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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orea | 대한민국 볼거리 먹거리/Gyeongsang | 경상도
육지인 듯 섬인 듯, 물돌이마을 예천 회룡포
2016. 2. 19. 18:52

용이 감싼 마을 풍경
회룡포의 겨울

 

2016년의 첫 여행지, 회룡포

 

우리의 2016년은 안동에서 시작했다. 전국일주 중에 맞이하는 새해. 뭔가 의미심장하고, 기분이 오묘할 거라고 상상했는데, 그냥 여느 아침과 같았다. 졸리고, 찌뿌드한 운동부족형 인간의 아침. ^^; 다만 새해맞이 여행이 계획되어 있었으므로 평소보다 조금 일찍 일어났다는 것이 약간의 다른 점이랄까? 평소보다 두어시간 일찍 일어난 것만으로도 올해의 시작은 성공적이라고 스스로를 다독이며 길을 나섰다.

 

 

 

 

 

 

 

지난 가을부터 안동을 비롯한 경상도 지역이 무지 가물었었는데, 1월 1일 제야의 종소리가 울려 퍼질 즈음 갑자기 눈이 펑펑 내리며 한해를 축복했다. 주변에서 들려오는 말로 다가오는 봄에는 물부족으로 벼농사를 못지을지도 모른다고 했었는데, 새해 첫날의 눈은 이제 그간 모자랐던 수분을 보충해 주겠다는 축복의 신호가 아니었을까? 그게 참 서울에 살 때는 가뭄이 뭔지도 모르고 살았는데, 서울을 벗어나 자연을 둘러보니 가뭄이 얼마나 심각한지가 온몸으로 느껴진다. 그간 서울안 개구리로 서울밖 한국이 어찌 돌아가는지도 모르고 살았던가보다.

 

어쨌든 나는 농부가 아니라 사진찍기 좋아하는 사람이라 또 열심히 눈을 기다렸다. 황량한 겨울 들판이 흰빛으로 뒤덮혀 있을 것을 기대하며 회룡포로 달려갔는데, 날이 너무 따뜻해서 눈은 대부분 녹아 있었다. 나는 설경을 못찍어서 아쉽지만 그래도 그간 목말랐던 들판의 나무들이 목을 좀 축였을테니 그걸로 그냥 좋은 걸로 ^^

 

회룡포 관광 지도 (클릭하면 크게 볼 수 있습니다.)

 

회룡포 여행은 액티브 등산형릴렉스 관광형으로 나눌 수 있다.

감자와 오이같이 액티브하게 이곳을 즐기고 싶으면 네비를 회룡포로 맞추고 간다. 마을 입구에 차를 대고, 회룡포 올레길을 따라 마을을 한바퀴 둘러 본 후 제1 뿅뿅다리를 건너 전망대로 올라가는데, 이게 진짜 등산이라 편한 신발은 필수다. 산은 그리 높지 않아서 정상까지 천천히 갔다 내려오는데 한시간정도면 충분하다. 그리고 제2 뿅뿅다리를 건너 다시 마을로 돌아와 이번엔 마을 안길을 가로지르며 구경하면서 주차장으로 돌아온다.

등산을 피하고 싶다면 네비를 장안사로 맞추고 간다. 장안사 주차장에 차를 대고, 쬐끔만 올라가면 바로 회룡대 (전망대)가 나온다. 여기서 마을 풍경을 구경하고, 다시 차를 몰고 회룡포 마을로 들어간다. 바로 산아래 있는 마을인데 어이없게 바로 가는 길이 없어서 10여분을 비잉 돌아 가야 하지만, 어쨌든 이렇게 하면 등산없이 주요 포인트를 전부 둘러 볼 수 있다. 회룡포는 작은 마을이라 한 20-30분이면 대략 다 둘러볼 수 있다. 강을 따라 마을을 도는 회룡포 올레길은 평평한 길이라 힘들이지 않고 걸을 수 있다.

