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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모니크루즈 200% 즐기는 법

크루즈는 왜 당연히 인천이라고 생각했을까? 한국에서 배를 타고 멀리 가 본 곳이라고는 인천-제주도가 전부이기 때문이었을까? 아니면 반도 국가라지만 위로는 북한이 막고 있어, 사실상 섬이나 다름 없는 우리나라에서 외국을 나갈 때는 으레 인천공항을 통과해야 했기 때문인지도 모른다. 어쨌든 나는 크루즈가 인천이 아니라 부산에서 출발한다는 사실에 살짝 놀랐다. 생각해보면 중국을 가는 것도 아니고 일본을 가는 것이니 당연한 것인데 말이다. 그래서 크루즈여행 준비목록에는 부산행 KTX표가 살포시 추가되었다.

대망의 크루즈 여행을 떠나는 날 아침. 온세상이 하얀 눈으로 덮여있었다. 승선은 오후 네시 반까지만 하면 된다고 했지만 우리는 크루즈를 200% 즐기고 싶었으므로, 졸린눈을 비비며, 9시 반 부산행 KTX를 탔다. 왜냐하면 한국 최초의 정통 크루즈라불리는 하모니 크루즈는, 휴가가 짧은 한국의 실정에 맞춰 2박 3일이나 3박 4일의 센스있는 일정으로 운영이 된다. 그러나 이 짧은 일정 때문에, 우리가 꿈꾸는 ‘낭만적인 선상생활’을 낮에 즐길 수 있는 시간은 사실상 얼마 되지 않기 때문이다. 둘째 날 부터는 낮에 기항지 관광을 나가므로 여유있게 배의 내부 시설은 물론 수영장, 자쿠지 등등의 야외시설을 햇살아래 즐기려면, 첫째날을 공략해야 하는 것이다. 승선은 두시부터 시작해 네시 반에 마감하는데, 이 사이에 배에서 간단한 다과도 제공한다고 하니, 감자와 오이, 어찌 공짜 음식을 놓칠 수 있겠는가. 무슨 한이 있어도 두시에 맞춰 들어가 여유롭게 선상의 다과를 즐겨주리라! 점심도 거기서 때우리라~! 불끈!

그러나 다과는 나중 이야기고, 9시 반, 우리는 ‘지금’ 배가 고프다. 추운 날씨에 아침부터 미끄러질까 종종 걸음으로 긴장하고 다녔더니 따뜻한 기차에 앉아마자 노곤하게 풀린 배꼽시계가 꼬르르륵 울리기 시작했다. 그래서 우리의 간이테이블로 초대 받은 기차 도시락. 기특하게도 밥이 따뜻하기까지 하다. 소풍 마법이 걸린 반찬들은 차갑게 식은 튀김류까지 꿀맛이 난다. 우리는 창밖의 하얀 풍경에 설레여 하며, 덜 깬 잠에 버거워 하며, 두시간 반 정도 후에 부산 역에 도착했다.

우리 밤의 신데렐라 오이군은 낮 12시까지는 꿈나라 마법이 안풀려서 자는 듯이 걸어다닌다. 부산역에 설치된 대형 액자속의 잠자는 공주 오이.

