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Oceania | 태평양의 섬들/South Australia | 남호주
호주 백상어보다 무서운 초대형 참치와 수영하다
2014. 5. 7. 00:30

두얼굴의 바다
또 다시 바다로

 

최악의 바다 컨디션으로 생사를 넘나들었던 백상어와의 다이빙을 마치고, 항구로 돌아왔다. 마지막 밤을 배에서 보내고 일어나니, 3일간 쉬지 않고, 2-3미터씩 치고 올라오던 파도가 거짓말 같이 잔잔해져, 맑은 거울처럼 하늘을 비추고 있었다. 흥~ 얄미워. 라고 외쳤지만, 내심 반가운 마음을 숨길 수가 없어 나도 모르게 웃음이 났다. 그러나 나의 기분과 관계 없이 3일만에 흔들리지 않는 육지를 밟은 내 다리는 하염없이 휘청거리고 있더라. 이거 이번엔 육지에서 멀미할 기세.

 

관련글 : 생사를 넘나드는 백상어와의 다이빙 이야기 보기

Part 1. 백상어 맛보기
Part 2. 꿩대신 닭, 상어대신 바다사자
PArt 3. 백상어의 위엄

 

그런데, 이게 웬일?

정신을 차리고 보니, 나는 또다시 배 위에 서서 이런 풍경을 감상하고 있는게 아닌가. 난 누구인가? 여긴 또 어디인가? 나는 왜 이곳에 있는 걸까...

지난 3일 동안과는 전혀 다른 느낌이지만, 사실 전에도 옆을 지났던 섬이다. 그렇게 다시는 타지 않겠다 다짐했던 배에서 내린지, 두시간. 우리는 또 다시 배 위에 올라 어디론가 향하고 있다.

 

Why?

왜?

도대체 무엇때문에?

 

바로 이것,

포트 링컨의 명물, 참치 양식장이 그 원인이다.

 

 

 

 

 

 

두툼한 참치 한입, 물어 보실래요?
참치가 나를 물지 않으면 그나마 다행?

 

훌륭한 맛 덕분에 통조림, 회, 초밥, 스테이크 등 세계적으로 두루 사랑받고 있는 참치, 그중의 최고는 참다랑어다. 그러나 그들에게 그 훌륭한 맛은 재앙이었다. 지난 20년간 참치 개체수의 80%가 줄어들었다는 그린피스의 보고가 있을 만큼, 참다랑어가 세계적으로 남획되었기 때문이다. 따라서 지금은 세계 여러나라에서 참치 양식을 시도하고 있다. 참다랑어의 소비량이 가장 많은 일본에서 160kg 정도 되는 참다랑어 한마리 가격은 한화로 무려 1억 5천만원. 얼마전엔 269kg의 대형 참치 한마리가 약 8억 5천만원에 경매된 적도 있을 만큼, 참치 양식은 엄청난 가치를 가진 사업이다. 우리나라에서도 제주도 등지에서 시도하고 있는데, 워낙 팔팔한 성격의 육식 어종인 참치는 사실 양식에 적합한 어종이 아니어서, 그리 쉽지 만은 않은 모양이다. 게다가 한국은 매년 요란한 태풍이 한두개씩 지나가다보니 양식장이 초토화 되는 일도 흔하고...

그런데, 사실 양식이라고는 하지만 대부분 바다에서 치어를 잡아와 기르는 것으로, 알을 낳고 수정란을 길러내는 확률은 2% 미만이라고 한다. 아직까지 수정란을 길러 시판하는 나라는 일본이 유일하다. 우리가 백상어 다이빙을 위해 들렀던 포트링컨에도 바로 이 참치 양식장이 있었다. 그런데, 이 곳은 조금 독특한 사업도 겸하고 있다. 바로 관광객을 이 참치들과 함께 수영하게 해주는 것이다.

 

잔잔한 바다에서 지난 투어때 잡지 못한 포즈를 잡아보며 이미지 만회 중...

 

잔잔하고, 평화로운 바다. 백상어 다이빙때도 바로 이런 여행을 생각했었는데...

