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Japan | 일본/Japan | 도호쿠 : 아키타, 아오모리
[아키타] 모토유클럽 가이세키 요리 먹방
2014. 6. 23. 11:18

말이 필요 없는 시간
오감이 즐거운 가이세키 요리

 

모토유 클럽 야외온천 남탕

 

지난 겨울 아키타 여행에서 처음 접하게 된 가이세키 요리. 가이세키 요리는 일본의 정식 요리를 말한다. 보통 온천 료칸에 묶게되면 이 가이세키 요리가 제공되는데, 한정식처럼 여러가지 요리와 반찬이 코스로 서빙된다. 우리는 처음 이 음식들을 접했을 때, 일본 밖에서 먹던 '일식'과는 상당히 달라서 매우 놀랐던 기억이 난다. 사실 우리가 아는 일식이래봐야 고작 회, 초밥, 우동, 덮밥, 나베, 돈카츠, 라멘 정도가 전부였지만. ^^; 어쨌든 일본인들이 맨날 이것만 먹고 살지 않는다는 걸 알았다 하더라도, 정식의 반찬 하나하나가 저런것들과는 전혀 달라서, 무지 생소했다. 어딘지 소박한 산골 밥상 같기도 한데, 그 모양새는 먹기 미안할 정도로 예쁘다. 이번에 묵은 모토유클럽은 조금 더 고급스럽고, 지역색이 듬뿍 묻은 메뉴들로 우리의 오감을 사로잡았다.

 

 

 

 

 

 

 

모토유 클럽의 오붓한 저녁 식사
누워서 밥먹어도 된다!

 

첫날은 료칸에 도착하자마자 배가 고파서, 방에 가방만 던지고, 바로 음식점인 1층으로 내려왔다. 입구에서 보면 바로 이렇게 방으로 나뉜 음식점이 보이기 때문에, 도착했을 때 이곳이 료칸인지 그냥 고급 음식점인지 헤깔려서 조심스럽게 들어왔었다.

 

우리를 안내해 준 방에는 이미 예쁘고, 먹음직스러운 음식들이 소복히 차려져 있었다. 허기질 때는 아무거나 던져줘도 수라상으로 보일 마당에, 이렇게 예쁜 비주얼의 상차림 이라니. 오이군도 웃음이 절로 나나보다. 밥보고 싱글 벙글. 마누라 볼 때 보다 더 진심 어린 미소인 것 같다. (-_-;)

 

일단 나는 덥썩 회부터. 사실 가이세키 요리 먹는 순서가 있었던 것 같은데, 배고플땐 내이름도 생각 안나므로, 순서는 가볍게 무시하고, 먹고 싶은 것 부터 먹기 시작했다. 

 

 

관련글  가이세키 요리 먹는 순서

 

[아키타 숙소] 하이랜드 산소우 호텔의 유황향기 나는 밤

뉴토 온천 마을로 가는 길 미리 준비하는 센스는 술앞에서만 발휘된다 밤이 이슬비와 함께 조용히 내린 가쿠노다테를 뒤로하고, 오늘밤 우리들의 보금자리가 되어줄 호텔로 돌아갈 시간이 되었

www.lucki.kr

 

 

나는 일본의 숙성 회가 참 좋다. 보드라와서 입안에 들어가면 흔적없이 사라지는 고소한 숙성 회. 젓가락으로 조심스레 한첨을 들어 덥썩 무니, 걱정도, 근심도, 우울함도 순식간에 회처럼 스르르 녹아, 다른 세상으로 사라져 버린다. 다행히 스륵 씹히는 한치회와 쬰득한 왕새우회가 저 세상으로 넘어가는 나의 정신을 가까스로 이자리에 붙들어 주었다. 

 

항상 빠지지 않는 생선 구이. 무늬를 보니 송어인가? 

호일에 싸서 직화로 구워 은은한 불맛이 좋다.

 

일본 음식점에서 제일 재미있는 부분이 바로 요 작은 개인 냄비이다. 마치 어릴적 소꿉놀이 같은 작은 냄비와 불판이 개개인 앞에 두개씩 놓인다. 하나는 밥이고, 하나는 국일줄 알았는데, 뚜껑을 열어보니 된장 양념 고기와 국이 준비되어 있다. 주인이 직접와서 그릇에 계란을 풀어 솔솔 뿌려주기 까지~ 모토유 클럽은 섬세한 서비스가 감동인걸?

눈 앞에서 보글 보글 국 끓는 소리가 기분좋게 들린다. 

내 배도 꼬르르륵 장단을 맞춘다.