부산은 역시 항구도시, 항구도 여러가지가 있다. 국제 무역항도 있고, 국내 여객 터미널도 있고, 우리가 오늘 갈 국제 크루즈 터미널도 있다. 그러니 실수 하지 말고, 태종대로 가는 길목에 있는 국제크루즈터미널로 가야한다. 그런데, 사실 긴장할 필요가 없는것이 부산역 시계탑 앞에 크루즈 탑승객을 위한 국제크루즈터미널 까지 가는 무료 셔틀버스가 대기하고 있기 때문이다. 12시 30분 부터 30분 간격으로 운행된다고 해서, 11시 50분에 이미 부산역에 도착한 우리는 사진을 찍으며 여유롭게 버스로 갔다. 두근 두근, ‘럭셔리 크루즈로 가는 셔틀버스, 무언가 엄청 우아할까?’ 라고 잠시 기대했으나, 타는 순간 정겨운 뽕짝이 쿵짝 쿵짝 흘렀고, 좌석에는 어르신들이 가득 메우고 앉아 시끌 벅적 들뜬 분위기를 연출하고 계셨다. 크흐흐…기대했던 것과는 다르지만 어쨌든 즐거운 분위기에 취해 오이군과 뽕짝에 맟춰 어깨를 들썩이며 터미널로 룰라랄라~ 뽕짝도 오랜만에 들으니 좋다. 옛날 이박사 생각도 나고. 아싸 아싸~ 추임새가 절로 나고, 은근 취향에 맞나보다. 오이군 심취해서 일어나 춤 출 분위기다.

터미널 도착. 상쾌한 바다 내음이 먼저 우리를 반겼다. 터미널에 도착하면 일단 수하물인도장으로 가서 위의 사진처럼 짐을 보내야 하는데, 이때 주류는 반입이 금지된다. 이점이 살짝 불만이었으나 나중에 보니 식수는 무료로 제공되고, 음료, 주류가 매우 저렴한데다가(칵테일이 한잔에 6천원) 탑승수속할 때 입구에서 미리 할인된 가격의 음료쿠폰을 구매하면, 선내에서 부담없이 즐길 수 있다. 

터미널 2층으로 올라가면 1시 30분부터 탑승 수속을 시작한다. 여권을 보여주면 티켓을 교부하고, 방을 배정해 주는데, 한시 반이 땡 치자마자 대기하던 사람들이 한꺼번에 수속장소로 바글 바글 몰려가서, 우리는 이렇게 햇살을 즐기며 줄이 조금 짧아지기를 기다렸다. 어차피 다 들어갈 것을 줄서느라고 다리아플 필요가 뭐 있겠는가. 여유를 즐기고자 온 여행, 조급해하지 말고, 계속 여유를 갖자.
오~ 솔레미오~~ 날씨 참 좋다. 오이군의 무성 오페라.

수속 끝나고, 선착장으로. 
두둥~드디어 저쪽에 3일간 우리의 호텔이자 교통수단이 되어 줄 클럽 하모니호가 보인다. 
‘꺄아하~ 만나서 반갑다.’ 오이와 감자는 신이나서 호들갑을 떨며 일단 배 주위를 열심히 걸어도 보고, 가까이 가서 쓰다듬어도 보았다. 딱 봤을 때 중형 크루즈로 엄청나게 큰 느낌은 아니었는데, 막상 뱃 머리 부터 끝까지 걸어보니 한참 걸리는 것이 크긴 크구나 싶다. 실제 길이가 174.3m 라고 하니 그 크기가 상상이 가시는지? 백미터 달리기 한번 반이 넘어가는 길이다.

뽕짝의 여운이 남아서인지 오이군은 계단을 통하지 않고, 날아 올라 갈 것만같네. ㅋ 
선박앞에는 관광안내소도 있어서 외국 크루즈가 기항할 경우 내리는 사람들에게 안내를 해 주는 모양이다. 
레드 카펫만 깔려 있으면 제대로 영화같을 법 한 계단을 통해 뜨거운 환대를 기대하며 선박에 올랐다.

