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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orea | 대한민국 볼거리 먹거리/GyeonGi | 경기도
[안산 1박 2일] 바다, 등대, 황무지 그리고 예술 마을이 있는 풍도
2014. 8. 11. 21:32

내마음은 황무지
야생화, 외로운 등대 그리고 황무지가 있는 해안 산책로

 

야생화의 섬, 풍도 섬 뒷쪽은 사람이 살지 않는 지역으로, 예전에 채석장으로 사용되며 많은 풍파를 겪었던 곳이다. 거의 정글에 가깝게 녹음이 무성한 섬의 다른 지역과 상반되게, 바위가 황량하게 드러난 모습. 어딘지 쓸쓸하기도 하고, 어찌보면 남부 유럽의 어느 해안가를 연상시키는 모습이라기에 우리도 아침 일찍 그곳을 찾아 산책을 나갔다.

 

 

 

풍도에서의 둘째날

 

01  /해안산책로를 따라서 - 풍도 등대

 

지난 저녁에는 생각지도 않게 일찍 잠이 들어버렸다.

아침일찍 배타고 들어온다고 설쳤는데, 물놀이에 짧았지만 산행까지 했더니 꽤 피곤했던 모양. 게다가 찬물로 샤워까지 했더니 방바닥에 눕는 순간부터 기억 상실이다. 아, 아니다. 서울은 밤에도 잠들기 힘든 열대야가 지속되는데, 이곳은 밤에 쌀쌀해서 이불을 돌돌 말았던 기억이 난다.

덕분에 일찌감치 아침에 눈을 떴더니, 웬일로 아침잠 많은 오이군도 따라 일어난다. 덕분에 혼자 나가려던 산책을 둘이서 손붙잡고 오손도손 하게 되었다. 몽돌 해변이 있는 바위 펜션에서 계속 걸어가니 저어만치 산위로 올라가는 계단이 보인다. 이곳이 바로 풍도 등대가 있는 곳.

풍도 등대는 평택 당진항을 항해하는 배들을 위해 1985년에 설치한 것으로 밤에는 15km의 먼 거리에서도 볼 수 있다고 한다.

 

계단을 올라가며 뒤돌아 보니 오늘도 바다에는 안개가 뿌옇게 끼어 있다. 어디서부터가 하늘이고, 바다인지 구분이 되지 않는 긴 몽돌해변. 등대 주변은 정말 울창한 숲이다. 한여름이라 습도도 높아서 정말 정글속으로 들어온 듯한 느낌이 들었다. 등대에 벤치가 몇개 있었는데, 이곳에 앉아 차 한잔과 빵 한조각으로 간단한 아침식사를 했으면 좋겠다.

 

 

 

 

 

02  /해안산책로를 따라서 - 채석장

 

등대에서 내려와 계속 뒤쪽으로 걸으니 갑자기 아무도 없는 황량한 산기슭에 개집이 하나 있다. 집이라기 보다는 철장. 가엽게도 쇠사슬로 묶여 있다.

심심하던 차에 우리가 지나가니 반가와서 어쩔줄을 모른다. 가까이 다가가니 낯선이들이라 조금 무서웠던지 얼른 자리로 가서 앉기는 했는데, 그래도 쉬지 않고 꼬리를 흔든다. 놀고 싶기도 하고, 무섭기도 하고.

이렇게 예쁜 네가 왜 여기에 있니. 홀로 외로이 황량한 황무지에, 아무도 지나는 이 없는 이곳에.

가여워서 발걸음이 떨어지지가 않는다. 짖지도 않는 개를 이렇게 아무도 없는 곳에 혼자 묶어 둔 것을 보니, 식용으로 기른다는 것은 알겠는데, 살아 있는 동안만이라도 자유를 좀 주면 안되나? 시골 개의 특권 아닌가. 넓은 자연을 돌아다닐 권리. 줄이라도 길게 해 주어 조금이라도 돌아다닐 수 있게 해 줬더라면 좋을텐데, 일미터 남짓한 쇠사들에 바짝 묶여, 하루 종일 혼자 지내는 모양이다. 맑고, 순수한 눈동자와 반가와 어쩔 줄 모르는 꼬리를 보니 아침부터 눈물이 다 난다. 

