타자와코의 풍경을 반찬삼아
로맨틱한 커플여행 Tip 1 : 잘먹어야 한다
타자와코의 가슴이 뻥 뚫리는 듯 시원한 풍경을 계속 바라봤더니 정말 뱃속이 뻥 뚫렸는지 갑자기 심한 허기를 느꼈다. 큰일이다. 결혼 7년쯤 되면 여행하다 배가 고프면 매우 큰일이 아닐 수 없다. 신혼 초엔 배고파도 본성을 숨길 수 있었는데, 이제 둘다 스물 스물 곤두서는 신경을 감추지 않기 때문에, 야채전(쟁)으로 번질 수가 있다. 이럴 때는 눈에 띄는 첫번째 음식점으로 얼른 들어가는 것이 즐거운 커플 여행을 지속할 수 있는 팁.
다행히 호수를 한바퀴 돌았을 무렵 저쪽에 커다란 음식점이 하나 보였다. 대충 보기에 공장 같아 보이기도 해서, 살짝 망설이다 짧은 일본어로 간신히 레스토랑이라 쓰여 있는 것을 읽어내고는 기뻐 달려 들어갔다. 사실 사진처럼 간판에 레스토랑이라고 커다랗게 쓰여있는데, 나에게는 익숙치 않은 언어라 집중하지 않으면 한눈에 들어오질 않는다.
배가 고파서 뭐라도 다 맛있게 먹을 수 있을 것 같았는데, 음식점이 기대 이상으로 멋진 것이 아닌가?
따뜻한 느낌의 원목 의자와 테이블이 놓여있고, 3면이 전부 유리창이라 부드러운 햇살이 기분좋게 들어온다. 특히 창가의 2인석은 둘이 나란히 창밖을 보며 앉을 수 있어, 타자와코의 평화로운 풍경을 반찬삼아 식사를 할 수 있다.
이런 곳에서라면 삼겹살 3인분을 혼자 먹고 들어왔는데, 다시 삼겹살이 나온다 하더라도 맛있게 먹을 수 있을 것 같다. ^^;
일본에 온 뒤로 음식을 주문할 때는 매번 깜짝쇼다. 대략 짐작하고, 주문을 했는데도 대부분 전혀 상상하지 못한 다른 것이 나오기 때문. ^^; 오늘도 전날 가쿠노다테에서처럼 메뉴 선택을 놓고 고전할 각오를 하고 들어왔는데, 이곳은 이렇게 센스 있게 메뉴를 커다란 사진과 함께 입구에 떡 붙여 놓은 것이 아닌가. 메뉴판에 사진을 붙여도 되었을텐데, 굳이 한 벽면을 메뉴사진으로 채운 저의는 잘 모르겠지만, 어쨌든 마음편하게 이쁜 그림(?)을 하나 고르고 창가에 자리를 잡았다.
눈앞으로 펼쳐지는 아름다운 풍경.
살짝 구름이 짙어지기 시작했는데, 그 사이로 빛이 내리는 모습덕에 전설이 깃든 호수가 더욱 신비롭게 보였다. 정말 용이 하늘로 올라갈 것만 같은…
오라에의 맛, 멋
로맨틱한 커플여행 Tip 2 : 스맛폰을 살짝 접어둬야 한다
그런데, 우리 오이군, 화장실에 다녀오며 보니, 눈앞으로 시원하게 펼쳐지는 풍경따윈 안중에 없고, 스맛폰 삼매경에 빠져있다.
무료 와이파이가 잡혔기 때문.
에효, 인터넷이 그리 좋으면 그냥 집에 있자, 자기야 -_-;
요즘 가끔 친구들을 만나면, 단체로 각자의 스마트 폰에만 집중하고 있는 순간이 있다. 오이군과 여행할 때도 마찬가지다. 간혹 서로의 존재를 잊은 채, 여행지의 멋진 풍경도 뒷전이고, 스마트폰에 정신이 팔릴 때가 있다. 기껏 멋진 곳에서 함께 즐거운 시간을 보내자고 나와서, 결국 스마트 폰과 즐거운 시간을 보내고 돌아간다. 자제하려고 노력중인데, 무의식 중에 튀어나오는 어딘가 안타까운 모습이다.
