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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orea | 대한민국 볼거리 먹거리/Chungcheong | 충청도
보령 대천해수욕장 머드 축제 현장 스케치
2014. 8. 6. 08:30

꿩먹고 알먹고, 일석 삼조 보령 머드 축제
머드에 풍덩빠져 스트레스 해소, 해수욕장의 신나는 물놀이에 보드라운 피부까지

 

드디어 이루었노라.

몇년 전 부터 벼르고, 벼르던 보령 머드축제를 다녀왔다. 매번 뒤늦게 기차표를 찾아서 이미 매진이거나, 사성급 호텔 가격에 육박하는 축제기간 펜션, 모텔 비용 때문에 매년 좌절하고 말았던 축제. 올해는 알람맞춰놓고 미리 차편을 예약한 덕분에 다녀올 수 있었다. 놀겠다고, 알람까지 맞춰 놓다니. 공부를 이렇게 했더라면...에흠

 

대천해수욕장에 도착하니 휴가시즌을 맞은 인파로 긴긴 해수욕장 전체가 축제 분위기로 들썩이고 있었다.

여기서 잠깐. 보령 머드 축제를 간다더니, 웬 대천 해수욕장? 하시는 분이 있으리란걸 안다. 요 며칠간 가장 많이 들은 질문이기 때문. 대천 해수욕장은 충남 보령시에 있다. 그리고, 보령 머드 축제는 대천 해수욕장에서 열린다. 따라서 보령 머드축제를 가면, 꿩먹고, 알먹고 휴가가 가능한 것. ^^ 머드 축제도 즐기고, 긴긴 모래사장이 있는 대천해수욕장에서 물놀이도 즐길 수 있다.

 

 

 

 

축제가 진행되는 머드 광장에 도착하니 마침 점심 쉬는 시간이라 모두 유료존 밖에서 컬러 머드 페인팅에 전념하고 있었다. 아니, 머드는 검어야 제맛이지, 컬러라니 무슨소리야?

우리는 미리 홈페이지를 통해 1만원짜리 유료존 입장권을 구매했으므로, 여유롭게 팔찌 티켓을 받고, 부대행사를 구경했다. 

 

무료로 바를 수 있는, 정제된 머드 샘이 축제장 여기 저기에 있기 때문에 기다리는 동안 천연 썬크림을 덕지 덕지 발랐다. 축제에 쓰이는 머드는 이물질을 전부 제거하고, 화장품을 만들기 직전 단계이다. 따라서 머드팩과 거의 다를 바가 없기 때문에 차분히 팩하듯 바르고 싶었는데, 오이군의 광기는 이미 폭발. 정신 사납게 머드 공격을 당하고 말았다. 시작도 안했는데, 스톤골렘 포스가 나는구나...억울하게 오이군보다 팔이 짧아서 이런 경우 매우 불리하다. 나에게는 퍼부어 놓고, 자기는 예쁘게 두드려 바른다. 그럴 순 없지. 열심히 틈새공격. 결국 둘다 축제장 밖에서 이미 난장판이 되었더니 입장이 시작된다.

 

신난다. 달려, 달려! 사실 마음만 달리고, 실제로 달리지는 못했다. 머드 때문에 바닥이 미끄러워서 조심스레 어그적 어그적 걸어들어 갔던 것. 

뭐부터 할까? 사람 많은 머드 미끄럼과 장애물 달리기(?) 등은 나중에 하기로 하고, 일단 줄이 짧은 머드 감옥부터 갔다. 줄서있는 대머리 외국인, 감옥 놀이에 지대로구나. 그런데, 감옥에 들어갔다가 금새 후회하고 말았다. 저 안에 들어가 있으면 스태프들이 땡볕아래 힘들게 일한 그날의 스트레스를 우리에게 전부 풀기 때문이다. 머드 한바가지를 퍼서 인정사정 볼 것없이 후려치듯 뿌리는데, 진심으로 아팠기 때문에 순간 울컥. -_-; 감옥은 역시 재미로라도 들어갈 곳이 못된다.

 

머드가 마르니 피부가 코끼리 같이 되네...

 

2-4시 사이에는 엄청난 인파를 자랑하더니. 4시쯤 넘어가니 슬슬 인원이 줄기 시작한다. 덕분에 유료존에 있던 9가지 놀이기구 & 게임존을 다 돌고도 시간이 남아 장애물 달리기와 미끄럼을 각각 3번씩 더 탔다. 마지막에는 정말 체력이 딸려서 바닥에 주저 앉을 것 같았는데, 우리 오이군은 어디서 에너지가 솟아 나오는지 멈출줄을 모른다. 집청소 할 때도 이렇게 적극적이었으면 좋겠구만...-_-;

 

머드 축제에 썬글래스는 필수!

저렴한 녀석으로 꼭 준비해 가시길. 안그러면 눈동자에도 머드 마사지 하는 사태가 벌어진다.

