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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frica | 아프리카/Seychelles | 세이셸
[마헤] 세이셸의 울창한 숲으로의 초대 : 몬 블랑 트레킹
2014. 6. 5. 00:39

세이셸의 정글 속으로
세이셸의 또다른 매력 발견

 

아름다운 해변으로 유명한 세이셸. 사실 많은 이들이 잊고 있지만 그곳에는 해변 못지않게 멋진 산도 있다. 신기한 열대 식물들이 울창한 숲을 이루고 있다는 세이셸의 산이 궁금했던 우리는 마헤섬 북쪽에 있는 몬 세이셸로와 Morne Seychellois 국립공원을 트래킹 하기로 했다. 이 국립공원에는 총 12개의 코스가 있는데, 우리는 그 중에서 수려한 바다의 풍경을 볼 수 있다는 몬 블랑 Morne Blanc 코스를 선택했다. 이 코스는 1km 남짓한 거리로 왕복 3시간 정도가 소요된다. 아무리 트래킹을 좋아한다지만, 습한 열대 지방에서 한 낮에 산을 오르는 것은 오버가 아니겠는가. 그렇다고, 휴식같은 여행을 하기로 해 놓고, 새벽 부터 일어나는 것도 탐탁치 않아서, 비교적 짧은 코스 중 엄선해 낙찰 된 곳이 바로 몬 블랑이었다.

 

 

 

 

 

GPS가 절실히 필요해
모닝 삽질

 

게스트 하우스의 생과일이 듬뿍 든, 맛난 아침식사를 마치고, 아침 8시쯤 트래킹입구로 출발했다. 시원한 바닷 바람과 사랑스러운 보발롱 해변의 물빛이 행복 바이러스를 마구 뿌려대니 이곳이 낙원 맞구나 싶더라. 트래킹 입구가 숙소에서 약 40분쯤 걸린다고 하니, 느긋하게 산을 올라도 12시 반쯤이면 점심을 먹으러 출발할 수 있겠다. 가벼운 마음으로 룰루랄라 차를 몰았는데, 아뿔싸. 낙원에도 난관이 있을 줄이야.

 

하나밖에 없어 보이던 도로 입구가 빅토리아 시내로 막상 들어서니 대체 어느 길로 들어가야하는지 알 수가 없는 거다. 메인 도로도, 골목길도, 남의 집 입구도 모두 작은 골목길 사이즈인 덕분에 서쪽으로 가는 도로 입구를 찾느라 보발롱과 빅토리아 사이의 산길을 세번이나 오르락 내리락 하고 말았다. 

 

어렵사리 물어 물어 도로 입구를 찾아 마헤섬 서쪽으로 향했다. 길을 물으면 사람들은 매우 친절하게 가르쳐 준다. 뒷차가 빵빵대면, 우리대신 화를 내주며 더욱 더 열심히, 자세하게, 그래서 장황해진 나머지 무지 헤깔리게 설명을 해준다. ^^; 

(버럭) 이봐! 빵빵대지 말라구. 여기 관광객이 길을 모른다잖아. 나 설명하는데 자꾸 말 끊기게할래?! 

 

막상 도로로 들어서니 이때부터는 수월하다. 섬 반대편으로 가려면, 산하나를 올라갔다 내려가야 하지만, 정글사이를 달리는 재미가 꽤 쏠쏠하다. 길가에 노오란 꽃이 핀 나무들이 신비로움을 더했다. 티팩토리는 빅토리아쪽에서 운전을 해 가면 간판이 보이지 않는다. 티 타번Tea Tavern이라고 쓴 찻집이 보이는데, 이곳이 티 팩토리이다. (우리는 간판이 안보여서 한참을 지나쳐 갔다. ㅠ_ㅠ)

 

티 팩토리 주차장에 차를 세우고, 트래킹 입구를 찾아 왔던 길을 되돌아 갔다. 찻집에서 시원한 음료로 목을 축이고 싶었지만, 일요일은 문을 닫는다. ㅠ_ㅠ 일년 365일 관광객이 끊이지 않는 곳에 딱히 경쟁 상대도 없는 찻집인지라 쿨하게 일요일은 쉬는 모양이다. 하는 수 없이 차안에서 미지근하게 데워진 생수로 목을 축이고 트래킹을 시작했다.

도로의 오른쪽에는 차를 재배하는 농장이 싱그러운 빛을 발하고 있었다. 그러나 이곳은 트래킹 입구가 아니고, 순수하게 찻잎 농장이다. 끝까지 들어가면 멋진 풍경이 나오기는 하는데, 티팩토리 안에서도 같은 풍경을 볼 수 있으니, 기왕이면 티팩토리를 방문하기를 추천한다.

 

도로를 따라 한 200미터정도 걸으면 왼쪽으로 이런 표지판이 보이는데, 이곳이 바로 몬 블랑 하이킹 트랙 입구이다.

