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Oceania | 태평양의 섬들/West Australia | 서호주
남붕 국립공원 피나클의 신비 : 퍼스근처 당일 여행지
2014. 9. 30. 06:30

서호주 오지 투어, 어드벤처의 시작
미스테리 피나클 Pinacles을 찾아서 남붕 국립공원 Nambung National park 으로

 

얏호! 이른 새벽, 침대에서 들뜬 기분으로 스프링처럼 튕겨 일어났다.

드디어 기다리고 기다리던 서호주 캠핑을 떠나는 날 아침이기 때문이다.

원래는 캠핑카를 빌려 우리끼리 서호주 오지여행을 하려고 했는데, 서호주 북부부터 노던 테리토리 Northern Territory 는 흉폭한 바다악어가 사는 지역으로, 안전한 물가나 캠핑위치를 잘 조사해서 정해야 한다. 

 

카카두 국립공원의 매리 강 Mary river 에서 만난 야생 바다 악어. 후덜덜한 이빨

 

인터넷의 여행 후기들을 천천히 읽다보니 캠핑카라고 아무데서나 자다가 바다, 민물, 육지에서 모두 살 수 있는 난폭한 바다 악어의 공격을 받았다는 이야기가 심심치 않게 나왔던 것이다. 자고 있는데, 한밤중에 2미터가 넘어가는 육중한 악어가 차를 마구 흔들기도 하고, 매번 같은 포인트에 캠핑을 했더니 악어가 관찰하고 있다가 어느 날 그 캠핑 장소에 먼저가서 기다리고 있기도 했으며, 악어를 보고 죽어라 뛰었더니 생각보다 엄청 빠른 악어가 달려와서 급한김에 차 지붕으로 도망갔건만 악어가 그 밑에서 느긋하게 이틀동안 대기하더라는 이야기도 있었다. 물론 지붕위에서 구조를 부를 핸드폰 신호가 터질 거라는 야무진 생각은 일치감치 버리는 게 좋다. 호주의 오지는 말 그대로 문명의 손이 닫지 않는 허허벌판, 모바일 수신이 잡히지 않기 때문이다. 뭐 물론 악어 사건이 자주 있는 일은 아닐지라도 캠핑 포인트에대해 면밀히 준비해야 하는 것은 틀림없어 보인다.

게다가 이 어마어마하게 큰 나라에서 한 포인트에서 다른 포인트로 이동할 때마다 엄청난 거리를 달려야 하는데, 나는 2종 자동면허라 캠핑카를 운전할 수 없다. 긴긴 거리를 혼자 운전한다고, 투덜거릴 오이군의 목소리가 벌써부터 귀에서 맴맴. 

 

그...그래. 뭐 가격은 자유 여행보다 쬐끔 더 비싸지만, 그룹 캠핑 트럭에 합류하는게 좋겠다.

 

 

 

 

우리가 24일간 함께 했던 트럭. 각각 다른 여행사를 통해 예약하지만, 실제로 운행 업체는 몇군데 없어서 조인트 투어를 하게 된다

 

그룹 캠핑투어는 트럭형 사륜구동 버스를 타고 약 10-16명 정도의 인원과 함께 24일간 자고, 먹고 하는 것으로, 운전사겸 요리사인 가이드 한명, 식비와 숙소, 교통이 모두 포함된 오지 투어이다. 단, 숙박은 호텔이 아니라 10일은 백팩커 또는 호스텔 다인실, 14일은 별보고 자는 야전침낭 캠핑으로 호주 오지의 매력을 톡톡히 느낄 수 있다.

 

 

 

Day 1

 

 

드디어 출발!
졸린 눈을 비비며, 꼬깃해진 너의 얼굴 보았어...

 

드디어 15명의 멤버 전원이 탑승, 어슴프레 해가 뜨는 스완강을 뒤로하고, 우리는 퍼스를 떠났다.

 

가이드가 첫째날 아침에 퍼스 곳곳의 숙소에서 머물고 있는 멤버들을 픽업하는데, 우리의 픽업 시간은 무려 아침 5시 50분. 평소 같으면 어림도 없는 기상 시간이지만, 나는 이 여행을 너무나 손꼽아 기다렸기 때문에, 알람이 울리자마자 전광석화처럼 일어나서 오이군을 흔들어 깨웠다. 물론 백상아리 다이빙을 끝으로 이번 여행에서 볼장 다 봤다던 오이군은 못일어 나겠다며 녹은 치즈같은 얼굴을 하고 있다. 그래도 할 수 없다, 오이군. 우리는 가야만 한다!

