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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orea | 대한민국 볼거리 먹거리/Seoul, Inchon | 서울, 인천
[서울산책] 여심을 흔드는 부암동 봄 나들이 데이트 코스
2015. 3. 31. 01:35

아기자기한 부암동 「건강」 데이트
하이힐 신은 멋쟁이 그녀, 오늘은 NG

 

부암동의 여심을 자극하는 꽃집

 

봄이 오니 근질 근질 집에 가만히 앉아 있기가 힘들다. 

물론 터푸한 남좌 오이군은 겨울에 눈이 왔을 때를 제외하고는 그다지 계절에 영향을 받지 않지만, 아침부터 나가자며 쉬지않고 졸라대는 나의 입김에 등 떠밀려 함께 현관문을 나섰다. (남좌의 터푸함을 이기는 마누라의 위대한 바가지!) 

 

오늘의 서울 산책로는 종로구 부암동. 

종로구 하면 높은 빌딩과 도심의 이미지가 떠오르지만, 북악산 자락에 위치하고 있는 부암동은 이와는 전혀 반대의 모습을 하고 있다. 산동네. 도시보다 산동네라는 이름이 더 어울리는 좁은 골목길에 지하철도 한번에 들어오질 않아, 살기에 조금은 불편할 것도 같다. 그러나 오히려 그런 점이 예술가들의 구미를 자극한 모양이다. 부암동에는 크고 작은 갤러리가 잔뜩 모여 있다. 또 복잡한 도시에 지쳐 자연과 옛멋이 그리워진 이들이 하나 둘 모여들어 부암동만의 독특한 분위기를 만들어 냈다. 낡고, 오래된 것들에 현대적인 입맛이 조화를 이루어 분위기 좋은 맛집과 카페들이 모여들게 된 것이다. 오늘은 가볍게 주요 포인트를 둘러보는 코스로 봄햇살을 맞으며 부암동을 산책했다.

단, 부암동으로 산책을 간다면 하이힐은 피할 것. 산동네라는 것, 거짓말이 아니다. 체력이 살짝 부족한 분들에겐 거의 등산이라고 느껴질 것이다.

 

 

 

Historical Waking Tour

역사길 따라 부암동 데이트 코스

──

 

무계원 (옛 오진암)
현진건 집터 (생략가능)
무계정사 (안평대군 집터)
환기미술관 
산모퉁이 카페
백사실 계곡자하손만두

 

 

 

01  /무계원 (옛 오진암) : 시대를 풍미했던 요정

 

 

코스는 버스정류장 부암동 주민센터에서 시작한다.

정류장 근처에는 소박하지만 예술감 넘치는 음식점들이 숨어 있는데, 일단 먹거리는 잠시 뒤로 밀어두고, 역사의 흔적을 따라 잠시 걸어보자.

 

정류장 사거리에서 남쪽으로 난 오르막길을 따라가다 보면, 새로 지은 깨끗한 한옥이 한채 나온다. 단청이 되어 있지 않은 마알간 나무색이 인상적인 이곳은 시대를 풍미했던 옛 요정, 오진암이 복원된 곳이다. 우리나라 등록 음식점 1호이기도 한 오진암은 많은 역사적 회의가 이루어 진 곳이기도 하고, 상업 한옥 건물이라는 점에서 역사적 가치가 있다고 한다.

 

 

 

 

 

그러나 사실 옛 위치는 이곳이 아니었다. 오진암이 있던 곳에 관광호텔이 들어서며 사라질 위기에 처하자, 종로구가 관광호텔과 협의하여 이곳에 이전 복원해 놓은 것. 원 오진암의 기와와 돌들을 사용하였다지만 목재는 새로 들였는지, 환한 빛깔의 새 나무가 생글 웃는 듯한 인상을 주었다. 무릉도원의 배경이 되었다는 이곳, 부암동으로 이전하며 이름을 무계원으로 변경하였고, 용도도 문화 공연, 강연, 세미나 등을 열기위한 공간으로 바꾸었다고 한다.

 

규모가 아담해서 강연등이 없다면 크게 둘러볼 것은 없지만, 멋진 한옥 건물이 사진기 셔터를 자극한다.

