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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orea | 대한민국 볼거리 먹거리/Seoul, Inchon | 서울, 인천
서울 근교 당일치기 섬여행 신도 시도 모도 트레킹 Part 2
2021. 6. 15. 18:12

섬속의 섬
여기 나만 몰랐어?

 

 

앞 글과 이어서...

 

다리를 건너서 시도에서 처음 마주한 것은 다름 아닌 화장실.

센스 있다. 신도 선착장에서 걸어 오면 이쯤에서 화장실이 필요하리라는 것을 계산한 듯 하다. ^^; 게다가 간이 공중화장실인데, 새로 지었는지 매우 깨끗했고, 물도 나왔으며, 음악까지 흐르더라. 아니 이 작은 섬에 있는 공중화장실까지 이렇게 산뜻할 게 다 뭐람. 우리나라 참 좋아졌다는 것을 다시한번 실감.

 

화장실을 마주보고 오른쪽으로 가면 시도염전과 수기해변이 나오는데, 금강산도 식후경이니 일단 김밥을 먹기로 했다.

화장실 앞 도로 건너편에는 쉼터가 있는데 벤치도 많고, 나무 그늘도 있어서 도시락을 먹기에 완벽한 곳이었다.

 

 

 

 

꿀맛이 나던 황금 달걀! 집에서는 잘 안먹는 삶은 계란인데, 왜 밖에 나오면 이렇게 세상 어떤 음식보다도 맛있는건지...

 

 

 

시도 한반도 공원

 

 

화장실 앞에서 큰 금계국이 한들한들 손짓하는 방향(시도염전)으로 가면 한반도 공원이 나온다. 한반도 공원은 수초가 가득한 인공호수공원인데, 호수 안에 한반도 모양을 한 인공섬이 있어서 붙은 이름이다. 그러나 사실 인공섬이 꽤 커서 이렇게 공원 가장자리를 걸으면 호수 가운데 있는 섬이 한반도 모양인지 꿀떡 모양인지 전혀 알 수가 없다. 아래 사진 처럼 하늘에서 보면 그제서야 한반도 공원이라는 이름이 이해가 간다.

 

제주도까지 있는 한반도 모양. 공원 가장자리를 따라 걷다가 중간에 놓인 다리를 통해 한반도 모양의 섬으로 들어갈 수 있다
바로 이 다리를 건너면 섬으로 갈 수 있다. 그러나 건너가서도 한반도 모양인지 전혀 몰랐음 ^^;;

 

섬에 들어가서 잠시 쉬었다가 다시 뻘이 있는 쪽 길을 따라 가면 시도염전으로 이어진다.

 

 

 

시도염전 (해당화 꽃길)

 

향기로운 해당화가 길을 따라 곱게 피어 있어 해당화 꽃길이라 부른다

 

한반도 공원을 지나면 길이 제방쪽으로 이어지는데, 여기서부터는 해당화가 길을 따라 주욱 피어 있어 5-6월에 간다면 향기가 진동을 한다. 그리고 왼쪽에 붉은 식물(거리가 멀어서 나문재인지 해홍인지 퉁퉁마디인지 칠면초인지는 정확히 알 수가 없었다)이 뒤덮고 있는 넓은 땅이 있는데, 바로 여기가 시도염전이라고 한다.

 

여기가 시도염전이라고 하는데, 현재는 운영을 하지 않는 듯 무성하게 잡초만 자라고 있었다
길을 따라 가득한 해당화
길의 오른쪽은 넓은 갯벌이 있어서 서해만의 고유한 운치를 느낄 수 있다

 

한들한들 피어있는 꽃들도 붉게 뒤덮힌 염전도 게들이 뽈뽈 돌아다니는 갯벌도 정말 멋진 구간인데, 중간에 그늘이 하나도 없으므로 해를 가릴 수 있는 모자를 챙기면 좋겠다. 사실 중간에 쉬어가라고 그늘이 있는 벤치가 하나 설치되어 있었던 모양인데, 어떤 연유인지 절반쯤 부서져 바닥에 쓰러져 있었다. 아마 어떤 날은 바람이 엄청나게 센 모양 ^^;

 

 

 

 

 

슬픈연가 촬영지

 

장미가 흐드러지게 핀 마을길

 

해당화 꽃길 끝에서 해변쪽으로 더이상 길이 이어지지 않으면 여기서 왼쪽으로 돌아 마을로 들어간다. 마을길을 따라다가 보면 지대가 점점 높아져 절벽에 다다르는데, 여기가 바로 슬픈연가를 촬영한 장소라고 한다. 