해도 안뜬 컴컴한 백팩커 앞에서 쌀쌀한 공기에 몸을 부르르 떨며, 트럭을 기다렸다.

 

퍼스에서 130km쯤 떨어진 작은 마을의 실버 코스트 베이커리. 다들 아직 낯설어서 내외하는 중

 

눈이 내리지 않는 호주라지만, 우리가 있었던 6월 말에는 호주의 겨울이 시작되는 시기로 아침 저녁으로 날씨가 꽤 쌀쌀하다. 특히 건조한 사막 기후를 가진 호주 내륙은 밤에는 0도까지 떨어지도 한다. 보기에는 쨍쨍한 햇살에 뭔가 더워 보이지만, 우리는 모두 긴팔을 입고, 차안에서도 겉옷 앞을 여미기 바빴다.

 

차를 피하느라 이리 저리 날뛰는 도로위의 캥거루들를 감상하며, 1시간 반쯤 달려 모두들 잠에서 깰 무렵, 아침 식사를 위해 작은 마을에 있는 빵집에 들렀다. 뜨끈한 핫초코 한잔과 고소한 크로와상으로 뱃속을 깨워주니 드디어 주변 사람이 조금 보이기 시작하네. ^^;

 

이번 여행을 같이 하게 될 우리의 멤버는 독일 여자 셋, 호주 남녀 각각 셋, 일본, 덴마크, 아일랜드, 체코 여자 각 한명 그리고 스위스 오이, 한국 감자 이렇게 열다섯명. 연령대는 10대에서 50대까지 다양하고, 커플은 오이/감자가 전부 였다. 이런 분위기에서 왕따 당하지 않으려면 로맨스는 금물. ^^; 그리고, 브룸까지 12일간 가이드를 맡아줄 루크는 30살의 유머감각있는 호주 남자다.

 

아침식사를 하고, 주변을 약간 산책하다 발견한 알루미늄캔 기증 쓰레기통(?). 모아서 나중에 휠체어를 만든다며 병원에서 알루미늄 캔을 수거한다. 아마 호주도 캐나다처럼 캔 한개당 50센트정도의 보증금이 있어서 이렇게 기증을 받는 모양이다. 한국에는 길바닥에 마구 버려진 알루미늄 캔이 이렇게 소중하게 쓰이고 있는 걸 보니, 뭔가 뜨끔한 느낌.

 

와우. 진짜 웨스턴 스타일 아저씨다. 자켓에서 카리스마가 폭발 중. 내 옆을 스쳐 지나갔는데, 저거 진짜 통가죽 자켓이더라. 대체 저런건 어디서 사는 걸까. 가격도 상당할 듯. 

 

 

 

피나클Pinacles이 있는 미스터리 사막으로
남붕 국립공원 Nambung National park

 

바로 이것이 오늘 우리가 감상할 피나클 사막. 피나클은 저 기둥들을 부르는 말이다.

 

퍼스에서 약 200km떨어진 이곳은 드넓은 사막에 미스테리한 기둥들이 잔뜩 세워져 있어 유명해졌다. 퍼스에서 왕복 약 5-6간쯤 걸리지만, 당일치기 여행으로도 많이 들르는 곳이다. 사막 안으로 사륜구동차를 몰고 들어갈 수 있는데, 그보다 주차장에 차를 세우고 왕복 1km정도를 산책하는 것을 추천한다. 조개가 부서져 만들어진 보드라운 모래를 밟으며 기둥 사이를 천천히 걸어보면, 정말 스타워즈의 외계행성같은 곳으로 온 듯한 느낌이 들기 때문.

 

다양한 크기의 피나클. 이렇게 작은 1미터 남짓한 것에서 부터 3미터 높이의 것들도 있다.
불가사리, 날다

 

주차장에서 보들보들한 모래를 밟고, 조금 걷자 그새 모습을 드러내는 신기한 기둥들. 처음 피나클 벌판이 펼쳐지는 순간 외계 행성같은 신비한 모습에 잠깐 숨을 멈추었다. 실제로 이곳에서 영화나 뮤직비디오를 많이 촬영했다고 한다.

 

사막이라 걷기에 덥고, 힘든건 아닐까 걱정하실지도 모르지만, 우리의 옷차림을 보시라. 호주 남부에 위치한 이곳은 원래 그렇게 덥지도 않을 뿐더러, 6월 말-8월 초에는 오히려 춥다.

 

 

 

 

이 메말라 보이는 곳에도 식물들이 살고, 꽃을 피우기도 한다. 척박한 환경에서 피어나 더욱 돋보이는 아름다움.

