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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orea | 대한민국 볼거리 먹거리/Gangwon | 강원도
알펜시아 하얼빈 빙등제 현장 스케치
2016. 2. 4. 23:17

한국에서 만나는 하얼빈 빙등제
칼바람이 괴롭혀도 한번쯤은 볼만 하구나

 

 

요즘 평창에는 대관령 눈꽃축제, 평창송어축제와 더불어 한가지 더 볼만한 겨울 축제가 열리고 있는데, 바로 알펜시아에서 열리고 있는 하얼빈 빙등제가 그것이다. 중국 하얼빈에는 매년 세계 3대 겨울축제라 불리는 대규모의 빙등제가 열리는데, 올해는 알펜시아에서도 이 축제를 볼 수 있게 되었다. 우리는 한파가 한참 기승을 부릴 때 찾아가서 차문을 열면 머리가 얼얼할 정도였지만, 꼭 한번 보고 싶었던 빙등제인지라 추위에 굳은 몸을 삐그덕 거려가며 움직였다.

 

 

 

 

 

가격은 성인 2만 5천원, 소인 2만원인데, 우리가 방문했을 때는 이유는 모르겠지만 20%할인을 해 주었다. 왜 할인받은건지 모르겠다고 하자 오이군이 옆에서 외국인 할인이라며 좋아한다.^^; 근데, 표를 판매하던 직원이 그 얘기를 듣고 막 웃는 것으로 보아 외국인 할인은 아닌 듯 ^^;

 

 

집에 와서 찾아보니 바로 이런 이유로 할인을 해 주고 있었다. 이것은 현장 구매시 적용되는 할인이고, 인터넷으로 예매를 하면 무조건 평일에는 30%, 주말에는 20%를 할인받을 수 있다.

 

 

입구에 들어서자 웅장한 얼음 건축물들이 시선을 사로잡았다. 이는 하얼빈시가 인정한 중국 빙설 아티스트 300명이 직접 작업한 것으로 꽤나 규모가 커서 강풍때문에 꼭 다물고 있던 입을 떡 벌어지게 하기에 충분했다. 하얼빈 만큼 대규모는 아닐지라도 가까운 곳에서 이런 것을 즐길 수 있는게 어디인가. 강추위를 뚫고 와서라도 한번쯤 볼만한 축제인 것 같다.

 

 

입구 오른쪽으로는 가족 방문객을 위한 동물 체험공간이 마련되어 있었다. 개썰매, 말마차, 포니타기는 성인 1만원, 소인 7천원이고, 동물 먹이주기+ 승마체험은 7천원이다. 

 

그런데, 이날 날이 정말이지 정신이 혼미할 정도로 추워서 동물체험을 하는 사람들이 전혀 없었는데, 가여운 동물들이 하얀 눈밭에 멀뚱히 서있는게 아닌가. 그 모습이 너무 애처로왔서 마음이 아팠다. 그냥 빙등제만으로도 어른들은 즐거울테고, 아이들은 눈썰매 같은걸로 즐겁게 해주면 될텐데, 구태여 동물들을 이 강추위에 끌어들여 괴롭혀야하는지 의문이 든다. 운영하는 사람이야 돈벌어서 좋다지만, 동물들은 이렇게 고생해서 돈번다고 삶의 질이 높아질리 없는데 가엽기 그지없다.

 

 

동물코너에 있자니 속이 너무 짠해서 얼른 조각들이 있는 곳으로 왔다.

큰바위 얼굴 눈조각과 그 앞으로 얼음미로가 있었는데, 마치 아이슬랜드의 얼음동굴같이 파란 빛을 띄어서 신비로운 동화속에 온 듯 했다. 다만, 미로가 조금 높아서 길이 훤히 보이지 않았더라면 더 재밌지 않았을까? ^^; 

 

 

밤이 되자 얼음 건축물 속에 켜져있던 불이 더 선명하게 보여서 환상적인 느낌을 준다.

