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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레 15-B] 제주도 해변 추천, 노천탕이 있는 곽지과물해변

제주에서 가장 예쁜 해변이 어디인가요?

감자와 오이가 제주에서 일년을 보냈을때 가장 많이 들었던 질문은 바로 ‘어떤 해변이 제일 예쁘냐, 어느 해변을 추천하느냐’는 것이었다. 워낙 동서남북 풍경이 다 다르고, 예쁜 해변이 넘쳐나는 제주인지라 막상 가려고 하면 이번엔 어느쪽으로 갈까 고민이 되기 마련. 그런데, 사람마다 취향이 달라서 선호하는 해변도 다를 수 밖에 없으니 단순한 듯한 이 것이 내게는 가장 어려운 질문이더라. 먼저 우리들이 해변을 선택하는 기준을 정리해 보자면 다음과 같다.

요런 기준으로 우리가 좋아하는 해변을 꼽아 보자면 다음과 같다.
가장 좋아하는 곳은 곽지과물해변이고, 그 다음이 김녕해변 그리고 마지막은 금능해변이다. 그 중, 오늘 소개할 곳은 감자 오이에게 영예의 1위를 차지한 곽지과물해변! 

제주도에 괴물이??? 괴물 해변의 정체

우리가 첫 두달을 보낸 곳은 곽지에서 멀지 않은 귀덕마을로 평화로운 제주살이를 상상하며 기대 했던 모든것을 한아름 안겨 준 곳이었다. 그런데, 처음부터 이동네를 알고 고른건 아니고, 숙소 가격만 보고 랜덤으로 선택했던지라 주변에 뭐가 있는지 전면무지한 상태로 도착하게 되었다. (우리의 여행은 늘 이런 식이다. 무계획이 최고의 계획. ^^; ) 그래서 도착 첫날 열심히 지도를 보며 숙소 주변 볼거리를 공부하고 있는데, 번뜩 눈에 띄는 이름이 하나 있었으니 그것이 바로 곽지괴물해변.
‘오잉…? 괴물? 몬스터?? 무슨 해변 이름이 이래? 영화 괴물처럼 괴물이라도 나오는 곳인가? 아니면 테마파크? ‘
급 궁금증이 쏟아져 노트북을 접어 밀어 놓고 바로 그곳으로 달려갔다.

그렇게 만나게 된 곽지’물해변.
감자와 오이는 그날 첫눈에 이 해변과 사랑에 빠져버렸다.

그렇게 현관문을 박차고 나가 곽지과물해변을 처음 만난 날은 6월로 제주특유의 쨍한 햇살이 섬 전체를 뒤덮고 있던 날이었다. 커다란 주차장에 (제주는 해변에 주차가 다 무료라서 너무 좋아! >_<) 차를 대고 내리는데, 앞에 보이는 이 물빛은 무엇! 순간 눈이 멀 것같은 반짝임에 눈을 꿈뻑이며 잠시 정신이 몽롱해지더라.

이 눈부신 하얀 모래는 다 어디서 왔을까? 현무암만 가득한 제주도에서…

물론 제주에 이런 물빛의 해변은 남쪽을빼고는 흔히(?) 볼 수 있는 풍경이긴 하지만 어쨌든 곽지해변은 그 어떤 해변에 비해도 당당할 수 있는 환상적인 물빛을 가졌다. 화창한 날이면 정말 몰디브 부럽지 않다는. (수온만 빼고…^^; )

제주살이기념 시찰을 나온거라 수영복을 챙겨오지 않았는데, 이 물빛을 보는 순간 첨벙 첨벙 뛰어들어 보지 않을 수 없었다 ^^;

그리고 곽지과물해변이 특별한, 가장 큰 이유는 담수가 퐁퐁 솟아 나오는 무료 노천탕이 있기 때문이다. 바로 과물해변이라는 이름을 안겨준 장본인이 이것. 사실 지도를 얼핏보고 괴물해변인줄 알았던 것이 가서 보니 괴물이 아니고, ‘‘물이라고 써있더라. 과물은 제주말로 해변에서 솟아나는 용천수를 뜻하는 것으로 이곳에서 용천수가 퐁퐁 솟아나 붙은 이름이라고 한다. 괴물이 아니라 쬐끔 실망(?)했지만 용천수를 이용해 무료 노천탕을 만들어 놓은 것을 보니 급 만회가 되었다.

