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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케토미] 별모래 해안에서 별위를 걷다 (호시스나노하마 해변)

행복을 부르는 호시스나노하마 해변

호시스나노하마? 별모래 해변이라고?
무슨 뜻일까. 이름이 참 예쁘다. 별처럼 모래가 반짝이기라도 한단 말인가? 아름다운 이시가키의 코발트 빛 바다에 모래까지 별처럼 빛난다면 대체 어떤 환상적인 모습일까. 상상이 가지 않는다. 아니면 밤에 빛나는 야광모래인가? 아님 투명한 모래? 사금석이 많이 섞여 햇살에 반짝반짝 빛나는 모래? 여러가지 별모래의 모습을 상상하며 이시가키 남쪽에 있는 다케토미 섬의 별모래 해변으로 향했다.
다케토미는 이시가키 섬에서 페리를 타고, 10분정도 가면 도착할 수 있는 섬으로 아름다운 전통마을이 자리잡고 있는 섬이다. 

해변에 도착하자 이런 하트모양 나뭇잎이 싱그러운 연초록색으로 빛나며 우리를 반겨주었다. 그 사이로 보이는 옥색의 맑은 바다와 새하얀 모래. 잠시 넋을 잃고 보고 있다가 번쩍 정신이 들었다. 아, 별모래!
일단 상상한 것 처럼 모래가 빛나거나 하진 않는 모양이다. 대신 사람들이 해변에 쪼그리고 앉아 무언가를 열심히 찾고 있다. 알고보니 별 모래는 바로 모래의 모양이 별이었던 것.

확대해서 보면 고래밥 같기도 하고 ^^;

모래가 이렇게 별 모양인데, 전부 이런것은 아니고 일반 모래와 별 모래가 섞여있기 때문에 사람들이 쪼그리고 앉아서 열심히 별모래를 찾고 있었던 거다. 별모래를 찾으면 행운이 온다는 이야기가 있어서 우리도 열심히 별모래를 찾아보았다. 찾는 방법은 이렇게 손바닥으로 모래위를 꾹 누르면 모래알이 손에 붙어나오는데, 이 중 별모양인 것을 고르면 된다. 네잎 클로버처럼 찾기 어려운 것이 아닐까 싶었는데, 한번 찍으면 별모래가 대여섯개는 꼬박꼬박 붙어나온다. 누구에게나 행운을 듬뿍 나누어주는 너그러운 별모래 해안.

사실 별모래는 유공충이라는 원생동물의 골격이 해변에 쌓인 것이라고 한다. 갑자기 벌레라는 생각이 들자 조금 징그러웠는데, 뭐 움직이는 것도 아니고, 석회질의 골격이니 조개껍질 다를것이 무엇인가. ^^ 예전에는 이 해변의 50%가 별모래로 뒤덮혀 있었는데, 사람들이 워낙 많이 퍼가고, 판매용으로 가져가는 통에 요즘엔 30%정도로 그 양이 줄었다고 한다. 다행히 이 별모래는 따뜻한 바다에서 생성되어 계속 쓸려오지만 나만을 위해 행운을 잔뜩 퍼가는 것은 삼가해야 하겠다. 이곳에 찾아오는 다른이들에게도 행운을 조금씩 나누어줄 수 있도록.

바닷가의 풍경만으로도 이미 행운이 내게 찾아온 듯 하다. 이런 아름다운 곳을 볼 수 있다는 것이 행운이 아니고 또 무엇이겠는가? 해변에는 연두색의 해초들이 돌위에 많이 자라고 있어 옥색바다와 함께 독특한 색을 자아낸다. 바위가 군데 군데 있어 물고기들도 많을 것 같고, 투명도가 높은 바다라 스노클링을 하면 좋겠다 싶었는데, 해수욕장이 아닌관계로 수영은 금지되어 있다고 한다. 

그래도 궁금한 마음에 물 가까이 다가가보니 엇, 해삼이 가득하다. 정확히 한국에서 횟집에서 먹는 해삼은 아닌것 같고, 비슷한 류인데, 뭐 그 모습이 그다지 예쁘장 한것은 아니므로 스노클링을 못한다해도 아쉬울 건 없겠다. 이녀석들이 가득 있는 모습을 물속에서 보면 그렇게 즐거울 것 만 같지는 않기 때문에. ^^;
나중에 들은 바로는 중국에서 나오던 해물 누룽지탕에 섞여 있는 그 검은 해삼이 바로 이 녀석이라는 것 같다. 어쨌든 정확히 검증된 바 없으므로 덥썩 잡아먹지는 마시기를.

영상 22도.
때는 3월이라 한국에서 아직 한참 꽃샘 추위와 맞서다 갑자기 떠난 남국 여행이었기에 22도가 대체 얼마 만큼의 따뜻함인지 감이 오질 않았다. 이론적으로 22도가 상온과 가깝다는 것은 알겠고…집안이 상온과 비슷할 테니 반부츠를 신어도 다닐만 하겠지? 하는 것이 나의 결론이었다. 
그러나 한가지 망각한게 집안 그늘 아래의 22도와 쨍쨍한 바닷가 햇살아래의 22도는 많이 다르다는 것. 22-24도 정도라고 했는데도 매우 덥게 느껴지고, 땀도 스물스물 나는게 겨울에 있다가 갑자기 열대기후로 오는 바람에 몸이 놀란 모양이다. 특히 양말과 부츠에 뒤덮힌 발이 숨이 막힌다며 아침부터 아우성이었다. 저 하얀 모래위로 당장 나가야 겠다고, 저 곳을 꼭 밟아보아야 겠다고. 그래서 딛게된 별모래. 모래알이 가늘어 보이지는 않았는데도 부드럽고, 시원했다. 위 사진처럼 정령이 깃들어 있을 것만 같은 나무 뿌리에 기대 앉아, 고운 별들을 발가락 사이로 흘려보내며, 연한 청록색의 바다를 바라보았다. 별모래 해안의 행운이란 이런것인가 보다. 생각지도 않게 얻게된 마음의 평화. 갑자기 한국에 두고온 오이군이 생각이 났다. 아무말 하지 않아도 좋으니 가만히 옆에 앉아 손을 잡고 있어주면 좋겠다.
오늘 나는 이렇게 수천만개의 별 위를 걸었다.