 

 

한국의 아름다운 하천 100선에도 들어있는 회룡포는 국가 명승 16호로도 지정되어 있다. 게다가 드라마 가을동화에서 주인공의 어린시절을 이곳에서 담았고, 근래에는 1박2일에 나온 덕분에 인기몰이를 하고 있는 여행지라 곳곳에 지도와 이정표가 잘 표시되어 있다. 우리는 일단 마을 안쪽을 둘러보고, 올레길을 따라 강변을 구경한 후, 전망대인 회룡대에 오르기로 했다.

 

 

 

회룡포 올레길

 

 

올레길에는 건강 지압로도 나 있고, 여름이면 덩굴식물이 시원한 그늘을 만들어줄 구조물도 설치되어 있었다. 겨울에는 원래대로라면 하얀 눈이 소복히 쌓여 낭만을 더한다고 한다. 

 

 

그러나 무엇보다도 이 길이 아름다운 이유는 강변에 드넓게 펼쳐친 모래사장 덕분이다. 

콘크리트, 시멘트로 포장된 한강 고수부지만 보고 자란 나에게 몇년 전 처음 본 하회마을의 모래사장이 있는 강변은 감동에 앞서 잔잔한 충격이었다. 원래 자연 상태로의 강변에는 모래 사장이 있는거구나. 생각치도 못한 부분인데, 개발전의 한강 모습을 찾아보니 그곳에도 이렇게 모래사장이 있었다는 사실을 알게 되었다. 그게 무슨 조선시대 이야기가 아니라 우리 부모님의 세대이야기다. 그때는 한강으로 여름이면 더위를 피해 물놀이를 갔었다고.

회룡포를 휘감은 내성천도 하회마을을 돌아 흐르는 낙동강처럼 수심이 얕고, 넓은 모래사장을 이룬다.

 

 

회룡포 올레길을 따라 걷다보니 겨울이라기 보다는 가을같은 느낌이 들었다. 강변에 끊임없이 갈대밭이 이어지는데, 정자를 한바퀴 돌아 갈대밭으로 내려앉은 낭만이 우수수 소리를 낸다.

 

 

 

 

정자마다 시가 한수가 적혀 있다. 옛 사람들이 정자에 앉아 이렇게 시를 짓곤 했겠지

 

정자에 앉아 갈대가 흔들리는 모습을 바라보고 있으니 몽롱해 지는 것이 최면이라도 걸릴 것 같다. 아니 이미 걸렸던지 오이군과 나란히 앉아 갈대가 춤을 추는 모습을 한참동안 바라봤다.

날씨가 눈이 쏟아질 듯 어두웠는데, 뭔가 그 덕분에 갈대가 더욱 쓸쓸해 보이면서 주변에 오묘한 분위기를 흩뿌려 댔다.

 

 

 

뿅뿅다리를 건너서

 

 

이번에는 뿅뿅다리를 건너 산위에 있는 전망대에서 마을을 조망하려고, 강가로 내려왔다. 흙위에는 다 녹지 않은 눈이 모래와 함께 독특한 패턴을 만들어 내고 있었다.

 

제 1 뿅뿅다리

 

요것이 바로 회룡포의 명물 뿅뿅다리. 마을에서 강 건너편으로 건너갈 수 있도록 만든 다린데, 이게 없으면 반대편으로 가기 위해서 몇십 킬로미터를 돌아서 가야한다.

 

 

다리의 원래 이름은 퐁퐁다리였는데, 98년에 TV에서 뿅뿅다리로 잘못 전해지는 바람에 대부분의 사람들이 뿅뿅다린 줄 알게 되었다고 한다. 그래서 결국은 원래 이름을 버리고 알려진 이름을 따르게 되었다고. TV의 힘이 대단하다. 고유명사도 막 바꿔버리는 미디어의 파워.

