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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위스 가는 길 : 루프트한자 비지니스 클래스 이용후기

오랜만이야, 인천공항!
역시 불평을 하면 안된다.
진심이든 농담이든, 큰 일이든 소소한 일이든 불평을 하면 이상하게 내가 불평한 것 이상으로 신께서 다 가져가 버리시더라.

‘비행’도 마찬가지였다.
세계여행을 하는 동안 자연스럽게 비행기 탈 일이 정말 많았는데, 늘 비용면에서 유리한 저가 항공사를 이용하다보니 비행기 타는 일이 참 고되더라. 이코노미석 공간은 원래 좁은데, 저가 항공은 비행기가 작아서 더 비좁고, 간혹 정말 작은 비행기는 기내 짐칸에 가방도 안들어가서 꾸역꾸역 다리 밑에 낑겨 넣고 가다보면 이건 정말 여행이 아니라 서커스가 따로 없다. 그래서 나는 여행이 좋지만 비행기 타는 것은 싫다고 했더니만 푸하…2년 가까이 세계여행은 고사하고, 비행기 근처에 갈 일도 없게 되어렸네. ^^;

그렇게 내 의지와 관계없이 비행기를 못탔더니 이번 스위스 행은 평소와 달리 비행기에 오른다는 자체만으로 살짝 설레 였다. 게다가 이번엔 저가항공사도, 이코노미석도 아닌 무려 루프트 한자 비지니스석! 2년동안 대기타며 쌓은 신용카드 마일리지(아시아나 연계)가 좀 있길래, 험난한 시국에 고향땅을 못밟아서 향수병에 시달리는 오이군도 위로해 줄 겸, 수하물도 조금 많이 가져 갈 겸해서 비지니스석으로 보너스 항공권을 발권 했다. (근데, 보너스 항공권이라도 공항세, 유류할증료 같은 건 따로 내야 해서 인당 약 40만원인가를 지불 해야 했지만.) 

체크인 전에 일단 전날 받은 PCR검사 결과서류를 픽업해야해서 공항 코로나 검사센터에 방문했다. 검사센터는 공항 본건물 안이 아니라 건물 밖 길 건너 주차장 쪽에 있으니 참고하시길. (입국장 1층 10번 출구 건너편이었던 듯) 근데, 아침에 왔더니 검사받는 사람 줄이 엄청나네? 역시 전날 검사 받기를 잘 한것 같다. 우리는 서류만 픽업하면 되는거라 줄을 서지 않고 바로 결과지만 프린트해서 한적한 곳으로 피신 했다.

하아. 반갑다, 인천공항!
2020년 3월 말을 마지막으로 볼 일이 없었던 이곳. 그날은 정말 공항이 텅~비고, 상점도 전부 문을 닫아서 좀비 영화를 방불케 했는데, 오늘은 그래도 사람이 있고, 상점도 대부분 문을 열어서 어느정도 활기가 돌고 있었다. 그러나 역시 체크인 줄은 평소와 비교도 안되게 한적했고 (비지니스석 전용창구를 이용할 수 있었는데, 의미가 없었다. 이코노미줄도 사람이 거의 없기 때문에), 체크인 창구의 절반내지 2/3는 아예 사용을 하지 않는 듯 했다.

그리고 우리가 코로나 검사 때문에 하루 전날 공항 앞 파라다이스 시티역 근처 에어비앤비에서 자게 되어 아침에 자기부상열차 를 타고 공항으로 들어오려 했는데, 코로나 이후 자기부상열차는 운행하지 않는다고 한다. 우린 그걸 아침에 발견하는 바람에 급히 택시를 불러야 했다. 근데, 택시가 운서역 근처에서 오는거라 가격이 조금 쎄니 참고 하시길. 짐이 많아서 콜벤을 불렀더니 만원이 나왔…-_-; (28인치 32kg 여행가방이 4개에 커다란 배낭도 각 두개씩 메고 있었음.) 그러나 우리처럼 짐이 과하지 않다면 하야트 호텔 앞에서 버스를 이용해도 되고, 시간이 많다면 도보로도 갈만하다. 파라다이스 시티역에서부터 공항까지 1.5km라 30분정도 걸린다. 