 

포즈 잡아달라고 했더니 예전 전통마을 어디선가 본 아리랑에 맞춰 춤추시던 할아버지 재현 중

 

그런데, 바로 딱! 그장소에 새로 펜션이랑 카페같은 것을 짓고 있더라. -_-;

슬픈연가를 보지 않아서 어떤 장면에 이곳이 나왔는지 모르겠지만 우리가 갔을 때는 그냥 공사장이라 특별한 운치는 느끼지 못했다. 

 

기껏 왔는데, 볼 것이 없으니 조금 아쉬워서 오이군에게 포즈라도 잡아달라고 했더니 한국의 한을 표현하겠다며 저런 처랑한 자세를 취했다 ^^; 예전에 어떤 전통마을인지 민속촌인지를 갔었는데, 아리랑이 흘러 나왔고 음악에 맞춰 어떤 할아버지께서 팔을 양쪽으로 들고 흐느적흐느적 춤을 추신 적이 있다. 그걸 본 오이군이 노래도 할아버지도 어딘지 슬퍼 보인다고 하기에 그냥 지나는 말로 '옛날부터 한국인은 한이 많아서 그래.' 라고 했더니만 그게 기억에 남았는지 가끔 안타깝거나 슬픈일이 있으면 저렇게 아리랑 어깨춤을 춘다는...^^;

 

아무것도 없는 갯벌에 바위 하나가 눈에 띄었는데, 다른이들에게도 이 바위가 인상적이었는지 이름이 있더라. 검백바위 라고 함.

 

그런데, 찬찬히 돌아보니 공사가 끝나면 나름 전망이 나쁘지 않을 것도 같다. 이곳이 개인주택이 아니라 펜션, 카페 같은 공공장소라면 걷는 길에 살짝 거쳐가도 좋을 듯하다. 절벽 끝이라 시야가 막힘이 없으며 동해의 푸른 빛은 아니지만 나름 바다위에 바위 하나가 턱 놓여 있어 여백의 미를 느끼게 하는 장소였다.

 

 

 

수기해변 (풀하우스 촬영지)

 

수기 해변은 평일에도 꽤 사람이 많은 편

 

슬픈연가 촬영지에서 왔던길을 조금 되돌아 오면 산길을 통해 해변으로 내려올 수 있는데, 산길이 싫다면 더 되돌아와 시도로 86번길(포장도로)로 내려가도 된다.

우리는 산길을 통해 내려갔는데, 해변에 도착했을 때 사람이 많아 깜짝 놀랐다. 5월의 어느 평일이었는데도 해변에 그늘막 텐트가 즐비하게 늘어서 있었기 때문. 사진은 임의의 사람들이 너무 가까이 나오지 않게 찍으려고 나름 빈 곳을 겨냥해 찍은거고, 저것보다 더 촘촘하게 텐트들이 늘어서 있으니 미리 마음의 준비를 하시길. 아까 선착장에 수많은 차들이 있었는데, 다 어디로 갔나 했더니 전부 여기를 왔나보다. 배가 하루에 여러편 있는데, 대부분 이 수기해변을 생각하고 섬에 들어오는 모양.

 

바위와 갯벌로 이루어진 수기해변. 곳곳에 게를 잡고 뛰어노느라 신이 난 아이들이 있고, 그 뒤엔 불안하고 지친 얼굴로 쫓아다니는 엄마 아빠들이 있었다 ^^;;

 

이곳도 역시 서해답게 갯벌이 넓게 펼쳐져 있는데, 바위가 많은 편이라 느낌이 조금 독특했다. 우리가 도착했을때는 썰물때라 물은 하나도 없었지만 밀물때는 풍경이 또 다를 것 같다.

 

풀 하우스, 배우들이 풋풋해보이네...ㅎㅎ

 

이곳이 한류 열풍을 제대로 이끌고 갔던 풀 하우스를 찍은 곳 중하나라는데, 역시 이 드라마를 보지 않아서 어떤 장면에 나왔는지는 잘 모르겠다. ^^; 셋트가 있었는데, 철거했다고 들은 듯. (드라마의 원작인 원수연 작가님의 만화 풀하우스는 학창시절에 정말 재밌게 봤는데...)

 

수기해변은 인기 목적지인만큼 편의점 하나와 음식점 겸 카페 그리고 화장실, 탈의실, 주차공간 등의 편의 시설이 있다.

 

 

 

수기 전망대

 

수기 해변에서 바다를 마주보고 왼쪽 끝으로 가면 산으로 올라가는 오솔길이 나온다

 

우리는 편의점에서 물과 아이스크림을 하나씩 골라들고 사람이 적은 곳을 찾아 산으로 올라갔다. 해변이 나쁘지는 않았지만 한적한 여행지를 좋아하는지라 갑자기 사람이 많아지니 정신이 안드로메다로 떠나는 것 같아서 서둘러 올라갔는데, 신기하게도 오솔길로 들어서는 순간 거짓말 처럼 인파의 소음이 싸악 사라졌다.