 

 

원래 이름이 퐁퐁다리였던 이유는 이렇게 다리에 구멍이 뚫려있어 수량이 많을 때는 구멍으로 물이 퐁퐁 솟아 올라왔기 때문이라고 한다. 근데, 엄청 긴 길이에 철판을 그냥 올려 만든 다리라 건너갈때 살짝 위 아래로 흔들흔들 하건만 물까지 퐁퐁 솟아 오르면 무서울 것도 같다. 뭐 수심이 깊지 않아서 빠져도 일어 서면 되겠지만 예상하지 못한 순간에 물에 빠지면 놀라지 않겠는가.

 

제 2 뿅뿅다리. 새로 지어져서 쬐끔 더 높고, 구멍이 적다

 

 

 

회룡대 등산로

 

 

다리를 건너면 이정표가 있으니 참고해서 회룡포전망대 쪽으로 간다. 뭐 사실 오늘 등산을 딱히 하려던 계획은 없었는지라 길을 보고 잠시 주춤했다. 그냥 계단을 좀 오르면 갈 수 있을거라고 막연히 상상하며 왔는데, 전망대가 산 위의 정자일 줄이야. 나중에 찾아보니 등산을 피하려면 회룡포 마을로 들어 오지 말고, 산위에 있는 사찰인 장안사로 가야한다. 사찰까지 차도가 나 있다고.

 

 

뭐 어쨌든 우리는 이미 길목에 들어왔으므로 산길을 오르기 시작했다. 쬐끔 걸으니 바로 땀이 송글 송글 맺혀서 두겹으로 껴 입고 있던 점퍼 안감을 벗어 가방에 챙겨 넣었다. 예상치 못했던 등산이라 은근 힘들었지만 눈이 녹으며 흙이 젖는 냄새 덕분에 힘이 솟아 기분만은 상쾌했다.

 

 

전망대 가는 길 중간 중간에 나무로 된 낭간이 있는데, 거기서 엄청나게 커다란 개미들을 발견했다. 호주에서 2cm가 조금 못되는 개미가 있다고 신기해 했더니만 한국에도 비슷한 사이즈의 개미가 있었던 것이다. 어찌나 크고 반짝 반짝 광이 나던지, 엉덩이에 카메라 들고 있는 내가 비춰 보인다. ^^;

 

드디어 전망대에 도착

 

아. 역시. 힘든만큼 보람이 있는 풍경.

오늘 날씨가 흐리고 안개가 껴서 사진으로 보던 것 만큼 황홀경은 아니었지만, 그래도 컴퓨터 그래픽으로 만든 것 마냥 둥그런 마을 모양이 신기하다. 회룡포는 잘 알려진 안동의 하회마을, 영월의 선암마을, 영주의 무섬마을 등과 같은 물돌이마을로 강이 굽어 흐르며 둥근 지형을 만들어 놓은 곳에 자리잡은 마을이다.  

마을 끝이 아슬아슬하게 육지와 연결된 부분을 툭툭 치면 바로 마을 전체가 둥근 섬이 되어 버릴 것 같은 모습을 하고 있다.

나는 날이 흐리면 흐린대로, 맑으면 맑은대로 여행지에서는 행복한 편인데, 오늘은 그래도 뿌연 하늘과 황사같은 안개가 조금 야속하게 느껴진다. 

 

사랑의 자물쇠를 달라는데, 산악회 리본이 더 많다. 저거 산에 가면 여기 저기 지저분한데, 썩지도 않는 것을 나무에 잔뜩 달아 놓으면 그것도 환경오염 아닌가...

 

마을 전경을 감상하고, 내려가는 길목에 사랑의 자물쇠를 걸어 놓는 곳을 만났다. 요즘엔 정말 사방 팔방에 이걸 해 놔서 별 감흥없이 쳐다봤는데, 읽어보니 여기는 나름 그럴만한 이유가 있다.