엑스레이 검색대 줄도 별로 길지 않았는데, 우리는 짐이 여행자가 아니라 이민자 레벨이었기 때문에 전자제품이 많아서 공항 검색대 통과하는 것이 오래걸렸다. 노트북을 뺐는데도 스캐너로 잘 안보인다고 자꾸 이거 빼고 저거 빼고 다시 해야 한다고 해서…
어쨌든 긴긴 검색을 마치고 드디어 면세 구간에 입성! 넘넘 반가워!
우리는 원래도 면세쇼핑을 거의 안하지만 특히 오늘은 이미 갖고 있는 짐이 너무 많아서 나와는 관계 없는 장소였으나 그냥 오랜만에 보니 다 반갑더라. 

엇, 그간 못보던 아이가 생겼네?
면세구간에 들어서니 로봇 안내원이 돌아다니면서 인사를 하고, 말을 건넨다. 그럼 이 친구의 배에 있는 화면을 톡톡 두드려 공항 안내를 볼 수 있다. 탑승구 게이트 번호랑 뭐 이런 걸 알려주는데, 안내도가 여기저기 있기 때문에 사실 별로 필요해 보이지는 않았으나 그냥 퓨쳐리스틱해서 재밌었다. 근데, 귀여워서 툭툭 건드리고 보니 나 뿐 아니라 여러 사람이 집적거렸을텐데 싶어 급 화장실을 찾아가 손을 닦았다. 참내…언제까지 이렇게 살아야 하니…

비지니스 또는 퍼스트 클래스 좌석의 좋은점은 비행기를 타기 전에 이미 여행이 시작된다는 것.
공항 라운지에 들어갈 수 있기 때문에 이것저것 음식을 먹으며 편안한 의자에 앉아 여유롭게 탑승시간을 기다릴 수 있다. 물론 공항에 일찍와야 여유가 생기지만…^^;

루프트한자는 스타얼라이언스 계열이라 아시아나 항공 라운지를 이용하게 되는데, 라운지 역시 코로나 상황이라 두곳은 운영을 중단했고, 한 곳만 이용이 가능했다. 체크인할 때 이용가능한 라운지 위치를 안내를 해줬는데, 건성건성으로 들어서 라운지 찾아 삼만리 했다는…여러분은 잘 듣고 한번에 찾아 가시기를 ^^;
그런데, 원래는 따뜻한 음식도 있고, 음식 가지수가 조금 더 있는데, 역시 코로나 때문에 음식이 개별 포장된 샐러드랑 빵류, 샌드위치, 컵라면 정도밖에 없었다. 아쉽네, 아쉬워…
그리고 사람이 거의 없었음에도 개별 수면석, 안마의자 등은 만석이라 이용해보질 못했다. ^^

중간에 제주도에 한번 다녀오긴 했지만 언제 해외로 나갈 수 있을지 막막했기 때문에 비행기를 2년이 아니라 20년만에 타는 기분이 들었다. 그리고 큰 기종에서는 처음 타보는 비지니스 석이라 더욱 즐거웠던 비행. 

일단 첫번째 눈에 들어오는 것은 당연히 앞좌석과의 간격이다. 다리를 얹을 수 있는 공간이 있는데, 워낙 의자 간격이 넓어서 앉은 자세로는 앞쪽 발걸이에 발이 잘 닿지도 않았다. 내가 다리가 짧아서 그런 것만은 아니고, 롱다리 오이군도 발끝을 겨우 얹어 놓을 수 있는 정도의 간격이었다. ^^ 그리고 들어가자마자 물을 한잔씩 주는데, 컵이 플라스틱 컵이 아니라 유리컵인 것도 이코노미석과 달랐다.

창문도 무려 세개나 다 내꺼! 괜히 생트집 잡아 보자면 착륙준비한다고 블라인드 올리라고 할 때 내가 세개를 다 열어야 해서 조금 귀찮다는 것? 껄껄 ^^;
오랜만에 보는 인천 앞바다 항공뷰. 한동안 못보겠구나! 잘있어 대한민국!

안전벨트 사인이 꺼지자마자 오이군과 누가 먼저랄 것 없이 의자 조정 버튼들을 누르느라 정신이 없었다 ^^; 좌석 포지션이 되게 세세하게 조정 되더라. 등받이 각도는 물론 등받이 쿠션 높이, 머리 쿠션 높이, 의자 길이, 다리 받침 각도 등등. 그리고 우리같이 결정장애가 있는 사람들을 위한 세가지 자동 포지션 모드도 있다. 기본 의자 모드, TV 모드, 침대 모드가 그것인데, 일단 셋중 한가지 자세로 해 놓고 거기서 약간 미세 조정하는 것이 가장 편하더라. ^^;

앞에 책꽃이에는 두개의 잡지가 있고, 한국어 또는 독일어 신문을 나눠준다. 어메니티 키트에는 록시땅 페이스 크림, 록시땅 핸드 크림, 칫솔, 치약, 양말이 들어있고, 주머니 자체는 작게 접히는 장바구니라 여전히 시장갈 때 잘 사용하고 있다. 

