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Japan | 일본/Japan | 도호쿠 : 아키타, 아오모리
[아키타] 여심을 흔들어 놓는 마을, 가쿠노다테
2013. 12. 28. 22:37

우산도 없이 비을 맞으며 이길을 걸으니...
가쿠노다테 우중 산책

 

 

우리의 아키타 여행의 첫 목적지 가쿠노다테에 도착했을 땐 비가 추적 추적 내리고 있었다. 덕분에 아직도 남아 있는 주황빛 단풍들이 몸위에 쌓인 눈을 후두둑 털어내며, 마지막 가을빛을 한껏 발하고 있었다. 이곳은 서울보다 훨씬 북쪽에 위치하여 겨울이 더 빨리 찾아 왔을 줄 알았는데, 군데 군데, 눈도 쌓여 있고, 아직 주황빛 단풍도 남아있어 두계절이 공존하는 독특한 모습을 보여주었다.

 

 

 

 

 

비오는 거리를 바라보다 문득 떠오른 장혜진의 우雨를 흥얼거리며 차에서 내렸다. 청량한 공기가 폐에 가득 차오르는 느낌이 났다. 푸드득 소리에 하늘을 바라보니 머리위로 엄청난 수의 오리떼가 지나가는 것이 보인다. 이곳이 가쿠노다테구나.

 

 

한쪽에서 따뜻한 불빛의 일본식 건물들이 어서 오라고, 겨울비에 젖은 몸을 따뜻하게 녹여주겠다고, 손을 흔들기에 다가가 보았다. 모두 여러가지 달콤한 일본과자들을 파는 기념품 가게였다. 식사 후였다면 향긋한 차 한잔과 달콤한 과자로 가쿠노다테 셀프 환영식을 열어 보았을지도 모르겠다.

 

 

주차장의 오른쪽으로 히노키나이 강이 유유히 흐르는 모습이 보인다. 강주변으로는 길게 끝이 보이지 않을 만큼 벗나무가 자리잡고 있었다. 봄에 돌아와 벚꽃 축제가 열릴때 강가의 공원을 걷는다면 얼마나 아름다울까? 

 

이슬비 내리는 강변을 살짝 걸어보고 싶었는데, 오이군의 눈빛이 심상치 않다. 당장 코앞에 밥을 대령하지 않으면 나라도 잘근잘근 씹어먹을 것 같다. 요즘에는 주객이 전도된것 같다. 밥안주면 화내는 것은 나의 몫인데...어쨌든 배고픈 오이군을 위해 대충 사진만 찍고, 마을 안쪽으로 발걸음을 옮겼다.

 

 

출출했던 배를 채우고나니 다시 마음도 풍요로와져 기분좋게 마을을 감상할 여유가 생겼다.

 

비가 오는 날의 좋은 점은 사물의 색이 한층 더 짙게 보여, 단풍이나 봄꽃철에는 나무들이 화려하게 불타는 듯 하다는 것이다. 불타는 비에 젖은 나무, 뭔가 아이러니 하다. 게다가 나뭇 가지끝에 영롱하게 맺힌 빗방울은 그 어떤 보석보다도 아름다워 홀린 듯 바라보다보면, 어느새 가랑비에 흠뻑 젖어 있기 십상이다. 

 

 

마을을 거닐다 한가지 재미있는 것을 발견했다. 바로 가쿠노다테의 겨울 맞이 풍경인데, 적설량이 워낙에 많다보니, 그 무게에 나뭇가지가 부러지는 것을 막기위해 집집마다 정원의 모든 나무들에게 널판지로 지붕을 만들어 준 것이었다. 각 건물의 창문도 마찬가지였다. 눈에 덮히지 않도록 나무 판을 덧대어 놓았다. 또 거리의 담장아래에 작은 물길이 나있는데, 눈이 녹으면 물길을 따라 배수가 잘 되도록 하기 위함이다. 한번 눈이 오면 1m씩 쌓이는 것은 기본이고, 평균이 2m라 하니, 이렇게 미리 준비하지 않을 수 없겠다. 오랜 세월 자연 환경을 극복하며 살아온 마을 주민들의 지혜가 돋보이는 모습이었다.

 

 

아기자기한 마을에 어울리는 오래된 차한대가 지나갔다. 

내가 처음 스위스로 이사갈 때, 유럽에가면 모두 이런 귀여운 경차를 타고 다닐것을 상상했다가 적지 않게 실망했었는데, 생각치도 않은 일본에서 기대하던 유럽의 모습을 자주 만나게 된다.