 

만약 차를 가지고 왔다면 저 도로 안쪽으로만 달려야 한다. 차는 대형차는 안되고, 사륜구동으로 미니벤 정도 까지의 크기만 허용된다. 국립공원이라 차량으로 오면 입장료도 있는데, 서호주 국립공원 전체 패스를 살 수도 있고, 해당 국립공원 입구에서 개별로 지불해도 된다. 걸어가거나 자전거로 오면 무료 입장.

여기서 운전을 해 보는 것도 재밌겠지만, 차로는 피나클 사이 사이를 지나갈 수 없으니 사실 크게 메리트는 없는 것 같다.

 

주차장에서 500미터쯤 걸으면, 국립공원 전체를 한눈에 조망할 수 있는 전망대에 도착한다. 

근데, 이건 뭔가? 야채새?

 

전망대에서 바라보는 남붕 국립공원의 전경. 신비로운 피나클 사막은 새하얀 모래의 해안사구와 유칼립투스 숲으로 둘러 싸여 있다. 이 자연의 아름다움을 또 뭐라고 표현할까. 저멀리 푸른 바다까지 다양한 자연환경을 한눈에 볼 수 있다.

 

서호주는 메말라 보여서 식물이 못자랄 것 같은데, 사실 대부분의 오지가 빽빽한 숲이다. 겨울이 다가오는데도 여전히 나무마다 각양 각색의 꽃이 피어있다.

 

여기 이렇게 두시간만 머물러 있으면, 득도할 것 같았는데, 그룹투어라 그럴 시간이 없어서 아쉬웠다
목도리 도마뱀 발견?!

 

사막에 목도리도마뱀 같이 생긴 녀석이 뛰어다니면 잘 어울릴 것 같다고 했더니, 몸소 도마뱀이 되어주셨다. 

여기서 이러시면 아니되옵니다, 서방님. -_-;

 

가운데, 맨 앞의 기둥처럼 송이버섯 같은 모양이 엄청 많다. 쿨럭. 에흠

 

이 신기한 기둥들은 오래전 조개껍질들이 부서져 쌓인 석회암이다. 오랜 세월 풍화되고, 때로는 식물이 그 위에 자라며 돌을 갈라 놓았는데, 약한 부분이 먼저 침식되고 게중 단단한 부분만 남아 지금의 모습에 이르렀다고 한다. 그러나 그 단단한 부분도 석회암인지라 여전히 조금씩 풍화되고 있어서 50년 뒤에는 전부 사라질지도 모른다고 하니, 궁금하시거든 후딱 다녀오심이 좋을 듯. ^^

 

 

 

 

신비로운 사막을 떠나기가 아쉬워, 일행의 제일 꽁무니를 따르며 주차장으로 돌아오는데, 신기한 것을 발견했다. 바로 야생 에뮤 Emu.

시드니 타워 레스토랑에서 음식으로 먹어 봤고, 동물원이나 농장에서 사육되는 것만 봤는데, 야생으로도 이렇게 살고 있다니. 게다가 저 엄청 난 키!

기둥 사이를 우아하게 겅중 겅중 걸어다니는 이 대형 새는 타조와 닮은 날지 못하는 새다. 호주에만 사는 새로 목을 쭈욱 펴면, 그 키가 2미터에 이르는 엄청난 녀석. 2미터라니. 오이군보다 크다는 소리. 목 움직임이 우아하고, 엉덩이를 살살 흔들면서 걷는게 중세 귀족여자들이 떠오르더라.

사진을 찍으려고, 살그머니 한발짝 내딛었는데, 엄청나게 멀리서도 경계를 하며, 겅중 겅중 뛰어 순식간에 저어~멀리로 사라져 버렸다. 에뮤는 달리기는 물론 수영도 잘한다고 한다.

우리는 야생에뮤를 봤다는 흥분을 가까스로 진정시키며 다음 행선지로 발걸음을 옮겼다. 

 

에뮤는 뭔가 이런 느낌?
루키, 서호주에 가다!

 

 

 

       

취향저격 서호주!

2013.06.28

 

 

 

남붕 국립 공원 피나클

위치  퍼스 북쪽 해안을 따라 약 200km지점에 있다. 대중교통이 없으므로, 자가용이나 투어를 이용한다.
입장료  도보 or 자전거 무료  /  모터바이크 6$  /  12인승 미만 12$  /  13인승 이상 인당 5.5$ (2014년도 기준)
서호주 전체 국립공원 패스 4주 44$  / 1년 88$ (2014년도 기준)
숙소  이곳은 캠핑이 불가능 한 국립공원이다. 20km쯤 떨어진 곳에 세르반테스 Cervantes라는 마을이 있는데, 이곳에 숙소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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