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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aily Log | 평범해서 소중한 일상
2014년 새해, 종각에서 팝콘놀이로 맞이하다
2014. 1. 1. 17:42

새해 복 산더미같이 받으세요!
2014년 종각에서 새해맞이

 

2013년, 정말 오랜만에 마음 편하게, 신나게 한해를 보냈다.

어릴적 세상에 대한 걱정과 두려움이 없던 그 시절에 한해를 보내듯 2013년을 보낸것 같다. 물론 지금은 그때와는 달리 세상을 몰라서가 아니라 세상에 익숙해져 살아가는 방법을 조금씩 터득해 나갔기 때문이긴 하지만 말이다. 야심만만해서, 방황하고, 초조했던 10대, 20대와는 달리, 30대의 중반으로 달려가며 버릴 것은 버리고, 포기할 것은 포기하고, 꽉 붙들것은 무엇인지를 조금씩 깨달아 나가는 것 같다. 그에는 나의 마음의 고향인 가족과 나를 편안하게 보듬어 주는 남편 그리고, 스트레스를 즉석에서 날려주는 즐거운 친구들, 삶의 의욕을 불어넣어주는 동료들의 역할이 컸으리라. 역시 사람은 사람을 통해서 커 나가는 것 같다.

 

그렇다고 2013년에 내가 대단한 득도를 한 것은 아니다. 사실 자세히 더듬어 보면 열심히 억눌러도 어느새 스물스물 올라오는 미래에 대한 불안이 용기와 의욕을 즈려 밟을 때도 많았지만, 그래도 이제는 어느정도 이녀석 위에 긍정이라는 무지개빛 커튼 덮어두는 방법을 알게 되었을 뿐이다. 사람인이상 그 불안을 영원히 사라지게 할 수는 없는 것 같다. 살짝 덮어두어 그저 잠시 잊고 지낼 뿐.

 

어쨌든 2014년에는 그 무지개 커튼이 조금더 두꺼워지기를 바라며, 오이군과 함께 새해 맞이를 하러 종각으로 향했다.

이곳은 2009년 오이군이 처음 한국에서 새해를 맞이 했던 곳으로, 우리에겐 나름 추억의 장소이다. 그러나 그 추억만을 생각하며 미처 잊고 있던 것이 있으니 바로 이곳에 몰려드는 수많은 인파였다.

 

 

11시 15분경, 종각역에서 나왔을 때는 가수들을 동원한 정규 행사가 한창 진행중이었고, 각종 단체에서 몰려나온 농악놀이 인파와 구경꾼들로 북적이고 있었다. 감자는 지하철에서 졸던 사람이 쏟은 커피를 치마에 뒤집어 쓴 덕분에 싸구려 커피향기를 폴폴 풍기며 인파속으로 뛰어 들게 되었다. 커피 세례로 액뗌도 마쳤겠다, 2014년엔 오직 해피 라이프만 기다리고 있으리라는 기대를 가득 품고서.

 

 

 

 

 

모두가 웅성 웅성 카운트다운을 기다리고 있었고, 우리도 고프로를 머리에 장착함으로써 신년 맞이 준비를 마쳤다.

꽤 들을만한 가수들이 노래를 부르며 2013년을 배웅하는 것 같았지만, 바로뒤에서 두드려대는 꽹과리소리에 묻혀 들리지 않았고, 인파의 장벽에 가려, 뵈는 것도 없었다. 결국 그때 내가 할 수 있었던 것은 내 손에 들린 카메라를 이용한 셀카놀이. 그러나 그나마도 이리 저리 치이느라 다 흔들려서 잘 되지 않더라. 내가 왜 여기에서 이렇게 새해를 맞아야하는지 꾸물꾸물 의문이 고개를 들려는 찰라, 웅성이는 소리가 하나로 모여, 카운트다운이 시작되었다.

 

48, 47, ...... 7,...3, 2, 

 

 

1

전광판에 1이라는 숫자가 떠오르고, 사람들의 행복한 환호가 들려왔다. 

새해 복 많이 받으세요~

 

 

무대에서 금빛 축하 리본이 하늘로 솟구치고, 사람들의 카메라 액정 또는 스마트폰도 일제히 솟아올랐다. 예전에는 새해 카운트다운을 마치고, 서로를 부둥켜 안는 등의 세레모니를 했었는데, 이제 시대가 바뀌어 카메라 액정을 치켜 올리는 세레모니를 한다. ^^;

 

나도 질세라 액정을 한번 번쩍 치켜들어주고, 오이군과 올해도 최선을 다해 열심히 놀아보자고, 덥썩 끌어 안고, 커플 세레모니를 했다. 그때 옆에 있던 여자가 우리를 힐끔 보더니 남자친구에게 나도 저렇게 해줘! 라고 하는 소리가 들린다. 훗. 귀엽네. ^^;

 

보신각의 종소리가 청명하게 광장을 메우기 시작하자, 다함께 한살을 집어 먹은 사람들이 우루루 광장을 빠져나간다. 이곳의 메인 이벤트는 저 종치는 것이 아니었던가? 이상하게도 별로 관심들이 없어보인다. 덕분에 사람들의 물결에 저만치 쓸려 나간 오이군. 인파에 묻혀 잃어버릴까 살짝 걱정했으나, 주위를 둘러보니 이렇게 보이더라.