 

잠시 후 지역 특산물인 이나니와 우동도 나왔다. 지난번 아키타를 방문했을 때, 그 쫄깃함에 반했던 이나니와 우동. 다먹으면 배불러서 다른 것 못먹는 걸 알면서도 남길 수가 없었다. 왜 이렇게 맛있는거니...

 

방금 딴 듯, 싱싱해 보이는 고사리도 바삭하게 튀겨져 나왔다. 오는 길에 주변에 고사리가 엄청 많던데, 산에서 오늘 따온 재료인가보다. 

무공해 산나물. 

갑자기 엄마 생각.

 

작은 반찬 하나 하나도 정성 들여 모양새 좋게 담겨 있다. 그런데, 가만보니 우리 오이군에게는 모든 음식에 이 들어있구나! 산골인데도, 모든 반찬에 해산물이 조금씩 들어있었던 것이다. 산나물과 함께 무쳐진 오동통한 가리비 속살, 정체모를 새순과 상큼하게 초절임된 각종 생선 알, 국속에 숨겨진 오징어까지. 해산물을 좋아하는 한국인인 나는 감칠맛 나서 잘 먹었다만, 해산물과 친하지 않은 정통 스위스 산골 소년, 오이군은 반찬 하나 하나를 들여다 보며 일일히 비명(?)을 질러야 했다.

뜨아~여기도 벌레 들었다, 마누라. 여기도! 여기도~!

 

 

 

 

그러나 가리지 않고, 대부분 잘 먹는 나이게도 조금 불편한 촉감을 가진 것이 있으니, 바로 마이다. 일본인들은 미끈 끈적 한 것을 좋아하는지, 요런 류의 반찬이 늘 빠지지 않는데, 오늘도 역시나 마젤리(?)같은 것이 놓여 있었다. (네번째 사진) 배처럼 서걱한 느낌의 뿌리가 미끄덩한 점액질로 덮여있어, 집어들면 거미줄 같이 주욱 늘어 난다. 게다가 딱히 이렇다할 맛도 나지 않는다. 많이 먹으면 내장 청소가 되서 건강에는 좋을 것 같다. ^^;

 

아키타의 또 하나의 특산물은 바로 짠지이다. 각종 절임 야채들이 유명한데, 특히 이부리갓코훈제 단무지가 유명하다. 짠지를 많이 만들게된 이유는 아마도 겨울이 길어서, 옛사람들이 겨우내 먹을 야채들을 저장해 놓기 위함이었으리라. 

가이세키에는 술 한잔이 같이 나오는데, 이곳에 쌀로 빛은 술이 유명해서 그것이 서빙될 줄 알았건만, 걸죽한 와인 한잔이 제공되었다. 흔히 마시는 맑은 와인이 아니라, 집에서 담근 포도주처럼 망으로 걸러내지 않아, 걸죽하고, 포도 조각이라도 씹힐 것 같은 와인이었다. 한모금 입에 무니 어릴적 어머니가 담가주시던 포도주맛이 생각났다. (어...어릴적에 술마셨다고 고백한거임?)

녹색 산나물들 사이에 붉은 게 한마리가 어찌나 예쁘던지. 음식들의 화려한 색감으로, 나는 입뿐 아니라 눈도 즐거웠으나, 오이군은 심지어 장식까지도 벌레라며 부들 부들. ^^; 그래. 뭐 게곤충과 같은 절지동물이니 벌레라고 생각하면 그럴 수도 있겠다. (사실 오이군도 게와 새우 요리는 좋아한다.)

 

그런데, 여기에 진짜 벌레가 등장했다. 요 소복히 담긴게 대체 무엇인고?

처음에는 야채를 잘게 썰어, 절이거나 볶았겠거니 했는데, 가만히 보니 그 모양이 심상치 않다. 뭔지 자세히 보고 싶어 뒤적 뒤적하다가, 비교적 완전한 녀석을 찾아 내는데 성공. 이것은 다름아닌 꿀벌의 애벌레가 아닌가!?! 등애인지 꿀벌인지 정확하진 않지만, 틀림 없이 벌 종류의 모습이었다. 

확실히 하고자, 짧은 일본어와 영어를 뒤섞어 주인 아주머니께 확인을 거쳤다. 그러자 Bee라는 단어를 몰랐던 아주머니께서 직접 위이이잉거리며 날아다니는 시늉을 해 주신다. ^^; 귀엽...

 

어쨌든 이...이걸 먹는단 말이지? 나는 나름 충격에 휩싸여 이리보고 저리보고 있는데, 오이군이 한마디 던진다. 

너네도 번데기 먹잖아.

아! 번데기도 벌레였구나.

그말 한마디에 갑자기 꿀벌도 먹을만 하게 느껴졌다. 