어메니티 탐색 끝났으니 일단 180도로 뉘어지는 의자를 좀 즐겨주고…
이코노미석에 비해 이불도 무지 크고 도톰하고 부드럽다. 키가 190cm조금 못되는 오이군도 머리부터 발끝까지 푹 뒤집어쓸 수 있는 길이니 2m 사이즈 인 듯. 그리고 의자를 침대 모드로 180도 뉘였을때 의자에 까는 도톰한 요도 있다. 의자 쿠션이 폭신해서 요가 따로 필요 없어 보였지만 줬으니 깔아 봐야지. 베개도 크고 겉 커버가 순면처럼 부드럽다.
누우니 너무 포근했는데, 역시 기내 영화가 궁금해서 안되겠더라. 의자를 영화모드로 조정하고 기내 엔터테인먼트를 후다닥 켰다. 무료영화인데, 열심히 봐줘야 함.

오랜만에 보는 구름위 세상

침대 의자를 활용하려면 푹 한번 자줘야하는데, 아침 비행기라 도무지 잠이 안오네. 결국 14시간 비행동안 영화 4편을 보고 말았다. 그리고 영화를 볼때는 입이 심심하니까 주전부리를 조금 주문해야지. 아까 라운지에서 자제한 술도 한잔하고. ^^; (알코홀릭 난리 났네…) 사실 그냥 오이군이랑 나랑 제일 좋아하는 베일리스 한잔씩만 마시려고 했는데, 다른 음료는 뭘 줄거냐고 묻는 바람에 얼떨결에 오렌지 주스를 추가로 주문했다. 아몬드와 마카다미아는 안시켰는데, 알아서 가져다 준다.
‘어라? 근데 여보세요? 원래 마카다미아랑 아몬드를 이렇게 섞어 주는건가요? 제가 아몬드는 딱딱해서 싫어하거든요? 비행기 후진해주세요~’
마카다미아만 보면 떠오르는 비행기 회항…^^;

좌석은 다 편하고 마음에 들었는데, 한가지 아쉬운게 헤드폰이 왼쪽 아래 보관함에 이미 들어 있는데, 보관함 안쪽에 쓰레기가 남아 있더라. 대기 시간에 모든 서랍까지 구석구석 청소하기는 어렵겠지만 그래도 헤드폰은 소독해서 탑승시 나눠주는 것이 좋은데…결국 찝찝해서 비치된 헤드폰은 넣어두고, 개인 헤드폰을 이용했다. 그리고, 헤드폰 꽃는 잭이 오른쪽 팔걸이 아래 있는데, 이게 안쪽으로 들어가 있어서 찾기가 어려워 한참 헤맸다. 뭔가 표시같은 것이 되어 있으면 좋을 뻔.
일반 전원 콘센트는 없었고, USB충전은 가능하다.

비행기에서는 정말 하루종일 앉아서 자거나 영화보는 것 밖에는 활동이 없는데도 꼬박꼬박 시간 맞춰 배가 고프다.
이번에도 영화를 보면서도 한쪽 눈으로는 밥이 나오는지 열심히 곁눈질을 하고 있는데, 탑승 후 한시간 정도가 지나자 식사 배급이 시작되었다. 저쪽 끝에서부터 들리는 행복한 달그락 소리. 설레이는 마음에 반사적으로 의자를 바로 세웠다. 근데, 세우고 보니 비지니스석은 간이 테이블이 앞좌석과 연결되어 있는 것이 아니고, 개인 공간이 워낙 넓다보니 식사시간에도 의자를 세울 필요가 없잖아?! 헛헛. 원한다면 (그렇게 해도 밥이 넘어 간다면) 완전히 누워서 식사를 해도 별로 상관이 없다.