 

 

 

세이셸 숲에서 만날 수 있는 것들
우린 혼자가 아니야

 

등산로는 정글이라고 해서 호주나 동남아의 레인 포레스트rainforest를 생각했는데, 한국의 산길과 더 비슷했다. 그저 날이 더웠을 뿐, 길이나 식물군 자체가 습하지는 않았기 때문이다. 등산로 입구에서 우리를 제일 처음 반갑게(?) 맞아준 것은 다름아닌 대형 달팽이였다. 6-7cm쯤 되어보이는 달팽이가 느릿 느릿 산책을 나왔다가 낮선 방문객에 놀라 더듬이를 움츠렸다. 이녀석들의 이름은 자이언트 동아프리칸 달팽이 Giant East African Snail로 성체의 크기가 보통 7cm 쯤이나 최고 20cm까지도 자란다고 한다. 세이셸 뿐만 아니라 이후 방문한 레위니옹, 모리셔스에서도 흔히 볼 수 이었다. 아무데서나 잘 자라고, 닥치는대로 잘먹어서, 동남아시아나 남미에 흘러든 녀석들이 문제거리가 되고 있는 모양이다. 어쨌든 외모는 귀여운데, 세균을 옮길 수도 있으니 만지지 않는 것이 좋다고 한다.

 

햇살이 구석 구석 스며드는 밝은 숲. 높은 산은 아니지만, 생각보다 경사도가 있다. 길이 평평하게 잘 닦인 것은 아니지만, 다행히 산행로가 뚜렷해서 초보자도 쉽게 오를 수 있다. 그런데, 한 10분쯤 산에 올랐을 무렵, 갑자기 저쪽에서 천둥소리가 들리는게 아닌가. 낯선 지역의 산이라 비가 왔을 때의 컨디션을 알 수 없어서, 갑자기 걱정이 먹구름과 함께 몰려오기 시작했다. 그러나 안전 불감증인지 아니면 용감무쌍한건지 알 수 없는 우리 오이군은 괜찮을 것 같다며 계속 올라가고 싶은 눈치를 보인다. 

고민되네...

 

 

 

 

결국 바람과 천둥소리의 방향을 고려해, 먹구름이 이리로 오지 않을 것 같다는 결론에 이르러, 계속 오르기로 했다. 근처에 계곡이나 물줄기가 있는 것도 아니니, 물이 넘쳐 길이 사라질 리도 없을테고...그러나 점점 가까와지는 천둥소리는 여전히 나의 마음을 불안하게 했다. 

진정하자. 예쁜 야생화를 보며 진정하자.

 

천둥소리는 점점 가까와져 바로 옆에서 치는 듯 엄청나게 커졌지만, 사실 우리의 앞길엔 햇살이 쨍쨍하게 내리쬐고 있었다. 아마 비구름이 바로 옆을 지나고 있는 모양이다. 그런데, 이 신발은 또 뭐람. 누군가 오래전에 잃어버린 듯 이끼가 끼고, 안쪽에 풀이 자라고 있었다. 비가 와서 미끄러운 이끼에 발을 헛딛은 누군가의 신발 한짝이 아닐까? 헛딛은 사람은 구조가 됐을까? 그렇지 않으면 여기 어딘가에 아직도...흐읍...

상상의 나래가 폭주하기 시작한다. -_-;

 

생각해 보면, 길도 잘 보이지 않는 알프스 어딘가를 트래킹 할 때 엄청난 폭우를 만나기도 했고, 록키 산맥 꼭대기에서 큰비를 만난 적도 있다. 그래도 매번 큰 문제 없이 무사히 산행을 마쳤었는데, 왜 갑자기 나의 걱정은 이 1km 남짓한 거리의 미니 트래킹에서 고삐가 풀린걸까? 어쨌든 나의 컨트롤을 벗어난 걱정 호르몬이 온몸을 지배하려는 순간, 상황을 종료시킨 것은 다름아닌 잭플룻이었다.

 

오? 저게 뭐야? 맛있게 생겼다?

그렇다. 세이셸에 와있어도 나는 나. 먹을것을 주면 기분이 좋아져서, 말도 잘듣고, 부탁도 잘 들어주고, 친절해진다. 아마 걱정도 잠재우는 모양이다. 나무위에 탐스럽게 주렁 주렁 열린 잭플룻들이 너무 신기해서, 시끄럽게 귀를 때리고 있는 천둥따위는 순식간에 잊어버리게 되었다.

잭플룻은 원래 세이셸 토착식물이 아닌데, 사람들이 이주해오며 따라 들어왔다고 한다. 마침 기후도 잭플룻이 자라는 곳과 비슷해서, 자연스럽게 널리 퍼져 지금은 산 곳곳에서 잭플룻을 볼 수 있다. 하나 따 먹고 싶은 마음이 간절했는데, 웬지 국립공원에서 그러면 안될 것 같아 꾹 참았다. 그런데, 지금생각하니 그래도 될 것 같네...누가 심은 것도 아니고, 침입종 식물이 자연에서 그냥 자란건데. 아쉽...