 

 

무계원
jfac.or.kr/site/main/content/moogw01
서울특별신 종로구 창의문로 5가길 2
02-379-7144
관람료 무료

 



02  /현진건 집터 : 그야말로 집'터'

 

 

무계원을 간단히 둘러보고, 조금 더 올라가면 현진건이 살았다는 집터가 나온다. 중고등학교 시절에 꼭 한번은 읽어야 했을 근대문학의 대표작가 현진건. B사감과 러브레터, 운수 좋은 날, 무영탑 등 후대에 길이 남을 작품들을 많이 남겼지만 당시에는 생활이 빈곤하였고, 결국 43세에 지병으로 숨을 거두었다. 그 유명한 작가가 바로 이곳, 부암동에 살았다는데, 현재는...

 

 

짜란.

이렇게 횡하게 집터만 남아있다.

2003년 종로구에서 공용주차장을 짓기위해 헐어 버렸다는데, 철거에대한 비판이 높아지자 안평대군의 사저와 함께 경매에 부쳐지기도 했다. 지금은 용도를 알 수 없게 텅 비어 있어 무언가 씁쓸함을 안겨 준다.

 

이곳에 도착하자 오이군이 대체 여길 왜 데려왔나 싶은 표정으로 나를 쳐다 본다.

"음. 그러니까...진짜 유명한 소설가가 여기 살았었거든..."

"소설은 무슨 내용인데?"

"어? 아, 여러개가 있는데, 그중에 기억에 남는건 B사감이란 사람이 있었는데, 그게 못생긴 노처녀거든. 남자를 싫어한다고 우기지만, 사실은 자격지심인거지. 학생들 러브레터를 뺏어가지고, 다중인격 골룸처럼 밤에 혼자 읽었대."

"싸이코 소설이야?"

"음? 그보단 불쌍한 사람들 이야기지. 골룸도 알고보면 불쌍하잖아. ^^; "

 

 

이 넓은 부지를 황량하게 놀리는게 좀 안타까워서 보고 있는데, 저 편에 커다란 나무 한그루가 눈에 띈다. 수령이 300년이 넘었다는 느티나무는 그 둘레가 2미터가 넘어간다. 이 나무는 300년 동안 이자리에 우직히 서서 왕이 바뀌고, 나라의 국호가 바뀌고, 일제가 침략했다 몰락하는 모습 그리고 현진건이 글을 쓰는 모습들을 모두 담담히 지켜봤겠구나...

 

 

03  /안평대군 집터 : 무릉도원의 실제 모습

 

 

무릉도원. 세속을 떠난 별천지, 즉 낙원이다.

세종대왕의 셋째아들 안평대군은 어느 날 꿈에서 무릉도원을 보았는데, 그 모습을 당대 최고의 화가인 안견에게 세세히 들려주어 그림으로 그리게 한다. 그것이 유명한 몽유도원도이다. 그리고 4년뒤 지금의 부암동을 지나다 그가 꿈속에서 봤던 무릉도원의 모습과 너무나 흡사하여 깜짝놀라 이곳에 정자를 지었다고 한다. 그것이 무계정사인데, 바로 그 정자의 위치가 여기라고 한다. 무계정사기에 따르면 이곳에는 계곡이 흐르고, 입구에는 폭포가 흘렀으며 수백그루의 복숭아 나무와 대나무가 주의를 둘러싸고 있었다는데...

음...지금으로서는 저언~혀 상상할 수 없는 모습이다.

현재는 폭포도, 복숭아 나무도 없는, 60-70년대의 오밀 조밀한 낡은 주택가 모습을 하고 있다. 유적지 주변은 특히나 더 황량해서 오이군이게 여기가 낙원이랑 비슷했다고 설명하기도 민망할 정도. -_-; 안평대군이 다시 돌아와 이곳을 본다면 속상해서 심장마비 올 듯.

무릉도원의 실제 모습이 여기였다는 이야기에 솔깃해서 찾아가 보았는데, 어째 사람이 망쳐놓은 자연의 모습에 씁쓸함만 커진다. 

 

 

 

 

04  /부암동 주민센터 정류장 근처

 

 

어딘지 쓸쓸한 느낌을 주는 역사의 흔적은 이쯤에서 접어 두고, 다시 현재를 걸어보자.

온길을 되돌아와 아까 그 정류장으로 간다. 이번에는 아기자기한 카페와 음식점들에 마음껏 눈길을 주며 걷는다.

 

 

귀여운 카페와 술집, 음식점들이 구석 구석 숨어있으니 잠시 멈춰 목을 축이는 것도 좋겠다. 창의문 삼거리에 다다르면 커피맛 좋기로 소문난 에스프레소라는 커다란 카페가 있다. 