한참 개 옆에 쪼그리고 앉아 있다가, 아침 식사 시간전에 산책을 마치자는 오이군의 재촉에 끌려 일어났다. 

안녕. 꼭 너에게도 친구가 생기기를 바랄께!

 

다시 이름모를 꽃들을 구경하며, 바다 내음을 맡으며 길을 걷는데, 이번에는 저 쪽에 시커면 녀석이 우리를 응시하는게 느껴졌다. 여기 염소를 방목한다고 들었는데, 그들 중 하나인가보네. 새카만 것이 집에 있을 까비양이 생각났다. 

거참, 우리 얼굴에 구멍 나겠네. 고만 뚫어져라 바라봐라. 너도 외국인이 신기한게냐?

 

계속 이어지는 몽돌 해변과 아무도 손대지 않은 듯 무성한 식물들. 어딘지 작년에 봤던 이시가키의 해변이 떠올랐다. 물빛이 조금만 더 파랗고, 투명했더라면, 남국의 어느 바다 부럽지 않겠다. 

 

그런데, 어느 순간 식물도 별로 없고, 주변이 엄청나게 황량해졌다. 이곳이 채석장인가보다. 버려진 유조트럭 한대가 덩그러니 남아있을 뿐. 더없이 아름다운 자연이 사람의 손에 의해 망가진 모습은 흉물스럽기 그지없었다. 이제는 더이상 채석을 하지 않는 모양이지만, 이곳이 자연스러운 모습으로 돌아가려면 또 얼마나 많은 세월이 필요할까.

 

그러나 그 아픔이 가시기도 전에 채석이 중단되니 사진사들이 몰려왔다. 야생화를 소중히 찍고, 조용히 돌아가면 좋으련만, 지역 주민들의 말을 따르니 자기만 찍겠다고, 촬영 후엔 꽃을 짓밟아 놓고 가는 모양이다. 야외에서 도시락을 먹고, 일회용 용기들도 그냥 들판에 버려두고 간다고 한다. 결국 봄에는 쓰레기 청소비 3천원을 받고, 야생화 휴식년을 만들어 2년에 한번씩만 촬영을 허용한다는 이야기도 나오고 있다. 참 슬픈 현실이다. 왜 꼭 이렇게 강압적인 방법을 써야 문제가 해결되는걸까. 사실 해결 되는 것도 아니다. 그들이 마음을, 태도를 바꾸지 않으면, 근본적으로는 달라질 것이 없다.

 

이번에는 좀더 해변에 바짝 붙어 겉다가 신기한 것을 발견했다. 바로 바다의 잔디밭이 그것.

 

사실 썰물때라 돌위게 낀 해초가 드러난 것인데, 연녹색 해초들이 마치 잔디같아서 매우 독특한 분위기를 풍겼다. 정말 작지만 다양한 모습을 가진 섬이다.

 

 

 

 

 

03  /해안산책로를 따라서 - 소박한 예술이 있는 마을

 

둘이서 조용한 산책을 마치고, 민박집으로 돌아와 아침식사를 했다. 어젯밤 개인 배로 들어온 투숙객들이 있어서 아침식사때는 넓다란 마루에 사람들이 그득했다. 엇저녁 사장님이 따오셨다는 미역과 우렁이로 시원한 국을 끓여주셨다. 매운탕이 있어도, 소라 초회가 있어도, 우렁이 미역국이 있어도 식사 가격은 항상 7천원.

 

식사 후 체크아웃을 하고, 마지막으로 마을 구경에 나섰다. 마을로 가는 길에 화사하게 심어 놓은 꽃들이 한창이다. 해안 산책로를 따라 풍도의 이야기가 적혀 있는 글귀가 인상적이었다.