음, 그런데, 입구에서 우리를 따뜻하게 맞이한 것은 이 커다란 크리스마스 장식 뿐. 조용~ 너무 일찍 왔나? ㅋㅋ 입구 맞은 편에서 아이들이 오면 풍선을 주려고 준비하던 사람들만 멀뚱 멀뚱 우리를 바라보았다. 나도 어디로 가야 할지 몰라서 같이 멀뚱히 바라보았다. 그렇게 서로 한동안 멀뚱히 바라보다가 멋적게 풍선을 하나 내미는 아저씨. 음, 잠시 고민하다가 가지고 다니기 귀찮을 것 같아서 설레설레 거절했다. 다시 멋적게 풍선을 가져가시는 아저씨. 그러다가 아무말 안하는 내가 오이군과 같이 있고 하니 외국인인줄 알았는지 조심스럽게 ‘It’s for free.'(이거 공짜예요.)라고 한다. 그래서 살짝 웃으며 ‘알아요.’라고 했더니 아저씨, 흠칫 놀라신다. 뭔가 굉장히 안티소셜한 산타와 안티소셜한 감자들 사이에 애매한 분위기가 흐르고 있는데, 다행히 옆에 있는 카운터에서 상큼한 목소리로 우리를 불러주어서 안내를 받고 방으로 도망 갈 수 있었다.

짜잔~ 이것이 3일간 우리가 머무를 호텔. 일반객실 오션뷰이다. 아기자기한 규모로 깔끔하게 꾸며져 있는데, 커플인 우리에게 싱글 침대가 두개 주어졌다. ‘자기야 안녀엉.~’ 예전에 신혼여행을 배낭여행 비슷하게 갔더니만 호텔에서 싱글 침대를 두개 준 적이 있는데, 추억이 아롱아롱 떠오른다. 그때는 불타는 열정으로 침대를 들어 옮겨 붙였지만 점잖은 6년차 부부는 그냥 모든것을 홀러가는 대로 둔다. 즉, 따로 잔다. 사실 침대는 벽에 고정되어 있어 옮길래야 옮길 수도 없었겠지만 어쨌든 시도도 안한것 같다.
윗 사진 왼쪽 부터 복도, 화장실, 냉장고에 있는 3일치 생수.

참, 한가지 매우 칭찬해 주고 싶은 것이 있는데, 바로 방의 청결도. 진심으로 진심으로 깨끗하다. 가끔 5성급 호텔에 가서도 침대 밑을 보면 먼지가 쌓여 있거나 구석이 말끔하지 않은 경우가 있는데, 이곳은 방 구석은 물론 침대 밑, 화장실 구석 구석까지 매우 깨끗했다. 작은 선실임에도 이 깨끗함과 밝은 분위기 때문에 매우 쾌적한 느낌을 준다.

방 침대 옆과 화장실에 플러그가 하나씩 있는데, 한국 플러그가 그대로 들어가니 별다른 어댑터를 가져가지 않아도 된다. 그런데, 침대 옆에 있는 이 원형 미니 탁자는 뭘까? 열어보니 화장대다. 꺄아아아~ 너무 귀여워. 일정이 짧아 별로 넣어 둘 것이 없어서 아쉬웠지만 웬지 이 화장대를 열고 거울을 보며 마스카라를 발라야만 할것 같은 욕구와 의무감이 든다.
창밖으로 보이는 푸른 부산 앞바다. 내일 아침이면 이 창으로 찬란한 햇살이 우리를 깨워 주겠지?

살짝 아쉬운 것은 샤워젤과 샴푸가 통합형이라는 것. 어차피 호텔 샴푸 좋은 것은 본 적 없지만 그래도 진짜 샴푸가 있었더라면 머리가 삼일동안 옥수수털같이 되는 일은 면할 수 있었을 텐데…머리 긴 여자분들 개인 샴푸 가져가세요. ^^

어쨌든 이 앙증맞은 화장대 덕분에 ‘여자라서 행복해요~’ 
감자 행복 모드 풀가동 완료.