 

 

 

머드 축제 뒷풀이는 조개 구이 어떤가요?
지글 지글 타닥 타닥 맛있는 소리

 

결국 나는 다리가 풀려서 바닥에 주저 앉아버렸다. 그러자 혼자서 미끄럼을 한번 더 타고 온 오이군이 아쉬운 눈빛으로 나를 힐끔힐끔 쳐다보더니 '이제 그만 놀고 밥먹자.' 고 한다. 헐...오이군은 여름이면 늘어져서 좀비같이 되는데 이날은 무슨 에너지가 그렇게 샘솟았는지...

 

샤워장에서 씻을까 잠시 고민했으나, 그냥 대천해수욕장으로 전력 질주를 했다. 바닷물로 대략 사람 색깔만 찾은 뒤에 옷을 입고, 에어콘이 있는 식당으로 직행! 바닷물을 뒤집어쓰고 끈적이던 피부도 에어콘 앞에서는 실크로 변신한다. 아닌가? 아까 열심히 바른 머드 덕분인가? ^^

 

오늘 저녁 메뉴는 조개구이다.

식당 앞에서 이렇게 먹음직 스러운 자태로 우리를 유혹하던 조개들의 비주얼에 오이군이 넘어갔기 때문. 맛있어 보이기 보다는 신기했달까?

 

모듬 조개를 시켰더니 저렇게 4번 먹을 양이 나왔다. 4인분은 되는 듯. 이걸 나 혼자 어찌 다 먹는다지...?

오잉? 혼자 먹는다고? 그렇다. 사실 오이군은 해산물을 좋아하지 않는다. 근데, 왜 이걸 시켰냐면 그래도 한국에 사는데, 그것도 바닷가에 왔는데, 이런 한국적인 분위기도 함 느껴봐야 하지 않겠는가? 사실 나도 조개를 그닥 좋아하지 않아서, 조개구이는 전적으로 오이군 구경시켜주려고 시킨 메뉴였다. ^^; 게다가 소라에 가리비에 비싼 조개가 잔뜩 들었는데, 바지락이 제일 맛있게 느껴지는 건 또 뭐람. 

다행히도 오이군이 양념이 잘 된 키조개는 맛있게 먹어 주어서, 그나마 구경거리로 전락한 조개들에게 덜 미안했다.

 

조개구이 말고도 안전빵 음식으로 칼국수도 주문했다. 오이군이 조개를 못먹고, 쫄딱 굶을 경우를 대비해서 주문했는데, 이것도 1인분이 세숫대야 사이즈네... ^^; 한여름에 여행지라서 비싸고, 맛없고, 양적을 것에 대한 만반의 준비를 했는데, 전혀 그렇지 않았다. 

 

 

 

 

쇼! 쇼! 쇼! 쇼타임
에어쇼, 보트쇼도 있었더래나 뭐래나...

 

보령 머드 축제 기간에는 보트 묘기를 볼 수 있는 보트쇼, 비행기들이 색색의 기체를 뿌리는 에어쇼, 개막식을 알리는 불꽃쇼 등 여러가지 행사도 진행된다. 우리가 갔던 폐막식 날에는 7080콘서트가 열렸다. 신나게 뛰었더니 몸도 가뿐하겠다, 밥도 맛있게 먹었겠다, 음악이나 들으며 소화를 시켜 볼까?

 

 

 

 

지난 주 내내 푹푹찌더니, 마침 그저께 비가 온 덕분에 습도도 낮고, 한국에서 흔히 볼 수 없는 쾌적한 여름 밤이 무르익어 가고 있다. 바다 냄새 맡으며 야외 콘서트를 즐기기에 최적의 컨디션.

 

앗, 그런데, 7080 콘서트래서 7-80년대 생을 위한 콘서트인줄 알았더니 그 시대에 활동하시던 분들이 나온다는 소리였던 듯 ^^;

김범룡, 임병수, 남궁옥분 등 그분들의 전성기때 나는 너무 어려서 잘 기억도 나지 않는 분들이 나왔던 것이었다. 그나마 확실히 아는 얼굴은 룰라 전 멤버, 김지현씨. '언니들'이라는 그룹을 결성해서 늙은여우라는 노래를 들고 나왔다. 오래오래 멋진 몸매로 관리하고 계신 노력에 엄지 척. 내가 나이 먹으면서 나잇살 쪄보니, 저렇게 꾸준히 몸매관리 하는게 힘들다는 것을 알게 되었기 때문이다.

노래를 듣다보니 어릴적 추억이 아련히 떠올라 나름 좋더라.

그나저나 임병수의 아이스크림 사랑의 가사 절반이 스페인어였다는 사실을 오늘 처음 알았다. 두번째 곡 라밤바를 하도 유창하고, 신나게 잘 불러주셔서 집에와 찾아보니 이분 어릴적 가족이 전부 이민가서 국적이 볼리비아라네? @_@

 

우리는 조금 빨리 공연장에 도착한 덕분에 바리케이트 안쪽 의자에 앉아 공연을 봤는데, 중간에 나와 보니 바리케이트 바깥쪽에서는 사람들이 모래사장에 편안히 앉아 공연을 즐기고 있더라. 오, 남의 떡이 더 좋아보인다. ^^;

 

바닷물에 비친 조명과 삼삼 오오 모여 함께 음악을 듣는 사람들. 낭만 돋네. ^^

물 위에서 오밤중에 조개잡는 아이의 모습이 귀여워서 사진을 찍었는데, 어찌 보니 주온에 나온 아이같기도 하고...오싹...

