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과 유럽문와의 절묘한 조화
하코다테를 아시나요?
북해도 하면 모두 삿뽀로와 영화 러브레터로 유명한 오타루를 떠올린다. 나도 이번 북해도 여행에서 두 유명한 도시를 기대하며 떠났는데, 전혀 생각치도 못했던 의외의 도시가 나의 마음을 사로잡아버렸다. 그 매력 덩어리는 바로 하코다테, 홋카이도 남쪽의 작은 항구 도시이다.
하코다테는 일본의 첫번째 국제 무역항으로 개항하여 빠르게 서양문물을 받아들였다고 한다. 그래서 유럽풍의 건물들이 많이 있었는데, 일본의 아기자기함과 절묘하게 조화를 이루어 매우 독특한 분위기를 풍기는 곳이었다. 어업도 여전히 도시의 주요 산업으로 자리하고 있어 많은 고깃배들, 특히 오징어 잡이 배들이 정갈하게 정박되어 있었는데, 항구와 어선이 이렇게나 깔끔할 수 있다니, 역시 깨끗함에서 두번째 가라면 서러울 일본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북해도에서 세번째로 큰 도시로 일본 국내에서 설문조사를 한 결과 가장 매력적인 도시중 하나로 손꼽혔다고 하는데, 직접 그 골목길 사이사이를 천천히 걸어보면 충분히 공감이 간다.
예전에 국제 무역으로 수출입 되던 물건들과 잡아온 생선들을 보관했던 벽돌 창고군이 귀여운 상점들과 레스토랑으로 변해있고, 산기슭을따라 오르면 평화로운 마을 전경을 한눈에 내려다 볼 수 있다. 그 외에도 옛 영국 영사관과 3개의 각기 다른 스타일의 유럽식 교회등 작지만 볼거리가 오밀 조밀 몰려있는 하코다테. 그 중에서도 이곳을 유명하게 만든 제일 큰 이유는 저어 멀리 보이는 산위에 있다. 바로 홍콩, 나폴리와 더불어 세계3대 야경 중 하나라는 하코다테의 야경이 그것이다.
까마귀의 엄청난 군무
로프웨이 가는 길
야경을 보기위해서는 로프웨이라 부르는 곤돌라를 타고 산꼭대기로 올라가야한다. 하치만자카라고 불리는 언덕길을 올라 교회와 영사관등을 구경하고 로프웨이로 발걸음을 돌리는데, 쌀쌀한 날씨에도 거리에 사람들이 많은 것이 웬지 오래 기다릴것 같은 예감이 들었다.
우리가 곤돌라를 타고 올라갈 산꼭대기가 그리 멀지 않게 보인다. 낮에 곤돌라를 타고 올라갔다면, 산 아래 아직 남아있는 늦가을의 단풍을 감상하며 걸어내려와도 좋을 것 같았다. 그러나 우리는 아직 해가 남아있을 때 도시의 전경을 보고, 유명한 야경도 보고 싶어서 해질무렵 로프웨이를 타기로 했다.
막상 로프웨이타는 곳에 도착했을 때 예상보다 많은 사람이 긴 줄을 이루고 있어 놀라기도 했지만, 일행의 눈을 사로잡은 것은 바로 엄청난 수의 까마귀들이었다. 과장하지 않고, 천마리도 넘어보이는 까마귀가 산 정상과 곤돌라 케이블을 뒤덮고 있었던 것이다. 곤돌라가 지나갈 때마다 케이블에 앉아있던 수백마리의 까마귀가 일제히 날아올라 마치 가창오리의 군무를 보는것처럼 까마귀의 군무가 연출되니, 이것도 나름 장관이더라는. 로프웨이 안에서도 보면 멋질 것 같았으나, 아쉽게도 우리가 곤돌라에 탈 때엔 이미 해가 저물어버려서 까마귀들이 어디론가 모두 사라져버렸다.
사실 이런 공포영화 분위기가 전혀 아니었는데, 음악을 골라놓고 나혼자 키득 거렸다. 이런 배경음악하나 깔아 놓으니 평화롭고, 뭔가 향수가 묻어났던 하코다테의 가을 저녁이 순식간에 공포영화로 둔갑한다. ^^;
바다위로 쏟아진 별들의 향연
세계 3대 야경을 만나다
드디어 곤돌라에 올라탔을 땐 이미 해가 저물어있었다. 시간이 지나면 대기줄이 짧아질까 싶어, 잠시 다른곳에 다녀왔는데, 천만의 말씀. 이곳은 야경이 유명한 곳이기에 해가 저물자 더 많은 관광객들이 몰려왔던 것이었다. 세계 3대 야경이라 불리는 하코다테의 야경을 보기위해 세계 각지에서 온 사람들로 곤돌라가 가득찼다.
이것이 바로 그 유명한 하코다테의 밤.