 

산 위에 뿐만이 아니라 해안가 바위틈에도 나리꽃들이 방긋 방긋.

 

어젯저녁에는 걸어서 올라갈 수 있었던 갯바위까지 물이 차서 지금은 갈매기들 차지가 되었다. 매서운 눈빛으로 보고 있다가 무언가를 잽싸게 낚아채기도 한다. 이녀석들도 갯바위 낚시를?

 

오늘은 썰물이라 배가 조금 늦게 도착한다고 했다. 뱃시간이 많이 남아서 마을을 돌아다니는데, 항구 앞에 아직 강아지티를 못벗은 개 한마리가 발랄하게 뛰어다닌다. 그러다 어디선가 찾아낸  밧줄 조각을 물고와서 개껌처럼 씹고 놀다 찍힌 순간포착 샷. 지못미.

 

바다에도 오리가 다니네. 배들이 정박되어 있는 곳에서도 물놀이를 하는 사람들이 있다. 그 옆을 요란하게 꽥꽥 거리며 걸어다니는 오리들.

참 평화로운 풍경이라 나도 모르게 아~ 좋다 소리가 튀어 나온다.

 

 

 

 

마을에는 음식점이 없다고 했는데, 요즘 관광객들의 발걸음이 잦아지자 민박겸 닭집을 하는 곳이 한군데 생겨났다. 살짝 들어가 구경해 봤는데, 정말 평범한 가정집 부엌에서 커다란 튀김기를 한대 들여 놓고, 주인 아주머니가 열심히 닭을 튀기고 계시더라.

미니 슈퍼도 하나 있다. 얼마나 작은지 오이군이 옆에 서니 슈퍼가 캠핑용 텐트로 보일정도. ^^; 안에 진열된 물건도 별로 없고, 무엇보다 주인이 없다. 물건을 사려면 벨을 누르고 누군가 나타나기를 기다려야 한다. 

 

이렇듯 이곳은 정말 최소한의 편의 시설로 살아가는 곳이다. 도란 도란 모여 앉아 담소를 나누고 있는 마을 주민들의 얼굴은 고단하게 살아온 그들의 삶을 반영해 준다. 그런데도 어딘지 편리한 도시에서 사는 사람들 보다 그들의 미소가 훨씬 더 편안해 보이는 건 왜일까?

 

심심해 죽겠는 또다른 강아지 한마리. 풍도도 여느 시골과 다를 바 없이 개가 참 많다.

 

2010년 경기문화재단에서 문화 보물섬 사업을 진행하며 방문했던 대학생들이 이곳 저곳에 예술 작업을 해 놓았는데, 톡톡 튀는 아이디어가 빛나는 작품이 많았다. 어르신들이 많이 모이는 장소를 풍도 카페라 이름 붙여 놓았고, 섬의 유일한 학교인 대남초등학교 풍도 분교 돌담벽을 이렇게 귀엽게 꾸며 놓았더라. 마을 곳곳의 아기자기한 그림과 소박한 설치 미술작품들이 작지만 다양한 색을 가지고 있는 풍도와 참 잘 어울린다는 생각이 들었다.

 

안산시의 풍도는 우리에게 참 여러가지로 놀라운 발견이었다. 공업도시라 생각했던 안산에 어느 곳보다 때묻지 않은 순수한 자연이 있었으며, 복잡한 서울과 가까운 곳에 어느 곳보다 한적한 바다가 있었다. 이 예쁜 섬이 계속해서 그 순수함과 아름다움을 잃지 않았으면 하고, 우리도 소망탑 위에 작은 돌을 하나 쌓아 보았다.

 

 

INFORMATION


풍도행 선박 & 민박집 정보는 지난 포스팅 맨 마지막 부분에 정리되어 있습니다.
풍도에서 대부도로 나오는 배는 12시에 있습니다만, 가끔 물때에 따라 30분 정도 늦어질 수도 있습니다.
자세한 정보는 지난 포스팅에서 확인해 주세요.

여행일자 | 2014년 7월 12-13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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