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Japan | 일본/Japan | 도호쿠 : 아키타, 아오모리
[아키타] 마고로쿠 온천에서 본 일본 남녀 혼탕 문화
2014. 3. 15. 19:40

뉴토 온천향
아키타 치유의 온천마을에는 남녀 혼탕이 있다고라?

 

 

아키타가 우리에게 유명해진 이유는 뭐니 뭐니해도 바로 뉴토 온천향이라 불리는 온천 마을 때문이다. 드라마 아이리스에서 눈이 소복히 쌓인 온천으로 김태희와 이병헌이 밀월 여행을 떠나는데, 바로 그 온천이 아키타의 뉴토온천향에 있는 7개의 온천 중 하나였던 것이다. 2미터도 넘게 눈이 온천 주변에 수북히 쌓여 있고, 정말 우리가 일본 온천하면 떠올리는 자연속에 파묻힌 곳으로 보는 이들의 호기심을 사기에 충분할만큼 아름다왔다. 그러나 무엇보다 가장 신선하게(?) 다가왔던 점은 이곳이 남녀 혼탕이라는 것이다. 드라마 속에서 김태희와 이병헌이 수건만 두르고 노천온천으로 나왔다가 서로 화들짝 놀라며 탈의실로 달려들어가는 장면이 나온다. 그러나, 결국 이곳이 맞는 문이었다는 사실을 확인하고, 어색해하며 나와 족욕만 하다 끝나는데...정말 실제로도 이곳은 남녀 혼탕일까?

대답은 Yes 이다. 일본의 산골짜기마을, 아키타 뉴토온천향에는 7개 온천이 있는데, 최신식으로 지어진 규카무라를 제외한 6곳은 아직도 남녀 공용탕을 가지고 있다.

 

 

 

 

 

 

일곱개의 온천
어떤 것을 고를 까요, 딩~동~댕~

 

오전내 칼바람부는 타자와 호수와 눈쌓인 자작나무 숲 전망대에서 헤메였더니 뜨끈한 온천물이 매우 절실해졌다. 드디어 아키타의 명물 온천을 감상할 시간. 

온천이 있는 산 꼭데기로 올라갈 수록 점점 더 쌓여가는 눈덕분에 아키타의 위도가 높다는 것을 실감할 수 있었다. 때는 아직 12월 초였는데, 이렇게 많은 양이 쌓여있다니. 해발 1000미터도 안되는 이곳에 말이다. 그러나 도로만은 깔끔하게 정비되어 있어 아무리 눈이 많이 와도 불편함 없이 차를 몰 수가 있다. 눈 많이 오는 지역의 오랜 노하우를 실감하는 순간이다.

 

사실 아이리스에 나왔던 온천은 츠루노유라는 곳으로 이곳에서 가장 오래된 온천이고, 그 규모도 가장 크다. 어떤 곳일지 매우 궁금하기는 했으나 이곳은 마지막 날 아침에 들르기로 하고, 오늘은 다른 온천에 가보기로 했다. 왜냐하면 아키타에 주 3회 대한항공 직항이 들어오는데, 이때 주말에 2박 3일 일정으로 오는 한국 관광객들이 보통 2일째 츠루노유를 간다. 뭐 공중목욕탕에 다른 이용객이 있는 거야 어쩔 수 없다지만, 남녀혼탕이라는 새로운 문화를 어느정도 호기심어린 시선으로 바라볼 (나처럼? ^^;) 한국 사람들이 많은 시간에 구태여 맞춰갈 필요는 없다고 느꼈기 때문. 아키타는 사실 이이리스 이전에는 인적이 매우 드문 곳이었다고 한다. 지금도 여전히 직항이 들어오지 않을 때는 내국인 관광객만 드문드문 찾는 한적한 곳. 그나마 직항으로 온 사람들도 대다수는 츠루노유만을 이용하기 때문에 다른 온천에서는 안전거리(?)를 지키기가 쉬울거라는 생각이 들어서 였다.