이게 삶은 것인지 절인것인지 잘 모르겠지만, 입안에서 보드랍게 톡터지며 사라진다. 그리고, 달콤하게 감도는 꿀의 향기. 코끝까지 향긋하게 꿀의 향기가 은은히 퍼졌다. 꿀을 먹는 꿀벌은 온몸에서 꿀향기가 나는구나. 나도 좋은 생각만하고 살아서, 좋은 향기가 나는 여자가 되어야 겠다.

근데, 이거 달달한게 괜찮네?

디저트용 벌레다. ^^;

 

 

 

아침은 든든히
밥심으로 산다

 

아침은 비교적 간단한 듯 하지만, 사실 우리집 저녁 밥상보다 훌륭하다. ^^;

일단 우유로 잠든 위를 깨워줬는데, 오이군은 이게 신기한가보다. 우리나라를 비롯해 몇몇 나라에서는 우유를 그냥 마시는게 익숙하건만, 어떤 나라에서는 이게 신기하게 보이기 때문이다. 

 

오래전 호주 카페에서 우유 한잔을 주문했더니, 종업원들이 매우 당황하며 

이...이걸 얼마 받아야돼지? 근데, 우유로 뭐하실려고요?

하고 물었던 기억이 난다. 홈스테이 집에서도 우유를 사다 놓고, 마셨더니 주인 아주머니가 너는 우유를 무슨 맛으로 그냥 마시냐고 물으셨다. 오이군도 마찬가지다. 스위스 야외축제장에 가면 가끔 우유차가 다니면서 우유를 컵에 따라 파는데, 오이군이 

이거봐라~신기하지? 축제에 오면 이렇게 우유를 그냥 마셔. 재밌지?

하고 소개했던 기억이 난다. 물론 축제장에서 우유를 파는 것이 재미있기는 한데, 오이군은 그보다 우유를 그냥 벌컥 벌컥 마시는 것 자체를 신기한 듯 자랑했었다. 오늘도 마찬가지다.

우유를 컵에 따라주네. 이거 그냥 이렇게 마시라고 주는거야? 너만 이상한게 아니구나...

 

어제 저녁에는 그렇게 많은 반찬에도 밥이 병아리 눈물만큼 제공되더니, 아침에는 밥한통을 통째로 준다. 오래전에 일본인 친구가 일본사람은 아침에 밥을 많이 먹어야 돼! 라고 했던게 생각났다. 그들은 진짜 아침에 밥을 많이 먹는 건가? 머슴 고봉 올려서, 인당 두 공기씩 먹을 만큼 주어졌다. 반찬들이 다 맛있긴한데, 전반적으로 짜서, 사실 명란젓 한가지로도 두공기를 다 먹을 수 있을 것 같기는 하다.

 

아침에도 역시나 탱글 탱글 고사리와 산나물이 듬뿍 담겨나왔다. 양념은 전부 새큼 달큼한 맛이다. 두부 옆에 있는 야채도 료칸 근처 산에서 본것 같고. ^^ 

 

이 계란이 어떻게 만들었을까 정말 신기한데, 모양은 계란모양 그대로인데, 아주 살짝만 익어서 숫가락으로 콕 찌르니 노른자가 툭 터져 흐른다. 계란 껍질을 까지 않은 채로 1/3쯤만 익도록 삶아서 껍질을 깐 것일까? 잘익은 계란도 가끔 까면서 흰자가 부서지는데, 어찌만든 건지 미스테리.

아침에도 디저트가 나오는데, 무가당 플레인 요거트에 직접 만든 딸기잼과 과일이 얹어 나왔다. 내게는 잼이 너무 달아서 NG. 덕분에 단것을 좋아하는 오이군이 요거트 두그릇을 해치우고 행복해 했다.

 

 

 

또 다른 저녁
매일 매일 다른 메뉴

 

이틑날 저녁, 오늘은 또 어떤 메뉴가 나올지 궁금해하며 식탁에 앉았다. 어제보니 음식 종류가 매우 다양했는데, 매일 다른 밑반찬을 하는 걸까? 주방에는 여주인 두분밖에 없던데, 하루종일 어떻게 이 많은 요리를 준비하는지. 어쨌든 이튿날도 식탁은 우리를 실망시키지 않았다.

 

오늘은 아키타의 명물이라는 쌀로 빚은 술도 조금 주문했다. 자기 전에 다시 온천욕을 할 예정이어서, 맛만 볼 정도로 ^^

아키타의 쌀로 만든 술은 너무 순하고, 부드러워서 여자술 이라고도 불린다더니 정말이었다. 물처럼 술술. ^^ 작년에 오키나와에서 마셨던 아와모리라는 사케와는 정 반대였다. 보통 추운 지방 술이 세고, 더운 지방 술이 약한거 아닌가? 일본은 반대다. 

