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저, 여기 이랬었지?! 일상에서 느껴지는 소소한 차이들
오랜만이야, 스위스!
스위스에서 벌써 두 달 반이 흘렀다.
어찌나 정신 없게 매일 매일 돌아다니며 사진 찍고, 정보 긁어 모으느라 바빴던지 두 달 반이 이주처럼 흘러 버렸다. 가끔 스위스 소식도 실시간으로 전해보고 싶었지만 매일 저녁 피곤에 쩔어 기절하느라 실시간 포스팅은 언제나 저 멀리 구름 잡는 꿈. ^^ 그래도 일상을 기록하는 것이 습관이 되어 있던지라 간간히 남겨둔 메모들을 모아보니 그것도 몇 페이지나 된다. 언제나 남의 일기장 엿보는 일은 꿀잼 아니던가. 살짝쿵 공개하는 스위스댁 스위스 일기.
그 첫번째로 오랜만에 스위스로 돌아가니 느껴지는 ‘아. 내가 스위스에 있구나’ 싶었던 것들을 묶어 봤다.
01 /한발 늦는 스위스의 봄
올해는 내게는 유채의 해 인가보다. 제주도에서 연초부터 실컷 보고, 다 질무렵 떠나왔더니, 스위스는 5월 초가 유채시즌의 시작이다. 맞다. 여기 봄이 한발 느리지.
아, 스위스구나.
02 /감 떨어졌다
런던 공항 거쳐 취리히로 왔는데 별로 해외에 온 느낌이 없다. 걍 동네 돌아다니는 기분. 나름 살던데라고 감이 떨어졌나보다. 근데, 내 키가 이상하게 10cm정도 줄어든 것 같네… 늘 워킹 전봇대 같았던 오이군은 그냥 평범한 사람으로 돌아왔다.
아, 스위스구나.
03 /김치랑 밥은 부자들이 먹는 음식
공항에서 밥을 먹으려고 보니 볶음밥 한 그릇이 아시안 음식이라고 파스타 한 그릇보다 1.5배 비싸다.
아…스위스구나.
04 /불법은 불법인데, 단속하지 않는 불법
밥 먹고 집에 가려고 기차역으로 내려왔는데, 어떤 사람이 스쳐 지나가자 마리화나 냄새가 확~풍긴다. 공항엔 경찰도 많은데, 아무리 어설픈 불법이라지만 공항에서도 주저하지 않네…
헐…스위스구나.
05 /가짜 현지인
스위스로 들어올 무렵 한국은 공기 속에 여름 냄새가 나면서 더운 날이 많아져서 아무 생각 없이 옷을 얇게 챙겨 왔더니 스위스는 다들 아직 겨울 점퍼를 입고 다닌다. 반팔 입고 온 어설픈 현지인 오이군과 그렇게 여름이 늦게 온다고 불만을 토로 했으면서 몇 년 만에 왔다고 감 떨어진 나만 싸늘한 초봄 날씨에 부끄러운 발꼬락을 샌들 안에서 꼼지락 거렸다. 우린 5월 초에 도착했는데, 그 전 주엔 무려 눈이 왔다고. (스위스도 4월에 눈 오는 건 드문 일. 알프스 산간지역 빼고) 5월인데, 춥다.
끙…스위스구나.
06 /Restroom에서도 제대로 쉴 수 없는 숏다리의 비애
기차벽에 머리를 쿵쿵 박으며 졸다 집에 와서 18시간의 긴긴 비행+2시간 기차여행으로 오래된 기계음이 나는 몸뚱이를 쉬려고 쉬는 방(restroom) 에 들어갔다. 아…그런데, 전혀 편안하게 쉬어지지가 않는다. 변기가 높아서 앉으면 바닥에 발이 잘 닿지 않았기 때문. 맞다…여기 사람들 키가 커서 변기도 높았었지.
하아…스위스구나.
07 /화장지는 두쪽씩만
쉬는 방이 도무지 편안하지가 않아서 대충하고 나가려고 화장지를 확~잡아 당겼는데, 화장지가 아니라 두꺼운 도화지를 당기는 느낌이 난다. 스위스는 화장지가 두껍다. 한국에서 평소 다섯쪽이 필요했다면 스위스에서는 세쪽이면 된다는. 습관적으로 확확 당기면 화장지를 하루에 한통씩 쓰는 수가 있다.
앗! 스위스구나.
08 /알프스 하면 스위스, 스위스 하면 알프스
약간의 불면 증세가 있는 내가 장거리 비행의 파워로 간만에 퍼지게 자고 시차 때문에 꼭두새벽에 일어났다. 아침 공기를 마시려고 창문을 여니 저 멀리 알프스 산맥이 보이는 구나. 알프스는 사실 오스트리아와 이탈리아에 더 많이 포함되어 있는데, 이상하게 모두들 알프스 하면 스위스를 떠올린다.
어쨌든 아~ 스위스구나.
09 /일찍 일어나는 새만 밥을 먹을 수 있는 곳
장을 좀 볼까 했더니 슈퍼마켓이 7에 전부 닫아 버린다.
