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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orea | 대한민국 볼거리 먹거리/Gangwon | 강원도
홍천 팔봉산, 그 험하다던 8봉에 우뚝서다
2014. 10. 9. 13:28

홍천강의 시원한 엔딩을 향해
여기서 멈출 순 없다, 우리는 끝을 봐야 한다

 

살금 살금 팔봉산 자락에 스며드는 가을

 

1, 2봉만 오르자던게 어느새 5봉까지 와버렸다. 

일단 첫번째 봉우리의 정상에 오르면 다음 봉우리가 보이는데, 이게 엄청난 광고 효과를 발휘하는 거다. 다음 봉우리에 가도 대략 비슷한 풍경이겠지 싶으면서도, 그래도 뭔가 조금 다른게 있나 싶은것이 사람 심리. 그렇게 4봉이 넘어가니 은근한 승부욕도 생긴다. 끝이 보고 싶다는...

일단 1봉에 오르면 나머지는 짧게 올라갔다 내려갔다를 반복하기 때문에, 한 봉우리를 오르내리는 시간도 얼마 걸리지 않는다. 

결국 우리는 오늘 끝장을 보기로 했다. ^^

 

 

1 - 5봉 가는 길 보기 클릭

 

놀이동산 저리가라, 강원도 홍천 팔봉산!

밋밋하게 걸어 올라가는 등산이 시시하다면 팔봉산으로 매달리고, 올라타고, 기어가고...작지만 흥미진진한 홍천의 명산 지난 주말 붉은 빛 가을이 남한을 완전히 점령하기 전에 마지막으로 물

lucki.kr

※ 참고로 팔봉산은 4봉이 하이라이트입니다^^

 

 

 

 

6봉 가는 길
길이 어딘지 애매모호...

 

 

6봉은 그리 어렵지는 않은데, 길이 애매모호 하다. 길 비슷한 것은 절벽으로 이어져 더이상 갈 곳이 없어 보이는데, 그럼 이 돌틈으로 올라가란 소린가...

여기서 인파로인해 교통체증이 생기면 애매할것 같은데, 다행히 각종 산악회에서 온 단체 여행객들은 대부분 5봉 다음에 내려간 모양이다. 

 

 

혹시나 하고, 저 돌틈을 기어 올랐더니 이렇게 6봉 기념석이 있다. 그길이 맞았구나. ^^

 

이곳을 지나면 다시 길다운 길이 나오는데, 중간에 커다란 소나무 한그루가 있었다. 뒷배경이 확 트인게 나무 모양과 어우러져 꽤 멋지고, 낮은 가지 하나가 사람이 올라가기 좋은 높이에 있다. 모든이들의 기념사진 장소가 되었던 것은 두말하면 잔소리. 그것도 다들 올라 서거나 앉아 찍었는지, 그 가지만 맨들 맨들하고, 잎이 누렇게 떠서 죽어 간다. 가여운 것. 안타까운 마음에 바라만 보고 있는데, 뒤따라 오던 아저씨가 바로 내 눈앞에서 단숨에 그 가지에 올라타 아내에게 사진을 찍어달라고 요청한다. 그 모습을 나도 모르게 못마땅한 눈초리로 쳐다봤는지, 그의 아내가 나를 힐끔 쳐다보더니 남편에게 한마디 한다.

사람들이 욕하겠다, 나무 불쌍하다고. 내려와...

그래도 나무때문에 그러는 줄 알고있는 걸 보니 다행이다 싶었는데, 그때 남편의 대답이 뒤통수를 때렸다. 

뭐 어때. 나만 그러는거 아냐. 남들도 다 여기서 찍었나보구만. 나무 맨질 맨질 한거봐. 이 가지만 죽어가잖아.

...

T_T 죽어가면 살려야지 확인사살 할 이유는 없잖아, 이 아저씨야...소리가 목구멍까지 꿀꺽.

 

 

 

 

 

 

7봉 가는 길
럭키 세븐!