배를 타고, 바다 한가운데 덩그러니 떠있는 참치 양식장에 도착했다. 활동적인 참치는 넓고, 깊은 공간을 필요로 하기 때문에 양식장은 주로 망망대해 한가운데 떠 있다. 쌀쌀한 늦가을 날씨에 다시 잠수복으로 갈아입으려니 한숨이 절로 나왔다. 이 추운데 우리는 왜 또 삽질인걸까...10mm의 두꺼운 잠수복을 입고, 양식장 위에 서있는데, 카메라를 보고도 미소가 지어지질 않았다.

 

원형 양식장은 폭은 그리 넓지 않지만, 아래로 그물이 매우 길게 늘어져 있어, 참치가 돌아다닐 공간을 확보해 준다. 검푸른 물속에 보이는 것이 전혀 없어서, 여기에 진짜 참치가 있기는 한걸까 생각할 무렵, 스탭이 먹이가 든 양동이를 들고 물 가장 자리에 섰다. 그러자 어디선가 쏜살 같이 나타난 검은 형체들. 아직 물에 뭘 던져 넣지도 않았는데, 물속에서 이미 눈치를 채고, 나타난 것이다. 그런데, 음...이거 생각 이상으로 큰데? 이녀석들...어제 본 상어와 별다를바 없어 보이잖아!

 

그리고, 이렇게 생선을 던져 넣자,

 

난투극이 벌어졌다.

그러니까, 얘...얘네들이랑 수영을 한다는 거지...?

 

 

 

바닷속 고속도로
평생 쉴 수 없는 고단한 운명이여

 

일단 물속에 조심스래 머리를 들이밀고, 참치들을 가만히 쳐다 봤다. 그리고 느낀 것은 그동안 나는 참치에 대해 아는 것이 전혀 없었구나 하는 것이었다. 그들이 얼마나 큰지, 얼마나 빠른지, 얼마나 튼튼하게 생겼는지...대충 큰 줄은 알았지만 1미터 미만의 것들을 그들은 '어린 참치'라고 불렀다. 시판되려면 적어도 3년 정도 자라서 1.5 미터이상이 되야 한다고 한다. 오늘 우리는 1미터 전후의 어린참치들과 수영을 한다.

 

그러나...선뜻 몸이 움직이질 않았다. 정신없이 움직여대는 거대한 참치들 사이로 뛰어들 용기가 나지 않았기 때문이었다. 마치 고속도로 한가운데로 걸어가는 느낌이랄까? 고속으로 수영해 오던 참치와 부딛히기라도 하면, 뇌진탕은 기본일 것 같이 보였다. 어찌나 육중하고, 단단하게 생겼던지...우물쭈물 망설이다 조심스레 가운데로 수영을 해 나갔다. 그러자 스텝 아저씨가 우리들에게 물고기 한마리 씩을 던져 준다. 참치를 먹여보라는데, 내가 미처 물고기를 받기도 전에 참치들이 공중으로 뛰어 올라, 채가기가 일쑤다. 그러면, 엄청난 물살과 파워가 온몸으로 전해졌다. 

솔직히...참치가 백상어보다 무서웠다. -_-;

 

 

Video. 1

참치와 수영하기

 

 

 

동영상에서 보이듯, 참치들은 별일이 없어도 계속해서, 분주하게 움직인다. 평균 시속 20-30km로 끊임없이 수영을 하고, 때로는 80-90km의 속도를 낼 수 있는 빠른 어종이다. 그럼 대체 이녀석들은 왜 이렇게 계속해서 달려다니는 걸까? 참치는 아가미 근육을 움직일 수 없기 때문에, 입으로 물을 마셔서, 아가미로 물을 보내 산소를 공급받기 때문이라고 한다. 수영을 해서 물을 계속 흘려 보내지 않으면 산소 부족으로 폐사해서, 심지어는 잘때도 가수면 상태로 계속해서 수영을 한다고. 참, 고단한 생명체다. 평생 쉬지 않고, 움직여야 살 수 있다니...어쨌든 그래서 온몸이 근육질로 탄탄한가보다.