 

 

바로 전망대 건너편에 산과 산사이의 지형이 하트모양같이 생겼던 것이다. 그러나...오늘은 역시나 안개가 자욱해서 산이 있다는 것도 분간하기 어려웠다. 사진 오른쪽 아래에 작은 사진을 참고하시길. ^^; 

표지판엔 풍수지리학적으로 좌청룡에 해당하는 산이 총각산이고, 우백호에 해당하는 산이 처녀산이라서, 그걸 마주보고 있는 비룡산의 정기를 받아 인연이 이루어지면 백년해로하고, 자식도 잘 낳고 어쩌구 저쩌구 한다는...웬지 현대에 와서 끼워 맞춰 놓은 듯한 이야기가 적혀있다. ^^; 근데, 좌청룡, 우백호의 러브러브한 기운은 그 가운데 있는 산이 받는거 아닌가. 어째 그걸 마주 보고 있는 이 비룡산이 받는다고 하는가. 게다가 산의 기운을 받아 인연을 이루는건 또 뭔가. 산위에서 맞선이라도 봐야 하는건가.

푸흐. 뭔가 미심적은 문구에 삐딱한 감자 아지매 정초부터 태클 들어간다. ^^;

 

 

어쨌든 이 하트산이 보이는 곳 주변은 온통 러브러브한 것들로 가득 차 있었다. 산길에 드문드문 적힌 시 조차도 사랑에 관하여이다. 싱글들은 회룡대올 때 마음의 준비를 조금 해야 쓰것다. ^^;

맞은편의 하트산이 잘 보였더라면 이럴 때 또 염장전용기념사진을 한장 남기는건데.

 

 

길을 계속 가다보면 장안사 쉼터와 마주치게 된다. 만약 차를 타고 장안사로 왔다면 바로 여기서부터 전망대까지 산 능선을 타고 조금만 가면 된다. 쉼터에는 만든지 얼마 되지 않은 듯, 깨끗하고 환한 빛의 관세음보살상이 지나는 이에게 온화한 미소를 짓고 있었다. 커다란 불상덕에 비룡산에 신비로운 느낌이 더해지는 것 같다.

 

 

곧게 뻗은 소나무들이 시원 시원하게 자라고 있었고, 덕분에 은은한 소나무 향으로 머리가 맑아지는 느낌이 들었다. 

 

 

하산 후, 마을로 돌아가는 길목에는 뿅뿅다리쉼터라는 작은 수퍼마켓 겸 주막이 있다. 회룡포 마을에는 오토캠핑장도 있으니 이곳에서 하루를 묵는다면 산행과 파전에 막걸리가 환상 궁합이겠으나...아쉽지만 우리는 차를 가져와서 패스. 뚜벅이 생활을 접었더니 기동성은 좋아졌는데, 이런 곳에서의 운치있게 한잔이 확연하게 줄어 들어 매번 아쉬움을 남긴다.

 

회룡포 오토캠핑장. 캠핑 자리와 화장실, 음수대만 있는 기본 캠핑장이다. 전기, 샤워는 없다

 

아쉽게도 이날은 눈도 없고, 하늘도 찌뿌드해서 사진속에 그 매력을 제대로 담을 수 없었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실제로 보면 잔잔한 감동이 있는 곳이다. 달리 우리나라 최고의 물돌이마을이라고들 극찬하는게 아니구나 하는 생각이 들었다.

 

 

회룡포

홈페이지   tour.ycg.kr
주소   경상북도 예천군 용궁면 회룡길 92-16
전화   054-650-6789 


회룡포 오토캠핑장

이용요금   무료
편의시설   캠핑공간 18포인트, 주차공간, 수세식 간이화장실, 음수대
장점   무료임, 입, 퇴소 시간 없음, 연박 가능, 경치가 훌륭함
단점   전기사용 불가, 샤워시설 없음, 그늘 전혀 없음, 캠프파이어 금지

| 여행날짜 | 2016.01.0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