무료 와이파이라는 말에 나도 스맛폰으로 자꾸만 옮겨가는 손을 진정시켜가며, 오손 도손 음식을 기다리는데, 살짝 쌀쌀한 느낌이 들어 어깨를 움츠렸다. 그러자 센스 넘치는 종업원이 얼른 무릎담요를 건네준다. 기왕이면 자리도 따뜻한 벽난로 옆에 앉고 싶었는데, 아쉽지만 그 자리는 ‘아이리스’ 특별석. 아키타의 구석 구석 묻어있는 아이리스의 흔적. 이곳도 예외가 아니었다. 사실 이 분위기 좋은 음식점을 그냥 지나쳤다면, 그것이 더 놀랍겠다. 바로 저 벽난로 옆자리에서 김태희와 이병헌이 앉아 맥주를 마시는 장면을 찍었던 것이다.
깔끔한 프레젠테이션의 음식이 차려졌고, 꼭 허기지지 않았더라도 눈앞에 펼쳐지는 풍경 덕에 음식이 맛있게 느껴졌다. 사실 매우 객관적으로 평가했을 때 음식맛 자체는 평범한 편이다. 게다가 닭가슴 살인줄 알고 주문했던 나의 메뉴는 돼지 목살 스테이크. 그림이 있었음에도 또다시 깜짝 메뉴가 되어버렸다. ^^; 오이군의 도리아도 평범한 케찹 볶음밥에 치즈를 얹어 오븐에 구워 나오는 것으로 나에게는 살짝 부족한 맛. 그래서 이 음식점이 마음에 들지 않았느냐고? 천만의 말씀. 평범한 맛에도 불구하고, 다음에 아키타에 온다면 주저없이 다시 들르고 싶은 매력 넘치는 그런 곳이다.
수제 맥주의 향기
로맨틱한 커플여행 Tip 3 : 가끔은 맥주한잔으로 분위기를 잡아주는 센스가 필요하다
이 음식점이 밖에서 봤을 때 어딘지 공장 같아보였던 이유가 바로 여기에 있었다. 이곳은 직접 맥주를 제조해 판매하는 곳이였던 것이다. 전국적으로 상을 휩쓸정도로 훌륭한 맛을 가진 맥주라고 한다. 그래서 아이리스의 주인공들도 이곳에앉아 맥주를 마셨던 것. 시원한 생맥주는 물론 병맥주도 그 종류가 다양하다.
아기자기한 장식이 주욱 늘어선 바에 앉아, 시원한 맥주 거품으로 입술을 적셔가며 풍경을 음미하면, 오래된 로맨스도 새삼스레 불쑥 고개를 내밀 것 같다. ^^
그래서, 우리가 맥주의 힘을 빌어 로맨틱한 오후를 보냈느냐고?
전혀.
우리는 맥주없이도 충분히 늘 로맨틱하다.
…는 아니고, 사실 둘다 맥주를 즐겨하지 않는다. ^^;;;
그래도, 지금와서 생각하니 그 유명하다는 맥주를 한잔은 주문해서 분위기를 잡았어야 했나 하는 아쉬움이 남는다.
모래사장이 있는 호수
로맨틱한 커플여행 Tip 4 : 멋진 곳을 보면 구경만 하지말고, 직접 뛰어들어 볼 것
음식점에서 내내 호숫가를 바라만 보다가, 배가 불러오자 이제 저곳을 걸어보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다.