 

 

행운의 7봉과 6봉 사이에는 사실 작은 봉우리가 하나 더 있다. 분명 7봉인것 같아서 주변을 둘러봤으나 아무리 찾아봐도 기념비가 없네. 시리즈 사진을 찍고 싶은데, 비석을 놓치는게 아까와 다른 등산객이 오기를 기다렸다 물었더니 7봉은 다음이랜다. 이것까지 쳐서 구봉산이라 해도 좋을 법 하구만, 왜 굳이 팔봉산이라 했을까.

 

 

7봉 꼭대기는 공간이 매우 협소해서 기념비도 이렇게 작아졌다. 내가 걸트려 있는 바위 뒤로는 천길 낭떨어지. 목숨을 걸고 7봉 세레모니 중이라 표정관리할 틈이 없었다.

 

 

 

8봉 가는 길
8봉의 위엄

 

 

갈까 말까?

8봉에 올라가기 전에 마지막으로 하신길이 있다. 그런데, 산 아래서부터 계속해서 경고판이 붙어있기를, 8봉은 팔봉산에서 가장 험한 산이고, 특히 내려가는 길에 안전사고가 많이 생기니 웬만하면 7봉 다음 하신길로 다 내려가라고 써 있는 것이다. 그닥  신경쓰지 않았는데, 8봉 진입로에 떡하니 큰 글씨로 다시한번 써 있다. 

'이거 갈등되네. 진짜 그렇게 험한가? 그렇다고, 한봉우리 남기고 포기하긴 너무 아까운데...'

마침 내몸에서 슬슬 당도 떨어져 가는지, 손발에 힘도 빠졌다. 손은 후들후들. 배는 꼬륵꼬륵.

게다가 정말 경고문을 따라서 모든 등산객이 여기서 하산해 버리는게 아닌가. 아까는 사람많다고 투덜 거렸는데, 아무도 올라가지 않는 산에서 우리끼리 조난당하는 상상을 하니 그것도 별로 탐탁치가 않다. 

우짜지, 오이군?

잠시 상의끝에 내린 결론은 역시 끝장을 봐야 속이 시원할것 같다는 것. 에잇. 공부를 이렇게 했더라면 -_-; 

대신 당떨어진 문제는 해결을 해야 할 것 같아서, 오이군과 8봉 진입로 구석에 앉아 잠시 휴식을 취하며 초컬릿을 우적우적 씹었다. 끝장을 보고 말리라는 투지를 불태우며.

 

 

으랏차.

그래도 험하다니 이번에는 카메라를 접어서 가방에 모셨다. 실제로 올라가는 절벽에 발 디디는 곳 간격이 조금 더 멀게 느껴져서, 양손이 필요하다고 판단했기 때문. 그런데, 다리긴 사람은 산타기에 참 유리하겠구나. 뭐 그래도 다행히 나는 짧지만, 매우 유연해서 다리를 거의 180도로 뻗어가며 산을 탈 수 있다. -_-; 내일 다리가 쑤시겠지만, 내일 일은 내일 걱정.

 

잠시 후 두발로 설 수 있는 곳이 나타나길래, 멈춰서서 한숨을 돌렸는데, 어라, 저쪽에 비석이 보이네. 여기가 정상인게벼?

에...걔...?

 

솔찍히 8봉도 다른 봉우리들과 딱히 다를 바 없었다. 하도 겁을 줘놔서 혼자 긴장했을 뿐. 오히려 올라가는 길이는 다른 곳보다 짧은 것 같더라. 근데, 나 카메라는 왜 집어 넣은거. 다시 주섬 주섬 꺼내 맞은편으로 보이는 7봉에게 셔터 인사를 건넸다.

찰칵, 칠봉이 안녕. 너 참 예쁘게 생겼구나.

 

그리고 드디어 고대하던 8봉 세레모니. 

오이군, 팔봉산에 가다.

 

8봉 정상에는 돌틈에서 이렇게 멋드러진 소나무들이 자라고 있다. 그야말로 진정한 절경. 안왔더라면, 큰일날 뻔 했네. ^^;

사람도 없어서 드디어 정상을 정상같이 즐길 수 있었다. 풍경좋은 돌위에 앉아, 세월아 네월아 먼산을 바라보며 시조를 읊을 뻔 했는데, 내 배가 난리가 났다. 이쯤이면 됐으니 고만 하고, 가서 밥먹으라고. 느끼하게 파이, 초컬릿 같은거나 뿌려놨다며. 얼른 밥 내 놓으라고.