지금 여러분은 여탕안을 보고 계십니다 ^^; 무료인데, 시설이 꽤 잘 되어 있어 조금 감동
벽에서 담수가 콸콸 쏟아지는데, 이것은 용천수를 펌프로 올리는 건지 7-8월 해수욕장 개장 기간에만 나오더라. 그 외의 기간에는 가운데 탕안에만 자연적으로 솟아 오른 용천수가 고여 있다

단, 이름이 노천탕이라고 해서 온천수를 기대하면 곤란하다. 온천이 아니라 해변의 용천수 즉, 지하에서 올라오는 물을 그대로 이용하는 것으로 온도가 차가운 바닷물 보다 한술 더 떠서 차가우니 마음의 준비를 단단히 하고 뛰어들도록 하자. 그래도 끈적이는 바닷물을 뚝뚝 흘리고 다니는 것보다는 훨씬 나으니까. 한여름엔 이곳에서 한번 씻고 나면 저녁까지 시워~언 하게 유지되는 장점도 있더라. ^^;

아무대서나 스노클을 물고 머리를 툭 집어 넣으면 요런 노란 고기들이 나풀나풀 돌아다닌다. 동남아 부럽지 않은 컬러풀 바다 ♥

언젠가 팔라우로 취재를 간 적이 있는데, 모처럼 마음껏 스노클링을 할 수 있는 자유시간이 주어졌다. 따뜻한 물에 무중력 상태로 물에 둥둥 떠서 물고기 보는 것이 너무 평화로와서 넋놓고 떠있는데, 뒤쪽에서 누군가 발을 잡아 당긴다. 깜짝놀라 쳐다보니 같이 간 일행이 배에서 내려와 하는 말.
‘언니, 세시간째 이러고 계신거 알아요? 살아 계신가 확인하러 내려왔어요. ^^; ‘
이렇게 스노클링 중독인 나와 전생에 인어였는지 궁금할 만큼 물속을 편하게 즐기는 오이군에게 바다를 고르는데 있어 가장 중요한 포인트는 스노클링을 할만한 곳이냐는 것이다. 뭐 사실 오이군은 파도가 1미터 이상 뒤집히며 치는 곳에서도 신난다고 스노클링을 하지만 나는 파도 공포증이 있으므로 잔잔한 바다가 좋은데, 그런 면에서도 곽지해변은 합격.
게다가 마냥 모래만 있으면 시야도 좋지 않고, 물고기도 광어같이 모래 보호색을 띈 애들이나 흰고기 밖에 없어서 심심한데, 여기엔 중간에 바위가 듬성듬성 섞여 있어 색이 있는 다양한 고기나 간간히 큰 고기들도 돌아다녀 보는 맛이 쏠쏠하다.

해변 가운데쯤에 바위로 막혀 자연적으로 형성된 수영장 같은 구간이 있다. 이곳이 썰물때면 발목 까지 밖에 안와서 아이들과 놀기에도 부담없고, 밀물때는 어느정도 깊이가 생겨 스노클링하기 좋은 장소가 된다. 그리 깊지 않은데, 상당히 큰 고기들도 볼 수 있다.

물이 거의 없는 모래바닥도 유심히 바라보면 보호색이 놀라운 작은 생물들이 가득하다. 모래색을 띈 새우나 작은 아기 광어(넙치? 가자미?) 그리고 수많은 소라게와 간혹 돌 뒤에 숨어 있는 문어도 볼 수 있다. 게다가 해변이 초반에 얕다가 점차 깊어져서 수영을 하기에도 적합하다. 또 해변 오른쪽 끝부분에는 낮은 파도도 생기기 때문에 종종 서핑강습을 하는 그룹도 볼 수 있었다. 누구나 즐거움을 찾을 수 있는 전천후 여행지.

피쉬 앤 칩스를 메인으로 하는 태희카페. 목조 인테리어의 작고 낡은 느낌의 가게인데, 어딘지 하와이를 연상케 한다. 바삭하고, 고소한 피쉬 앤 칩스가 일품
감자와 오이가 제주 서쪽에서 가장 좋아하는 버거집. 예전에 몬스터 버거였던것 같은데 이름이 몬스터 살롱으로 바뀐듯? 역시 공간이 매우 협소하지만 실한 패티가 자꾸만 생각나게 하는 곳

지난 10년, 제주도에 엄청난 속도로 상업시설들이 몰려와서 이것이 꽤 중요한 포인트가 되었다. 무분별한 개발로 예쁜 해변 분위기를 망치는 음식점, 카페들이 우후죽순 몰려들어와 눈살을 찌푸리게 하는 곳들이 많이 생겨났는데, 곽지는 아직까지 그렇게 심하게 개발이 이루어 지진 않아서 다행인 축에 속한다. (2016년에 지역단체에서 여기 야외 수영장을 만든다며 그 예쁜 해변을 다 갈아 엎어 커다랗게 바닥을 판 사건이 있었다. 다행히 제주도청인가(?) 어딘가 상부의 허락을 받지 못한 무허가 공사로 판결이 나서 그 넓은 면적의 모래를 다시 채워넣는 일이 있었는데, 생각만 해도 아찔하다. 곽지는 뭐니뭐니해도 하얗고 넓은 모래사장이 포인트 인데, 흉측한 시설로 뒤덮힐 뻔 했다. 땅파는거 보고 오이군이랑 망연자실 했던 기억이 아직도 생생.)
그렇다고 또 주차장, 화장실, 그늘이 있는 벤치 등의 약간의 편의 시설과 몇 몇 음식점, 카페 등이 전무 하면 그것도 조금 불편한데, 여기는 적절하게 균형을 유지하고 있는 것 같다. 가게도 대형 음식점보다는 작은 가게들이 더 많아 정겹다.