추운데, 여길 왜 걷냐며 눈이 동그래지던 오이군이 호숫가로 내려서자 성큼 성큼 먼저가며 어서 오라며 손짓을 한다. 찻길을 건넜더니 음식점안에서는 볼 수 없었던, 누구나 반할 만한 모래사장이 시원하게 펼쳐 졌던 것이다. 맞은편의 산만 보이지 않았더라면, 바다라 해도 믿을 것 같다.
이곳의 모랫속에는 매우 굵은 규석이 잔뜩 섞여 있어서, 마치 유리 조각을 사방에 뿌려놓은 듯한 독특한 분위기를 풍겼다. 그 모래위로 한걸음을 내 딛을 때 마다 굵고 투명한 모래알이 사방으로 흩어지며 반짝이는 모습이 어찌나 아름다운지, 오이군과 함께 힘든줄도 모르고 한참을 뛰어다녔다.
그리고, 모래 아랫쪽에는 유황성분이 많이 섞여 있지 않을까 싶은 노란 흙이 덮혀있다. 유리조각같은 같은 모래알도, 노란색 흙도 모두 오래전 화산활동에 의해 생긴거라 추측하며 난데없이 커플 과학 토론회가 열렸다.
오이군 어때? 조금 추워도 직접 와서 걸으니 멀리서 바라보기만 할 때보다 매력이 두배지?
별로 대답이 없어도 yes 라는 것을 알 수 있다.
오이군이 햇살에 부서지는 모래알을 관찰하며 무아지경에 빠져있었기 때문이다.
오라에
홈페이지
주소
Haruyama-37-5 Tazawako Tazawa, Semboku, Akita 014-1204
전화
+81 18 758 0608
오픈
11:00~16:00(토, 일, 공휴일 ~19:30, 수 12:00~)
※ 오라에는 아키타 사투리로 ‘우리집’이라는 뜻이라고 합니다.
취재지원
이 포스팅은 아키타현 관광청에서 여행경비(항공권, 숙박비, 교통비, 식비)를 지원받아 블로거 본인이 자유롭게 여행한 후 작성되었습니다.
여행날짜
2013.12.01
크아!!!
음식도 맛나 보이지만…그 아래쪽의 풍경이며 사진들이 멋스럽네요!!!
윽, 전 오늘 밥한끼도 못먹었는데.ㅜㅜ
이제 슬슬 나가서 밥이나…누구랑 다정히 먹는게 아닌 혼자 쓸쓸히겠지만.ㅜㅜ
아닛, 답글 남기신 시간이 오후 세시가 넘어가는데, 어째 한끼도 못드셨나요?
다 먹고 살자고 하는 일인데, 맛난거 드세요! 😀 ㅎㅎ
바로 이 오레아 음식점 앞 호숫가가 타자와호의 최고 매력 포인트인것 같아요.
경치가 참 예쁘네요. 어디에 붙어있는지 지도를 찾아봐야겠네요.
일본 북서쪽이요. 북해도 보다는 아래인데, 그래도 여전히 눈이 잔뜩 쌓여있다네요. ^^ 대자연을 느낄 수 있는 멋진 곳이었어요. 여름 트래킹이 정말 기대되는 곳입니다. ^^
모래가 설탕 결정 같이 아름다워요 ^^
저 곳에서는 마치 사람이 사는 지구가 아닌
지구 자체로의 자연으로 남아 있어
저 또한 무아지경이 될 수밖에 없겠는 걸요.
저렇게 자연이 고스란히 보존된 모습을 보니 살짝 부럽더라고요.
정말 대자연의 매력에 흠뻑 취할 수 있는 곳이었습니다.