그래. 한국인은 밥이지.

 

 

 

홍천강이 기다리는 8봉 하산길
우리의 길동무는 다람쥐 한마리

 

 

그럼 이제 그 위험하다는 하산길을 구경해 볼까?

위험하다는 것이 어느정도 이해는 됐다. 이렇게 생긴 가파르고, 애매한 계단 길이 끝없이 이어졌던 것. 양 옆에 잡을 것도 튼튼하고, 발 받침도 잘 되어 있어서 딱히 어려울 것은 없었지만, 8개의 작은 봉우리를 오르내리느라 이쯤되면 다리가 풀린다는게 문제인 것 같다. 뭐 어쨌든 천천히 조심 조심 내려오면 별일은 없을 듯 ^^

 

배고파요. 도토리는 제발 저희에게 남겨주세요

 

8봉 하산길은 어렵다고 하도 강조를 해 놔서인지, 그나마 한둘 있던 길동무도 모두 7봉쪽으로 되돌아가 내려간 모양이다. 내려오는 긴긴 계단엔 오이와 감자 그리고 다람쥐 한마리가 전부. 사람이 없으니 길목에 내려와 열심히 무언가를 찾고 있더라. 당연히 먹을 것이겠지?

 

참, 다들 알고 계신지? 요즘 산림청에서 '도토리 줍지 않기' 캠페인을 하고 있다. 도토리는 수많은 야생동물들이 겨우내 먹을 식량인데, 사람들이 다 줏어가는 바람에 동물들이 굶어죽고 있다는 것이다. 예전에야 사람도 먹을 것이 없어서 도토리같은 걸 줏어먹어야 했다지만, 지금은 지천이 먹을 것인데, 도토리쯤은 동물들을 위해 양보해 주자. 우리는 도토리 안먹어도 별일없겠지만, 그들은 저것이 없으면 정말 큰일 난다지 않는가.

 

지나온 길을 올려다 보니 꽤나 가파르기는 하다. 발 잘못 딛으면 난감할 것 같아서 가드레일을 꼭 잡고 내려왔더니 다리보다 팔이 더 아프다. 거의 80%는 팔힘으로 내려온 듯 ^^;

 

 

드디어 저어~아래 홍천강의 녹색 물이 보이고, 계단은 정상적은 계단 모양으로 바뀌었다. 이제 고지가 멀지 않았다.

 

 

 

 

 

 

홍천강의 매력에 첨벙 빠져봐아~
8봉 완주의 보상, 그 달콤함에 관하여

 

 

아. 이 멋진 길은 8봉을 완주한 사람만이 걸을 수 있는 멋진 강변 산책로~

...는 아니고, 사실 그냥 아무나 강에서 부터 거슬러 올라와 걸어도 된다. ^^; 

투명한 물이 흐르는 홍천강. 어릴적에 부모님과 놀러와서는 이 수심이 얕은 물줄기를 강이라 부르는 것이 이상하다고 생각했었다. 여전히 그렇다. 물 깊이가 대부분 어른 허벅지 선을 넘지 않는다.

 

 

오랜만에 찾은 홍천강에서는 신기한 검은 잠자리들이 우리를 맞이했다. 수백마리의 검은 잠자리들이 물위를 날아다니며, 축제라도 하는 듯 화려하게 움직였다. 사실 8개 봉우리를 모두 다 찍었다는 기쁨에 내 마음이 축제였기에 그렇게 보였겠지만.^^;

 

청순한 구절초
요정의 꼬깔모자? 이 꽃이름은 붉은 물봉선이라고.
노오란 꽃이 주렁 주렁, 이꽃 이름 아시는 분? ^^
사랑스러운 소녀같은 꽃, 개여뀌. 넘 예쁜데 이름이 왜 이모양...