막상 올라가보고, 조금 의외의 야경에 처음에는 고개를 갸우뚱했다. 세계 3대 야경쯤 된다면 끝없이 화려한 빌딩숲이 요란하게 빛나며, 휘황찬란한 불빛이 번쩍여야한다고 생각했는데, 이곳은 기대에 비해 아담하고, 차분한 느낌이었기 때문이다. 3대야경이라는 것을 누가, 언제, 어떤 기준에의해 정한 것인지는 모르겠지만, 아마 우리가 흔히 생각하는 그런 기준은 아닌 듯 하다.
가만히 보다보니 선이 매우 분명한 잘 정리된 야경이라는 느낌을 받았다. 다른 큰 도시들의 중구난방으로 정신없이 불빛이 번쩍이는 야경과 달리, 바다와 도시의 경계가 아름답게 정리된 선이 아름다운 야경이었던 것이다.
밤에도 끊임없이 올라오는 곤돌라. 혹시나 전망대가 가득차서 북적되는 사람들로 고생하는 것이 아닐까 싶었는데, 의외로 한산하다. 로프웨이에서 내려 사람들이 몰려가는 앞쪽 말고, 기념품샵 뒷문으로 나가면, 건물 한층정도 낮지만 매우 한적한 장소가 나오니 관람시 참고 하시길. 모두들 앞만보고 가려고 하지, 뒷쪽으로 가볼 생각은 안하기때문인 것 같다.
2층 전망대에 올라 아래에서 구경하는 사람들을 보니 뭔가 뭉클한 느낌이 든다. 같이 1층에 끼어있을때는 관람에 방해가 되는 귀찮은 인파였는데, 멀리서 가만히 보니 다정한 연인들의 모습이 아름답고, 오손도손 모여있는 가족들은 마음에 따뜻함을 주고, 삼삼오오 친구들이 모여 나이를 불문하고, 즐거움에 떠드는 모습이 귀엽기 그지 없다. 모두 다른 언어로 떠들고 있는데도, 몸짓만으로 그들 모두가 사랑하는 사람들이라는 것을 알 수 있었던 것이다. 세계의 공통언어인 사랑은 꼭 언어로 전해지는 것이 아니니까.
밤을 수 놓는 하코다테의 일루미네이션
한밤중의 하코다테를 걷다
야경을 실컷 구경하고, 다시 하코다테의 붉은 벽돌 창고가 있는 항구로 내려 왔다. 밤이 되니 건물들에 일루미네이션이 점등되어 평일에도 축제같은 분위기가 느껴진다. 아직은 이렇게 붉은 나뭇잎이 바닥을 장식하고 있는 가을인데도, 불빛과 찬공기가 어딘지 크리스마스를 생각나게 했다.
모두들 쌀쌀한 날씨에 따뜻한 커피한잔이 생각나서 항구에 있는 스타벅스로 발걸음을 옮겼다. 조명이 밝혀진 야외 테라스도 예쁘지만, 이곳은 작은 항구와 오징어 배들이 가지런히 정박되어 있는 모습을 볼 수 있는 낮이 더 매력적인듯 하다.
카페에 들어서자 벌써 부터 크리스마스 장식들로 우리의 추운 몸을 따뜻하게 녹여준다.
크리스마스. 그렇다. 하코다테는 어딘지 겨울과 잘 어울리는 곳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아기자기한 장식들과 반짝이는 불빛, 앙증맞은 항구와 단정한 야경. 상상하는 북해도의 모습대로 눈이 소복히 쌓인다면, 더없이 아름다울것 같은 하코다테. 올겨울 주말여행으로 완벽한 곳이란 생각이 든다.
하코다테 전망대
函館山展望台
홈페이지
주소
Hakodateyama, Hakodate, Hokkaido 040-0000 일본
전화
+81 13 823 3105
오픈
4월 20일-9월 30일 10:00~22:00 / 10월 1일-4월 19일 10:00~21:00
요금
대인 1800엔, 소인 900엔
구글맵
QP53+QV 하코다테시 일본 홋카이도
가는법
트램으로 주지가이정류장까지 5분 – 로프웨이 승강장까지 도보 10분 – 정상까지 로프웨이로 약 3분
취재지원
이 포스팅은 하나투어, 겟어바웃, ANA항공에서 여행경비(항공권, 숙박비, 교통비, 식비)를 지원받아 블로거 본인이 여행한 후 작성되었습니다.
여행날짜
2013.11.09
저도 홋카이도 대도시 중에는 하코다테가 제일 기억에 남네요. 제가 사람 많은 붐비는 곳을 싫어해서 그런지 삿포로와 오타루는 먹거리 말고는 그저 그렇더라구요. 하코다테는 정말 오래된 목조 건물들 안에 아기자기 꾸며진 곳들이 정말 인상적이었어요.
