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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orea | 대한민국 볼거리 먹거리/Gyeongsang | 경상도
경주 안압지의 모과향기 나는 밤
2014. 12. 5. 19:47

경주의 밤, 달따라 바람따라
안압지의 옛이름은 월지

 

 

인터넷에 경주를 검색하면 가장 많이 나오는 사진이 바로 안압지의 야경이다. 은은하게 조명을 받은 석조 건축물과 나무 정자가 고요한 안압지의 수면위에 어느쪽이 진짜이고 반영인지 헤깔릴 만큼 선명하게 반사되기 때문이다. 무수히 보아왔던 사진이지만, 경주까지 왔는데, 또 내눈으로 직접 확인하지 않을 수 없다. 피라미드를 수십번 사진으로 봤다고 해서 이집트에갔는데, 피라미드를 안보고 올 수 없지 않은가.

 

 

 

 

 

경주에 온 날, 곳곳에서 향긋한 내음으로 우리를 반겼던 것은 다름아닌 모과나무 였다. 모과를 수퍼마켓에서나 봤지 이렇게 나무에 주렁 주렁 열린 것은 처음 본다. 사실 수퍼마켓에서조차 그리 흔히 보는 열매가 아닌지라, 이것이 가을에 열매를 맺는지도 몰랐고, 이렇게 커다란 나무에 탐스럽게 매달리는지도 몰랐다. 가까이가면 옅은 모과향이 은은하게 풍겨나와 신비로운 분위기의 안압지를 향기로 기억하게 해주었다.

 

 

안압지는 궁궐에 딸려 있었던 호수로 서쪽에는 별궁인 임해전이 있고, 호수 안에는 3개의 작은 인공 섬이 있다. 요즘에는 이곳을 동궁과 월지라 부르는데, 월지는 안압지의 옛이름으로 이 호수 안에서 발굴된 토기에 그 증거가 남아 있어 다시 찾게 된 이름이다. 신라시대의 반월성과 가까이 있었기 때문이며, 동궁, 즉 임해전도 월래는 월지성이라 불렸다는 기록이 있다. 그러던 것을 조선시대에 폐허가 되어 버린 이 호수에 기러기들이 날아들자 기러기가 모이는 곳이란 뜻으로 안압지라 부르게 되었다고 한다.

 

 

연잎이 무수히 떠 있는 물 사이로 어슴프레 보이는 반영이 마치 물속에 있는 또 다른 세계를 보는 듯하다. 이제는 기록으로 밖에 남지 않은 신라시대의 화려했던 풍경이 물속에서 신기루처럼 보이는 듯.

 

 

 

 

연 나무

 

저 줄을 퉁기면 음악소리가 들릴까?

이런 분위기에 거문고 음악 소리가 은은하게 퍼지면 좋겠다고 생각했는데...

 

 

은은한 풍경과 모과 향기에 이어 청각에까지 운치를 더해 주었던 이벤트가 있었으니.

오늘의 해설을 맡아주셨던 경주남산연구소장님께서 단소를 준비해 오셨던 것이다. (게다가 간이 의자까지!!) 고요한 밤에 은은한 불빛을 보며, 어딘지 구슬픈 단소 소리를 듣고 있자니, 다들 갑자기 센티멘탈해져 아무말이 없다. 무슨 생각들에 잠겨 있을까. 엄마생각, 어릴적 생각, 연인 생각?

 

난 전부다 나더라.

어릴적 부모님과 이곳에 와 봤다고 하는데, 기억이 없다. 그래도 이곳 어딘가 남아있을 엄마, 아빠 그리고 나의 발자국. 이곳에 번성했던 신라의 흔적처럼, 그날의 추억도 어슴프레 사라졌지만, 그때 그날 엄마, 아빠는 겁이 많아서 커다란 불상 근처에는 가지도 못했던 나를 따뜻하게 안아주셨겠지?

수학여행으로 왔었다지만, 나는 그때 그곳이 경주인지 공주인지도 헤깔린다. 그래도 귓가에 여전히 맴도는 그날의 친구들 목소리, 깔깔대는 웃음소리 그리고 나의 기침소리. 여행내내 감기로 골골댔는데, 친구들이 서로 스웨터를 꺼내 둘둘 감아 주었다. 따뜻한 기억.

경주는 우리나라를 대표하는 유적 도시므로 나의 외국인 남편 오이군에게 일주일 정도를 두고 차근 차근 구경시켜 주고 싶었다. 근데, 한국에 들어온지 3년이 다된 지금도 아직 경주에 한발짝도 못들여 봤다. 월지의 로맨틱한 풍경을 보고 있자니 당연히 나의 연인 생각이 났는데, 사실 다음날 그가 경주로 내려올 예정. 나 없는 밤에 그는 지금 무슨 생각을 하고 있을까? ^^ (게임하느라 아무생각 없겠지...-_-;)

 

 

물에 비친 세상.

한들 한들 풍경에 취한 사람들. 

이곳엔 사람이 정말 많다. 밤중인데도 마치 지역 축제장에 온 듯 발디딜 틈 없이 인파로 가득했는데, 이건 약과라고 한다. 여름에는 크리스마스에 명동만큼 사람이 많다고.

 

 

 

 

용궁. 어디서부터 어디까지가 진짜일까? 내가 보는 세상이 정말 전부일까?

 

월지의 야경은 단연 경주 제일의 풍경이라 해도 과언이 아닐만큼 아름다왔다. 사람이 조금 많긴 했지만, 그 인파조차 이곳의 로맨틱한 분위기를 깰 수 없더라. 어떤 곳은 사진만 보고 갔다가 실망하는 경우가 있는데, 월지의 야경은 사진 그 이상의 낭만이 있다.

 

클릭하시면 큰 사이즈로 감상하실 수 있습니다

 

 

 

       

경주 산책 to be continued

여행날짜 | 2014.10.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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