 

그나저나 나는 제작년 처음 일본에 가서야 사케라는 단어가 그냥 술 이라는 사실을 알게 되었다. 사케가 청주류의 일본술인줄로만 알고 있었던 것이다. 꼬치집에 들어가 일본주를 달라는 뜻으로 사케를 달라고 했더니, 종업원이 맥주, 소주, 일본주 등등 수십여가지 술 리스트를 내밀며 어떤사케요? 라고 하는게 아닌가. 눈을 똥그랗게 뜨고, 그냥 사케주세요 했더니, 고심하다 맥주를 가져다 주더라는...-_-; 우리는 맥주는 안마시는데, 생맥주를 탭에 도로 넣으라고 할 수가 없어서, 그냥 꾸역 꾸역 마셨던 슬픈 추억이 있다.

 

아름다운 마블링으로 그 자체만도 예술인데, 맛까지. 재색을 두루 겸비했다. ^^

요것은 쪼끔 이해하기 어려웠던 요리로, 보시다시피 생선 머리. -_-;

회뜨고 남은 모양인데, 양념을 맛있게 해서 졸여 나왔다. 맛있긴 한데, 먹을게 거의 없다. 생선 머리부분은 아예 먹지 않는 외국인 고객은 상 가운데, 덩그러니 놓여 있는 눈큰 생선머리를 보고 깜짝 놀란다. 

쓰...쓰레기를 얹어줬어.

 

오랜만에 먹는 반건조 햄(하몽이랑 비슷). 스위스에 있을 때 샌드위치에 많이 넣어 먹던건데, 생각치 못한 일본에서 다시 만날 줄이야. 한국에는 백화점 수입품 코너 이외에서는 찾아보기 힘들다. 일본은 직접 생산판매하는지 슈퍼마켓에서도 심심치 않게 볼 수 있었다. 어쨌든 이것은 오이군에게 고향의 맛을 느끼게 해주었다. 고향의 맛은 다시다인데...

나에겐 가운데, 얹어져 있던 삶은 꽃이 인상적. 역시 료칸 앞 화단에 피어있던 그 꽃인 것 같다. ^^

 

 

 

 

 

 

마지막 식사
여보, 나 여기서 살면 안돼?

 

오늘 아침도 정갈한 건강 밥상이 준비되었다.

가정이 있는 주부님들은 모두 공감하시겠지만, 누가 차려주는 밥은 참 맛있다. 반찬이 많고, 적고, 맛이 있고, 없고를 떠나서 그냥 누가 차려줬다는 것만으로 50점은 먹고 들어간다. 게다가 이렇게 매일 매일 정성들인 반찬이 겹치지도 않고, 바뀌어 나온다면, 그곳은 천국과도 별반 차이가 없게 느껴진다. 이곳이 내게 그랬다. 특히나 요리하는 걸 타고나게 싫어하는 나는 그냥 이곳에 살고 싶어라. 

 

반찬은 맛난 산나물요리와 생선, 두부, 감자조림, 미소국 등 어딘지 한식과 비슷한 메뉴들이 있는가 하면, 사실 적응 안되는 이상한 것들도 많이 있다. 엄청나게 짭짤한 우메보시(매실 짱아찌)가 내게 그렇고, 소금을 고농도로 압축해 놓은 듯한 젓갈류가 그랬다.

 

예전부터 일본 시장에서 보며 입맛만 쩝쩝 다시던 연어알 젓갈. 조금씩 팔지를 않아서 사기도 뭐 했는데, 드디어 맛볼 기회가 생겼다. 음. 맛은 있긴 한데, 저어어엉말 짜서 저것의 반토막으로 밥 두공기 다먹겠더라. 일본음식은 늘 느끼는 것이지만 국이든 반찬이든 상당히 짜다.

 

여기 또다시 등장한 미끈덕한 마 생채. 채썬 마에 김가루와 간장을 뿌려 먹는건데, 여전히 적응 안되는 난감한 촉감.

 

어쨌든 맛을 떠나서 건강해 질 것같은 많은 지역 요리들이 서빙되는 가이세키 요리. 일본 여행을 한다면, 꼭 한번 료칸에 머무르며 이런 식사를 해보기를 권한다. 일본 사람들의 생활속으로 조금 더 가깝게 여행을 하는 느낌이 들었다.

 

 

취재지원
이 포스팅은 아키타현 관광청에서 여행경비(항공권, 숙박비, 교통비, 식비)를 지원받아 블로거 본인이 자유롭게 여행한 후 작성되었습니다.

여행날짜
2014.05.22-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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