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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orea | 대한민국 볼거리 먹거리/Gyeongsang | 경상도
주왕계곡 트레킹 : 절구폭포, 급수대, 주왕암, 달기약수터
2015. 11. 30. 19:19

주왕산 국립공원, 끝없는 감탄의 퍼레이드
국립공원이 괜히 국립공원이 아니구나!

 

 

07  /절구폭포

 

[지난 포스팅과 이어지는 글입니다.]

 

세개의 폭포 중 마지막 절구폭포를 보기 위해서 왔던 길을 되돌아온다. 오면서 한번 본 풍경이지만 다시봐도 감동이기 때문에 넋놓고 있다가 놓치기 쉬운데, 갈림길에서 표지판을 잘 확인했다가 폭포로 향하는 샛길을 선택해야 한다.

 

 

갈림길이 있는 곳을 바라보니 은빛 억새가 부드러운 가을 햇살에 마법처럼 빛나고 있다. 

포근 포근해 보여서 저 위로 백점프를 해 눕는 상상을 해 보지만...현실은 상상과 달리 잔혹한 면이 있으니 참자.

 

절구폭포 가는 길

 

절구폭포로 향하는 길은 전날 다녀온 절골계곡처럼 계곡 폭이 좁아진다. 그래도 길은 아주 잘 닦여있어서 여전히 산책하는 기분으로 걸을 수 있다. 요즘 2달넘게 헬스클럽도 안가고, 요가도 안가고 운동과는 담을 쌓고 살았더니 그새 몸이 천근 만근. 조금만 오르막이 생겨도 숨이 턱에 차고 난리가 난다. 다행히 주산지, 절골계곡 그리고 주왕계곡은 그런 컨디션에 최고의 트레킹 코스다. 즉, 완전 평지에 가깝다는 소리 ^^; 크게 힘들이지 않고, 이런 절경을 감상할 수 있으니 그저 감사할 따름이다.

 

 

 

 

 

이것이 바로 절구폭포. 주왕산에 있는 세 개의 폭포 중에 그 규모가 가장 작은데, 가뭄 때문인지 수량이 정말 적어 별로 폭포라는 느낌은 들지는 않았다. 그래도 물살이 1단 폭포 아래를 휘돌아 치며 동굴을 깎아놓은 모양을 보니 평소에 물이 많을 때는 꽤나 볼만한 모양이다. 어쨌든 크기는 작지만 은밀하게 협곡 안쪽에 있어서 신비로운 느낌이 든다.

 

 

그런데, 그 은밀한 느낌의 폭포 가운데 검은 비닐봉지하나가 물위에 둥둥 떠다니며 분위기를 깬다. 쓰레기가 있으니 멀리서 볼땐 예뻐 보이던 폭포 아래 연못이 갑자기 시궁창 같아 보이기도 하고...흠. 이를 놓칠 세랴, 오이군이 잽싸게 달려가 셀카봉으로 비닐봉지를 걷어냈다. 비닐봉지는 오이군의 쓰레기 봉투 속으로 순식간에 안착하고. 그러자 그새 절구폭포가 청초한 본연의 매력을 뽐내기 시작. 역시 같은 풍경도 쓰레기가 있고 없고 느낌의 차이가 이렇게 크다.

 

 

대전사로 돌아가는 길, 가을 오후 햇살의 마법이 또다시 시작 됐다. 단풍 사이로 스며드는 은은한 햇살이 너무 예뻐서 잠시 넋을 놓고 카메라 셔터에 집중했더니 저쪽에서 이야기 소리가 들리는데, 오이군의 목소리다. 음? 누구랑 저렇게 신나게 떠든대...

궁금한 마음에 들어보니 열심히 쓰레기를 줍다가 또 다른 동지를 만난 모양이다.

 

- 허허~ 저도 이거 줏으려고 오고 있었는데요. 먼저 줏으셨네요.

+ 네? 아. 네.

- 어이쿠, 외국인이시네. 고맙네요. 저도 산에 다니면서 쓰레기 줍는데 ^^

+ 네에. ^^

- 혼자 오셨어요? 쓰레기 많이 줏으셨네.