이제 밖으로 나와보자. 아름다운 햇살과 잔잔한 푸른바다. 모든 것이 평화롭고 완벽하다. 맞은 편에 한국 해양대학교 쪽에도 큰 배들이 몇몇 보인다. 뭐하는 배일까? 
우리는 귀가 사라질 것 같은 추위도 잠시 잊고, 갑판 위를 풍랑 만난 배 위에서 구르는 감자와 오이처럼 신나게 쏘다녔다. 그러다 보니 응? 뭔가 잊은 것 같은데?  그렇다. 배가 고프다. 헉! 스낵~

6층에 요트클럽 부페로 허겁지겁, 그렇지만 먹겠다고 뛰는 것이 표날까봐 조심조심 달려걸어갔는데, 아직 사람이 많지 않아서 창가에 앉아 편안하게 바다를 바라보며 늦은 점심을 먹을 수 있었다. 위의 빵과 디저트 뿐만 아니라 연어, 햄 샌드위치 등이 준비되어 있어서 ‘간단한 스낵’이라는 말이 무색하게 ‘꽤 괜찮은 점심’이 주어졌다. 특히 오랜만에 보는 Pain au Chocolat (팽 오 쇼콜라 : 초코 빵 – 오른쪽 위 사진), 스위스에서 감자와 오이의 아침을 열어주던 달콤하고 고소한 이 빵이 너무 그리웠는데, 미니 사이즈의 이녀석들이 그득하게 담겨 있는 것이 아닌가? 뭐 맛은 스위스 살때 먹던 것과 좀 많이 달랐지만 어쨌든 있다는 것만으로도 너무 너무 반가왔다. 그 외에 입에 무는 순간 엄지손가락을 번쩍 치켜세우게 했던 브라우니와 과일, 쿠키, 따뜻한 커피, 차 등이 무제한으로 제공된다.

야채 커플, 너무 흥분한 듯 하여 마신 진정작용을 한다는 카모마일 차 한잔. 차가 독일산이다. 멀리서 온 녀석이군.
바다를 보며 즐기는 차 한잔의 여유~ 
그래, 이맛이야. 
차..차에 다시다를 넣은걸까? 고향의 맛이 난다. 하도 떠돌아 다니다보니 이제 어디인지도 기억나지 않는 나의 고향.

뱃속이 든든해지니 힘이 나서 다시 밖으로 나왔다. 
전망층에서 바라본 선박 전경. 여름이라면 이곳에 길게 누워 선탠이이라도 할텐데, 오늘은 냉동야채될 확률이 크니, 참자.
선박의 외부를 구석 구석 돌아다니다 보니 선박명인 클럽 하모니가 쓰여 있는 페인트 아래로 코스타 마리나라는 이름이 희미하게 보인다. 예전 선박명이 코스타 마리나였나보군. 여기서 오이군 호기심 발동, 클럽 하모니의 내력을 살짝 살펴보았다. 

이 배는 1969년생으로 2013년 44살이 된다. 우와~ 감자와 오이보다 훨씬 나이가 많은 배였구나. 원래는 스웨덴 회사가 주문하여 핀란드에서 컨테이너 수송용 배로 엑셀 존슨Axel Johnson 이라는 이름을 가지고 태어났다고 한다. 그 후 18년 뒤인1988년에 이탈리아 회사 코스타 크루즈Costa Cruise에 편입되면서 크루즈 배로서 재탄생하게 된다. 제노바에서 이탈리아의 예술적 감각으로 내외관을 개조하여 90년부터 재 항해에 들어가 코스타 마리나Costa Maria라는 이름을 달고 2011년까지 독일 여행객을 주 고객으로 항해해 오다가, 2011년 코스타 크루즈사의 새 선박 영입 계획으로 인해 한국의 선박회사인 폴라리스 쉽핑Polaris Shipping에 인수 되었다. 2011년에 처음 인수했을 때 이름은 하모니 프린세스Harmony Princess였으나 2012년, 클럽 하모니Club Harmony로 변경되어 운영되고 있다. 한가지 신기한건 등록 항구가 마샬군도 공화국으로 되어 있다는 것. 폴라리스 쉽핑과 하모니 크루즈 다 한국 회사인것 같은데, 등록항구가 왜 저리 되어있는지 미스테리다.
어쨌든 이녀석 그냥 배 인줄 알았는데, 긴 이력을 가지고 있었구나. 핀란드, 스웨덴을 거쳐 이탈리아 그리고 이 한국땅에 오기까지 얼마나 많은 사람들을 태우고, 세계 곳곳을 누비고 다녔을까. 갑자기 세월의 연륜이 곳곳에 베인 이 배가 무언가 애뜻하고, 멋있어 보인다. 