여름에도 정말 멋질 것 같아요. ^^
우와~ 맛있겠네요! 분위기도 좋고~ 맞아요 내가 스마트폰에 조금 손 놓고 있어도 아무것도 변하는게 없는데, 습관이어서 그런지 멋진 풍경을 보아도 자꾸 손이 가더라고요 … 저도 안그러려고 해도 자꾸 ㅎㅎㅎ
그러니까요. 오랜만에 정말 소중한 친구를 만났는데도 저도 모르게 스마트폰 마구 체크하고 있을 때가 있습니다. 대체 뭐 그렇게 중요한 일이있다고 그 소중한 시간들을 스마트폰에 바치게 되는지 모르겠어요. ㅠ_ㅠ
PC로 들리니까 제대로 보이는군요. 홍홍홍.
그나저나 사진도 너무너무 멋지고… 테스트를 우측 배열한 것도 너무 맘에 들어요.
그 와중에 어떻게 하면 이게 가능한가 연구하고 있는 저란 여자는…..;ㅁ;
어찌되었든 아키타현의 멋진 여행기를 또 보기 되어서 상당히 즐겁습니다.
요즘 일하느라 바빠서 다른 분들 포스팅을 제대로 못보고 있는데요,
이렇게 주말 오전에 여행기를 읽어 내려가니까 기분이 참 좋네요. ^^
링크가 안되면 안되는데 ㅠ_ㅠ
텍스트 우측 배열은 CSS로 <p> 태그 안에 있는 것들에 패딩을 400정도 줬습니다. 이미지에는 마이너스 패딩을 줘서 <p>안에 있더라도 왼쪽에 머무르게 했고요.
<p>가 아닌 <div> 안에 있는 이미지나 텍스트는 그대로 있게되는데요, 가끔 p와 div가 마구 섞인 몇몇 옛날 포스팅들은 이미지가 화면밖으로 나가는 만행(?)을 저질러서 제가 첫 포스팅부터 확인하며 망가지는 것들은 전부 태그를 정리하는 노가다를 했슴니다. ㅋ 이제는 모두 깔끔하게 정리되어 다시 스킨이 바뀐대도 한번에 말 잘듣겠지요. 물론 다음번 스킨변경은 엄청나게 먼 훗날일 겁니다. ㅋㅋㅋ 수정하는거 지겨워서 이거 원. ^^;
단 이러다보니 이미지를 무조건 세로 정렬해야하는 단점이 있어서 다양한 레이아웃은 어렵습니다.
본문내 타이틀은 헤더 태그 안에 집어 넣어서 역시 왼쪽에 머물러 있네요. 티스토리는 아시다시피 기본으로 헤더 태그를 에디터에 안 넣어 놓지만, 다행히 서식을 저장할 수 있게 해 줘서 헤더 서식을 크기, 색깔별로 만들어 놓고, 불러쓰는 방법을 취하고 있습니다. ^^ 헤더 태그를 쓰면 구글 검색에 가산점이 있다고 들은 것 같고, 나중에 디자인 변경하기도 좋아서요. ^^
제이유님도 다시 주말을 기다리는 무리에 합류하셨군요. ㅎㅎㅎ
어떻게 보면 그게 더 좋은것도 같아요. 프리랜서는 시간 유동성은 좋은데, 주중과 주말의 구분없이 계속 일하게 된다는 단점이 있네요. -_-; 해가 지는지, 달이 바뀌는지…나는 나의 동굴 속에서.
마늘과 쑥만 먹지도 않는지라 사람될 기미도 보이지 않습니다. ㅋㅋㅋㅋㅋ
와~ 풍경이 정말 멋져요! ㅠ.ㅠ
감사합니다 ^^
정말 멋져서 밥안먹어도 배부르더라고요. ㅎㅎ
물론 열심히 잘 먹었지만서도…
저도 홍콩에서 음식점앞의 사진을 보고 들어간 적이 있었는데
생각외의 음식이 나오더군요.
멋진 사진과 글 잘보고 갑니다. ^^
ㅎㅎ 중어권과 일본을 여행할 때마다 그 문맹의 자유(?)를 즐기면서도 가끔 답답해서 적어도 한자 공부는 다시해야겠다 뭐 그런 생각이 듭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