이런…스위스구나 -_-;;
10 /넌 내 심장을 마구 뛰게 해
커피가 세다. 카푸치노 마셨는데 손이 막 떨린다.
으아…스위스구나.
11 /이런 여우같은 것!
기차타고 가는데 꽃밭에 여우 한마리가 물끄러미 기차를 쳐다본다. 동네 방네 여우들이 참 많다.
와~ 스위스구나.
12 /레이디 퍼스트 ♡
모르는 남자들이 건물 들어갈 때 마주치면 계속 문을 열어 준다. 엄머, 멋져라 ♡
헤헷, 스위스구나.
13 /입에 음식물 있을 때 이야기 하지 말라니까?
취재하느라 혼자 밥먹을 일이 많았는데 지나가다 눈 마주치는 사람들이 ‘맛있게 드세요.’ 라고 인사를 건넨다. 그럼 지나가기 전에 대답하느라 입에 밥든채로 웅얼웅얼 ‘오맙음미다.’
ㅇㅇ, 으위으우나.
14 /짜게 먹으면 건강에 안좋다는데…
점심에 뇨끼를 먹었는데 너무 짜서 속이 쓰리다.
끄응…스위스구나
15 /분위기는 갑인데…
테라스나 노천 카페는 분위기는 좋은데 금연이 아니라 가끔 담배 냄새로 머리가 아프다.
으으. 스위스구나.
16 /진정한 ‘반려’동물
음식점에도, 호텔에도, 버스에도, 기차에도 심지어는 몇몇 박물관에도 개가 같이 들어온다. 그냥 주인따라 꼽사리껴 들어오는 눈치보이는 존재가 아니라 당당하게 반액 요금이나 어린이 요금을 적용받아 돈을 내고 들어온다. 스위스에서는 동물들이 진정한 ‘반려’동물 또는 가족으로서 인정받는 한 예다.
캬아~스위스구나!
스위스에 살 때는 무뎌졌었던 소소한 컬쳐 쇼크들. 한국에 들어와 살다 다시 가 보니 다른 나라는 다른 나라구나 싶다. 오이군이 워낙 김치찌개 찾는 한국 아저씨가 되어 버려서 잊고 있었어. ㅋㅋ
사진이 정말 엽서네요. 저는 스위스를 잠깐 여행했는데 호수와 설산이 정말 멋졌어요. 제가 본 건 몽블랑과 애비앙 호수라고 하던데… ^^
기억나요. 어떤 분이 초대하셔서 니옹가셨다고 한것 ^^ 일일 교통패스도 주시고 하셨다지 않았나요? ^^ 거기 저는 여름에 팔레오 페스티벌 할 때만 가서 늘 해바라기가 온들판을 메우고 있는 것만 봤네요 ^^
몽블랑과 에비앙은 다 프랑스지만 스위스쪽에서도 완전 가깝게 보이죠. 특히 에비앙은 레만호수에서 배타고 반나절로 다녀올 수도 있는 곳이라 인기 여행지 ^^
사진은 바람처럼님이 더 잘찍으시는 걸요~ 어딜봐도 영화속 한장면 ^^
간만에 왔는데 전국일주 마치고? 고향?으로 돌아가셨군요 ㅋㅋ 천천히 역주행할게요!
오랜만에 뵙습니다, 레이니님!
요즘 넘나 바빠서 블로그가 뜸했어요. 써야할 이야기들이 너무 밀리니 엄두도 안나고 ㅎㅎㅎ
스위스에 있다가 독일로 왔어요. 그냥 여기 저기 떠돌고 있습니다. 한국 잠시 들어갔다가 일본으로 갈까 생각중이예요. 그담엔 어딘가 차 싣고 갈 수 있는 동남아를 생각하고 있어요 ㅋㅋ 그냥 계속 고민 중 ^^;
정말 아름답습니다.
감사합니다 ^^ 참 예쁜 나라이기는 합니다.
와우 정말 멋지네요.
33년 평생 못가본 스위스인데 토종감자님 블로그 통해서 사진으로라도 보게 됩니다. ㅎㅎ
피치알리스님! 오랜만에 인사드리네요 ^^즐거운 여름 보내셨습니까? 블로그 못들어 온 사이에 어느덧 여름이 가버렸어요. 저희에겐 짧지만 굵고 즐거운 여름이었습니다.
알리스님 추석연휴 신나게 보내시기를 바랍니다 ^^
저와 제 남편도 오랜만에 한국에 들어가는지라 요새 이런저런 생각에 빠지는데 오늘은 남편이 묻더군요. 우리 한국에 있을 때 아침식사로 뭐 먹었었냐고. ㅋㅋ 음.. 아마 커피와 삶은 고구마와 또는 삶은 계란 이었던 것 같다고. 독일 고구마와 계란보다 한국 고구마와 계란이 맛있다라는 걸 인정 진하게 했었던 기억이 팍팍 !!
하하. 한국 고구마 맛있죠! 저도 유럽이나 호주 같은 곳에서 그 주황색 또는 보라색 고구마 먹고 얼마나 실망했던지요. 역시 고구마는 밤고구마 입니다 ㅎㅎㅎ
행복한 추억 연휴 보내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