크루즈의 낭만은 바로 이 야외 수영장이 아닐까? 푸른 바다위에서 수영장 물에 발을 동동 담그고 마시는 시원한 칵테일 한잔. 그런데, 아쉽게도 지금은 철이 아니다. 바깥에 얼음이 꽁꽁언 한겨울, 자쿠지의 물 마저도 그다지 따뜻하지 않았으므로 수영장은 임시 휴업이다. 겨울에는 수영장의 물을 좀 더 따뜻하게 데우고, 비치타월을 서비스 했었더라면 좀 더 멋진 진짜 크루즈가 되었었을 텐데… 한겨울 눈 사이에서 온천욕도 하는데, 수영장물이 충분히 따뜻하다면 수영을 안할 이유가 없지 않겠는가. 그리고, 야외 바bar 역시 휴업이었는데, 난방기구를 사용하던지, 무릎담요를 비치해서 오픈했더라면 좀 더 운치있는 크루즈가 되었을 것 같아 아쉬움이 남는다. 겨울에 포장마차가 더 인기있듯이, 적절히 따뜻한 요소를 추가해 준다면 승선객들도 충분히 야외바를 이용하지 않을까? 물론 수영장 물을 데우려면 새로운 시스템이 도입되어야 해서 투자비용이 상당히 들겠지만, 어쨌든 지금은 이 하모니크루즈가 시작단계이니 앞으로 어떻게 발전해 나갈지 기대된다.

이번엔 내부탐방. 이곳 저곳 돌아다니며 복도를 걷다가 이상한 창문들을 발견했다. 방향이 바다쪽이 아닌 복도 안쪽으로 나있는 것이다. 응? 뭐지? 하며 들어다보니…

앗! 
이 창문들은 바로 수영장 안쪽을 향해 있었다. 물이 차 있다면 창을 통해 복도 안쪽으로 들어오는 빛이 멋진 물 그림자를 연출했겠구나. 물론 그 안에서 수영하는 사람들은 조금 민망하겠지만. 뭔가…이탈리아스러운 아이디어다. ^^;

내부에는 두개의 바bar와 클럽club 그리고 공연이 진행되는 극장theater이 있다. 오래된 배이니 만큼 전반적으로 천정이 낮고, 수수한 장식으로 꾸며져 있어 조금은 오래된 느낌을 주지만, 그 덕분에 마치 70년대의 유럽영화 속으로 들어온듯 하다. 이 배가 처음 크루즈 배가 되었던 1988년에는 로맨틱하고 아름다운 느낌이었겠지?

쨔잔~
이곳이 바로 크리스탈로 레스토랑으로 하모니 크루즈에서 가장 우아한 공간이다. 거울과 크리스탈 샹들리에로 화려하게 꾸며져 있어, 초호와 특급 레스토랑까지는 아닐지라도 사용하는 고객들이 적절한 매너와 그에 맞는 복장으로 분위기를 맞춰 준다면 충분히 많은 분들이 크루즈 여행에서 기대하는 멋진 분위기를 낼 수 있을 것 같다. 이틀 후 이곳에서 선상 만찬이 진행되는데, 어떤 분위기 일지 매우 기대되고, 조금은 불안하다. 아까 탑승 수속 할 때 보니 요즘 우리 아주머니 아저씨들의 교복이라 할 수 있는 등산복입으신 분 들이 매우 많던데, 선상 만찬마저도 그렇게 오시지 않을까…결국 분위기라는 것은 사용하는 사람들이 만들어가는 것이니까.