 

모던한 카페 맞은편엔 항아리 집이. 향수어린 공간이 매력적인 부암동

 

 

05  /환기미술관 : 감수성을 부르는 시간

 

 

에스프레소가 길 건너편에 보이면 왼쪽으로 난 길로 따라 올라간다. 오래된 집들을 리노베이션해 음식점이나 카페로 꾸며 놓은 곳이 많아 보는 곳 마다 들어가고 싶어진다. 

한 200미터쯤 올라가면 환기미술관이 나온다. 30년대 후반부터 70년대까지 세계를 넘나들면 추상미술 작품활동을 했던 김환기 선생님의 작품을 전시하는 공간인데...

 

 

짠...

이렇게 또 우리가 간 날은 휴관이다. 오늘만 휴일 징크스가 어김없이 우리를 따라왔다. 3월 27일부터 재전시에 들어간다니 지금은 전시 시작 했겠네...ㅠ_ㅠ

사슴이라는 작품이 인상적이어서 한번 쯤 그의 전시를 보고 싶었는데, 뭐...아쉽지만 꽝. 다음 기회에.

 

김환기의 사슴. 단순하면서도 주제가 잘 부각되고, 오묘한 푸른 빛이 너무 아름다와 기분 좋은 작품

 

 

환기미술관
whankimuseum.org
서울특별시 종로구 자하문로40길 63 
02-391-7701

 

 

 

06  /산모퉁이 카페 : 오늘의 하이라이트

 

건물 옥상 위를 정원처럼 꾸며 놨다. 나무 테이블과 항아리가 보고만 있어도 휴식이라는 단어가 떠오른다. 우리아파트 옥상도 저랬으면 좋겠네.

 

오늘 산책의 하이라이트는 바로 이 산모퉁이 카페.

이미 여러번 방송도 타고, 드라마 커피프린스에도 등장해서 인기있는 장소지만 언제가도 늘 마음이 탁 트이는 휴식같은 장소이다. 올라가는 길에도 아기자기한 카페나 밥집들이 많아 눈이 즐겁다. 평범하고, 낡은 동네같다가도 툭툭 튀어나오는 한옥과 잘 꾸며 놓은 단독주택들이 이곳을 단조롭지 않게 한다. 그들 중의 상당수는 카페나 음식점으로 개조되어 있어 들어가 볼 수 있다.

 

오르막이 조금 힘들어도 이정도 되는 집이라면 살아도 불만 없겠네 ^^;

 

산모퉁이 카페는 이름에서 느껴지듯 진짜 산 모퉁이에 있다. 따라서 정말 등산하듯 동네를 열심히 올라야 한다는 소리. 거리상으로는 창의문 삼거리에서 650m정도 밖에 안되는데, 오르막이라 체감은 조금 더 길게 느껴진다. 뭐 데이트나 산책을 나왔다면 시간에 여유를 두고 천천히 세월아 네월아 오르면 되니, 사실 그렇게 힘들지는 않다. 오르다 저편을 바라보니 북악산 성곽이 한눈에 들어 온다. 저기도 멋모르고 갔다 정말 땀 뻘뻘 흘렸었는데...

 

서울 성곽길 코스의 자세한 이야기는 다음 포스팅을 참고해 주세요

 

 

가끔 사진도 찍고, 올라온 풍경도 되돌아 보고, 푸릇 푸릇 돋아나는 새싹을 하나 하나 칭찬하다보니 어느새 목적지에 다다랐다.

 

 

아기자기한 소품이 그득히 쌓여있는 산모퉁이 카페. 사실 차로 올라올 수도 있는데, 부암동은 골목이 좁아 차를 가지고 오는게 약간 민폐처럼 느껴진다. 그리고 차로 쓍~ 올라오면 걸어왔을 때만 느깔 수 있는 그 향긋한 커피맛을 음미할 수 없을 듯. ^^ 같은 커피를 마셔도 노동(?) 후의 보상과는 그 맛의 차원이 다를 테니 말이다.

 

 

고진감래라는 단어가 절로 나오는 풍경이다. 

주택을 개조한 곳인데, 어디에 자리를 잡아도 부암동 위로, 또는 북악산을 마주보는 절경이 펼쳐진다. 하루종일 앉아 책을 보거나 수다를 떨어도 질리지 않을 듯.

이곳이 원래는 목인박물관장의 작업실이었다는데, 이런 곳에 있으면 절로 감수성 가득한 작품들이 탄생할 것 같다.

 

 

 

 

 

테라스가 특히 매력적인데, 아직은 살짝 바람이 차서 우리는 바깥에 잠시 앉아있다가 실내로 들어왔다.