테이블은 내 오른쪽 팔걸이 안에 들어있고, 사이즈가 일반석보다 더 크다. 그리고 그릇도 오븐용 알루미늄 컨테이너가 아니라 진짜 그릇에 담겨져 나온다. 메뉴도 조금 더 고급이고 다양하다고 들었는데, 음. 받아보니 에피타이져가 추가되서 조금 화려하긴 했으나 음…뭐 그렇게 맛이 더 좋은것은 아니어서 조금 아쉬웠다. 특히 내가 주문한 저 커다란 파스타는 맛이 밍밍하고, 너무 익어서 퍼진 걸 다시 데웠는지 겉이 말라있어서 잘 안넘어가더라 ㅠ_ㅠ 오이군이 주문한 꾸스꾸스와 치킨, 크림파스타가 더 나은 선택. 보통 외국 항공사라도 한국에서 출발하는 경우는 한식이나 밥을 기본으로 한 메뉴가 하나씩 끼어 있는데, 루프트 한자는 아닌 모양. 메인 선택이 모두 파스타였다. 빵은 괜찮아 보였으나 먹어보니 오븐이 아닌 전자렌지에 데운 듯 약간 질겨져 있어서 한입씩만 물고 내려 놓았다. 결국 개인적으로는 식사가 입맛에 별로 안맞았으나 뭐 사람마다 차이가 있을 수 있으니 뭐라 평하긴 어려운 듯. 디저트로 나온 치즈케이크는 그럭저럭 괜찮은 편.

이날 식사보다 행복했던 것은 끊임없이 주어지는 간식이었다.
밥을 먹고 두번째 영화가 클라이맥스에 이르렀을 즈음 입이 또 심심하더라. 그래서 아까 식사가 입맛에 잘 안맞았으니 위청소도 해 줄 겸 혹시 컵라면이 있나해서 간식을 물어봤는데, 상냥한 스튜어디스가 ‘짠걸줄까? 단걸줄까?’ 하고 물어보네? 일반석에서는 보통 신라면 컵라면만 주는데…^^; 그러니 또 짠것들과 단것들의 메뉴가 궁금하지 않을 수가 있나. 각 뭐가 있냐고 물었더니 이것저것 많다고 하면서 짠것 단것만 선택하면 그냥 알아서 다 가져다 주겠다고 하더라. 그래서 나는 짠걸, 오이군은 단걸 주문했다 ^^;
그렇게 나온게 샌드위치, 김밥, 과일샐러드, 숏브레드 쿠키, 킷캣, 짭짤한 땅콩, 달달한 아몬드, 상자에 든 고급 수제 초콜릿, 미니 프레츨, 치즈케이크 였다. 푸핫…내가 되게 잘 먹게 생기긴 했지. 쟁반에 그득히 담긴 간식 양에 잠시 놀랐으나 둘이서 오손도손 남김없이 다 먹어 치웠다. 그러고 두시간쯤 있으니까 정규 간식 시간인지 치크케이크랑 김밥 등이 또 나오더라. 헐. 그래서 오이군이랑 사양하지 않고 또 다 받아서 먹어 치웠다.

비행기에서 내리기 전에 한번 더 식사가 주어지는데, 이때는 둘다 으깬 감자와 졸인 소고기를 선택했다. 그래도 한국발 비행기라고 한번은 김치가 나오더라. 근데, 밥이 없는데, 으깬 감자랑 김치가 또 미스매치네. 그러나 아까 간식을 너무 먹어서 속이 느글느글 한 상태라 찬밥 더운밥 가릴 처지가 아니었다. 그냥 김치가 나온 것 만으로도 감사. 이제 또 스위스 들어가면 언제 먹을 수 있을지 모르는 김치니까 남김없이 먹어 둬야지. 밥이 없으니 짜고 이상했지만…

4-5년 전 까지만해도 내가 한식을 고집하는 입맛도 아니었고, 많이 먹는다고 속이 불편하거나 하지도 않았는데, 하루하루 식사가 까탈스러워진다. 그렇게 좋아하던 양식은 잘 쳐다보지 않게 되고, 오직 한식으로만 마음이 기우니 이거 이래서 해외살이 계속 하겠나. 이번에 가방이 무거운 이유도 식재료가 가득 들어있기 때문. 예전에는 여행다니면서 라면이나 한식재료를 싸짊어지고 다니는 사람들이 이상해보이고 이해가 안갔는데, 아…그들이 이런 마음이었구나. 해외살이 20년만에 처음 깨달아 가고 있다. 
내 젊음을(젊은 위를) 돌리도오~!

