갑자기 훌쩍 여행
영종도의 또다른 섬속의 섬, 소무의도
영종도에서 지냈던 3개월동안 가장 좋았던 점은 조금만 움직여도 여기저기 멋진 섬에 갈 수 있다는 거였다. 서해의 섬들은 이상하게 내가 나고 자란 서울에서 가깝다는 이유로 오히려 자주 안찾아 가게 되는데, 사실 서해에도 남해 못지 않게 비경을 품은 섬들이 숨어 있다.
지난번 신도, 시도, 모도에 이어 이번엔 소무의도에 다녀왔다.
이곳은 영종도에서 에어비앤비(구짱하우스)를 운영하고 계신 구짱님께서 소개해 주셔서 함께 다녀온 곳인데, 마음에 들어 나중에 오이군이랑 남동생을 대동하고 한번 더 다녀오기도 했던 곳이다.
소무의도는 엄마섬인 무의도와 다리로 연결되어 있는데, 특이한 것은 이 다리는 오직 도보로만 건널 수 있다는 것이다. 따라서 소무의도에 가려면 영종도와 다리로 이어져 있는 무의도까지 차량으로 이동해서 소무의도로 가는 다리 앞 주차장에 주차를 한 후 걸어서 들어가야 한다. 섬이 워낙 작기 때문에한 선택이라는데, 덕분에 걷기 싫어하는 사람들은 오지 않아서 그런지 섬 안쪽으로 들어갈 수록 사람이 적어서 한가롭게 이용할 수 있는 점이 좋았다. (섬 한바퀴를 다 돌아도 2.5km 밖에 되지 않는다.)
근데, 소무의도에 갈때 육지에서 영종도, 무의도를 거쳐서 가다보니 웬지 소무의도가 서쪽 끝에 있는 것 같아서 첫 마을은 동쪽마을 아니야? 싶었는데, 지도를 보니 소무의도는 무의도의 남동쪽에 있더라. 그래서 다리는 무의도의 동쪽에서 소무의도의 서쪽으로 이어지는 것. 따라서 마을도 서쪽마을을 먼저 보게 된다.
마주보는 길, 떼무리 길 그리고 몽여해변
소무의도 둘레길은 2.5km밖에 안되는 짧은 하이킹 코스지만 숲으로 이어진 나무 데크길, 바다 전망대, 해변, 카페, 나름 숨이 턱에 차게 만드는 산속의 정자 등의 다양한 코스로 이루어져 지루할 틈이 없었다.
싱그러운 숲의 기운을 한껏 마시고 나면 저 편으로 해변과 특이하게 생긴 건물이 보이는데, 여기가 바로 몽여해변이다. 우리는 봄에 방문해서 수영하는 사람은 없었는데, 물도 맑은 편이고 이름도 해수욕장이니 여름에는 물장구를 치고 놀아도 좋을 듯?
그리고 저 파도모양(?) 또는 소라모양(?)의 건물은 ‘섬 이야기’라는 박물관인데, 아쉽게도 우리가 갔을때는 휴관 중이었다. 그래서 코로나로 인해 휴관인 줄 알았는데, 알고보니 이미 그 전부터 컨텐츠가 부실해서 휴관이었다고 한다. 2015년 지어질 당시에는 지역 주민들의 삶과 전통어업에 관해 전시할 예정으로 무려 22억 6천만원이나 들여 전시관, 체험관, 영상실 등을 갖춘 3층 건물로 지었다는데, 얼마 되지 않아서 천정에 곰팡이가 생길만큼 유지 보수도 잘 안되고, 무엇보다 컨텐츠가 부실해서 기약없는 휴관중이라고. -_-; 멋진 건물인데, 너무나 아쉬운 결과가 아닐 수 없다. 꼭 교육적인 목적의 박물관이 아니더라도 서해 생물 수족관이나 아니면 상영관이 있으니 지역 주민들의 엔터테인먼트 목적으로라던가 뭐가 되었든 새단장을 해서 건물 사용이라도 했으면 좋겠다.
어쨌든 이 박물관이 있는 곳이 동쪽마을이고, 여기에 작은 카페 두개와 음식점(횟집)이 하나 있으니 목도 축이고, 배도 채워가며 휴식을 취해보자. 맑은 날 카페 루프탑에 앉아 있으면 나름 제주도 느낌도 나고 참 좋더라.
명사해변
개인적으로는 이 섬 풍경의 하이라이트는 바로 이 명사해변이 아닌가 싶다. 거친 모래사장과 바위 풍경이 참 멋진 곳이었는데, 박정희 대통령이 생전에 가족들과 휴가를 즐긴 곳이라고도 한다. 그 당시에는 섬에 작은 마을 이외에는 아무것도 없었고, 인도교는 커녕 무의도 아니 영종도로 가는 다리도 없었을테니 이 해변이 얼마나 깨끗하고 아름다웠을까.
모퉁이를 돌아오니 해변 바위틈에 색색깔로 칠해진 나무 기둥들이 박혀 있었다. 이게 뭔가 궁금해서 집에 돌아와 인터넷으로 예전 사진을 찾아 보니 해변 장식물인 듯한데, 지금과 달리 기둥들이 전부 곧게 잘 박혀 있네? 지금은 파도와 바람에 밀려 쓰려져 있어 장식물인지도 애매하고, 뭔가 쓸쓸한 느낌을 풍기는데 말이다. 게다가 이곳 설명을보니 예전에는 풍랑이 일거나 비가 많이 오는 장마가 지나면 간간히 바다에서 희생된 주검들이 떠밀려 오기도 했다고 한다. 흠… 그 설명을 읽고나니 갑자기 멋진 느낌을 덮어 오는 뭔가 쓸쓸한 이 분위기는 무엇.
안산위의 하도정
명사해변을 지나면 이제 이 섬의 가장 높은 봉우리인 안산으로 오르게 된다. 고로 오르막이라는 이야기. 뭐 설악산은 아니지만 꽤나 숨이 턱에 착하는 경사도가 있으니 신발은 편한 것을 신고 올 것을 추천한다. 계단도 잘 되어 있고, 등산로도 잘 닦여 있어 딱히 어려울 것은 없다.
다시 서쪽마을
정자에서 숨을 조금 고르고나면 나머지는 내리막길이므로 금방 내려올 수 있다. 다시 서쪽마을로 돌아오면 이쪽에도 카페 하나와 3-4개의 음식점이 있다.
지인분과 함께 했을때는 하늘도 바다도 더없이 푸르렀는데, 오이군과 남동생을 대동하고 갔을때는 날이 조금 흐리더니 점점 안개가 몰려 오기 시작해서 처음 갔을때의 그 푸르름이 덜해 조금 아쉬웠다. 뭐 그래도 섬여행치고 너무나 쉽게 갈 수 있으므로 충분히 매력적인 여행지인 듯.
갑자기 훌쩍 떠나기 딱 좋은 여행지, 소무의도
2020.05
안산 봉우리 등산로 풍경은 마치 동해바다와도 같군요.
그러게요. 작지만 다양한 풍경을 가지고 있는 섬이예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