그런데, 여기 웬 바람이 이렇게 세차게 부나. 우리는 대관령 눈축제장에서 놀다오는 길이었으므로 스노우보드복을 입고, 안에 레깅스에 티셔츠를 두개나 껴 입었음에도 너무 추워서 살갗이 아플 지경이었다. 처음에는 오늘만 바람이 이리 부는 줄 알았는데, 건축물 뒷쪽으로 가보니 이렇게 한쪽으로만 고드름이 주렁주렁 열려있다. 늘 이쪽으로 바람이 많이 부는 모양. 12월 30일에 오픈했는데, 한달간 바람이 만들어 놓은 내추럴 아트가 진짜 북유럽의 어느 설국을 찾아온 느낌을 줘서 나름 분위기를 더한다. ^^;

 

내가 사진을 찍느라 좀 더디게 움직였더니 오이군이 도저히 추워서 못참겠다며 이글루 안으로 날아 들어갔다
굉장히 큰 이글루로 내부에서 오이군도 허리를 구부리지 않아도 된다

 

정말이지 오랜만에 손가락, 발가락, 팔, 다리가 전부 사라지는 느낌을 경험했다. 이번 한파는 바람까지 동반해서 체감온도가 더 내려가는 듯. 본격적으로 밤이 되서 야경을 구경하기 전에 일단 따뜻한 음식점에서 저녁을 먹으며 몸을 녹이기로 했다. 커다란 이중 텐트에 온풍기까지 가동되고 있는 축제 레스토랑에 들어오니 잠시 안드로메다로 갔던 정신이 되돌아오는 것 같다.

메뉴는 일식, 한식, 분식, 양식 다양하게 준비되어 있다. 가격은 식사는 만원 전후, 분식은 3-5천원 정도.

 

 

식사로 뱃속에도 온기를 채우고, 몸도 녹여서 만반을 준비를 한 뒤에 다시 밖으로 나왔다. 

밤엔 기온도 더 떨어지고, 바람도 더 세져서 우아하게 삼각대를 세우고 어쩌고 할 정신이 없기에 그냥 손으로 들고 잽싸게 찍기로 했다. 그것만으로도 이미 정신력 싸움. 얼음 벽돌로 쌓은 건물들인데, 모든 건물의 한쪽은 이렇게 바람에 날아온 인공눈 입자들이 들러붙어 이런 신기한 패턴을 만들어내고 있었다.

 

 

 

 

가까이서 보면 이런 모습

 

내가 눈 입자가 붙은 패턴에 심취하고 있는 동안 오이군이 어디론가 사라져서 보니 아까 그 미로 사이에 이러고 쪼그려 앉아 있다. 바람을 피해서 숨어 있는 중 ^^; 평소에 눈을 좋아하는데, 오늘은 과하게 추웠던지 즐기기 보다는 고통스러워 하는 것 같아서 불쌍하고 미안했다. 아까 그 동물들 걱정할 때가 아니구나. 나는 사진찍으면서 남편을 학대하고 있었던 것이다...^^;;

 

 

미안한 마음에 다시 실내로 들어가 이번에는 조금 더 임팩트 한 것으로 속을 데워주기로 했다. 행사장 내 여기 저기서 따뜻한 정종을 팔고 있었다. 따뜻하기도 하고, 술이니 몸이 조금 더 데워지겠지.

 

추위에 오들오들 떠는 스위스 오이 구하기

 

이번에는 조금 더 든든하게 데워 진 것 같기에 오이군 술기운 떨어지기 전에 후딱 구경하고 나가야 한다는 일념으로 열심히 돌아다녔다. 그런데, 저쪽에서 또 나의 발목을 잡는 것이 있었으니...