 

 

향긋한 홍차와 함께하는 조각 케익.

오이군이 제일 좋아하는 케익인 당근케익을 주문했다. 그런데, 사실 스위스에서 먹는 당근케익은 내게는 약간 한약냄새라고 느껴지는 향신료(팔각, 정향, 맥넛)가 들어간 케익으로 한국에서 흔히 먹는 미국식 당근케익과는 아주 다르다. 물론 내 입맛엔 미국식이 더 맛있지만, 오이군은 늘 자기네 당근케익이 제일 맛나다며 직접 만들어 먹지 않는한 만족을 못한다. 누구나 어릴때 먹고 자란 엄마 밥이 제일 맛있는겨.

 

가벼운 등산 후에 마시는 커피는 그 어느 때 보다 달콤하다

 

주말이라 북적일 것을 예상했는데, 사람이 많긴 했지만 빈 테이블이 드문 드문 있었다. 

캬~ 산아래를 내려다 보며 따뜻한 봄 햇살아래 앉아 홍차의 은은한 향기를 맡으니 낙원이 따로 없다. 사실 이곳이 유명한 이유는 끝내주는 커피맛이라든지 입에서 녹는 케익이 아니라 바로 이 전망이다. 음료와 케익값도 딱히 착하진 않지만 이정도의 전망과 함게 오후의 수다꽃을 피울 수 있다면 이쯤은 아깝지 않다고 느껴진다. 따라서 이곳에 올 때는 여유롭게 찾아와야 한다. 후딱 커피만 들이키고 자리를 뜨기에는 아까운 장소.

 

1층 서쪽 좌석은 모두 오래된 재봉틀 스타일 테이블이다. 발로 밟으면 진짜 삐걱거리며 돌아가서 재밌긴 하지만 시끄러우니 옆사람을 생각해서 계속 돌리진 말자 ^^;;
갖가지 소품을 건물에서 내려다 보이는 숲에도 넣어 놨는데, 곰은 얼핏 보면 진짜 곰 같다. 지리산에 풀어준 곰이 여기까지 놀러 온 줄 ^^;

 

봄바람 맞으며 여유를 갖고 앉아 풍경도 감상하고, 사랑을 속삭이거나, 수다를 떨기에 정말 훌륭한 장소이다. 차 몇대정도는 댈 수 있는 주차공간도 있지만, 골목 자체가 좁으니 웬만하면 산책하는 즐거움을 음미하며 걸어 가기를 추천한다.

 

 

산모퉁이 카페
www.sanmotoonge.co.kr
서울특별시 종로구 백석동길 153
02-391-4737
커피, 차 7,000-8,000 / 녹차라떼 9,000 / 조각케익 7,000

 

 

 

07  /백사실 계곡 : 도롱뇽이 사는 곳

 

 

우리는 오전에 산책을 나와서 시간이 많았으므로 내친김에 백사실계곡까지 산책을 계속하기로 했다. 동네 뒷산 같이 낮은 산이기는 하지만, 나름 또 올라가야 하므로 가벼운 산책을 하고 싶은 분들은 이곳을 생략하고 산모퉁이 카페에서 다시 창의문 삼거리로 내려가면 된다.

 

 

백사실계곡엔 1급수에만 산다는 도롱뇽과 버들치가 산다고 한다. 나는 게코와 닮은 귀여운 도롱뇽을 한국에서 한번도 본 적이 없기때문에 기대가 컸는데, 요즘 가뭄이라 그런지 물이 바짝 말라 계곡 분위기는 거의 나지 않아서 조금 아쉬웠다. 이곳이 조선시대에는 백석동천이라 불렸는데, 백악산천으로 둘러싸인 경치좋은 곳이라는 뜻이라 한다. 그만큼 예로부터 아름다운 지역이라 이항복의 별장도 이곳에 있었다고 한다.

 

서울의 산에도 살금 살금 봄이 오는 중

 

 

08  /자하 손만두 : 만두라고 다 같은 만두가 아니었다

 

 

우리는 백사실계곡에 북악산 팔각정까지 올라갔다 다시 창의문 삼거리로 내려왔더니 어느덧 저녁무렵이 되어 있었다.

당연히 배꼽시계가 요란하게 울리고 있었음을 말할 것도 없고 ^^

 

이곳 역시 단독주택을 개조한 음식점으로 내부가 1,2,3층으로 나뉜다

 

뭘 먹을까? 

