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퀘벡시티 day 1. 몬트리올에서 떠나는 주말여행

여행 속의 여행

오이군이 캐나다에 오기 전부터 퀘벡시티에 대한 관심이 지대하였으므로 주말에 그곳에 다녀오기로 했다. 퀘벡은 몬트리올과 마찬가지로 퀘벡주에 있는데, 캐나다임에도 100% 프랑스어를 쓰는 지역이다. (몬트리올은 영어와 프랑스어를 섞어쓴다) 이곳에서 만든 팝뮤직, 영화, 드라마 등이 프랑스나 스위스 프랑스어권 지역에도 가끔 방영이 되는데, 재밌는 것은 같은 프랑스어 임에도 프랑스나 스위스 TV에 나올 때는 아래 자막이 함께 나온다는 것. 오랜 세월 프랑스 본토와 떨어져 있다보니 언어가 많이 바뀌어서 발음이나 억양이 많이 다르고, 단어랑 표현도 조금씩 다른 것이 있기 때문인데, 퀘벡 사람들은 자신들의 프랑스어가 고대 프랑스어와 더 가까운 정통 프랑스어라고 우긴다. 그러나 물론(?) 프랑스 본토나 스위스 프랑스어권 등에서는 이를 인정하지 않지만 말이다. (퀘벡주를 제외한 다른 나라들에서는 파리억양을 표준어로 여기는 편) 어쨌든 문화의 힘, 즉 가요와 드라마, 영화의 힘은 칼보다 강하기 때문에 스위스 프랑스어권 사람들은 퀘벡주의 프랑스어를 귀엽다고 생각하고, 그쪽에 대해 관심을 많이 갖는 편이다. 그래서 오이군이 여길 매우 가보고 싶어 했던 것.

그런데, 지도로 얼핏 봤을 때는 몬트리올에서 가까운 듯 했는데, 관광안내소에 물어보니 차로 3시간동안 쉬지 않고 운전해야 다다를 수 있는 거리라고 한다. 캐나다가 원체 큰 나라이다보니 구글맵으로 보면 자칫 거리를 잘못 판단할 수가 있더라 ^^; 그래서 오이군은 금요일도 월차를 내서 2박 3일 미니 휴가를 만들고, 간만에 차까지 렌트해서 여행 중에 또 주말여행을 떠나게 되었다.
므흐흐~ 설레이는 구만. ^^

그러나 전날의 그 설레임과는 다르게 여행 당일 아침엔 여느날과 마찬가지로 우리는 시들시들한 야채일 수 밖에 없었다. 바로 이 몬트리올 사람들의 파티 열정 때문이다. 왜 목요일부터 밤새 빵빵대고, 노래하고, 소리지르고 난리 법석인거냐고…-_-; 렌터카를 9시에 예약해두어서 7시 반에 일어나 준비하기 시작했는데, 이거 수면부족으로 둘다 영 상태가 말이 아니다. 그런데, 이 고급체력의 진수를 보여주는 몬트리올 사람들. 카센터로 가는 길이 깜짝 놀랄 만큼 북적북적하다. 왜 금요일 아침부터 이미 주말 이벤트를 시작하고, 전부 파티 분위기 인거냐고…대체 일은 언제들 하는거야? 

스포츠카 전시

길가에 같은 모델의 엄청 멋진 스포츠카가 색깔별로 늘어서 있었다. 평일 아침부터 길을 아예 통째로 막아놓고 이벤트를 하는구나… 차가 어찌나 많은지 저~어 끝의 차는 이 사진에서 보이지도 않는다.

공짜 초컬릿

새로나온 허쉬 버튼 초컬릿을 나눠주더라. 받자마자 내 사랑을 듬뿍 받은 녀석. 내가 지지리도 싫어하는 캔디 코팅이 없으면서도 손에 묻지않는 알초컬릿이다. 헐, 이렇게 말하니 이거 꼭 광고 같구먼…^^; 그러나 정말 맛있었음.

