올을 천국이라 불렀을지도. ^^;

그런데, 한편으론 한달 정도 여행하는 것을 생각하면 퀘벡시티가 좋은데, 규모가 많이 작은 도시라 오래 살거라면 조금 불편하고, 지루할 수 있을 것 같기도 하다. 아무래도 대도시 일수록 편의 시설은 좋은 법이니까. 

 

 

 

 

       

낭만 가득 퀘벡시티 밤마실

여행일자 : 2011.06.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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