어린이를 위한 키즈클럽도 있어 가족과 함께 크루즈를 즐기기에 좋아 보인다. 키즈클럽 내에서도 푸른 바다를 감상할 수 있으니 아이들에게도 색다른 경험이 되지 않을까?
같은 층에는 북카페가 있는데, 한국어 책 뿐만 아니라 이렇게 일본어로 된 책도 조금 꽃혀있었다. 아무래도 현재는 일본 기항지 관광이 주력 상품이다 보니 일본관련 자료가 많은 것 같다. 앞으로 중국, 러시아쪽까지 기항지를 늘려가면 더 많은 언어들의 책을 이곳에서 볼 수 있지 않을까? 개인적으로 내부 시설중 가장 마음에 들었던 곳이다. 따뜻한 나무 가구에 앉아 푸른 바다를 배경으로 읽는 책은 아무리 지루한 책이라도 재미있게 느껴질 것만 같다. 물론 에너제틱한 우리는 선박 내부를 헤집고 다녀야 했기 때문에 앉아서 책을 읽을 여유는 없었지만 말이다.
그래서 우리가 찾은 곳은 피트니스 클럽. 7층 꼭대기에 올라가면 천정이 유리로 되어 아침에 쏟아지는 햇살을 맞으며 상쾌하게 운동을 할 수 있는 피트니스 클럽이 있다. 뭐 사실 마음만 에너제틱하고, 그다지 운동과는 친하지 않은 오이군은 역기를 드는 곳에서 빨래처럼 널어져 있기 운동(?)을 택했지만. 감자양은 그 보다는 조금 운동량이 많은 사진 찍기 손가락 운동을 택했다. ^^;;(사진 오른쪽 위)

헬스장에서 조금더 안쪽으로 들어가면 여행의 피로를 깨끗하게 날려 줄 건식 사우나가 있다. 그런데, 일정을 살펴보니 내일부터는 사우나에서 보낼 시간이 별로 없을 듯 하여 우리는 아직 그다지 풀 피로는 없지만 오늘 당장 오븐구이 감자, 오이를 만들기로 했다. 

사우나는 예약제로 운영이 되기 때문에 4층 카운터에가서 미리 예약을 해야한다. 시간은 한 팀당 30분으로 제한되어 있으므로 슬로우 라이프를 모토로 하고 살아가는 오이와 감자에게는 조금 빠듯했다. 안쪽에 탈의실, 샤워실두개 그리고 수건이 준비되어 있다. 복장은 간단한 티셔츠와 반바지 개인 지참. 사우나 내부에 최대 권장 시간인 15분에 맞춰진 모래시계가 있고, 너무 건조할 경우를 위해 물을 증발 시킬 수 있는 돌이 달구어 지고 있다. 

그런데, 우리는 카운터에서 예약을 했음에도 불구하고, 예약시간에 갔더니 사우나 입구에 직원이 없어서 그냥 들어와서 사용을 해야 했다. 잠시 어리둥절 했지만 위 아랫칸에 나란히 누워 곧 헤롱헤롱 몽유도원으로 빠져들었는데, 갑자기 누군가가 벌컥! 문을 열고 들어 왔다. -_-; 넋놓고 있다가 놀래서 주화입마 당할 뻔… 반바지, 티셔츠 입고있었으니 망정이지 목욕탕에서처럼 수건 두르고 있었으면 이게 웬 난리 -_-;
사우나실 문이 잠기지 않으므로 사용 전에 직원이 없거든 입구에서 반드시 어떻게 해서든 직원을 호출해내도록 하자. 우리처럼 심장마비 걸리기 싫으면.
다음 예약한 사람이 조금 일찍 온 모양인데, 이사람도 직원이 없어서 그냥 들어 온 듯 했다.