 

이곳은 7 온천 중 가장 최신식으로 지어진 규카무라인데, 숲 가장 안쪽에 위치한 구로유를 가려면 이곳에 차를 대고 걸어가야한다. 그러나 아쉽게도 겨울에는 눈이 너무 많이와서 구로유는 운영을 하지않는다고, 눈치우고 계신 관리인 아저씨께서 유창한 영어로 설명해 주셨다. 오랜만에 문장을 시원하게 알아들으니 속이 후련하더라는...^^;

 

그래서 두번째 선택은 단아하고 예쁜 건물이 우리의 마음을 사로 잡은 오가마였다. 그러나 앞에 주차가 많이 되어 있는 것을 보니 사람들이 많은 듯 했다. 웅성거리는 소리를 들으니 갑자기 무너지는 나의 용기. 수건이라도 두르고 들어가면 괜찮으련만, 일본에서는 온천물에 수건을 담그는 것은 예의에 매우 어긋난다고 한다. 이동시에 큰 타올로 가리고 다닌다 하더라도 온천탕에 들어갈 때는 큰수건은 옆에 놓고 들어가야 하는 것. 작은 수건만 머리에 얹어 체온을 뺏기지 않도록 하는게 일반적이다. 간혹 브로셔의 온천 광고에서 타올을 두르고, 탕에 들어가 있는데, 이것은 광고를 위한 편법일 뿐, 실제로 위생상 타올은 물에 닿게 하지 않는다고 한다.

 

내가 우물 쭈물 망설이자 심심해진 오이군은 건물 주변을 둘러보기 시작했는데, 어느 순간 갑자기 쿡~하고 웃음을 터트린다.

 

이 풍경 때문이었는데, 길가에서 그리 노력하지 않아도 보이는 저곳이 바로 노천온천탕이다. 그런데, 혼탕쪽은 그렇게 열심히 가려 놓지 않았기 때문에 이용객들이 벌떡 일어서면 길에서도 그들을 볼 수 있었던 것이다. 물론 이 깊은 산골짜기까지 그저 '보기위해' 오는 사람들은 없을테지만, 우리에게는 문화적 충격일 수 밖에 없었다. 최소한 서로 같은 상황에 놓여있는 이용객들이 아닌, 길가의 사람들에게서는 보호를 해 줘야 하는 것이 아닌가...-_-; 물론 일본사람들에게 혼욕 문화는 음성문화로 사용되는 것이 아니다. 그저 전통의 일부이기에, 너무나 익숙해서 다들 그러려니 하는 분위기. 그러나 나는 한국 사람이 아닌가. 사실 민망해서 아는 사람이 있으면 찜질방도 못가는 내가 여기를 온 것 자체가 미스테리다. 결국 여기는 사람이 많아보여 패스.

 

 

 

 

 

 

마고로쿠 온천
온천을 전세내다...거의

 

이번에는 산속 깊은 곳에 있어 가장 인적이 드물다는 마고로쿠를 향했다. 마고로쿠는 오가마에서 왼쪽으로 난 산길을 따라 10분쯤 걸어 올라가면 나오는데, 눈 쌓인 계곡 옆길이 너무나 예뻐서 산책만으로도 기분이 좋아지는 그런 곳이었다.

 

한폭의 동양화같은 길을 따라 십분이 조금 못되게 걸으니, 작은 일본식 건물들이 옹기 종기 산골짜기 안에 놓여있다. 보기에도 한적해 보이는 것이 바로 여기가 오늘 내가 쉴 곳이구나 싶었다. (^^;)

 

카운터를 찾아 안쪽으로 들어가다보니 이곳도 역시 온천탕을 지나는 이들이 훤히 볼 수 있게 시원하게 오픈해 놓았다. 아이 참...펜스좀 세워주지...어쨌든 여기는 아무도 올 것 같지 않으니 한번 가 보자.

 

자, 남자분들 눈 크게 뜨셨는지?

