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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orea | 대한민국 볼거리 먹거리/GyeonGi | 경기도
더위 안녕 : 경기도 가평 용추계곡 주말 여름 휴가
2014. 7. 26. 08:30

수도권 주말 여름휴가 가평 용추계곡
자연 그대로의 계곡이 그리울 때

 

감자! 서울 근처에는 사람 많지 않으면서, 수영할 수 있는데가 없나?

왜 없어. 스위스 호수같이 풍덩 빠질 만한데는 별로 없지만, 경기도쪽 계곡으로 가면 비교적 한적하고, 물놀이 할만해. 

그래? 당장 가야겠어. 내일!

 

어느 더운 여름 날, 땀을 삐질 삐질 흘리며 일하던 오이군이 벌떡 일어나서 외쳤다. 스위스 뉴샤텔 Neuchatel호숫가에서 자라서, 여름이면 매일같이 호수에서 수영을 하곤 했던 오이군은 한국에 온 뒤로 여름만 되면 수영 여건에 대한 불만이 극에 달한다. 집근처에서 몸을 푹 담그고 물놀이를 할 수 있는 곳이 그리 많지 않기 때문. 한국의 수영장들은 대부분 강습이 있어서 자유수영 시간이 제한되고, 그나마 자유수영 시간에도 다들 열심히 수영을 해서, 그냥 물에 담그고 물놀이하듯 여유를 즐기기엔 부담되는 공간이다. 그렇다고 스위스의 호수에서 하던대로 한강에 뛰어들 수도 없고, 한강 수영장은 물보다 사람이 더 많고, 아이들처럼 동네 분수대에 뛰어들 수도 없고...

결국 올해는 서울을 벗어나 경기도의 계곡을 공략했다. 이곳 저곳 탐색하던 중 가평의 용추계곡이 사람 손을 별로 타지 않았다는 소문을 접하고, 이곳으로 결정.

 

 

 

 

가평근처로 오니 벌써 연녹색의 싱그러운 숲이 두팔을 벌려 맞아준다. 벌써 이것만으로 더위가 절반은 물러간 듯. 유명한 계곡들은 상류까지 음식점들이 계곡 가를 차지하고 있어서, 뭔가 지저분한 느낌을 주는데, 이곳은 자연그대로의 모습이다. 물론 취향에 따라 다르겠지만, 주변에 유흥시설이 없는 곳을 좋아하는 우리에게 딱 맞는 곳이었다.

이곳에도 하류에는 펜션과 음식점들이 평상을 펼쳐 놓고 있기는 한데, 조금만 올라가면 그새 숲속의 조용한 계곡을 마음 껏 즐길 수 있다.

 

도시락이 든 가방을 신성하게 받들어 모시고, 기쁨의 세레모니 중인 오이군

 

계곡 가를 따라 산책로도 나 있는데, 우리는 시원한 물길을 따라 걸었다. 발끝에 닫는 물 덕분에 등산을 하는데도, 땀이 나기는 커녕 오싹 오싹 닭살이 돋았다.

상류로 오르다보면 가끔 이렇게 물이 넓어지는 곳이 있다. 오이군이 원하는대로 아무에게도 방해 받지 않고, 물속에서 여유를 즐길 수 있는 곳 말이다. 꽤 마음에 드는 곳이어서 이곳에 머무를까 했는데, 아무래도 우리 뒤에 걷던 단체 등산객들이 이 주변에 진을 칠 것 같다. 여기까지 왔는데, 조용히 놀고 싶어서 조금 더 올라가보기로 했다.

 

깊이도 꽤 되는 소가 종종 있어서, 키큰 오이군도 뛰어들만 하다.

근데, 이거 서울과는 판이하게 기온이 다른데? 추워서 어디 수영할 수 있겠어?

 

※ 아래 양서류 사진 주의 ( 무서워(?) 하시는 분 사진 한장만 후딱 넘기세요 )

 

더 상류가 궁금해서 오르던 중, 계곡가의 고인 물을 보니 요런 두꺼비들이 살고 있다. 썩은 물에 살고 있는 이녀석들, 개구린지 두꺼빈지 어딘지 독이 있을 것만 같은 외모. 그런데, 한편으론 얼굴이 둥글 둥글 한것이 귀엽기도 하다. 누가 그 더러운 물에 있는 지들을 건드릴까, 우리를 보더니 허둥 지둥 이리뛰고 저리뛰고 난리가 났다.

 

 

 

 

나비 요정의 숲
나비 구경도 식후경

 

한 10분 쯤 더 걸었을까?