 

수기 전망대로 가는 길은 나무가 빽빽하게 들어서 있긴 했는데 키가 크고 가늘어서 숲전체가 밝고, 싱그러움으로 가득했던 곳이었다.

 

짜잔. 드디어 전망대에 도착. 그런데, 전망은 대체 어디에?

 

그리고 수기 전망대는 이렇게 생긴 전망 데크인데, 이날 햇살이 있으면서도 바다쪽에 옅은 안개가 끼어 있는 오묘한 날씨여서 하루종일 어디가 하늘인지 바다인지 구분이 가지 않더라. 당연히 전망은 그냥 구름속의 산책 ^^; 맑은 날이었다면 맞은편에 있는 강화도의 마니산이 보일 각인데, 조금 아쉽네...

 

 

전망대를 구경하고 이제는 섬의 남쪽으로 (전망대에서 바다를 마주보고 정 반대방향이 남쪽) 방향을 튼다. 정상을 지나가야해서 약간 오르막인데, 뭐 워낙 작은 언덕같은 산이라 크게 힘들 지는 않다. 주변에 한들한들 꽃이 보이기 시작하면 마을에 도착 한 것.

 

마을의 메인도로로 가면 북도 우체국이있고, 여기서 신도 선착장으로 가는 버스를 탈 수 있다. 단 버스가 자주 있진 않으니 오전에 미리 신도 선착장에 붙어있는 버스 시간표를 확인해 둘 것을 잊지 말자. 버스는 작은 크기의 마을버스로 우리는 4시 즈음 탔는데, 하이킹 갔던 사람들과 마을 사람들이 많아서 출퇴근길 지옥철 레벨이었다. 아마 뱃시간 때문에 그런 듯? 아무리 다들 마스크를 쓰고 있었다지만 사회적 거리두기와는 아주 거리가 먼 상황. 우리는 이때는 귀국 후 두 달간 사람을 거의 못보다가 갑자기 맞닥뜨린 상황이었기 때문에 마음이 심히 불안하였다 ^^; 우리가 할 수 있는 건 그냥 창문을 전부 열어 놓고, 마스크 꼭꼭 눌러 쓴 채 침묵하는 것이 전부였는데, 옆에 할머니, 할아버지들은 맘편하게 턱스크 쓰시고 계속해서 두런두런 담소를 나누시더라. 저분들이 더 고위험군 아닌가? 내가 더 마음이 불안불안. (이때는 아직 턱스크 단속도 없었고, 마스크 벌금도 없었을 때)

 

 

 

 

 

집으로

 

 

안전거리 확보를 못하고, 약간 불안한 마음으로 좁은 버스에 다닥다닥 붙어 서서 왔더니 9시간 걸은 것보다 버스 십 몇분이 더 힘들게 느껴졌다. 선착장으로 돌아와 화장실에서 찬물로 더위를 조금 식히고 나니 살 것 같네...

그런데, 잠시 지나니 이날 엄청 따뜻해서 모자를 썼음에도 햇살에 머리가 뜨겁게 달궈졌었는데, 그래서 그런 건지 오랜만에 장시간 걸어서 그런 건지 머리가 조금 아프네... 작년부터 몸이 조금만 이상하면 바로 드는 생각은 '코.로.나'. -_-;

거의 한달간 사람을 마주친 적이 없어서 의심가는 날은 없고, 그럼 오늘 아침에 배 매표소에서? 방금 버스에서? 증상이 이렇게 빨리도 오나...? (집에 와서 밥먹으니 멀쩡해짐. 그냥 당떨어 졌었나보다. ^^;)

 

선착장에 앉아 이생각 저생각하면서 바닷바람을 맞고 있는데, 드디어 배가 들어 왔다.

 

 

집으로 돌아오는 보트 안.

배가 울리는 경쾌한 기적소리, 배 뒤를 따르는 갈매기들 그리고 그 아래 하아얀 파도.

아~ 언제봐도 기분 좋은 풍경이다.

 

아~ 조쿠나.

서울에서 가까운 곳에서도 이런 운치를 즐길 수 있다니.

조금만 부지런하면 사실 주변에 즐길 것들이 참 많은데, 늘 사람 맘이 머얼리 떠나려고만 하는 것 같다.

 

 

 

       

우리동네에서도 시선을 달리하면 매일이 여행

2020. 0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