맞아요, 맞아요~ 저도 그런 이유로 좋았던 것 같습니다. 근데…지난 여름에 갔더니 사람 엄청 많더라고요 ^^;;; 이번엔 남편이랑 함께 갔는데, 제가 막 설레발을 쳐놔가지구 제가 말했던 그 분위기가 아니라며 남편이 투덜 투덜…^^;; 그래도 저는 여전히 좋던데 말이죠. ㅋㅋ
아~ 하코다테도 여름에는 사람이 있구나 ㅎㅎ 홋카이도 성수기도 여름으로 알고 있어요.
전 4월 비수기에 갔는데 겨울에 다녀온 사람 말로는 겨울에도 사람이 별로 없다고 하더라구요. 돌아다니면서 하도 사람들이 없어서 (거의 shelter in place령 내려진 요즘 분위기) 대체 이 가게들이 어떻게 유지를 하나 염려가 되었네요.
비밀댓글입니다.
도시 전체가 조명을 매우 잘 해놓았군요! 멀리서 내려다본 야경은 은하수 같아요. 하코다테 야경이 유명하다고 하는 이유가 있었군요^^
저는 모르고 갔었는데, 이곳이 그리 유명했더라고요 ㅋㅋㅋ
유명세에 부응하느라 일부러 도시 전체 조명을 전부 맞춰 놓은 것 같아요. 튀는 색이 하나도 없이 일률적인 색이더라고요 ^^
햐~ 가을 분위기도 좋고~ 야경도 정말 멋지네요~ ㅎㅎㅎ
야경은 언제봐도 뭔가 뭉클한 느낌이 있는 것 같아요 ^^
이젠 국내여행을 마치고 일본여행을 하고 있군요..
일본의 홋카이도 여행에서 하코다테의 환상적인 야경을 전망대에서 볼수 있었구요..
몇년전 홋카이도 여행때는 시간이 맞질않아 하코다테를 들려보지도 못했고 전망대에서의
아름다운 야경도 보지못한것이 아쉬움으로 남는답니다..
전망대에서 보이는 홋카이도 시가지 야경은 역시 세계 3대 야경에 들어갈 정도의 또다른 아름다움
이기도 하네요..
덕분에 잘보고 갑니다..
편안하고 행복한 주말이 되시기 바라면서..
어머나, 아녜요. 아직 한국여행중입니다.
이건 예전에 취재로 댕겨온건데, 게으름 부리다 지금에서야 올립니다.
그때 하도 비가 오고 날씨가 궂어서 딱히 즐거웠던 여행이 아니다보니 여행기가 잘 안써지는 것 같습니다. ㅋㅋㅋ
영국 영사관까지 있던 것을 보니 .. 예전부터 제법 큰 도시였나봅니다 ..
촘촘히 박혀 있는 별빛들이 멋드러진 선을 만들어 내는것이 예뻐보입니다 ..
이런 야경은 실제로 보면 더 황홀경이겠다는 상상을 마구 하고 있습니다 .. ㅎㅎ
옛날에 일본에서 처음 개항한 곳 중에 하나라네요. 아주 오래된 무역항이라 외국배들이 많이 들어왔던 모양이예요.
그죠. 풍경이라는게 사진속에 다 갖히기 어려운듯 합니다. ^^
정말 별이 쏟아지는 바다라는 표현이 맞네요.
머리 위의 별바다가 아니라 눈 아래로 펼쳐지는 별바다네요.
정말 너무 아름답습니다.
색이 알록달록한 것이 아니라 전부 일률적인 색이라 정말 별같아보였어요 ^^
흰눈이 쌓인 날 보면 더 아름다울 것 같기도 합니다.
동영상 속 배경음악 들으니~ 웃음이 납니다.
음악이 좀 무섭네요. ㅋㅋ
그리고 야경이 정말 환상적입니다.
보면서 우와~를 연발했거든요. ㅎㅎ
좋은 하루 보내세요!
ㅋㅋㅋ 네. 저런 분위기는 사실 아니었거든요. 뭔가 평화로운 대자연의 분위기였는데, 까마귀의 매력이 저 음악덕에 두배로 살아났네요 ㅋㅋㅋ
에스델님도 행복한 연말 보내세요!
사진으로만 봐도 야경이 저렇게 이쁜데 실제로 보면 얼마나 이쁠지 생각을 하면서 보게 되는거 같습니다.
그죠. 사진이 감동을 전부 전달하지 못하는 것 같아서 아쉽니다. ^^
저도 이 곳을 12월 초에 다녀왔습니다.
상세한 소개 잘보고 갑니다 ^^
와우. 12월에는 눈이 와서 더 예뻤을 것 같아요.
저는 가을의 끝이었는데, 나름 분위기 괜찮았네요. 북해도서 가장 기억에 남는 곳이었어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