드디어 우리가 원하던 장소가 나타났다. 등산로를 만드느라 계곡에 나즈막한 둑을 쌓아 놓아서 물이 살짝 깊게 고여있고, 드러누워 하늘을 볼 만한 넓적한 바위도 있었다. 그리고 무엇보다 우리가 이 곳의 매력에 빠져든 이유는 바로 나비들의 마법 때문이었다. 물길을 따라 걸어 올라가는데, 갑자기 검은 바탕에 신비한 푸른빛을 띄는 제비나비 30-40마리가 우리 주변을 에워 싼 것이다. 내 평생 자연상태에서 이렇게 많은 나비를 한번에 보기는 처음이었다. 그것도 커다랗고 아름다운 제비나비들이 말이다. (나방이었다면 경악할 일. ^^;) 갑자기 환타지 영화속으로 들어온 기분이 들어, 이곳을 오늘의 장소로 정하고 자리를 잡았다.

 

 

우리가 부스럭 거리며 자리를 잡자 나비들은 팔랑 팔랑 상류쪽으로 천천히 옮겨간다. 자리를 빼앗은 건가 싶어 미안한 마음이 들더라. 몇몇 친근한 나비들은 여전히 우리 주변에 머물며 조용한 숲속에서 동료가 되어 주었다. 검푸른 빛의 제비나비는 민감해서 조금만 다가가도 훨훨 날아가 버리는데, 호랑나비들은 그다지 두려워 하는 기색이 없다. 카메라를 가까이 들이대면 오히려 호기심 가득한 동그란 눈으로 초롱 초롱 바라보는 것 같다.

 

금강산도 식후경. 

예쁜 풍경은 마음을 채워주지만, 배는 채워주지 않기에 준비해온 도시락을 꺼냈다. 도시락이기보다는 랩 재료를 주섬 주섬 꺼내 둘둘 말았다. 이게 참 간편하고, 좋은게 취사가 금지되어 있는 국립, 도립공원에서도 부담없이 만들어 먹을 수 있고, 미리 싸온 것이 아니기에 신선한 맛도 살아있다. 지저분하게 음식물 쓰레기가 남지 않고, 동네 방네 음식냄새를 풍겨서 다른 이들의 휴식을 방해하지 않는다. 일회용품을 잔뜩 들고 올 필요도 없어서 돌아가는 길에 손에 쓰레기가 잔뜩 들리지도 않는다. 한끼쯤은 심플하게~

 

남좌의 샌드위치! 라고 한다...(오이군 왈) 뭘 넣는가는 중요하지 않다. 그냥 마요네즈만 잔뜩 넣으면 OK. 보기만 해도 토할것 같...

시원한 음료수가 빠져서야 되겠는가. 가방에서 미지근하게 데워진 음료도 시린 계곡물에 30분만 담가두면, 시원한 숲속의 샘물로 둔갑을 한다. 

단, 건강한 자연속에서 과한 음주로 오히려 건강을 해치고 가지는 말자. ^^ 

 

시원한 맥주 한병 들고 푸른 하늘을 바라보고 있자니 낙원이 따로 없다.

본격적인 물놀이를 시작하기 전에 소화도 시킬 겸, 졸졸졸 배경음악을 들으며 누워 휴식을 취했다.

 

하늘은 푸르고, 물은 얼음처럼 차갑고. 주변의 소음이라고는 물소리, 새소리, 매미 소리가 전부이다. 온산에 마치 우리만 있는 듯 고요했다.

 

그러나 사실, 산속에서 절대 혼자일 수는 없다. 색색의 나비들과 귀여운 물고기들, 15cm에 육박하는 대형 애벌레들 그리고 다람쥐들이 쉴틈없이 우리 주변을 맴돌기 때문이다.

 

또 여러 들꽃들이 사방에 피어있기 때문에 꿀벌과 등애도 많다. 까불다가 무심코 짚은 바위 근처에 벌이 있었던지 무언가가 내 손바닥을 쏘고 사라졌다.

 

힝~아프다. 남편. 징징징...

그르게 왜 뭘 자꾸 짚어. 너때문에 생물도 죽고, 너도 다치잖아. 찬물에 푹 담궈. 

 

자연의 친구, 오이군은 나 때문에 침 뽑히고, 죽었을 꿀벌이 신경 쓰이나보다. 

미안하다. 꿀벌아, 시체도 못찾게 물에 빠져 죽었겠구나. ㅠ_ㅠ

 

 

 

 

 

 

본격적인 Fun Time!
계곡에는 한여름이 존재하지 않는다

 

며칠 전 부터 오이군이 노래하던, 자연속의 수영장. 드디어 왔다. 