이 가게가 처음 생겼던 2016년에 찍은 건데, 오이군 수영 코스튬이랑 깔맞춤이라 정이 가서 종종 햄버거를 먹던 곳이다. 패들보드 대여 및 강습도 하는걸로 아는데, 2020년 6월경 다시 가 보았더니, 어느덧 외벽이 많이 낡았고, 이제는 음식은 팔지 않고, 카페로 운영하는 듯. 

이곳은 너무너무 안타까운 곳이다. 2016년 우리가 종종 찾던 당시 이렇게 상큼하고 예쁜 테라스에서 아기 포메라니안이 반겨주던 곳이었는데, 얼마전 다시 가보니 저 하얀 컨테이너 위로 검은 컨테이너를 3층으로 올려 음식점을 올렸더라. ㅠ_ㅠ 곽지해변 앞은 높은 건물이 없어서 위화감이 없었고, 파란 하늘을 가리지 않아서 좋았었는데, 너무나 못생긴 건물이 해변 중간을 차지하고 앉아서, 그것도 그 앞에 지저분한 플랜카드며 번쩍이는 영업중 전광판 등을 달아 놓아서 흉측하기 그지 없었다. 제발 이런 무분별한 개발은 이제 그만!

6월 준성수기 주말

곽지는 이유는 모르겠는데, 다른 곳보다 늘 한적한 편이다. 공항이랑 가까운 함덕해수욕장은 한겨울 빼고 항상 복작복작 하고, 제주의 얼굴 마담 격인 협재해변은 두말하면 잔소리며, 지난 몇 년간 주가를 올린 세화랑 월정리도 바글바글한데, 이상하게 곽지랑 김녕은 고요한 편. 김녕은 상업시설이 너무 없어서 그런가 싶지만 곽지는 적당히 있는데도 잘 알려지지 않아서 더 매력있는 곳이다. 

6월 준성수기 평일, 몰디브 뺨치는 이 바다를 여유롭게 즐길 수 있다

그리고 잔디밭 쪽에 유료 캠핑장(텐트 1자리 1만원)도 운영되고 있어 야영도 가능하다. 단, 코로나 이후 운영여부가 변경되었을 수도있으니 가기전에 확인해 보도록 하자.

곽지의 힙한 분위기의 완성은 비치바. 7, 8월에만 들어서는 팝업바로 파라솔아래서 발까락 사이로 모래알을 흘려보내며 치맥을 즐기거나 우아하게 칵테일을 홀짝일 수도 있다. 이 근처 사는 동안 정말 매일 동남아 휴양여행이 부럽지 않았다는. 

바삭바삭 갓 튀겨낸 통닭! 뜨거우니까 면장갑에 비닐장갑을 덧끼고 손으로 마구 뜯어 먹으면 더 맛있다

물론 사람마다 취향이 다 다르겠지만 감자와 오이는 제주에서 가장 좋아하는 해변인지라 계속 한적하게 이용할 수 있도록 많이 알려지지 않았으면 싶기도 하고, 좋으니까 소개하기도 싶기도 해서 고민했던 곳이다. 그러나 역시 좋은 것은 함께 나눠야 더 좋다지 않은가. 야채커플과 취향이 비슷하시다면 다음 제주여행에는 곽지해변 추천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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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이 미역냉국 ㅋㅋㅋㅋㅋㅋㅋㅋ 한국의 사위 자격이 있네요.
좋은 해변을 고민 끝에 공개해주셔서 너무 감사드립니다.

방쌤

오랜만에 놀러왔어용~~~~ㅎ
제주도 물 색 예쁜 곳 너무 많죠~ 곽지과물이랑 김녕은 저도 정말 좋아합니다. 항상 잠시 들르는 곳이구요.
근데 저는 왜 스노클링을 한 번 해보겠다는 생각은 왜 전혀 못해본건지,, 저도 내년에 갈 수 있다면 한 번 해보고 싶네요.
하얀 컨테이너,,, ㅜㅠ
왜 다들 원래의 예쁘던 모습을 버리고 이상한 모습으로 변해가려는 건지,, 이해가 되질 않아요. 물론 다 돈,,, 때문이겠지만요.
참 안타깝습니다.

핑크 봉봉

제주도는 진짜 아름다운 곳인것 같아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