 

 

이곳 작품들 중 가장 인상적이었던 러시아 성 바실리 성당앞에서 음악소리가 퍼져나와 가보니 그 앞에서 작은 공연이 펼쳐지고 있었던 것이다. 러시아 음악에 맞춰 LED불이 켜지는 옷을 입은 사람들이 러시아 민속춤을 추고 있었는데...우와...이 날씨에 저런 얇은 복장을 하고 있다니. 오이군이 옆에서 물끄러미 바라보더니 오늘같은 날씨에 최악의 알바네...라고 고개를 절레절레 흔든다 ^^;

그래도 열심히 춤을 추는 학생들이 안스러워서 끝까지 봐 주고 싶었는데, 도무지 그 앞에 계속 서 있을 상황이 아니었다. 어찌나 칼바람이 호되게 때려대는지...미안하지만 우리보다 훨씬 젊어 에너지 넘치는 관객들에게 자리를 내주고, 후다닥 옆 건물 안으로 들어갔다.

 

 

옆건물은 아이스바였는데, 오늘은 운영을 안하는 모양이다. 상큼한 칵테일이나 뜨끈한 뱅쇼를 주문해 주고 싶었는데, 아쉽기 그지 없다. 10년전인가 뉴질랜드에서 처음 -5℃ 라는 아이스바를 가 본적이 있는데, 얼음집 안에서 마시는 칵테일 맛이 잊혀지지 않는다. 오늘 그 추억을 끄집어 내보려고 했는데, 운영을 안해서 실패. 근데, 재밌는 것은 뉴질랜드 아이스바에서는 겨울임에도 바 내에 들어 갈 때 입구에서 두툼한 파커를 무료대여해 줬는데, 오늘은 바 내부가 바깥보다 훨씬더 따뜻하게 느껴졌었다. 오히려 밖에 나갈 때 파커를 대여해 줘야 할 지경. 이날 기온이 영하 17도에 달했는데, 요즘같이 영하 5-7도 정도라면 조금 더 즐거운 여행이 되지 않았을까 싶다.

 

 

 

 

아이들을 위해 눈썰매를 무료로 대여해 준다. 바닥이 온통 눈으로 덮혀 있어서 아이를 썰매에 실은채 줄로 끌고 다니는 모습을 많이 볼 수 있다
얼음 건축물 외에 눈 조각도 몇첨 전시되어 있다. 섬세한 디테일이 돋보였던 대형 용 조각
얼음예술에 얼음조각품이 빠지면 서운하지~

 

축제장 뒤로는 야간개장 중인 스키장이 은은하게 빛나면서 어딘지 크리스마스 같은 분위기를 냈다. 평소 같으면 스키타고 싶다고 노래할 오이군인데, 오늘은 힐끗 쳐다보더니 온몸을 부르르 떤다. ^^; 

 

스위스에서 온 오이군이 왜이렇게 추워하냐고 하실지 모르지만 사실 스위스의 겨울은 이렇게 혹독하지 않다. 대부분의 도시는 보통 5℃ 전후로 겨우내 영상기온을 유지하는 경우가 더 많다. 많은 분들이 알프스 때문에 스위스를 매우 추운 나라로 오인하시는데, 알프스 산위에는 도시가 없다. 산위의 작은 마을들은 예외지만 대부분의 도시는 산아래 호숫가에 위치해서 겨울이 온화한 편이다. 대신 기간은 한국보다 한두달 더 길다.

 

 

알펜시아 빙등제는 한국의 겨울 축제 중에 손가락에 꼽아도 될만한 매력적인 축제였다. 이례 없는 한파에도 좋은 기억으로 남았을 만큼 아름다운 건축물들과 조각상이 있으니 추위가 조금 누그러진 요즘 얼른 다녀오시길. ^^

 

 

 

알펜시아 하얼빈 빙등제

홈페이지   cuturl.me/kDnuNz
주소   강원도 평창군 대관령면 솔봉로 325 알펜시아리조트
현장 입장료   성인 2만 5천, 소인 2만 (커플이나 가족이시라면 20% 정도의 할인을 받을 수 있습니다.)
온라인 예매   위 가격에서 평일 30% 할인, 주말 20% 할인
온라인 예매처   ticket.hanatour.com/Pages/Perf/Detail/Detail.aspx?IdPerf=30372
축제기간   2015.12.30 - 2016.02.28

| 여행날짜 | 2016.01.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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