부암동엔 맛집이 꽤나 많아서 선택에 어려움을 겪었지만, 그 중 오랜 역사를 가지고 있는 자하손만두를 오늘 저녁메뉴로 택했다. 3대째 만두를 만들어 왔다는데, 이 근처 맛집 하면 단연 리스트의 첫번째에 오른다. 대체 만두가 거기서 거기지 뭘 얼마나 대단하게 만들길래? 

 

 

 

 

 

 

 

 

 

시원하게 트인 유리창이 인상적인 2층

 

 

우리는 만두가 색다르리라는 별 기대는 없었고, 그냥 기본빵은 하겠지 싶어 비주얼이 이쁜 만두국과 편수만두, 소만두를 주문했다. 찐만두류는 한접시에 4개가 올려져 있어 조금 비싼 느낌도 들지만 장소가 나름 고급 스러웠기 때문에 어느정도 예상한 가격이었다.

 

그런데, 한입 텁 물자마자 오~하는 소리가 절로 나왔다. 

편수만두는 향긋한 오이향이 입안에 가득 퍼지는데, 재료들이 통통하게 살아있고, 만두피가 살짝 두꺼우면서 쫄깃했다. 참 독특한 맛이라 뭐라 설명하기 어려운데, 일반 만두들과는 확연히 다르니 한번 드셔보시라는 말 밖에.

소만두는 오이군이 소고기가 들어있는 줄 알고 주문했다는데, 그건 아니고, 오이, 버섯, 으깬 두부 등이 들어간다. 편수만두보다는 맛이 살짝 싱거워서, 주어지는 새콤한 간장에 찍어 먹어야 했다. 

 

만두국도 그렇고, 전부 느끼하지 않다는 것이 이곳 만두들의 공통점. 보통 만두가 참 맛나긴 한데, 몇개 집어 먹다보면 기름기가 많아서 느끼해지며 입이 텁텁해 지기 마련이다. 그러나 자하손만두들은 다 먹고난 후에도 입안이 깔끔하니, 물리지 않는다는 특징이 있다. 냉동만두나 시장만두는 맛있긴 하지만 한끼로 먹고 나면 뭔가 분식으로 떼웠으니 다음 끼니는 제대로 먹어야겠다 뭐 이런 생각이 드는데, 이건 자체로 건강식을 먹은 느낌이랄까? ^^; 감자와 오이의 입맛에는 대부분 괜찮았고, 특히 편수만두가 착 감겼는데, 당연히 입맛은 주관적인 것. 참고만 하시기 바란다. 지인중엔 싱거워서 그냥 그랬다는 사람도 있으니. ㅋ

 

이름이 만두집이라 작은 분식집을 생각하면 곤란하다. 고급스러운 단독주택을 개조하여 만든 곳으로 꽤나 기품있는 음식점이다

 

이곳에서 만든 만두들을 냉동포장해서 판매하기도 하는데, 결국 오이군이 부추겨서 편수만두, 찐만두, 물만두 한봉지씩을 사왔다. 집에와서 먹어본 찐만두는 양배추가 들어있어 뭔가 발효된 향이 나는데, 역시 별로 느끼하지 않아서 마음에 든다. 물만두 역시 부추가 많이 들었는데, 기름기 없는 고기를 쓰는 듯 하다.

 

만두도 다를 수 있다는것을 보여준 자하손만두, 만두가격치고는 조금 비싸지만, 파스타집 가격 생각하면 딱히 그렇지도 않다. 밀가루 음식이긴 매한가지니 ^^; 우리는 근처에 간다면 부담없이 다시 찾을 것 같다.

 

해질녁 부암동 풍경

 

은은한 한국의 옛 정취가 느껴지는 부암동. 걷다보면 어딘지 근대사의 한 부분을 여행하는 느낌이 들기도 하고, 어릴 적 향수가 솟아나기도 한다. 그 사이 중간 중간 자리하고 있는 이색 맛집과 카페들이 감초역할을 하는 매력있는 서울산책길. 연둣빛으로 물들어가는 산을 바라보며 걸을 수 있어 봄맞이 코스로 제격이지 싶다.

 

 

자하손만두
www.sonmandoo.com
서울특별시 종로구 백석동길 12 
02-379-2648
메뉴 및 가격 | 찐만두, 편수만두, 소만두 4개 5,500 / 만두국, 떡만두국 12,000 / 만두전골 2인 37,000

 

 

 

       

등산과 산책 사이

2015. 03. 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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