그런데, 아침부터 해가 구름 속으로 들락 달락하는 바람에 오늘따라 날씨가 그렇게 덥지가 않다. 게다가 숲속엔 도심처럼 기온이 높지도 않다. 수영이 목적이 었던 오이군은 아까부터 계속 나뭇가지로 물을 찔러가며 간만 보고 있다. 발만 담가도 오싹 닭살이 돋는 바람에 나는 과감하게 수영 포기.

 

그러나 오이군은 수영장을 가겠다며 며칠을 별렀던가. 이대로 포기 할 수 없다. 수영을 해야 한다.

들어가기 전에 준비 운동. 푸쉬 업 300개.

는 아니고, 3개!

 

준비 완료! 이제 간드았!

 

지못미.

용감하게 첨벙 뛰어들었으나 차가운 물에 얼굴 표정 찌그러지는 것은 막을 수 없었다. 옆에서 깔깔거리는 내가 못마땅 했는지, 계속해서 끌고 들어가려고, 물귀신처럼 이리 당기고, 저리 당기고. 물귀신은 끈질기다. 결국 카메라를 앞세워 방어에 들어갔다. 

 

물튄다. 그러다 렌즈에 물들어가면 자기돈으로 새거 사주는거지?

 

 

 

생태 보호 파견 요원, 오이군
지구를 지켜라!

 

 

카메라를 새로 사 줄 생각은 없었는지, 마누라는 포기하고, 오이군이 또 다른 놀이를 찾아 내었다. 바로 오이군이 좋아하는 쓰레기 줍기.

물속을 가만히 들어다보더니 불쑥 잠수를 한다. 왜저러나? 금덩이라도 발견?

잠시 후 우아하게 머리를 흔들며 물위로 올라온 그의 손에는 페트병 반쪽이 들려 있었다. 이렇게 예쁘고 좋은 곳에 왜 쓰레기를 버리고 싶은지 잘 모르겠다며. 

 

사실 나도 아까부터 주변에 툭툭 눈에 띄는 쓰레기들이 거슬리던 참이었다. 맑은 물에 연녹색 숲이 깨끗해 보여서 자연 그대로 인듯 한데, 사실 조금만 둘러보면 쓰레기들이 심심치 않게 눈에 띄었던 것이다. 그런데, 나는 거슬리고 끝나지만, 그는 행동으로 옮긴다. 한국인도 아닌 외국인이 매번 우리나라의 쓰레기를 주워주니 미안하기 짝이 없다. 나도 자진 납세. 아까부터 거슬리던 주변의 쓰레기들을 주워 담았다. 봉투를 따로 준비해 갈 필요도 없다. 꼭 커다란 봉투가 어딘가에 버려져 있기 때문에 그냥 그걸 주워서 거기에 담으면 된다. 

 

오늘 오이군은 마치 생태 보호 파견나온 요원같다. 쓰레기를 줍다가 물에 빠져 익사한 애벌레도 한마리 구해 주었다. 아마도 주변에 엄청 많던 나비들의 애벌레 인듯. 물가에 많았던 이 커다란 애벌레들이 물의 얕은 부분을 건너려고 애를 썼는데, 간혹 이렇게 빠져 죽는 녀석들이 있었던 것이다. 아까 주운 페트병으로 조심스레 건져 마른 바위에 잘 올려두었다. 

 

정신 차려봐, 얘야~

 

남편이 벌레하고 마...말도 한다. 곧 인공 호흡도 할 기세.

그런데, 정말 놀라운 일이 벌어졌다. 물에 빠져 완전히 익사한 줄로만 알았던 애벌레가 구조 40분 만에 진짜로 깨어난 것이다. 조금씩 배설물 같은 것을 빼내더니 움찔움찔 하기 시작한다. 놀란 우리가 호호 불어 털도 말려 줬더니 몸을 툭 뒤집어 바로 서기까지 했다. 잠시후 꿈들 하는 애벌레 특유의 동작으로 미미한 이동도 했다. 아~정말로 애벌레를 구했구나!

오이군은 언젠가 본인이 위험에 처했을 때 커다란 나비가 된 이 애벌레가 날아와 자기를 구해줄 거라며 좋아한다. 

음... -_-;

근데, 나도 털 말려 줬는데, 같이 구해줄라나? 나비는 가루 날려서 등에 타기는 좀 그런데...

 

 

 

붉은 딸기가 주렁 주렁, 오솔길
진짜 수영은 이제부터!

 

 

오이군과 물장구도 치고, 쓰레기도 주워가며 놀고 있는데, 옆을 지나가던 등산객이 한마디 한다. 

 

그 키큰 타잔은 여기 물 너무 얕지 않아요? 저 위에 올라가면 좀 깊은데 있어요.