 

 

 

 

 

 

참다랑어 먹이와의 평화로운 한때
최고의 밀도를 자랑했던 스노클링

 

양식장에는 참치 양식에 필요한 물고기도 함께 기르고 있었다. 먹이용 고기들과 함께 색색의 예쁜 고기들도 관광객을 위해 함께 기르는데, 그 곳에서도 스노클링을 할 수 있다. 손에 작은 생선 한마리를 들고 들어가자, 물보다 많은 양의 물고기들이 몰려 들었다. 내 평생 최고의 물고기 밀도를 자랑하는 스노클링이었지만, 참치들의 전투적인 모습을 보고 나서인지, 평화로운 느낌마저 들더라.

 

커다랗고 푸른색의 수줍은 물고기와 빛을 향해 나아가는 오이물고기.

 

물에 몸을 담그고 싶지 않은 사람은 작은 수조에서 길러지고있는 작은 해양생물들을 체험할 수 있고, 지하 통로로 내려가 유리창을 통해 참치들을 구경할 수 있다. 

 

깊은 물 아래서 열심히 돌아다니는 참다랑어들을 가만히 보다 보니, 나도 모르게 그 강인함에 끌려 참다랑어의 매력에 푹 빠져들게 되었다. 에너지 넘쳐나는 저 거대한 생명체에게 이 양식장은 너무 작구나. 10년이상 살게 되면, 3미터이상 자라나고, 세계 최대 기록은 4미터를 넘는 다고 한다. 암컷 백상어들이 보통 4~4.5미터 자란다는데, 참치도 백상어만큼이나 큰 어종이었구나.

 

그런데, 이 멋진 물고기가 남획으로 어느덧 개체수가 급격히 줄어 관심필요어종으로 등록이 되었다. 이녀석의 사촌인 남방 참다랑어는 멸종위기 등급으로까지 등록되었다. 사실 나도 참치회를 너무나 좋아하는지라, 차마 참치가 멸종의 위기에 놓여 있으니 그만 먹자고는 입이 떨어지질 않는다. 그러나 생명체 한종을 다 먹어치워 멸종으로 몰고 가면 너무 안타깝지 않은가? 자연보전에 관심이 없다 하더라도, 앞으로 몇 년 후 참치를 다시 못먹는다고 생각해 보시라. 너무나 슬퍼짐...

이를 방지하기 위해서 참치 어획에 관한 규격과 획득량에 대한 규제가 조금 높아져야 하지 않을까 싶다. 어서 수정란을 부화하는 기술이 발전하면 좋겠지만, 각 나라에서 성공률 2%를 목표로 하고 있을 만큼 어려운 작업이고, 부화 하더라도 치어가 되기 전에 대부분 팔팔한 성격으로 폐사 한다니 아직 갈 길이 멀어 보인다. 예전에 시장에서 1.5 미터 이하의 작은 참치들은 거래가 되지 않았는데, 수확량이 줄어들면서, 지금은 1미터 남짓한 어린 참치들도 판매되고 있다고 한다. 결국 자라서 알을 낳을 기회도 갖지 못하고, 참치들이 팔려버리기 때문에 수확량이 줄어드는 악순환이 반복되는 것이다. 이러다 정말 참치도, 한때 그렇게 많아서 마구 잡았더니 100년만에 절멸했다는 도도새처럼, 지구 상에서 사라질 지도 모르겠다. 그들도 지구상의 생명체로써 종족을 보존할 수 있는 권리 정도는 주어져야 하지 않을까?

 

포트 링컨의 참치

아쉽게도 참치와 수영하기 투어는 2022년 현재 더이상 운영하지 않는다고 합니다. 대신 포트링컨의 참치축제, 튜나라마 정보 알려드려요. 같이 수영은 못해도 그 맛은 보실 수 있습니다 ^^;

홈페이지  www.tunarama.net

매년 여름, 1월에 말에 열리는 축제입니다. 이곳 양식장에서 길러진 참치는 물론, 여러 해산물의 본고장인 포트링컨의 신선한 해산물 요리와 와인을 즐길 수 있고, 다양한 쇼도 볼 수 있습니다. 불꽃놀이, 참치 던지기 게임, 미녀 콘테스트, 에어쇼 등 다양한 프로그램으로 진행됩니다. (코로나로 취소될 수 있으니 미리 홈페이지 확인해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