지금 다들 여탕안을 보고 계시기 때문. ^^;

예상대로 아무도 없었기에 마음 편히 카메라를 들 수 있었다. 온천안에 가보고 알게 된 사실은 노천여탕이 모두 분리되어 있다는 것. 바깥쪽에서도 전혀 볼 수 없도록 완벽하게 가려져 있음은 물론이다. 반면에 노천남탕은 존재하지 않는다. 남자는 무조건 남녀 혼탕을 이용해야 하는데, 그것이 싫다면 실내 온천을 이용해야 한다. 이유가 어쨌든 현대 정서로는 남자들에게 오히려 불합리한 시스템이 아닌가 싶다. 별로 섞이고 싶지 않은 남자들도 있을텐데, 그 마음은 존중받지 못한다. ^^;

 

노천 여탕이 마고로쿠 온천의 하이라이트가 아닌가 싶다. 병풍처럼 산이 두르고 있고, 그 옆으로는 계곡이 흐른다. 온천물이 흘러들어 겨울에도 얼지 않는 시내. 졸졸졸 시냇물의 합창을 들으며, 뜨거운 물속에 누워 하얀 눈과 푸른 하늘을 바라보면, 그 어떤 것도 부럽지 않다. 뭐, 내가 갔던 날은 구름이 낀 흐른 하늘이었지만, 이정도만 되어도 무지 좋더라는. ^^ 가기전 상상했던 일본의 온천의 모습 그대로 였다.

 

한가지 함정은 물이 엄청 뜨겁다는 것.

뜨거운 곳을 웬만큼 잘 참는 사람이 아니라면, 겨울 공기에 차가와진 살갖이 뜨거운 온천물을 만나 정신 못차리는 경험을 하게 되실 것이다. ^^;

 

이곳은 야외 혼탕으로 펜스를 둘러 어느정도 가려놓았다. 벌떡 일어서지만 않는다면 2층 투숙객들과 눈마주칠 일도 없을 것 같다. 

그러나...

역시 온천물이 바로 펌프질 되어 나오는 곳이라 나에게는 너무 뜨거운게 아닌가. 살이 빨개질 정도로 뜨거운 물에 샤워를 하고, 사우나에 들어가면 나올 줄을 모르는 남편마저도 이곳은 결국 포기하고, 저쪽에 휑하니 열린 노천탕으로 옮겨갈 수 밖에 없었다.

 

이곳이 아까 료칸으로 들어오는 길에서 본 그 시원하게 오픈된 야외 온천이다. 한번 공기와 접촉해서 살짝 식혀진 위쪽 온천탕의 물의 흘러 내려오는지, 딱 좋게 뜨끈뜨끈해서 결국 이곳이 오늘 우리의 탕으로 낙찰되었다. 5백엔의 저렴한 가격으로 시간 제한없이 개인 온천탕에 들어온 샘. ^^;

 

몸이 풀리니 용감해져서 물장구까지 치며 신나게 놀고, 탈의실로 들어가다가 돌발 상황이 발생했다. 탈의실은 이 실내 온천을 거쳐가야 하는데, 바로 이곳에 어떤 아저씨가 앉아서 온천욕을 하고 계신게 아닌가. 다행히 나는 커다란 목욕 수건을 두르고 있었지만, 생각지 못한 등장에 당황 스러운 건 어쩔 수 없었다. 이럴 때 일 수록 침착햐야지. 애써 아무렇지 않은 척 차분히 계단을 올라 눈앞에 보이는 왼쪽 탈의실로 우아하게 들어갔다. 조심스레 미소지으며, 온천욕하고 계신 아저씨를 향해 멋지게 스미마셍이라는 말도 날려 주었다.

'휴우우우우...깜짝이야. 어우...'

탈의실 선반을 붙잡고, 놀란 마음을 진정시키며, 쿨하게 대처한 내자신을 기특해하고 있는데, 어라...여기 아까와 뭔가 다르다?

...?

아...

이런...

...

당황해서 남자 탈의실로 들어와 버렸네...