타이타닉. 아름다운 영화의 주 이벤트는 사실 ‘침몰’이 아니던가. 크루즈가 낭만적인 이유는 바로 위험이 뒤에서 도사리고 있기 때문이…아니다. 절대 아니다. 잘 살아 돌아가야 낭만이든 스릴이든 계속 즐길 수 있다.
따라서 우리는 출항 전 모두 안전 교육을 받는다.  비상벨이 울리면 선실 장롱에 비치된 구명 조끼를 입고, 다시 말해서 감자처럼 ‘쓰고’가 아니라 오이처럼 ‘입고’ 지정된 장소로 가서 교육을 받으면 된다. 

바깥쪽에 이런 구명보트들이 쭈욱 매달려 있다. 재난 영화에 밥먹듯이 나오는 ‘아이들과 여자 먼저..’를 외치게 하는 바로 그 보트. 나쁜넘들이 다른 사람을 밀어제끼고, 정원도 다 안찼는데, 줄끊고 도망가다가 결국 안타느니만 못한 결과를 가져오게 하는 그 보트가 이 보트다. 

그렇다. 이 보트는 절대 탈 일이 없어야 한다.

아기리고기다리던 저녁시간! 꺄악 >_<
오늘 저녁은 부페. 메뉴는 생각이상으로 다양했고, 맛이 좋았다. 즉석에서 구워주는 스테이크와 LA갈비가 단연 최고 인기 품목이었고, 그릴에 구운 야채는 감자양의 위가 소처럼 네개였으면 싶게 만들었다. 오이군은 파스타와 말레이시안 스타일의 코코넛 커리소스 닭고기가 제일 맛있었다고. 특히 스위스 치즈 소년을 행복하게 만들었던 것은 오른쪽 위 사진처럼 파마산 치즈 대형 믈meule이 통채로 테이블 위에 올라와 있었던 것. 30-40cm는 넉근히 됨직한 커다란 진짜 파마산 치즈 한 믈(치즈 덩어리 세는 단위로 돼지머리 눌린것 같이 생긴 한 덩어리)을 속을파 놨다고 오이군 침튀기며 흥분.

평소에 수입치즈 비싸서 잘 안사는데, 고향음식이 그리울 오이군이 갑자기 측은. 다음 주에는 그뤼에르 Gruyères(스위스 치즈이름) 덩어리 퍽퍽 얹은 파스타를 한동안 보기 싫을 정도로 일주일 내내 먹여줘야 겠다.
디저트는 메인 음식에 비해 약한 감이 있었지만 점심에 나왔던 브라우니가 다시 나와줘서 대략 만족.

이것이 야외 바 bar다. 야외 난로는 흔들리는 배에서 위험해서 설치를 안하는 걸까? 음악이 흐르고, 양털이 깔린 의자에 앉아 칵테일 한잔하면 환상적일것 같은데… 그러기 위해서는 일단은 여름을 공략하는 수 밖에 없겠다. 

드디어 출항.
배가 천천히 흔들리는가 싶더니 어느새 부산시내가 저어만치 멀어진다. 야경이 아름다운 도시를 등뒤로 하고, 검은 미지의 바다 한가운데로 우리의 클럽 하모니 호는 힘차게 출발했다. 그러자 갑자기 여기 저기서 사진기들이 찰칵 찰칵. 감자도 새로 가족으로 영입된 소니 NEX 5r을 들고는, 야경모드 테스트. 삼각대 없이 움직이는 배안에서 뭐 이만하면 만족스럽다. ^^ 이젠 미러리스 덕분에 여자분들 어께에 근육생길 일이 줄어든 듯. ^^

캬아~ 불을 쭈욱 켜니 이렇게 무도회 분위기가 나버린다. 호주에서 어학연수하던 시절, 가끔 대형 유람선들이 시드니 항구로 들어와 밤에 눈이 부실정도로 환하게 불을 켜 놓으면, 은근히 부러운 눈길로 바라보곤 했는데, 내가 그런 곳에 올라와 있게 될 줄이야.