이시가키 시내에 가면 이렇게 별모래를 담은 기념품을 판매한다

콘도이 비치

별모래 해안에서 투명한 바닷물에 발을 담그지 못한 것이 내심 아쉬웠는데, 별모래 해안에서 5분정도 걸으면 도착하는 콘도이 비치가 그 목마름을 달래주었다. 이곳은 해수욕장. 바위가 거의 없이 하얀 모래가 넓게 펼쳐져 있는 곳이다. 3월 말 오키나와 전역의 해수욕장들이 개장을 하면 라이프가드가 대기를 하고 있다고 한다.

주차장 입구에서 바닷가로 가는 길목에 이런 피크닉 장이 있는데, 이곳의 주인은 바로 이 고양이들인것 같다. 새로 주차한 자전거에 어슬렁 어슬렁 다가가 검사를 하거나 피크닉 테이블에 유유자적하게 앉아 열심히 세수를 한다.
모습도 가지 가지, 살퀭이 같은 녀석부터 순백색의 하얀 녀석까지 고양이들의 애교를 구경하는 것은 이 피크닉장의 무료 이벤트 ^^

그리고 바다.
한없이 걸어도 걸어도 수심이 무릎까지 밖에 오지 않는 잔잔한 바다. 백미터가량을 걸어야 어느정도 수영을 할 만한 수심에 도착한다. 얕은 바다에서는 아이들이 뛰어 놀기에도 좋고, 작은 모래빛깔의 물고기들이 떼지어 유영을 하는 모습을 스노클링을 하며 바라볼 수도 있다. 아니면 그냥 따뜻한 물줄기가 감기는 느낌을 즐기며 감자양처럼 첨벙 첨벙 걸어다녀도 이 바다의 매력을 느끼기에 충분하다.

대신 물에서 첨벙거릴 때 조심할 것은 바로 이 해삼. 아무생각 없이 맨발로 덥썩 밟으면, 자동으로 뱃속 저 깊은 곳에서 나오는 이상한 비명과 함께 손에들고 있는 카메라를 떨어뜨릴 법한 미끄럽고, 오묘한 충격을 받을 수 있다. (경험담) ^^; 
물이 워낙 맑아서 보고 걷는다면 밟을 일을 없겠으나 셀카질에 심취하다보면 일어나는 사고.

이 해안은 이시가키 본섬에서 페리로 10분, 타케토미 마을에서 자전거로 다시 10분이면 다다를 수 있으므로 학생들이 방과 후 많이 찾아오는 모양이다. 해안에서 돌아오는 길에 삼삼오오 모여 콘도이 비치 쪽으로 향하는 학생들과 마주쳤다. 그러자 갑자기 우리 차에서 터져나온 탄성. 꺄아~ 교복 입은 학생이닷! 남학생이 몰려지나가니 여자들이 꺅소리를 냈고, 여학생들이 지나가니 남자들이 휘파람을 분다. 헐. 이런반응…우리는 이제 어엿한 아저씨, 아줌마 인가보다. 

아기자기한 경관을 가지고 있는 타케토미 섬은 섬 규모도 매우 작고, 산이 전혀 없는데다가 섬내에 차량이 거의 다니지 않아서 안전하게 자전거 여행을 하기에 최적의 조건을 가지고 있다. 가족여행이나 연인들의 로맨틱 여행에도 적격인 듯 하다. 이미 내 머릿속엔 오이군과 자전거를 타고 이곳을 달리고 있는 모습으로 가득해 졌다.

이시가키 – 타케토미 페리

시간

소요시간

10-15분

요금

편도 790엔, 왕복 1520 (2024년 기준)

※ 이시가키 섬을 기준으로 섬의 갯수에 따라 지불하는 패스를 구매할 수 있다. 예를 들어 어떤 섬이든 관계 없이 섬 3곳, 4곳 등으로 묶어 구매가능하니 여러 곳을 들를 예정이라면 페리 선착장에서 패키지 표를 문의 할 것.

취재지원

이 포스팅은 겟어바웃 트래블 웹진, 하나투어에서 여행경비(항공권, 숙박비, 교통비, 식비)를 지원받아 블로거 본인이 여행한 후 작성되었습니다.

여행날짜

2013.03.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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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 개의 댓글이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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fishermans

와…완전 예전에 다녀오셨네요 잘보고 갑니다.

kreutzer

대박이네 왠 고래밥이있냐

제이유

엄청나게…저 별모래 탐나더라구요. 오키나와..;ㅁ; 얼마나 가고 싶은 곳이었는지. ㅋㅋ
언젠가는 꼬옥 가고 싶은 곳이 오키나와 훗카이도. ㅎㅎ
이 오묘한 끝과 끝의 조합에서 짧게라도 살아보고 싶다란 소망도 있었어요. 헤헷.