 

축제에 꽃장식이 빠져서 되겠는가. 산위에는 별로 없던 꽃들이 물가로 내려오니 지천에 피어있다. 들꽃들은 대부분 크기가 매우 작지만, 가만히 들여다보면 그 모양이 참 다채롭다. 청순한 구절초가 바위 틈틈이 피어 삭막한 바위산에 감수성을 불어 넣었고, 이웃 블로거 릴리벨리님 덕분에 이름을 알게된 개여뀌는 여성스러운 분홍빛 얼굴로 한들 한들 미소짓고 있었다.

 

아~좋다.

작은 산행일지라도 무언가를 끝내고 맞이하는 모든 것들에는 소소하게 나만의 의미가 생긴다.

 

시체놀이 세레모니. 에고, 힘들었다. 쉬어야돼...
출렁 댄스 세레모니. 구름다리와 함께 온몸의 살이 위아래로 출렁 출렁...-_-;
이 알들에서는 어떤 생명체가 태어날까?

 

마누라가 꽃 사진찍느라 늦장을 부렸더니 혼자 심심해진 오이군은 돌던지고, 드러눕고 다양한 액티비티(?)로 시간을 떼우고 있다. 미안해서 얼른 그가 있는 곳으로 갔는데, 방금 그가 널부러져 있던 돌 위에 이런 이름모를 알들이 사방에 붙어 있는게 아닌가.

흐힉...징그러.

그런데도 자꾸 자세히 들여다보게 하는 마력을 가진 붉은 알이다. 

 

 

드디어! 그 말많던 우리의 샌들이 그 진가를 발휘할 시간이 왔다. 바로 물에 젖어도 금방 마른다는 장점 ^^; 이쯤되니 신발장수 같네. 고만해야지.

 

 

처음 산에 올랐던 다리까지 가야할 길이 너무 멀어서 강을 가로지르기로 했다. 가장 물이 얕아 보이는 곳을 고르고 골라 바지를 걷어 붙이고~

물이 꽤 차가왔는데, 아직도 물놀이를 하는 사람들이 꽤 있었다. 꺅꺅 거리는 커플들, 첨벙 거리는 아이들, 견지낚시를 하는 아저씨들. 모두들 행복한 모습에 저절로 미소가 지어지더라.

 

 

길을 건너니 팔봉산 유원지에 바로 도착했는데, 그곳에는 벌써 가을 분위기가 물씬 풍겼다.

 

팔봉산 주차장에서 바라보는 팔봉산
팔봉산 주차장에 있는 야영장. 데크 사용료 1만원을 지불하면 그 위에 텐트를 칠 수 있다

 

팔봉산은 생각치도 못한 괜찮은 수확이었다. 줄잡고 올라가거나, 작은 굴을 지나고, 구름다리 몇개를 지나, 작은 봉우리를 롤러코스터처럼 오르내리는 버라이어티한 산행이라 지루할 틈이 없었다. 중간 중간 쉬면서 진행해도 여덟개의 봉우리를 모두 오르내리는데, 4-5시간이면 충분. 최고봉은 2봉이고, 정상 풍경은 3-4봉이 가장 멋졌기 때문에, 중간에 체력에따라 8봉을 전부 가지 않고, 코스를 정해봐도 좋을 것 같다. 바위와 구불 구불 소나무가 어우러진 수려한 모습에 누구나 반하게 될 것이다. 

올가을 친구, 연인, 가족 모두에게 적합한 코스를 정해 단풍 놀이를 계획해 보는 건 어떠실지? ^^ 

 

※ 단, 어린이는 초등학교 고학년 이상 권장합니다. 학생 단체 여행지로는 적합하지 않습니다.

 

 

 

팔봉산


홈페이지  www.hongcheon.go.kr/palbong
소요시간  소요시간 1-3봉 : 약 1시간 30분, 1-5봉 : 약 2시간, 1-7봉 : 약 2시간 30분, 1-8봉 : 약 3시간 소요 (휴식 없이 걸었을 경우)
입산시간  07:00 ~ 18:00 (입산마감: 15시, 우천시 입산통제
입장료  성인 1,500원, 청소년/군인 1,000원, 어린이 500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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