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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orea | 대한민국 볼거리 먹거리/Gangwon | 강원도
황태덕장, 평창 대관령 눈꽃축제와 함께 볼거리
2016. 2. 1. 19:33

산골마을 강원도에 끝없이 펼쳐지는 생선행렬!
대관령에 황태가? 산에서 나는 생선들

 

 

대관령 눈꽃축제가 열렸던, 평창의 지방천인 송천을 찾은 것은 사실 이번이 처음이 아니었다. 지금으로부터 2년전, 때는 2월 말로 강원도에 폭설이 내렸다는 소식과 함께 오이군의 스키장 타령이 시작되었다. 나야 겨울에는 발까락 끝도 문밖으로 내기 싫지만 겨울을 좋아하는 스위스산 오이를 위해 추운 겨울 아침 스키장으로 가는 셔틀버스에 몸을 실었다. 오이군과 적절히 타협을 해서 첫날은 스키를 타고, 둘째날은 평창 근처를 여행하기로 했는데, 그때 이 송천 근처를 찾게 된 것이다.

 

지난 글 보기 대관령 눈꽃 축제 현장 스케치

 

2년 전 대관령 눈축제가 열렸던 곳. 축제 폐장 후 이글루의 흔적과 인공눈을 만드는 캐논이 덩그러니 남아있다

 

당시에는 이번 대관령눈꽃축제장을 찾았을 때와는 전혀 다른 풍경을 하고 있어서 다시 갔을 때 우리가 같은 곳에 있다는 것도 인지하지 못할 정도였다. 강원도 답게 곳곳에 새하얀 눈이 소복히 쌓여 어디가 길이고, 어디가 하천인지 구분도 가지 않았던 것이다. 이미 축제도 끝난 시점이고, 평상시 이용하는 보행자가 많지 않아서인지 인도위에 눈을 하나도 치워 놓지 않아 신대륙을 탐험하는 기분으로 눈위를 헤치고 걸어야 했다.

 

 

 

 

2월 말이라 슬슬 날이 풀리기 시작해서 시내는 녹아 졸졸 흐르건만 여전히 엄청난 눈이 쌓여있었다

 

 

그때 이곳을 가게 된 이유는 바로 대관령 황태덕장마을을 구경하기 위해서였다. 대관령하면 푸른 초원위에 뛰노는 젖소가 떠오르는데, 겨울에는 생각치도 못한 생선들이 설원위에 펼쳐진다고 하니 궁금하지 않을 수 없었다.

 

 

그래서 찾게 된 황태덕장. 대관령면의 송천교 사거리에서 용평, 알펜시아 스키장 방향으로 송천교를 지나면 주변에 끝없이 널려있는 황태들을 볼 수 있다. 

 

사실 우리는 인터넷 지도로 황태덕장마을을 검색해 봤는데, 위치가 뭔가 엄하다. 네이버 지도는 대관령면 전지훈령장의 축구장을, 다음지도는 횡계리 산 중턱을, 구글은 대관령면 시내 중심을 가리키고 있었던 것이다. 인터넷에 여기 저기 찾아봤는데, 정확히 어딜 말하는 건지 알 수 없어서 점심식사를 하던 대관령의 식당에서 물어봤더니 주인 아주머니가 고개를 갸웃하신다. 

황태덕장마을? 그런 마을이 있어? 난 못들어 봤는데...

어라...이번에도 삽질인가요 ㅠ_ㅠ 그러나 분명 인터넷에서 황태들이 널린 사진을 봤는데...

음, 그런 마을이 따로 있는건 아니구 그냥 저~다리 건너가면 여기 저기서 황태를 말리기는 해. 근데, 뭐 그게 별거라고 구경을 와. ㅎㅎㅎ

하긴, 매일 보던 사람에겐 딱히 신기할 것도 없는 일상이겠다.

 

오이군 왼쪽은 물론 저 멀리 앞쪽에 주렁 주렁 매달린 것들이 전부 황태

 

그리하여 우리가 곤드레밥을 먹었던 음식점을 지나 송천을 따라 걸었더니 머지 않아 저쪽에서 거뭇하고 길죽한 것들이 끝없이 걸려 있는 것이 보였다.

 

 

 

 

눈 쌓인 곳아래서 1/4 지점을 보면 동물 발자국이 콩콩콩 길게 찍혀 있다

 

덕장은 마을내에 있는 것이 아니라 외곽쪽 낮은 산기슭에 위치하고 있었던 것이다. 덕장과 덕장 사이에는 아무것도 없이 눈만 가득히 쌓여있어 영화 러브스토리나 러브레터 (겨울은 사랑의 계절인갑네...)의 한장면을 떠올리게 했다. 아무도 밟지 않은 하얀 눈위에 덕장으로 향하는 동물 발자국만 콩콩. 겨울에 배고픈 길고양이가 생선한마리 나누러 찾아 왔을까? 아니면 산속의 여우? 그냥 덕장 주인의 개 한마리가 산책을 갔다 돌아 왔는지도 모르겠다.