 

해변가의 낭만으로 불꽃놀이를 빼놓을 수 없다. 그러나 사람들이 터트리는 불꽃만으로는 성에 차지 않는 법.

 

불꽃놀이는 직접 해야 맛이다. 둘이서 신나게 원주민같이 불 주변을 뛰어도 보고, 오이군은 감자양을 굽고, 감자양은 오이군의 머리털을 뽑아가며 그렇게 로맨틱한 머드축제의 밤이 깊어 갔다.

 

※ 오이 털뽑힌 사건 추가 설명 : 오이군이 감자양의 만류에도 불고하고, 바닥에 수평으로 쏜 불꽃이 모래에 반대로 튕기는 바람에 마누라 옆 0.5cm을 스쳐가며 터져 버렸다. 엄청나게 놀란 반쯤 구워질 뻔한 감자는 반사적으로 소리치며, 오이군 머리털을 쥐어 뽑았다는 매우 로맨틱한 이야기. -_-;

여러분, 불꽃은 하늘에 쏘는 겁니다. 네? 오이 어린이?!

 

그리고 즐겁게 놀았으면, 불꽃놀이 막대는 잘 챙겨서 해변에있는 쓰레기통에 버려주세요. 나의 자랑스러운 대한민국 국민 여러분. 

 

재밌게 놀고, 뒤돌아 나오는데, 불꽃 봉이 모래에 박힌채로, 아니면 던져진채로 사방 팔방에 버려져 있다. ㅠ_ㅠ 역시 바닥에서 주운 비닐 봉지에 불꽃놀이 꼬다리를 오손도손 주워 담으며 하루를 마무리했다. 커다란 봉지 두개가 10미터를 채 걷지 않자, 벌써 가득하고 만다. 늘 쓰레기 줍는 오이군을 보고, 외국인이 쓰레기 주워 준다며 박수를 쳐주거나 엄지손가락을 치켜 들어 보이는 사람들은 많은데, 동참하는 사람은 없다. 

여러분, 같이 해요. 놀고난 주변 반경 10미터만, 아니 5미터만 청소해 주세요. 우리의 아이들이 자연스럽게 보고 배우도록 말이죠. 스위스 사람들도 어릴적부터 부모님이 하는 것을 봐 왔기 때문에 자연스럽게 몸에 벤 행동이랍니다. 딱히 오이군이 착해서가 아니라고요. ^^;

 

 

 

 

해수욕장의 낭만이 있고, 일상속의 스트레스가 확 풀리는 보령 머드축제.

인터넷에서 예전 후기들을 보고, 미흡한 점이 많을까 걱정했는데, 차근 차근 개선해 나가는 모양이다. 불만으로 가장 많이 등장했던 화장실도 조금씩 깨끗해져 가는 추세인지, 우리는 그렇게 나쁜 인상을 받지는 않았다. 샤워시설이 부족한 편이지만, 사실 바닷물에 적당히 닦아도 크게 지장 없으니 이정도는 봐주기로. 인파에 비해 유료 놀이시설이 있는 공간이 너무 작은 느낌이 들어서 살짝 아쉬웠다. 축제에서 운영하는 락커 줄이 너무 긴 것도 함정. 락커 데스크가 최소한 두세개는 있어야 할 것 같은데, 한곳에 모두 짐을 맡기느라 축제 시작전부터 에너지가 모두 소비되는 느낌이었다. 그리고 여전히 축제장 주변 펜션과 모텔은 가격이 엄청나다. 모텔방 하나 가격이 주말에는 25만원. 말도 안돼는 가격에 우리는 축제장에서 한참 떨어진 환상의 바다 리조트를 이용했다. 차가 있다면 10분도 안되는 거리지만, 우리같은 뚜벅이에게는 조금 먼 것이 사실. 이곳을 찾는 사람들은 20대의 대학생과 외국인들이 주류인데, 그들은 대부분 차가 없지 않은가. 축제 진행하는 측에서 주변 숙박 가격도 조금 신경 써 줘야하지 않을까? 이 축제가 비싸고, 힘들었던 기억이 아니라, 정말 재미있고, 즐거운 기억으로 남기를 원한다면 말이다.

독특한 테마가 있는 머드 축제. 이런 것들이 개선된다면, 정말 그들이 말하고 있는대로 세계적인 축제로 거듭날 수 있을 것 같다.

 

 

 

       

한여름의 일탈!

여행일자 : 2014.07.27

 

 

 

보령머드축제


홈페이지
www.mudfestival.or.kr

일시

매년 7월 셋째주 (정확한 날짜는 홈페이지 참조)

장소

대천해수욕장 머드광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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