 

길을 내기 위해 자른 나무들을 길가에 그냥 던져 두었다. 사람의 편의를 위해, 쓰지도 않을 나무를 베었다며 안타까와했는데, 이 엄청난 생명력을 가진 나무는 작은 토막으로 잘렸어도 이렇게 싹이 돋아나고 있다. 그냥 저렇게 또다른 나무가 될 모양이다. 자연의 생명력에 감탄이 절로 난다.

 

산을 오르다 비가 오면, 피할 곳을 찾아내었다. 쓰러진 나무의 뿌리가 들려 올라와 자연 텐트가 형성되어 있었던 것이다. 더 신기한건 그 쓰러진 나무가 저 자세로 위로 쭉쭉 뻗으며 계속 자라고 있다는 것. 섬 전체가 살아 쑥쑥 자라는 것만 같은 느낌이 든다.

 

산 구석 구석에서 예쁜 소리를 내며 시선을 끄는 불불 Bulbuls 이라는 새. 직박구리의 사촌이다. 늘 화난 듯 삐죽 삐죽 서있는 헤어스타일이 특징. 성격 좀 있어보인다.

 

 

 

 

비가오기 전에 정상에 오르려고 열심히 산을 계속 오르다 부스럭 거리는 소리에 발걸음을 멈췄다. 소리가 나는 쪽을 보니 남자 손가락 굵기의 가늘고 긴 검은 뱀이 스르륵 지나가는게 아닌가. 뜨아...세이셸 집 뱀 Seychelles house snake의 일종인 듯 했다. 개구리나 새 같은 작은 동물을 먹고 살아서 크게 위협적인 종은 아니라지만, 어쨌든 야생에서는 그다지 뱀을  만나고 싶지 않다. 게다가 시커먼 뱀이라니...

 

갑자기 발걸음이 조심스러워져서, 나무막대기를 들고 앞길을 슥슥 저으면서 걷는데, 또 부스럭 거리는 소리가 난다. 흐미, 또 뱀?

다행히 이번에 부스럭 소리의 주인공은 조금 더 귀여운 외모를 하고 있었다. 고슴도치와 비슷한 이녀석은 민꼬리텐렉 tailless tenrec 이라는 동물인데, 새끼인듯 했다. 원래는 3-40cm까지 자란다는데, 이녀석은 20cm남짓 했기 때문이다. 나뭇잎 사이에서 뭘 그렇게 열심히 먹는지, 꽤 가까이 다가가서 사진을 찍었는데, 전혀 눈치채지 못한다. 조금씩 다가가도 머리를 낙엽사이에 박고, 열심히 먹느라 정신이 팔려있길래, 용기를 내서 접사에 도전했더니, 그제서야 화들짝 놀라 우리를 째려본다. 깜딱이야. 너네 뭐얏?!

그러고는 쏜살같이 숲으로 달려가버렸다. 한가지 재미있는 것은 이녀석 이름이 민꼬리텐렉인데, 사실 1cm쯤 되는 꼬리가 있다는 것이다.

 

올라오는 내내 새들과 동물, 나무 말고는 아무도 마주 치치 않았다. 오이군과 둘이 도란 도란 이야기를 나누며, 정상으로 향했다. 숲속은 버섯이 군데 군데 피어있고, 산딸기도 탐스럽게 열려있었으며, 나무가 다리를 뚫고 자라 요정이 살 것만 같은 신비로운 분위기를 풍겼다. 물론 더위에 엄청 강한 요정이. ^^; 

 

 

※ 아래 두장의 사진은 파충류 입니다. 눈 감아야 하시는 분은 참고하세요. ^^

 

정상에 가까와지니 우리의 티셔츠는 땀에 흠뻑 젖어, 열대우림 저리가라가 되어있었다. 땀범벅 오이군과 나는 서로 건드릴 수 없는 머나먼 당신이 되었지만, 그래도 기분은 참 상쾌하다. 나무들도 조금씩 키가 작아지져, 햇살까지 화사하게 든다. 햇살이 비치는 곳을 보면 어김없이 도마뱀 한마리가 선탠을 즐기고 있다. 다리를 대자로 뻗고, 햇살을 즐기는 모습이 은근히 귀엽다. ^^; 

아~ 모든게 평화롭고, 조화롭게 느껴진다. 

그리고 우리는 드디어 대망의 정상에 다다랐다.

 

정상 이야기는 다음편에 계속됩니다.

 

 

 

티 팩토리, 트래킹 입구 찾아가는 방법



• 자동차 : 빅토리아 시내에서 마헤섬 서쪽으로 가는 도로를 탄다. 도로가 하나밖에 없지만, 입구가 동네 골목길 같이 생겨서 헤깔리니 주의해서 보도록 하자.
• 버스 : 14번 버스를 타고 티팩토리에서 내린다.
• 티팩토리 주소 : Tea Factory, PO Box 634, Mahe Island, Seychelles (TEL : +248 37 82 21)
• 티팩토리에서 빅토리아 방향으로 약 200미터쯤 도로를 따라 걸어 올라가면 왼쪽으로 트래킹 입구가 보인다.

※ 여행일자 : 2014.03.3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