네번째 영화가 끝나고, 다섯번째를 볼까 하다가 다 못끝내고 착륙할 것 같길래 티비를 끄고 블라인드를 열었다. 창밖에 푸른 하늘 위로 하얀 반달이 싱긋 인사를 건넨다. 거의 13시간을 날아왔는데도 밖은 여전히 낮이구나. 한국에서 유럽으로 도망가는 해를 열심히 따라 왔더니 낮만 끝없이 이어진다. 그러나 몸은 슬슬 저녁 무드라 피곤이 엄습. 잠시 졸다가 다시 블라인드를 열었는데, 우와~ 이 하얀 세상은 오디?

환승지인 독일의 뮌헨에 가까와 오는지 비행기 고도가 낮아졌다. 때는 12월이라 유럽 대륙은 하얀 바둑판

드디어 저어 멀리 지평선에 알프스 라인이 보이기 시작했다. 고향인 스위스에 가까워 지니 오이군이 설레는 모양. 옆에서 스맛폰을 꺼내더니 안찍던 사진을 다 찍네?

그리고 드디어 긴긴 비행을 마치고 뮌헨 공항에 도착!
옆에서 늘어져 있던 오이군이 부스스 일어나며 이런 조건이라면 30시간 비행도 거뜬히 하겠다며 내심 아쉬워 한다. 헤헷. 나도 이 편한 의자를 놓고 가려니 조금 아쉽네. 뮌헨-제네바 구간은 분명 조그만 비행기라 비지니스석도 평범할텐데…
라고 생각했는데, 엄머, 그 구간은 비지니스석 자체가 아예 없더라 ^^; 에어 돌로미티에서 공동운항을 했는데, 비지니스 항공권을 가지고 있는 사람은 그냥 앞쪽 좌석에 배치할 뿐 넓은 자리도 특별한 서비스도 따로 없었다. 심지어 우리 기내용 배낭이 조금 큰편이었는데, 윗칸에 들어가지도 않고, 의자 좌석 아래도 안들어가서 그냥 빈자리에 놓고 안전벨트를 채워서 가야 했다. 다행히 비행기에 빈자리가 많아서 배낭 네개를 얹어 놓을 곳이 있었기를 망정이지 만석이었으면 난감했을 뻔.

라운지 한쪽을 가득 메우고 있는 프레츨을 보니 독일에 왔구나 싶다. 보기는 이쁜데 한국에서 먹는 프레츨보다 딱딱하고 빵자체가 싱거운 편. 위에 굵은 소금이 뿌려져 있어서 입안에서 잘 섞어 먹어야 한다 ^^; 나는 별맛 없는데, 오이군은 매우 좋아함

뮌헨-제네바 구간이 소형 비행기라 비지니스석이 없다 할지라 공항에 라운지까지 없는 건 아니다 ^^; 루프트한자는 독일 항공사니 당당하게 루프트한자가 쓰여있는 라운지로 가면 된다. 근데, 처음에 이름만 보고 신나게 들어갔더니 퍼스트 클래스 라운지라고 저리 가라고 하네…쿨쩍. 비지니스석 라운지는 한블럭 더 떨어져 있었다.
그리고 우리가 이용했던 2021년 12월에는 입장시 탑승권과 백신접종완료 증명서를 확인했는데, 그 이후 규정이 어찌 바뀌었는지는 모르겠다.

뮌헨 루프트 한자 라운지에는 인천의 스타얼라이언스 라운지보다 음식이 더 다양하게 준비되어 있었다. 여기도 코로나 영향으로 음식이 많이 축소된 거라고는 하는데, 그래도 따뜻한 밥과 스튜가 있는 것 만으로 이미 햄벅! 비행기에서 쌀밥을 못먹은고로 속이 허했는데, 넘나 감사했다. 샐러드랑 절임류, 샌드위치, 다양한 빵 등등 뭐가 더 있었는데, 오이군은 그런 메뉴를 먹었던 것 같다. 맛이 괜찮았다고. 그리고 당연히(?)여기도 각종 주류와 쥬스, 커피 등등 다양한 음료가 준비되어 있었다.

라운지 규모는 인천 스타얼라이언스보다 작은 것 같았는데, 이용객은 인천보다 훨씬 많아서 여기에서도 편한 수면의자를 이용해 보지는 못했다. 식탁의자만 이용해봐서 좌석이 편한지는 잘 모르겠음.
어쨌든 뮌헨-제네바 비행구간은 단거리라 식사가 나오지 않기 때문에 이곳에서 저녁을 해결하고 다음 비행기에 올랐다.