 

 

 

 

가바 세공 전승관
사무라이의 뛰어난 예술감각

 

 

주차장에서 마을로 들어오는 길에 첫번째로 눈에 띄었던 곳이 바로 이 머리 묶은 나무들이었다. 흐드러진 가지들을 묶어서 차분하게 정리해 놓은 것을보니 역시, 정리 정돈에 일가견이 있는 일본 답다는 생각이 들었다.

 

 

머리 묶은 나무가 있던 집은 바로 가바 세공 전승관이라는 곳으로 벗나무가 많은 가쿠노다테의 가바 세공에 관한 역사가 담겨 있다. 가바 세공은 벗나무를 이용한 공예품인데, 예전에 계급이 낮은 무사들의 집에서 주로 만들어졌다고 한다. 이곳의 사무라이들은 무예와 예술 감각을 함께 겸비했던 모양이다.

 

 

 

 

 

세공품은 이런 짙은 체리목 위에 벚꽃 무늬를 아름답게 넣어 만든 것으로 조그마한 숫가락, 젓가락부터 커다란 함과 서랍장까지 다양한 제품으로 만날 수 있다. 

 

 

어딘지 유럽풍으로 느껴지는 건물 내부가 꽤 매력적이니, 유료 전시장에 딱히 관심이 없다면, 식당과 기념품 가게만이라도 둘러보면 좋겠다.

 

 

 

벚꽃의 향기 속으로
먹고 싶은 향기

 

 

우리는 사무라이 마을로 가쿠노다테를 찾지만, 일본인들에게 이곳은 벚꽃으로 더 유명한 모양이다. 식당에도 상점에도 봄 벚꽃축제에 대한 사진과 포스터가 끊이지 않더니, 가바 세공에 이어, 이번엔 핑크빛 벚꽃 제품들이 여심을 사로잡았다. 현란한 핑크빛을 시큰둥하게 바라보는 오이군에게 등을 돌린 채, 정신없이 제품들을 번갈아 들고, 킁킁거리며 향기를 맡아보았다. 은은한 벚꽃의 향이 머릿속에 기분좋게 도는 것을 느끼며, 향기가 어딘지 비오는 날 과 잘 어울린다고 생각했다.

 

 

이곳에서도 많은 종류의 가바 세공품을 만날 수 있다.

 

 

 

고양이 상점
고양이 가게에 고양이는 팔지 않습니다

 

 

고즈넉한 마을에서 번뜩 눈에 띈 어딘지 익살스러운 고양이 액자. 

어느 집 앞에 마치 고양이가 꼬리를 살랑 살랑 흔들며 먹이를 유인하듯, 우리를 유혹하는 모습이 보였다. 우리는 그 귀여운 부름에 기꺼이 응답하여 상점으로 들어섰다. 

 

 

상점으로 들어서자 별세계가 펼쳐진다. 고양이 모양으로 만들 수 있는 모든 제품이 이곳에 전시되어 있었던 것이다. 어딘지 새침하고, 신비로운 분위기의 고양이들이 사방에서 반짝이는 눈으로 우리를 바라보는 듯 했다. 스위스에는 애완동물로 고양이가 다수를 선점하고 있는데, 오이군 역시 고양이 광팬 중 하나로써, 정신을 못차리며, 제품들에 몰입하는 모습을 보였다. 음...고양이 인형을 하나 사줬어야 했나. 긁적.

 

 

이 가게의 컨셉에 우연히 딱 맞게도 나는 오늘 고양이 가방을 들고 왔기에 기념사진 한컷 ^^

 

 

 

 

 

아기자기한 상점들과 달콤한 생모로코시 디저트 그리고 앙증맞은 카페와 레스토랑. 

가쿠노다테는 사무라이 마을이라고 해서, 어딘지 딱딱하고, 절도 있는 마을의 모습을 상상했는데, 의외로 여자들의 감성을 자극할 많한 요소를 많이 가지고 있었다. 단짝 여자 친구 또는 엄마와 딸, 연인들의 데이트 코스로 최적의 장소이지 싶다.

 

 

 

 

취재지원
이 포스팅은 아키타현 관광청에서 여행경비(항공권, 숙박비, 교통비, 식비)를 지원받아 블로거 본인이 자유롭게 여행한 후 작성되었습니다.

여행날짜
2013.11.3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