+ 아아니...네. ^^

 

ㅋㅋㅋ 대화가 어딘지 일방적인것 같지만 어쨌든 산에 다니며 늘 쓰레기를 줍다보니 친구도 쉽게 사귀는 오이군 ^^;

 

 

08  /자연탐방로 – 학소대, 급수대, 망월대

 

 

절구폭포를 보고나서 마지막 하이라이트인 주왕산의 봉우리들을 한눈에 담기 위해 자하교 쉼터까지 되돌아온다. 이번에는 왔던 길을 따라가지 말고, 산 위쪽으로 계단이 이어지는 자연탐방로를 선택한다.

 

 

별로 어렵지 않은 길인데, 이쪽으로 오니 인파가 싸악 줄어들어 호젓하고, 상쾌한 느낌을 준다.

 

산골짝의 오이 ^^;

 

자연탐방로를 따라 주왕계곡을 높은 위치에서 구경하며 걷다보면 전망대가 나온다. 이곳에 서면 비로소 주왕산의 웅장한 봉우리들을 한눈에 담을 수 있다. 사진에 보이는 가장 왼쪽 절벽이 연화봉, 그 오른쪽이 병풍바위이고 오른쪽에 튀어나온 절벽이 급수대. 급수대라는 이름은 오래전에 저 바위 꼭대기에서 아래로 두레박을 내려 물을 길어 올렸다고 해서 급수대라고 한다는데...높이가 어마어마한데, 진짜로 그럴 수 있었을지는 잘 모르겠다. ^^

 

메인 포인트라는데, 기념사진 한장 안남길 수 없지!

 

09  /주왕암과 주왕굴

 

 

자연탐방로를 따라 공원 입구쪽으로 향하다보면 주왕암에 이르게 된다. 주왕암은 주왕산 입구에 있던 대전사와 같이 지어졌는데, 이 주왕산에서 죽임을 당한 주왕의 혼을 달래주기 위해 세워졌다고 한다.

 

단풍과 함께 소원지도 알록 달록~

 

주왕굴은 주왕암 안쪽으로 약 30미터쯤 따라 들어오면 좁은 협곡 사이에 위치하고 있다. 이곳이 바로 주왕이 재기를 꿈꾸며 숨어 지내던 곳인데, 굴 앞의 폭포에 세수를 하러 나왔다가 당나라의 부탁을 받은 신라 장수 마 일성에게 발각되어 화살에 맞아 세상을 떠났다고 한다. 

그러나 매우 작은 굴이고 깊이도 깊지 않아 실제로 사람이 살 수 있었을지는 사실 잘 모르겠다. 아니면 예전에는 더 깊고 넓었나? 평상시는 굴 앞에 폭포라 부를 만큼 물도 많이 떨어지는 모양인데, 이 역시 가뭄으로 물줄기가 힘없이 투두둑 떨어질 뿐, 세수를 하기에도 부족한 수량이라 이야기 속으로 완전히 몰입이 되지는 않았다. 지금은 굴 안에 탱화와 산신상이 안치되어 있어 기도를 드리는 곳으로 이용된다. 그리고, 겨울이면 이 폭포가 얼어붙어 절경을 이룬다고 하니 겨울 산행을 준비하고 계시다면 한번 들러 보시기를.

 

 

10  /자하성벽

 

 

이제 오늘의 모든 일정을 마치고 처음 트레킹을 시작했던 대전사로 되돌아 나오는 중. 저녁이 되니 날씨가 쌀쌀해져 오이군이 평소에 쓰고 다니는 모자를 꺼냈다. 오이군이 가장 좋아하는 모자는 길에서 팔던 산타모잔데, 가벼워서 가방에 넣고 다니기 편하고, 나름 따뜻하다며 가을부터 봄까지 두루 애용한다는. ^^; 뒤에는 쓰레기봉투를 매달고, 사찰에서 산타모자를 쓰고, 신나게 걸어가는 외국인의 뒷모습을 보고 있자니 나도 모르게 웃음이 났다.

 

 

오는 도중 산비탈에 돌무더기가 쌓여 있는 것을 보고 이상하다 여겨 주변을 둘러봤더니 그 아래 설명이 적혀 있기를 이것이 자하성의 잔해라고 한다.