 

 

그 어디에 섞여 있어도 내눈엔 오이군만 보인다. 물론 시야가 높은 그가 우뚝서서 나를 뚫어지게 바라보고 있기 때문이기도 하지만 말이다. 

 

2014년에도 이렇게 세상의 물결속에 흔들리지 말고, 서로를 바라보자고 살짝 다짐해 본다. 주변 사람들을 무시한 채 유아독존 하자는 이야기가 아니라, 물결을 타며 더불어 살 되, 정말 소중한 것들을 놓치지 말자는 이야기이다. 식상한 말이지만, 가장 많이 실수를 하게 되는 부분이기도 하다. 늘 곁에 있어서 소중한 것들이 무엇인지 잘 살피며 파도타기도 해야하는데, 아직도 세상에 초보인지라 파도도 타지 못하고, 소중한 것을 쥔 손도 놓아버린채, 그저 휩쓸려 버리는 경우가 종종 생긴다. 

 

 

 

감자로 팝콘 튀기기
왜 나를 싫어해?

 

 

종각에서의 새해 맞이 하이라이트는 바로 이 셀프 폭죽놀이가 되겠다. 사람이 몰린 중심을 제외한 곳에서 폭죽을 터트리도록 안전요원들이 폭죽 인파를 한적한 곳으로 분산시키는데, 그게 정말 좋은 생각이었다는 것을 온몸으로 실감했다. 왜냐하면 아래 동영상을 잘 보시면 알 수 있다.

 

 

Video. 감자 2014년에 팝콘될 뻔 하다

 

 

동영상에서 보시다 시피, 불꽃 입구가 막혀 있었는지 처음 3-4발이 공중으로 올라가지 못하고, 바닥에서 터져버린 것이다. 꺄아하는 비명과 함께 주변에 있던 사람들이 홍해 갈라지듯 쫙 갈라졌다. 그리 화력이 세지 않은 불꽃이길 망정이지 들고있던 나는 새해 첫날부터 팝콘으로 재탄생할 뻔 했지 뭔가. 그런데, 벌렁거리는 내 심장을 아는지 모르는지 오이군은 재밌어 죽겠다는 눈치. 사람들이 널 다 싫어 한다며 깔깔거린다.

 

 

축제때는 모두가 너그로와져, 이렇게 남의 사진에 브이를 그리며 자신을 얼굴을 무료로 제공해 주는 경우가 종종 생긴다. 사진만 찍으려고하면, 모르는 이들이 달려들어 주변을 장식하는게 아닌가. 새해 선물로 초상권을 공짜로 주고 싶은 그들의 마음을 200% 받아들여, 포스팅에 공개하기로 했다. 나중에 딴말하기 없기~

 

 

 

 

 

 

새해 첫날 집으로 오는 길
영화 속의 조연들처럼

 

 

새해 맞이로 한잔 할까 살짝 망설이다가 술 좀 고만 먹으라고 구박하는 피트니스 클럽 강사님의 목소리가 들리는 듯 해서, 밀크 버블티 한잔으로 합의를 봤다. 그 사이 연장영업하는 대중교통도 끊겨, 택시를 잡으러 지하도를 건너며 셀카질을 했는데, 우리가 마치 영화속의 조연처럼 나왔다. 

어딘지 영화 타잔의 치타와 제인이 떠오른다는...

 

이렇게 2014년 새해가 밝았다.

늘 그렇듯이 올해는 더 좋을거라는 기대를 살짝 품으며 또 한해를 맞이한다. 25넘은 뒤로 나이 먹는 것은 다들 싫어하면서, 왜 새해 첫날은 이렇게 좋아라 하는지 이유를 알 수 없지만, 어쨌든 우리도 신이나서 2014년을 기념했다.

 

올해는 더 많이 느끼고, 더 많이 웃고, 더 많이 즐기고, 더 많이 만나고, 더 많이 사랑하고, 더 많이 움직이며 보내야 겠다. 세월과 함께 감각과 감정이라는 것이 퇴화하지 않도록. 그래서 내가 사라져 버리지 않도록.

 

 

여러분 새해 복 마아아니 받으세요!

Happy New Yea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