출항을 하고, 선장님 주최로 환영회가 열렸다. 스탭분들중 두세분만 한국인이고, 나머지는 모두 외국인이다. 국적도 다양해서 그리스, 말레이지아등 여러 국가에서 오신 분들이 각 분야를 맡고 계셨다. 
차랑~
환영 샴페인 글라스가 경쾌하게 부딛히며 우리의 3박 4일 크루즈여행은 이렇게 시작되었다.

Video. 환영 난타공연

여행의 첫 공연이었는데 사실 크루즈라고해서 무언가 웅장하고 화려한 공연을 기대했다가, 소박한 무대위에서 TV 개콘같은 분위기의 공연이 펼펴지는 바람에 조금 놀랐다. 공연자체는 매우 재미있고, 신나는 공연이었다. 공연주최측이 의도한대로 관객의 참여도 잘 유도해 냈고, 오늘 300여명이 단체로 오셨다는 S보험분들이 무서운 참여도를 보여주신 덕분에 분위기도 매우 좋았다. 다만 크루즈에서는 대학로 소극장 분위기보다는 아트홀 분위기의 공연이 열리는 것이 맞지 않나 하는 개인적인 의견.
관객참여를 유도하는 공연이다보니 연주자체의 퀄리티보다는 우스갯 소리와 제스쳐로 관객의 흥을 돋우는 것이 목적인듯 보였고, 시작부에 케이팝의 여세를 몰아 집어 넣은 듯한 비보이 공연이 크루즈 분위기와는 조금 맞지 않는다는 건 나만의 느낌이었을까? 관객과 함께 하는 공연도 좋지만 이런건 10-15분 가량만 넣고, 차라리 여러가지 드럼기술을, 드럼도 한종류만 계속 사용하지 말고 여러 종류의 도구로 바꾸어가며, 다른 분위기의 다양한 리듬을 선보였더라면 크루즈의 럭셔리 컨셉과 부합하는 수준높은 공연이 되었을지도 모르겠다는 생각이 든다. 관객의 실소 보다는 우와~하는 탄성을 자아내는 공연말이다. 이번공연은 관객참여를 너무 목적으로하다보니 결국 중고등학교때 갔던 수학여행에서 레크레이션 시간을 보낸듯하여 아쉬움이 남았다.

환영회가 끝나고, 그냥 자기는 아쉬워서 아까 낮에 봐 두었던 해리스 바로 가서 칵테일을 주문했다. 칵테일의 종류도 많고, 맛도 괜찮은데, 가격이 6천원 정도로 정말 저렴하다. 색소폰 라이브 연주가 은은하게…는 아니고 매우 크게 흐르고, 사람들의 분위기는 무르익어가고. 그렇게 첫날 밤이 저물어 간다. 바 뿐만 아리나 오른쪽 아래 사진 처럼 복도에도 매우 편안한 소파와 테이블이 놓여있어서, 우리는 잔뜩 흥이 오른 승선객들의 시끄러운 분위기를 피해 이곳에서 은은하게 들려오는 색소폰 소리를 배경으로 첫날의 저녁을 마무리 했다. 

취재지원

이 포스팅은 원투고, 하모니크루즈에서 여행경비 일부를 지원받아 블로거 본인이 자유롭게 여행한 후 작성되었습니다.

여행날짜

2012.12.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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행인

엄청 옛날 글이지만 재밌게 읽었습니다
한국해양대 소속선들은 해사대학 3학년들이 먹고 자고 수업을 듣는 실습선입니다
상선들이 마셜 제도같이 타국적으로 등록된 이유는 편의치적 때문에 그렇습니다 파나마나 맨 섬 등등 선박보유대수가 몇백대를 넘어가는 곳들이 있어요 이런 곳들이 대표적인 편의치적국가들입니다 편의치적은 간단하게 조세회피용이라고 생각하시면 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