당과의 전쟁에서 패한 주왕이 이곳에 숨어사는 동안 당나라의 부탁을 받아 주왕의 잔당을 무찌르려고 하는 신라 군사를 막기 위해 약 12km의 돌담을 쌓아놓았다고 한다. 주왕굴을 중심으로 방어할 수 있는 요새의 역할을 하며, 돌문과 창고 등도 있었다고 하는데, 지금은 자취만 남아있어 설명이 없다면 그냥 돌무더기일 뿐이다.

그러나 주왕산성은 주왕 전설과 관계없이 고려시대 이후에 건설되었다는 의견도 있어 연구가 진행 중이라고 한다.

 

 

내려오는 길에 앞서내려가던 중년의 부부가 도란 도란 이야기를 나누며 느긋히 걷는 모습이 참 보기 좋았다. 그 모습을 바라보다 오이군에게 이야기했다.

 

- 자기, 우리도 중년이 되서도, 노부부가 되서도 계속 여행도 다니고, 이야기도 많이 하고, 오손 도손 즐겁게 늙자~

+ 그래. 근데, 우리도 거의 중년이야. 뭐 머언 훗날처럼 얘기하니.

- 뭐? 뭐라고? 누가 중년이야? 난 아닌가봐. 누구지? 누구지?

+ ㅋㅋㅋㅋㅋ

 

...세월이 참 빠르다. 오이군 처음 만났을 때 남자라는 단어보다 소년이라는 단어가 더 어울렸었는데...

 

 

 

 

 

드디어 산행을 모두 마치고 대전사로 되돌아 왔다. 오후에는 햇살을 정면으로 받아서 사찰과 손바닥같은 봉우리들이 더욱 화안하게 빛난다.

 

 

11  /사과 동동주

 

 

아름다운 주왕산의 모습을 자꾸만 뒤돌아보며 국립공원을 빠져나온다. 오는 길에는 아침에 눈도장 찍어 두었던 사과 동동주를 그냥 지나칠 수 없겠지? 한 사발에 천원인데, 달콤한 사과 향과 쌉쌀한 도라지 향이 구수한 동동주와 섞여 누가 시키지도 않았는데, 원샷이 하고 싶을 만큼 맛있었다. 정말 시원하고, 달콤하고, 하루의 피로가 말끔히 씻기는 느낌. 페트병에도 담아서도 파는데, 집에 가서 마시면 이곳 풍경을 안주삼아 마시는 것과는 다른 맛일 것 같아 그냥 다음을 기약하며 남겨둔다.

 

 

아주머니가 서비스로 주신 사과 깍두기. 달콤, 아삭한 사과가 깍두기 양념하고 이렇게 잘 어울리는 줄 몰랐네. 별미로구나 별미~!

 

 

동동주를 음미하는 동안 나그네들의 말벗이 되어주시며 열심히 전을 부치시는 아주머니의 모습이 좋아서 사진을 한장 부탁했더니 혼쾌히 승낙하셨다. 누구든 열심히 일하는 모습은 아름다와요~ ^^

 

 

12  /지구를 지켜라! 그린포인트 획득

 

 

마지막으로 주차장에 있는 국립공원 탐방센터에서 그린포인트를 인증 받는다. 이름과 핸드폰 번호를 기입하고, 쓰레기 무게를 재면 적립 끝. 적립포인트는 쓰레기 무게의 두배나 된다는 ^^ 나중에 인터넷으로 포인트를 확인해 쿠폰을 발급받으면 된다. 

 

 

그린포인트 제도란?

쓰레기를 모아오면 그 무게에 따라 포인트를 적립해 주는 제도입니다. 국립공원탐방안내소 등에서 무료로 나눠주는 쓰레기봉투에 본인의 쓰레기는 물론, 원한다면 공원 내에 떨어진 쓰레기를 주워 담고, 공원을 벗어날 때 무게를 잽니다. 그러면 그 무게의 두배에 해당하는 숫자만큼 포인트를 적립해 주는데, 이걸 모아 국립공원 주차료나 캠핑장 이용 시에 사용할 수 있어요. 또는 등산용품 등의 사은품으로 교환할 수도 있고, 트렉스타 매장에서 현금처럼 사용할 수도 있다고 합니다. 내 쓰레기 본인이 가져가는 게 당연한 일이지만, 그게 잘 시행이 안되니 이렇게라도 사람들을 독려하는 것 같습니다. 이렇게라도 쓰레기 되가져가기가 전국민적으로 잘 정착이 되면 참 좋겠네요.

