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akao Instagram Facebook NAVER 이웃 E-mail 구독

Japan | 일본/Japan | 도호쿠 : 아키타, 아오모리
[아오모리] 데코 야와타, 예쁜 말타고 시집가던 날
2016. 7. 19. 18:44

야와타 말꾸미기 체험
오래된 성터에서 느껴보는 전통공예의 매력

 

 

아오모리에 도착해서 첫번째로 간 곳은 동쪽의 하치노헤였다. 지명에 헤 자가 들어가는 곳은 말이 유명하다고 하는데, 예전에는 이 근처에 말 방목지가 많았다고 한다. 지금은 더이상 초원 위를 달리는 말들을 볼 수는 없지만 그 흔적이 지역 공예품으로 남아있다.

 

 

 

 

약 7백여년 전부터 만들어 졌던 야와타우마 (야와타말) 공예품

 

바로 이 빨갛고, 까만 말인형이 하치노헤의 상징물인 나무 말이다. 색상은 암수를 표현한 것인 줄 알았더니만, 검은색은 부모를 뜻하고, 빨간색은 자식을 뜻한다고 한다. 귀엽게만 봤다가 부모자식간이라니까 갑자기 숙연한 마음이 든다. 부모를 상징하는 말이 검은 것은 자식을 키우느라 까맣게 타들어간 속을 표현한걸까?

 

하치노헤 곳곳에 이 말들이 놓여 있는 것을 볼 수 있었는데, 전통혼례 때 신부가 탈 말을 치장했던 것에서 전해져 내려온 것이라고 한다. 우리나라는 신랑이 말을 타고, 신부는 가마를 탔는데, 일본의 하치노헤에서는 신부가 말을 탔던 모양이다. 아쉽게도 이 화려한 말을 타고 혼례를 올리던 전통은 더이상 계승되지 않고, 현재에는 그를 기억하는 나무 말만 남아 있다.

 

하치노헤 서쪽에 있는 네 성터

 

우리도 하치노헤에 온 기념으로 나무 말을 하나 만들기로 했다.

아니? 기념으로 하나 사는게 아니고, 만든다고?

하치노헤 시가지 서쪽, 마베치 강 유역에는 네조라는 곳이 있는데, 이곳에 5백여년 전에 지어진 성터가 있다. 성 터는 말그대로 터라서 많은 건물이 남아 있지는 않지만 여기에 작은 공방이 하나 자리잡고 있다. 그리고 우리는 여기서 나만의 야와타우마 (야와타 말) 을 만들어 볼 수가 있다.

 

성터에 조용히 자리잡은 목각말 공방
온화한 느낌의 공방 내부
말 꾸미는 법을 설명해 주신 강사님

 

정확히 말하면 말을 만드는 건 아니고, 장식 없는 나무말을 꾸미는 것으로 원래의 전통 공예품은 위에 강사님이 들고 계신 것과 같이 검정말과 빨간말이다. 

 

 

그러나 우리는 현대적인 감성과 접목을 하여 검은색이나 빨간색 바탕이 아닌 새하얀 말 위에 색을 칠하고, 스톤을 붙여 장식을 하게 된다. 개인의 취향을 가득 담아 나만의 인테리어 소품을 만들어 볼 수 있는 기회. 야와타 말의 의미는 행운이라고 하니 아끼는 사람에게 행운의 선물을 건네 줄 수도 있다.

 

처음에는 일본까지 와서 뭐 이런 공예체험을 해야되? 하는 마음도 없지 않았는데, 일단 공방이 위치한 푸르른 잔디밭이 끝없이 펼쳐지는 성터 공원이 멋져서 가볼만 하고, 덕분에 하치노헤 하면 이제 그 상징물인 말이 딱 떠오르게 되어 좋은 기념품이 되었으며, 무엇보다 만들어 보니 이게 은근히 재미가 있었다. 

 

아무 장식이 없는 하얀 기본 말과 스케치용 연필, 스톤을 붙이기 위한 본드, 스톤용 집게 등이 주어지고, 색은 유성과 수성펜으로 칠한다

 

말을 꾸미는 법은 간단하다. 가볍게 구상을 해 보고, 색을 칠하면 되는 거다.

 

막바로 장식을 했다 망칠 것이 두렵다면 주어진 평면도에 일단 스케치를 해 보아도 된다. 흰 말을 보는 순간 아무 영감도 떠오르지 않는다면 기존에 다른 체험객들이 만든 샘플 책자도 있어서 힌트를 얻을 수도 있다.

 

주인의 개성이 가득 묻어난 말 세마리

 

우리 일행은 전부 실전에 강한 타입인지, 귀찮아서 인지 (^^;) 스케치 없이 바로 말 위에 그림을 그리기 시작했다. 말이 조그마해서 이거 뭐 꾸미는데 삼십분이면 되지 않겠어? 했는데, 그리다 보니 다들 애착이 생기는 모양이다. 두시간을 훌쩍 넘겨서야 겨우 마무리를 했다. 그러고도 못내 뭔가 아쉬워서 계속 손을 대고 싶어 근질근질. 그러나 역시 길게 손을 대면 망친다. 아까가 딱 좋았는데, 괜히 뭘 더 해가지고 지저분...

내면의 밑바닥 어딘가에 숨어 있던 예술감각이 슬금 눈을 뜨려할 무렵 이미 나의 하얀 말은 얼룩덜룩 난리가 나 있었다. 아...다시 하라면 진짜 이쁘게 잘 할 수 있을 것 같은데, 아쉽고나. 절제의 중요성을 다시한번 되새기면서 오늘의 작업을 마쳤다.

 

여기서 색칠 팁을 하나 드리자면 말 위에 수성펜으로 직접 칠하면 손에 묻고 번지는데, 유성펜을 먼저 칠하고, 그 위에 수성펜을 사용하면 색이 고르게 착착 잘 붙는다. 

 

 

 

 

 

이 공방에서는 야와타 말 이외에도 엔브리축제에 쓰는 모자를 축소 사이즈로 만들 수도 있다. 위와 같은 모양인데, 실제로는 아래 포스터같이 축제장에서 사용된다.

 

 

공들인 말을 소중히 가방에 넣고, 나오자 푸르른 네조 성터에 흰구름이 빠른 속도로 지나가고 있었다. 여름인데, 비온 뒤엔 가을 바람이 부는 푸른 숲, 아오모리. 한국의 습한 여름 공기에 늘어져 있다가 선선한 바람을 쐬니 정신이 번쩍 들었다. 아오모리는 그렇게 기분좋은 여름 가을바람(?)으로 우리를 맞이했다. 

 

 

 

야와타 말 꾸미기 공방

주소   아오모리현 하치노헤 네조 사적 광장 根城大字下町13−5
예약   http://www.asoview.com/act/traditionalcraft/aomori/are0020900/pln3000007589/ (일본어) 4일전까지 예약 필요
가격   1인 1,900엔
시간   오전 10시, 오후 2시 하루 2회 ( 약 1시간 30분 소요 )

 

취재지원
이 포스팅은 아오모리현 서울 사무소에서 여행경비(항공권, 숙박비, 교통비, 식비, 투어)를 지원받아 블로거 본인이 여행한 후 작성되었습니다.

여행날짜
2016.06.2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