아침엔 비지니스 절대 금지

행복하게 공짜 초컬릿을 우물거리며 렌트카 사무실에 도착했다. 문을 여니 상냥한 퀘벡억양으로 직원이 우리를 맞이한다.

(오잉? 기름을 덜먹으면 좋지. 거참 이 아줌니 참 친절하구만.)

(음…? 그, 그래서 모?)
Fiat 은 이탈리아 자동차 브랜드로 스위스에서는 꽤나 흔한 차여서 우리는 직원이 Fiat 을 강조하는 이유를 알지 못했다. 나중에 보니 캐나다에서는 유럽 브랜드 차들이 비싼편이고 꽤나 사랑을 받는 모양이더라.

(뭐, 뭐지? 이거 너무 친절한데? 뭔가 이상한데…)
그때 반쯤 졸던 오이군이 한마디 던진다. 

(그럼 그렇지…)
이런데서 공짜 친절은 존재하지 않는다. 근데, 기름값이 많이 안든다고…? 그때부터 머릿속이 엄청 바빠지기 시작했다. 
(그…그러니까 하루에 30CAD비싸니까 삼일이면 90CAD…음…몬트리올에서 퀘벡까지 기름값은 얼마지? 얼마를 절약하게 되는건가…아..그러니까니…기름이 1L당 얼마냐… 퀘벡까지의 거리는 또 얼마고…)
흠. 아침은 역시 너무 힘들다. 머릿속에서 정리가 잘 안된다. 기름값은 스마트폰이 있던 시절이었으면 바로 검색해보면 되는데, 우린 아직 스마트폰이 없던 시절이었다. 한국에는 벌써 많이들 사용하던 때였는데, 처음 나왔을때 스위스에서는 폰가격은 물론 월정액이 너무 비쌌으므로 우린 아직 스마트폰을 구입하지 않았었다.

이 직원 고단수다. 밝고 상쾌한 말투로 교묘하게 내 계산을 방해하다니…
얼마 후 가까스로 계산이 끝났을 무렵 우리는 밝은 노란색의 깜찍한 Fiat에 서명이 된 계약서를 들고 앉아 있었다. 그리고 그 안에 앉아서 끝마친 내 계산의 결과는 이러했다.

된장. 어제 집에서 기름값 계산해 봤는데, 왜 그게 생각이 안나가지고…ㅠ_ㅠ
이건 전부 울집 아래서 밤새 파티한 사람들의 잘못이다. 야채 오이커플은 완전히 수면 부족. 이래가지고 장거리 운전은 잘 할 수 있을까…차에 멍하니 앉아있는 오이군에게 나의 계산을 설명했더니 이런 모습으로 대답한다.

나는 천천히 계산해서 결정하려고 했는데, 오이군이 대충대충 네네 하더니 계약서에 싸인을 해버린거라 돈이 아까워 바가지를 긁으려는 찰나 저렇게 순박한 표정으로 웃으면서 말하니 화를 낼 수가 없더라. ㅋ 고단수다, 울 서방…

그래. 누구한테 뭐라고 하겠나. 인터넷에서 본 예상 기름값을 빨리 기억하지 못한 내탓이로다.  그리하여 우리의 아름다운 주말 여행은 엄청 귀여워버리는 Fiat 500과 함께 힘차게(?)시작되었다. 병아리색 Fiat 500은 내부에 비닐도 다 안뜯은 새차였다. 비닐은 오이군이 보자마자 박박 뜯어 버림. ^^;

지구를 지켜라, 쪼옴!

정말 화창한 날이다.
그렇다. 화창한 날이라 함은 햇살이 구석 구석 밝혀주어 따로 불을 밝히지 않아도 야외에서는 이곳 저곳 별 문제없이 잘 보인다는 얘기다. 그런데, 뻥 뚤린 도로변에 가로등이 켜져있는 경우가 많았다. 전봇대들이 나무로 되어 있어, 환경을 생각한 발상이라 여겨져 오이와 감자는 은근히 감동했으나 전기 아끼는 일은 뒷전인 듯 하여 아이러니했다. 