 

 

13  /청송의 맛, 달기약수와 달기약수백숙, 닭불고기

 

 

이제 집으로 돌아가기 전, 든든하게 배를 채워야 한다. 슬슬 당떨어져 운전이 거칠어지는 오이군. 배꼽시계 알람이 울리고 있다는 경고다. 일단 빵 한조각으로 진정을 시켜주고.

 

 

달기약수마을로 가서 진짜 달기약수를 마셔보고, 청송의 유명한 달기약수백숙을 먹기로 했다. 지난 저녁에도 백숙을 먹었지만 언제 또 이 지역 특산물을 먹어보겠나 싶어 한 번 더 먹기로.

 

 

달기약수마을은 주왕산 주차장에서 약 13km정도 떨어져 있어, 차로 30분 정도 걸린다. 약수터는 상탕, 중탕, 원탕, 신탕 등 10여개가 있는데, 약수터가 산속에 있는 게 아니라 마을 곳곳에, 대부분 음식점 마당에 위치하고 있었다. 아니면 마을내 대부분의 집이 닭백숙 음식점이어서 그런건가? 

 

 

어쨌든 약수가 솟아오르는 샘을 덮고 있는 덮개를 치웠더니 물이 흐른 길이 온통 붉은색인 게 철분이 많이 들어 있는 모양이다. 옆에 있는 바가지로 조금 떠서 마셨더니 입에서 톡 쏘는 느낌과 함께 쇠 냄새가 확~퍼진다. 

으웩...

솔직히 절대 맛있다고 할 수 있는 맛은 아니었지만 건강에 좋다니 눈 딱 감고 꿀꺽. -ㅠ-

그런데, 음식점엘 들어갔더니 식수로 주어지는 물이 바로 이 약수였다. 오이군과 지녁내 약수를 찔끔 거리며 마시고, 인상쓰고, 마시고, 인상쓰고를 반복했다.

 

 

요것이 그 유명한 달기약수 백숙의 비주얼. 우리는 다리는 백숙으로, 가슴살은 닭불고기로 나오는 2인 콤비 옵션을 선택했다. 국물이 보시다시피 걸죽하고 불투명한 것이 달기약수백숙의 특징이다.

 

 

지역 명물로 약물백숙과 함께 닭불고기가 있다. 닭고기의 살을 발라 떡갈비처럼 꾹꾹 눌러 살짝 양념을 해서 부쳐주는데, 이게 또 별미다. 다른 지역에서는 본적이 없는 독특한 음식이라 먹는 재미가 있다. 물론 맛도 좋음은 말할 것 도 없고. 달기약수로 끓여 걸쭉한 백숙국물에 녹두 찹쌀밥을 말아서 배를 채우고 나니 집으로 돌아가는 길이 한결 든든하다.

주왕산 여행을 간다면 달기약수백숙과 닭불고기는 주왕계곡처럼 필수 여행 포인트.

 

 

 

 

닭불고기는 시뻘건 색깔과 관계없이 별로 맵지는 않다. 요렇게 상추에 싸 먹는데...뒤에 오이군 표정 지못미

 

닭이 토종닭이다보니 2인용 작은 사이즈로 주문했음에도 양이 좀 많다. 마침 가방에 일회용 도시락 통이 있어 남은 고기와 국물을 모두 담았더니 오이군 깔깔거리며 신이나서 사진을 찍는다. 아줌마라고 놀려대더니 집에와서는 자기가 밥말아서 싹싹 긁어 먹었다는 후문.

 

이렇게 신비로운 풍경으로 눈도 즐겁고, 맑은 공기로 코도 즐겁고, 감칠맛 나는 음식들로 입도 즐거웠던 주왕산 국립공원 여행을 마무리 했다. 명불허전 주왕산 국립공원의 위엄을 제대로 느낀 여행이었다.

 

 

 

달기약수마을식당


홈페이지  yak-su.kr
주소  경상북도 청송군 청송읍 약수길 42
전화  054-872-214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