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몬트리올 한달살기 day 15. 장 탈롱 전통시장 Marché Jean-Talon

지난 주 관광 안내소 아저씨가 소개해 준 몬트리올 명소 중에 장 탈롱 전통시장이 끼어 있었다. 원래도 시장 구경을 좋아하는데, 크고 가볼만 하다니 귀가 솔깃. 이 나라에는 또 어떤 신기한 먹거리가 나를 기다리고 있을까. ^^

근데, 아저씨랑 이야기하는데, 또 스위스 프랑스어와 다른 퀘벡 프랑스어 때문에 혼선이 있었다. 아저씨가 장 탈롱 마켓에 가보라며 수퍼마켓이라 볼게 많다고 하는 거다. 수퍼마켓? 전통시장은 뭔가 매력적인데, 수퍼마켓은 울 동네에도 큰거 많은데…

설명을 들으면 아무래도 재래시장 같은데, 수퍼마켓이라니. 그래서 되물었다.

음…그러니까 수퍼 사이즈 마켓(시장) 이라는 뜻인가보다. 스위스나 프랑스에서 수퍼마켓은 우리가 아는 그런 수퍼마켓만 칭하는 말이라 이 아저씨 말이 엄청 헤깔렸지만 그냥 한번 가보기로 했다. 뭐, 동네 구경도 할 겸.

시장 가는 길.
시장은 우리 숙소가 있는 밀튼 스트리트에서 지하철을 타면 약 30분 정도 걸린다. 시장이 있는 동네 집들은 뭔가 소박하고, 좀 옛스러운데, 골목골목에까지 가로수가 있어 싱그러운 느낌이 들었다.

시장 근처에 왔더니 아저씨 말대로 신기한 고기를 파는 정육점이 눈에 띈다.
위부터 버팔로, 사슴, 토끼, 비둘기, 메추리, 꽃사슴(daim인데, 오타인듯? 아님 퀘벡 사투리?), 산토끼, 뿔닭(호로새), 오리, 꿩, 자고새(꿩같이 생겼는데, 메추리 사이즈) 그리고 닭고기 라고 쓰여 있다.
이 중 꽃사슴과 자고새가 고급 요리라고 들었는데, 맛이 궁금했지만 그 재료를 요리할 줄 모르는 고로 구입하지는 않았다. 괜히 비싼 재료 사서 요리 못하면 돈만 아깝기 때문.

그리고 시장은 짜잔.
시장은 대략 이렇게 생겼는데, 왜 전체 사진을 하나도 안찍었지? 그래서 그림으로 대체. 일부 상점들의 가판대는 야외에 있고, 일부는 노량진 수산시장처럼 천정이 높은 건물안에 있는 구조. 

직접 보니 시장의 규모는 사실 아저씨가 강조한 만큼 엄청 큰 사이즈는 아니였다. 뭐 여기서는 큰 시장인지 모르겠으나 서울에 남대문 시장이나 부산의 자갈치 시장을 기대하면 곤란하다. 사실 웬만한 대규모 이마트 한층 보다도 작은 듯 ^^;
대신 정말 신선하고, 먹음직 스러운 과일과 야채, 생선들이 주인을 기다리며 줄을 쫘악 맞추어 있는 모습이 경이로왔다. 물건 들어올 때마다 저거 진열하느라 가게 주인은 하루가 다 갈 듯. 사람마다 취향이 다를 수는 있겠으나 나는 저렇게 예쁘게 물건이 쌓여 있으니 더 사고 싶은 마음이 들더라. 집이 멀어서 자주 오지 못하는 것이 안타까울 뿐.

그리고 이것이 오늘 기대하던 메이플 가게.
캐나다 국기에도 있는 단풍나무 수액을 끓인 것이 메이플 시럽인데, 보통 팬케이크에 뿌려먹는다. (한국에서는 메이플 ‘맛’이 나는 설탕 시럽이 더 흔하지만…)
메이플의 본고장에 왔으니 메이플 시럽을 하나 사고 싶었는데, 어째 수퍼마켓에는 사이즈가 다 큰 것만 있네? 우리는 식구가 둘밖에 안되는지라 너무 양이 많으면 다음 여행지로 떠나기 전 다 끝낼 수가 없는 고로 양이 많은 식재료는 사지 않는 편. 게다가 동네 수퍼에 있는 것들은 뭔가 공산품 같아서 본고장에서 사는 느낌이 안나는 것도 있고. 그런데, 이곳의 물건들은 주인 아저씨가 직접 수액을 채취해 끓여서 만든 유기농 제품들이라고 한다. 생긴 것도 딱 농장에서 만든것 같이 생겨서 가격은 수퍼보다 조금 더 비쌌지만 하나 사보기로 했다. 어쨌든 한국에 수입들어온 것의 1/4 가격 밖에 안되니.
시럽 이외에도 시럽을 오래 끓여 만든 스프레드, 우유를 섞어 만든 카라멜, 그걸 넣은 파이, 사탕 등등 다양한 형태의 메이플 제품들이 있었다.

