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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aily Log | 평범해서 소중한 일상
Smacksoft (황보령) 콘서트, 추억 그리고 지금
2013. 4. 17. 02:39

과거, 현재 그리고 의심없이 미래

 

오랜만에 보는 보령언니 콘서트. 옛날 음악부터 신곡까지 주욱 들으니 여러가지 생각이 나더라.

 

 

대학 처음 들어갔을 때 지인의 소개로 처음 알게된 황보령이란 사람.

대학로 라이브관을 우리 일행이 거의 전세내다시피 하며 처음 들은 그녀의 독특한 허스키 음색.

그때 그녀의 음악은 나에게 '설레임'이었다. 그저 모든게 신기하고 재밌기만 했던 대학 1학년. 세상에 저런 사람도 있구나.

그리곤 잊혀졌다. 

 

대학 2학년때 우울증에 시달리던 어느날 우연히 서랍속에 갖힌 그녀의 CD를 발견했다. 그리곤 그 후 몇 계절을 그녀의 음악과 데굴거렸던 것 같다. 

그때 그녀의 음악은 내게 '위안'이었다. 듣고있으면 막연히 이해받고 있다는 느낌이 들었다.

 

 

그 후 졸업과 바쁜 회사생활에 다시 잊혀졌던 그녀의 음악을 유학을 가서야 다시 듣게 됐다.

밤 열두시가 훌쩍 넘은 시간, 아르바이트 끝나고 터덜터덜 집으로 돌아오는 길에 길동무가 되어준 그녀.

그때 그녀의 음악은 '자유'였다. 고되고 힘든 하루하루였지만 처음 맛본 자유는 너무나 달콤했다. 놓을 수가 없었다. 놓고 싶지 않았다. 마음속의 잡음을 듣고 싶지 않아서 이어폰 볼륨을 최대로 올리고 그녀의 허스키한 목소리로 내 귀를 막았다. 

 

 

어느날 우연히 남자친구에게 들려준 그녀의 음악. 나와 많은 것이 비슷했던 그도, 그녀의 음악에 깊게 빠져들었다. 그러나 그렇게 그 음악을 같이 들어주던 그가 떠났다. 

그때 그녀의 음악은 '그리움'이었다. 들으면 들을 수록 그가 그리웠지만 쉬지않고 돌려들었다.

 

시간이 지나 그 남자친구와 같이 한국에 들어올 일이 생겼다. 그 무렵, 우연히도 그녀 역시 한국으로 돌아와 활동을 재게하기 시작했다. 그와 함께 본 그녀의 콘서트. 생각도 못했다. 이런 날이 올 줄은. 그때 그녀의 음악은 '무한한 기쁨'이었다. 듣고 있으면 그저 비실비실 웃음이 났다.

 

그리고 세월이 흘러, 그 남자친구는 남편이란 이름으로 호칭을 바꾸었다. 가끔 주말에 그가 말한다. 금요일날 황보령씨 공연있는데 바람 쐬러 갈까?

지금 그녀의 음악은 나에게 '평화로운 일상'이다.

설레임은 사라졌지만, 따뜻함을 주는 그의 팔짱을 껴고, 살랑 살랑 나들이 가듯 듣는 음악.

 

앞으로 또 어떤 이름으로 바뀔까?

 

가수란 직업이 참 독특한것 같다. 그들은 죽을 때 까지 모를, 그들의 음악에 얽힌 사람들의 이야기. 그 모든 의미가 그들이 의도한 것과는 전혀 다른 방향으로 흘러간다는 것도 말이다. 

 

 

그녀의 음악은 대중적으로 크게 알려지지 않았고, 그녀 자신도 좋아하는 음악을 계속 해 나갈 뿐, 그렇게 대단히 알려지려고 노력하고 있는 것 같지는 않다. (개인적인 생각 ^^;) 그러나 그녀의 음악은 그 어떤 국내외 가수와 견주어도 손색이 없는 정도가 아니라 뛰어넘는 그 무언가가 있다. 아직 모르시는 분이 많겠지만 황보령은 98년부터 활동해온 5집까지 나온 중견(?)가수로 요즘은 Smacksoft라는 이름으로 활동하고 있다.

 

지금 궁금해서 눈을 반짝이시는 분을 위해 링크 몇개 걸어 보는데, 편견은 갖지 말고 들으시길. 대체 이게 왜 설레임이며 그리움이며 평화라는 걸까라고 말이다. 음악이란건 듣는 사람의 취향이나 환경에따라 그 의미가 수시로 바뀌는 것일테니.

 

 

 

※ 공연일자 : 2013.04.1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