뮌헨-제네바 구간(에어 돌로미티 공동운행)은 비행기가 너무 비좁아서 오이군 뿐만 아니라 나도 무릎에 멍이 들 것 같았다. 그래서 사진한장 남길 정서가 남아있질 않았고, 착륙하자마자 바람같이 배낭 두개를 들춰메고 비행기 밖으로 달려 나왔다.

이것이 대체 몇 년만인고, 제네바 공항!
2년 전엔 취리히로 들어와서 제네바 공항은 정말 오랜만에 온다. 근데, 항상 느끼는 거지만 취리히 공항에 비해서 제네바 공항은 입국 수속이 더 간단하고 설렁설렁하다. 질문도 잘 안하고, 유럽 국가에서 비행기를 타고 올 때는 여권에 도장도 안찍어 주고 그냥 들어가랄 때도 많다. 이번엔 그래도 코로나 팬데믹 상황이라 관련 서류를 확인해야 해서 보통때 보다는 입국수속이 오래 걸렸지만 별 질문이 없기는 매한가지. 입국전에 코로나 전자서류를 작성해서 QR코드를 발급해 놨고, 백신 증명서, PCR음성 확인서 등등을 모두 준비해 뒀다면 수속은 일사천리로 이루어진다. (이 글을 쓰고 있는 3월 현재는 그나마도 없음.)

그런데, 집으로 가는 기차 안에서 약간 패닉이 왔다. 여기도 대중교통에서 마스크를 써야하긴 하는데, 취식이 금지되지 않은 것. 우리는 일요일 저녁에 도착했는데, 때는 12월 스키시즌이라 주말에 스키장을 갔다오는 인파로 기차안이 만원이었다. 근데, 다들 스키타다 급하게 기차를 탔는지 마스크를 벗고 우적우적 빵을 씹어먹고 있더라. 맥주를 마시는 사람들도 있고, 대중교통내 마스크 착용 의무가 무의미한 상황. ㅠ_ㅠ

한국에서 거의 2년동안을 마스크 뒤에서 생활했다보니 이런 풍경이 엄청나게 불편했다. 겨울이라 창문도 꽉 닫은 기차안에서 다닥다다닥 붙어 앉아 두시간을 가야하는데, 옆사람이 신나게 맥주를 마시며 침도 튀기며 이야기를 하다니…이러니 인구가 한국의 1/6밖에 안되는 나라에서 하루에 확진자가 3만명씩 나오지…라고 그때는 생각했었다. 한국에 오미크론 폭발해 버려서 지금은 뭐 별로 할말이 없지만 그때는 진짜 적응이 안되더라.

어쨌든 이렇게 고급진 비지니스 클래스 타고 스위스로 컴백 완료.
오늘부터 우리는 수입감자 토종오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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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레미

사진들이 넘 멋있어요^^

레이지하게

와 퍼스트라니~~ 글 잘 보고 갑니다~~^^

koojjang

이상하죠.
이번글과 저번 글을 읽으면서 내가 스위스로 함께 같이 가고 있는 느낌이 들어요.
이렇게 실감나게 글을 쓸수있다니, 역시 작가님은 사진으로도 이야기를 하고 글로도 이야기하는 재주를 가지고 계신것 같아요.
너무 실감나서 영상을 보고 있는 느낌이라고나 할까~ 글도 사진도 공감능력이 100%입니다.
수입감자와 토종오이님의 스위스생활도 무진장 궁금해지네요.
세계 물가1위 in 스위스, 꼭 가고 싶어요. 여기저가 아무곳이나 시선을 두면 엽서에 나오는 그림같을 것 같아요.
오늘도 덕분에 힐링했어요^^

더가까이

예전에는 가끔 마일리지 모은 걸로 업그레이드를 했는데 요즘 대한/아시아나 이코노미는 업그레이드 자체가 안되는 티켓들이 많아서 못하고 있네요 ㅠㅠ 루프트한자는 다 되는것 같군요.
코로나 전에 한국에 갑자기 급하게 갈 일이 생겼는데 빈 자리가 없어서 비즈니스를 부득이하게 (?, ㅎㅎ) 탔는데 과거 비즈니스와는 완전히 달라졌더라고요. 말씀하신대로 1자로 누워갈 수 있는 길이는 옛날에는 퍼스트클래스만 있었어요. (비즈니스석은 우등 고속버스 수준이던 시절) 오랜만에 돌아가는 스위스에 비즈니스석에… 두분 기분 좋으셨겠다는…

miu_yummy

좋은 후기 감사합니다
비즈니스나 퍼스트클래스 타보고 싶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