 

얼음이 성성 언 송천에서 느긋하게 목욕중인 오리들

 

예전에는 주문진에서 잡은 명태를 이곳 송천으로 가져와 손질하고, 세척해서 널었다는데, 지금은 환경오염을 우려해 동해에서 아예 내장을 제거하고, 세척까지 완료해 이곳에선 그냥 걸어 말리기만 한다고 한다. 이곳에서 내장 제거하는 작업을 했던 그 시절에는 온동네에 생선냄새가 진동을 했겠지. 그러나 겨울에 굶주린 산짐승들도 바다의 음식을 조금 나눠 받을 수 있어 더 좋지 않았을까 싶기도 하다. 옛날에는 사람에게도 동물에게도 겨울철 단백질은 상당히 소중했다지 않는가.

 

 

정말이지 곳곳에 엄청난 명태들이 황태로 거듭나고 있었는데, 그 방대한 양을 사진으로 흡족하게 표현할 수가 없었다. 공중에서 찍으면 조금 더 리얼하게 보여질텐데. (드론이 필요한 순간!)

 

 

황태는 명태가 마르면서 속살이 노래져서 황태라 하는데, 겨울에 약 20일 정도 밤중에 영하로 떨어지며 얼었다 녹았다를 반복하면 이런 빛깔이 나온다고 한다. 가끔 겨울이 너무 따뜻해서 얼지를 않으면 거무튀튀한 색이 되서 흑태, 혹은 너무 추워서 녹지를 않으면 허연색이 되서 백태라고 부른다. 당연히 가장 좋은 것은 얼었다 녹았다를 반복하며 마른 황태이다. (바다 노다지!)

 

 

 

 

 

그런데, 멀지감치 보다보니 어떤 덕장에는 위에는 명태가 마르고 있는게 확실한데, 아래 둥글 둥글하게 생긴 것들이 대체 뭔지를 모르겠다. 오이군이랑 저건 굴이다, 작은 물고기다라며 추측을 거듭하다가 궁금해서 결국 눈밭을 해치고 가서 확인해 보기로 했다.

 

 

알고보니 그것은 몸통이 떨어져나간 명태 대가리들. ^^;

머리가 사라진 몸통은 무두태라 부르는데, 잘게 찢어 황태채로 판매된다고 한다. 머리는 마트가면 저렴하게 국물용으로 판매되는 것을 볼 수 있다. 나는 요리하고는 별로 친하지 않은지라 사용해 본적이 없지만 끓여본 사람들에 따르면 머리로 국물을 내면 그 깊은 맛에 반해 꼭 국물을 낼 때 명태 머리를 찾게 된다고.

 

 

재밌게도 바다보다는 산을 떠올리게하는 내륙에서 유명한 수산물들이 만들어 지는 경우가 있다. 안동의 간고등어가 그렇고, 대관령의 황태들이 그렇다. 나에게는 생소했지만 이 황태덕장이 대관령 목장 못지 않게 가장 대관령 다운 풍경이라고 한다. (물론 오이군에게는 어디가 됐든 생선이 있는 풍경은 다 생소하다. ^^ 스위스는 바다가 없는 나라이므로.)

지금은 명태 수확량도 떨어지고, 도로가 들어서며 공간이 줄어가서 예전만큼은 아니라고는 하지만 여전히 수백만마리의 황태가 마르는 풍경은 보는 이의 입을 떡 벌어지게 하기 충분하다.

대관령 눈꽃축제장에서 도보로 10분이면 구경할 수 있으니 축제와 함께 황태덕장을 구경한 후, 구수한 황태채 한봉지를 업어오며 강원도 겨울 여행을 마무리 하는 것도 좋겠다.

 

 

대관령 황태덕장


대관령황태촌 : 강원도 평창군 대관령면 송전길 14
인터넷 지도나 네비게이터에 황태덕장마을을 찍으면 엄한 장소가 나오더군요. 덕장이 여기저기 있어서 그런건데, 그 중 면적이 큰 덕장 입구에 있는 음식점, 대관령황태촌을 검색하시어 가는 것이 더 정확합니다. 음식점 건물 뒷편으로 가시면 끝없이 펼쳐지는 황태들판이 보입니다. 

여행날짜
2014.02.2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