 

솔깃한 타잔 오이와 주섬 주섬 가방을 챙겨들고, 조금 더 상류로 향했다. 곧 해가 질까 싶어 빨리 가려고 산길을 택했는데, 가는길엔 꽃이 만발하고, 사방에 뱀딸기가 열려 있었다. 그 위로 나비들이 맴돌고, 정말 간달프랑 레골라스랑 다 나올 것 같이 예쁜 숲이다.

 

여기가 거긴가?

그 등산객이 정확히 어디를 말했는지는 잘 모르겠지만, 꽤 깊어서 물이 검푸르게 보이는 귀유연이라는 곳에 도착했다. 내려가기 복잡해 보여서 쳐다보고 있는데, 어느새 타잔 오이가 슬금 슬금 물가에 다다랗다.

 

잠시 계곡이 깊게 이어져서 드디어 오이군은 물놀이 다운 물놀이를 즐기며 기쁨의 미소를 지을 수 있었다.

산천어 낚시, 어망투척 절대 금지 구역이라 떡 하니 쓰여 있건만, 아랑곳 하지 않고 낚시를 하던 아저씨 옆에서는 더 요란한 동작으로 물장구도 쳐 주었다. 

 

하지 말라잖아요, 아저씨이~

 

가뭄이라 계곡 물이 줄어서 그렇게까지 깊어보이지는 않았는데, 사실 귀유연에는 전설이 하나 내려오고 있다. 

 

옥황상제를 모시던 거북이가 이 깊고 푸른 물을 보고 호기심이 생겨, 몰래 땅위로 내려와 이곳에 뛰어들었다고 한다. 그러나 아무리 내려가도 그 바닥에 다다를 수가 없어서 결국 다시 올라와 물가에서 잠시 휴식을 취했는데, 그때 하늘의 법을 어기고 지상으로 내려간 거북이를 벌하고자, 옥황상제가 그를 바위로 만들었다고 한다. 물가운데의 바위가 쉬는 듯한 모습의 거북이를 닮아서 이런 설화가 생겼다고 하는데, 음...상상력이 조금 많이 필요하겠다. ^^ 

 

 

 

 

쉬는 듯한 거북이 바위는 잘 모르겠으나 쉬는 듯 한 타잔 오이는 잘 알겠다. ^^

 

오이군에게 우리나라 사람들은 계곡에서는 수영복입고 놀지 않는다고 했더니 엄청나게 놀란다. 왜 잘 마르지도 않는 반바지와 거추장 스러운 티셔츠를 입는거냐며 말이다. 별로 나체에 익숙하지 않은 문화라서 그런다고 했더니, 다들 목욕탕엔 홀딱 벗고 잘가면서 이해가 안간다고 한다. 본인은 대중 목욕탕이 더 민망하다며...

음. 여긴 남녀가 섞여 있어서 그런다고 했더니, 실내수영장이나 워터파크, 해수욕장에서는 수영복을 잘들 입으면서 계곡은 왜 안돼냐 묻는다.

이쯤되니 나도 잘 모르겠다. 안되는건 아닌데, 그냥 입는 사람이 별로 없지 않은가.

 

이렇게 오이군이 그다지 덥지도 않은 날 계곡물에서 찬물에 뛰어들며 극기훈련을 하고 있을때, 감자는 무얼 하고 있었을까?

배낭을 두개나 메고, 짐꾼 겸, 찍사를 하고 있었다. 나야말로 레알 극기훈련 ㅠ_ㅠ

췟...그냥 나도 수영 할껄 그랬나?

 

소원대로 마음껏 수영을 하고, 쓰레기를 주우며, 온통 푸르른 용추계곡의 녹음에 취해 산을 내려 왔다. 

 

오랜만에 한국의 계곡을 찾고 느낀 것은, 정말 아름다운 우리나라라는 표현이 맞다는 것이다. 싱그러운 대자연, 투명한 맑은 물. 그런 것을 찾아 해외로 나갈 필요가 없다. 가까운 곳에 모든게 다 있다. 그런데, 한가지 아쉬운 점은 곳곳에 떨어진 쓰레기와 하지말라는 낚시를 하는 사람들과 취사금지인 도립공원에서 열심히 불떼가며 무언가를 끓이고 있는 사람들이었다. 참 아쉬운 생각이 들었다. 다들 조금씩 양보해서 하지말라는 건 하지말고, 내 쓰레기는 내집으로 가져와 준다면, 이 멋진 곳이 내년에도, 또 십년뒤에도 계속해서 똑같이 아니, 더 멋진 모습으로 우리를 맞아주지 않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