결국 무안하게 다시 문을 열고 나와서, 오른쪽 여자 탈의실로 들어가는 굴욕을 격고 말았다. 탕에 계시던 아저씨는 친절하게 오른쪽이 여자 탈의실이라며 팔을 들어 가르켜 주기까지 하더라.

아...X팔려. (-_-;)

 

 

 

 

 

 

뉴토온천 알뜰하게 즐기는 법
온천 수첩을 구입하고, 셔틀버스를 이용하자

 

우리는 가고 싶은 곳만 여유있게 둘러보고 싶은 마음에 렌트카를 선택했지만, 뉴토 온천에 자유여행을 올 때 렌트카는 필수가 아니다. 이렇게 다자와코 역에서 출발하는 뉴토 온천행 버스가 운행하기 때문. 약 한시간에 한대씩 운행되는 버스를 타고, 뉴토온천향의 7온천을 모두 둘러 볼 수 있다. 요금은 거리에따라 부과되는데, 종점인 가니바까지가 편도 800엔. 단, 버스가 6시 20분에 끊기기 때문에 시간표를 잘 체크해야한다.

 

아키타현 제공 뉴토온천향 버스 시간표

 

일본사람들은 순례하기를 좋아하는 모양이다. 라면순례니, 온천순례니하는 패키지 이용권이 담긴 수첩을 판매하는 경우가 많다. 뉴토 온천향도 이런 수첩을 발매하는데, 이곳 7 온천중에 한곳에 머무른다면 유메구리테초라 불리는 온천순례수첩을 구입할 수 있다. 각 온천이용금액이 500엔인데, 이 수첩은 1500엔으로 7개의 온천을 모두 한번씩 이용할 수 있는 이용권이 들어있다. 때문에 4개 이상의 온천에 들리고 싶다면, 매우 유용. 게다가 온천순례수첩을 가지고 있으면 하루 5번 운행되는 온천 셔틀 버스, 유메구리호를 무료로 이용할 수 있다. 수첩 유효기간은 1년, 다 못쓴 이용권은 다음에 이용하면 된다. 1년 이내에 아키타를 두번갈까 싶긴한데, 사실 우리는 이미 아키타의 매력에 사로잡혀, 초여름 트래킹 계획을 세우고 있다. 아키타는 4계절을 모두 둘러보고 싶은 그런 곳이다.

 

대신 투숙객이 아니라면, 규카무라를 제외한 나머지는 온천이용시간이 3시까지 이다. 따라서 모든 온천을 둘러보고 싶다면 아침 일찍 순례를 시작하는것이 좋다. 우리도 돌아오는 길에 최신시설의 규카무라를 이용했는데, 실내는 호텔 대욕장과 같고, 노천온천은 지붕이 있는 정사각형의 깔끔한 욕탕이다. 그리고, 이곳에는 혼탕이 없다. 우리에게는 주변 풍경을 감상할 수 없고, 숲속의 옹달샘같은 느낌이 부족해서 아쉬운 곳이었지만, 깨끗한 타입을 좋아하는 사람들에게는 숲속의 청정공기를 마음껏 들이키며 온천을 즐길 수 있는 곳이다.

 

 

각 온천 요금
500엔 

뉴토 7 온천순례수첩
1500엔
(모든 온천 각 1회 이용가능. 유효기간 1년. 7온천중 한곳에 투숙하는 고객만 구매가능. 뉴토온천 셔틀버스 무료탑승)

타자와코역 출발 뉴토행 버스 시간표
akita.or.kr/data/userfiles/files/tazawako%20stn-bus.pdf

뉴토온천정보 (영문)
ryokan.glocal-promotion.com

아키타 한국 사무소가 제공하는 뉴토온천 트래킹 코스

 

취재지원
이 포스팅은 아키타 관광청에서 여행경비(항공권, 숙박비, 교통비, 식비)를 지원받아 블로거 본인이 자유롭게 여행한 후 작성되었습니다.

여행날짜
2013.12.0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