무안한 가로등과 나무 전봇대

밝은 햇살아래 어슴푸레 켜져있는 가로등. 나무 전봇대는 환경을 생각한것 아니었어? 그냥 싼맛에 쓴거야? 응?

138번 국도

우리는 지난번 방문했던 관광 안내소의 술취해 보이던 안내원 아저씨의 권유에 따라서, 3시간 걸리지만 볼것 없다는 고속도로대신 쪼끔 더 걸리지만 가는 길 풍경을 구경할 수 있다는 138번 국도를 따라가기로 했다. 
몬트리올 외곽은 마치 헐리웃 영화에서 본 미국의 시골 풍경과 흡사했다. 마을엔 1층 짜리 건물들만 세워져 있고, 커다란 단독 주택들이 넓은 마당과 함께 도로 주변에 바짝 붙어 있었다. 도로엔 노란색 스쿨버스가 다니고, 옵티머스 프라임 같이 생긴 커다란 유조차나 트럭들이 질주했으며, 커다란 레트로 스타일의 간판들이 주변에 늘어서 있었다. 차로 지나가며 구매할 수 있는 대형 드라이브 쓰루 패스트푸드점들도 빼놓을 수 없다.

달려라 다람쥐!

그렇다. 전에 느낀대로 케벡주엔 다람쥐가 사방 팔방 널려있었다. 이녀석은 그중에서도 엄청 시커먼 녀석.

사교 벤치

특이한 벤치이다. 옆사람과 나름 마주보고 담소를 나눌 수 있다.

길가의 교회

퀘벡주 대부분의 교회들은 은색 페인트칠이 된 지붕을 가지고 있다. 멀리서도 반짝 반짝. 개인적인 취향으로는 촌스러워 보였다. ^^;

교회 내부

몬트리올에서처럼 교회가 내부 수리중이어서 들어가 볼 수 있었다. 색이 밝아서 로코코 느낌이 날 뻔 했지만 내부 장식이 뭔가…

유치하다 할만큼 대박으로 소박한 느낌이었다. 약간 유치원 장식같은 느낌이랄까…

레트로 스타일

요즘 오래된 느낌의 포스터가 유행이긴 하지만 이건 유행을 따랐다기 보단, 진짜로 오래된 광고였다. 광고 보고 입맛 다시는 오이군.

광고 효과

광고가 오래됐던 새것이던 효과가 있는 모양이다. 콜라를 사기위해 장엄하게 길을 건너는 오이. 근데, 여기 횡단보도 선이든 찻길의 중앙선이든 거의 지워진 경우가 많다. 일단 한번 만들면 별로 보수공사같은거 안하는 모양이다. 사진속의 오이군도 무단횡단하는 것이 아니고 정식 횡단보도를 이용하고 있는 중이다.

범블비 Bumble Bee

이것이 오늘 아침, 문제의 깜찍한 렌트카, Fiat 500다. 이녀석 꽤나 귀엽게 생겨서 지나가던 사람들이 고개를 돌려 쳐다보곤 했다. 손흔드는 아이들도 종종있더라.

생 로렌 강 St.Laurent river

이 강은 몬트리올부터 퀘벡까지 길게 뻗어있다. 사진에선 약간 파랗게 보이는데, 사실은 짙은 황색에 가까운 색이다. ^^; 그래도 넓은 강줄기를 바라보고 있노라니 가슴속까지 상쾌해 지는 기분. 긴긴 운전이라 중간중간 이렇게 내려 스트레칭도 하고, 셀카도 찍고.