※ 참고로 프랑스어로는 메이플 시럽을 시로 데라블 (Sirop d’erable) 이라고 하니 퀘벡주에서 메이플 시럽을 사고 싶을 때 참고 하시길. 에라블(erable)이 메이플 단풍나무를 말한다.

요것이 우리집에 온 메이플 시럽. 가장 작은 100ml를 구입했다. 생산자의 이름이 당당하게 붙어 있다.

스프링 어니언인데, 꼬불꼬불 뭔가 싱싱하고 예쁘게 생겼네?

오늘의 수확물

지하철 타고 집까지 들고가야 하므로 최대한 절제해서 많은 것을 사지는 않았다. 그런데, 나중에 생각하니 요리할 줄 몰라도 특이한 사냥 고기를 조금 사먹어 볼 껄하는 후회가 남더라.

이거 백만송이 버섯인데, 나는 이때 이 버섯을 처음 보았었다. 2000년대 초까지 한국에서 안팔았던지 엄마가 한번도 안산건지…시장에서 보고 신기하고 예쁜 버섯이라고 신나서 샀는데, 2011년에 한국으로 이사 왔더니 마트에 흔히 팔더라. 맛은 다들 아시는 그냥 버섯 맛.
오른쪽 사진의 귀여운 씨없는 수박은 크기가 내 손 보다 조금 크다. 둘이서 금방 먹을 수 있겠기에 부담없이 영입해 왔다. 가격도 착해서 약 3천 5백원 정도. 이제는 한국에서도 가끔 눈에 띄더라.

내가 작은 야채를 좋아하던가? 왜 야채만 잔뜩 샀을꼬…
뭐 사실 나는 고기 러버인데, 야채가 귀여워서 자꾸 눈에 띄니 사게 되더라. 작은 감자는 한국에도 조림감자가 있으니까 신기할 것 없었지만 요 작은 오이가 신기 했는데, 이것도 나중에 한국에 오니 가끔 마트에서 팔더라는. 
딸기는 한국 딸기보다 새빨개서 뭔가 더 먹음직스러웠다. 냄새 또한 끝내줘서 과일가게 근처만 가도 딸기냄새가 진동을 하네. 홀린 듯 사버렸다.

알가계에서는 계란만 파는 것이 아니라 다양한 알을 팔더라.
왼쪽부터 거위알, 오리알, 닭알, 피위알. 메추리알까지 샀으면 딱 크기가 차례대로 였을텐데, 메추리알은 까먹기 귀찮아서 제외됐다.

생선가게에서는 참치나 연어 같은 생선을 두툼하게 썰어 스테이크 용으로 팔고 있었다. 요 빨간 참치 덩어리가 너무 맛있게 생겨서 이날 저녁 메뉴로 낙찰. 두 덩어리를 샀더니 생선을 비닐에 한번 싸고, 신문지에 둘둘 말아서 준다. 한국도 내가 어릴적에 정육점에 가면 고기를 신문지에 말아 줬었는데. 추억이 새록새록. 그리고 정육점에서 산 소고기 꼬치! 무슨 꼬치를 여자 손목 굵기로 만들어 준담. 너무 푸짐하게 생겨서 사오지 않을 수 없었다. 양념도 맛있고, 기름기가 많이 없는데도 고기가 부드럽더라.

시장 구경은 어느 나라를 가도 가장 재미있는 일 중의 하나 인 것 같다. 다양한 현지인들을 구경하는 재미도 있고, 그들이 사는 재료들로 가정집 식탁 풍경을 상상해 볼 수도 있으며, 흥정하는 모습으로 그 나라 사람들의 성향도 추측해 볼 수 있다. 물론 신기한 음식들로 내 배를 채우는 재미가 가장 큰 것은 두말하면 잔소리.

토종감자 수입오이의 소소한 여행

장 탈롱 마켓 Marché Jean-Talon

주소

7070 Avenue Henri-Julien, Montréal, QC H2S 3S3 캐나다

운영시간

매일 오전 9시 – 오후 6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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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 개의 댓글이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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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가 남시언

재미있게 잘 봤어요~ㅎㅎ 역시 재미있네요! 이 특유의 감성 너무 좋아요 ㅎㅎ

더가까이

식재료가 참 다양하게 많네요. 자연산들일것 같아요. ‘자고새’는 초등학교 시절 읽었던 동화에서 나왔던것 같은데 그 후로 처음 보네요 (허풍선이 남작의 모험인가? 뭐 그런 제목? 가물가물… ㅎㅎ)