591ml

뭐냐. 누가 이렇게 이상한 용량을 정했어? 미국식으로 20온즈를 담아놓고 ml로 재면 이렇게 나온다고 한다. 근데, 슈퍼에 가면 591ml짜리와 500ml짜리가 나란히 진열되어 있는 경우도 있었다. 둘 중 하나만 하지 별로 큰 차이도 아니구만 뭘 구태여 두종류 병을 만드는 건지. 참 복잡한 나라다.

캐나다 맥도날드

확대해서 잘 보면 가운데 빨간 메이플 나뭇잎이 있다. ^^

못들어간 교회 1

폼나게 생겼는데, 몬트리올에서도 그랬듯이 역시나 문이 굳게 잠겨 있었다. 이제 놀랍지도 슬프지도 않다.

못들어간 교회 2

여긴 매일 저녁 6시까지 들어갈 수 있는데, 오늘(금요일)만 하루종일 잠겨있단다. 호주에서부터 징하게 따라다니는 ‘오늘만 휴일’징크스가 빛을 발하는 순간이다. 퀘벡시티에 도착했는데, 오늘만 통행금지 뭐 이런거 붙어 있는거 아니겠지? -_-ㅋ

우리 큰손

못들어가면 그 앞에 앉아서 사진이나 찍지 뭐. 카메라 내놔.

16:9 마누라

나를 길게 찍어 달랜건데, 화면 비율만 16:9로 찍어놨다. 나는 그냥 나.

신기루

나의 첫번째 신기루. 이거 진짜 신기하다. 햇빛이 반사,굴절 현상으로 바닥에 물이 고인 듯이 보이지만 가까이 보면 그냥 마른 땅이다. 이 뒤로 햇살이 쨍쨍한 날이면 꼭 도로가 아니더라도 건물 벽이나 흑바닥 등에서도 보이던데, 왜 나는 이날 처음 봤지.

노란 학교 버스

오~헐리웃 영화에서 보던 그 차! 애들이 왕따도 만들고, 로맨스도 키우고, 나쁜 넘이 폭탄도 설치했던 그 노란 스쿨버스! 진짜 이걸 타고 다니는구나아~ ^^

가짜 KFC?

아니다. PFK는 풀레 프리트 켄터키 Poulet Frite Kentucky 의 줄임말로 켄터키 후라이드 치킨을 프랑스어로 쓰면 이렇게 된다. 며칠 전 애니메이션 카 Cars를 레 바니올 Les Bagnoles 해석해서 개봉한 것처럼 이것도 투철한 우리말 사랑의 결과물이다.

한번 했으면 됐지!

횡단보도 선이나 중앙선에 적용됐던 ‘한번 했으면 됐잖아’가 여기에도 적용이 되었다. 건물이 다 부서져 가는데, 수리하지 않고, 그냥 쓰나보다. 퀘벡주는 우째 도로도 그렇고, 건물도 그렇고, 다 낡은 느낌이지…

결국 이렇게 여기 저기 찝쩍거리며 달리다보니 3시간 반이면 간다던 퀘벡시티를 5시간이나 걸려 도착하게 되었다. 어쨌든 드디어 퀘벡시티 입성!

퀘벡주 로드트립, 다음 편에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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알 수 없는 사용자

와~멋지네요….
잘보고 갑니다.

미댕

(다음 블로그에서 이전)
오랫동안 기둘리던 또 다른 모습의 캐나다!!
알흠다운 사진들과 당신의 영롱한 글빨에 또 다시 감동 한판 펼치며 재미나게 읽었다아~
완소차 피아트를 타고 퀘벡을 질주하는 모습이 젤루 부럽부럽~^^*

오늘, 그대와 포차수다가 절실하게 필요한 밤인데 키키와 루나의 버닝데이또를 위해 내 욕심은 잠시 접어두었음 ㅎㅎ

담번에 또 오늘마냥 절실한 순간이 오면 두어잔 함께 기울여줄테요?!o(^▽^)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