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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 근교 당일치기 섬여행 신도 시도 모도 트레킹 Part 1

영종도. 공항이 있는 작은섬 정도로 생각되어 그 주변에 또 다른 작은 섬이 있을 거라는 생각은 못했는데, 이곳에 머무르는 동안 영종도는 나름 꽤 큰 섬이며 그 주변에 배를 타고 들어가야 하는 작은 섬들이 또 있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그 중에 가장 유명한 곳은 영화의 배경지인 실미도이고, 그 외에 영종도와 다리로 연결된 무의도 그리고 영종도 북쪽에서 배를 타고 들어가야하는 신도, 시도, 모도, 장봉도가 있다. 
그 중 오늘 소개할 곳은 신도, 시도, 모도. 이 세 섬은 서로 나란히 붙어 있어 삼형제 섬이라고 부르는데, 일단 신도에 배를 타고 들어가면 나머지 섬들은 다리로 연결되어 차 또는 도보로 건널 수가 있다.

이곳을 가기 위해서는 일단 영종도에 있는 삼목항에서 배를 타고 삼형제의 맏이 격인 신도로 들어가야 한다.
이때 우리는 미단시티에 머물고 있었는데, 예단포 선착장 근처 뷰포인트에 가면 항상 이 섬이 보였기 때문에 늘 궁금해하다가 드디어 어느 주말 이곳으로 향하게 되었다.

짧은 항해지만 배를 타고 가니 진짜 여행하는 맛도 나고 이거 설레이는데?

글을 쓰고 있는 2021년 현재 이곳에 다리를 놓고 있는 중이라 2025년부터는 배가 아닌 자가용을 타고 들어갈 수 있다고 한다. 그러나 개인적으로 이 세 섬이 좋았던 이유는 수도권에서 가까우면서도 배를 타고 가는 낭만이 있기 때문이었는데, 다리로 연결된다니 그냥 육지가 되어버리는 것 같아서 조금 아쉬운 생각이 들더라. 뭐 내게는 아쉬운 일이지만 섬에 사는 주민들에게는 더 편리한 생활여건이 조성되는 것일테니 좋은 일이겠지.

미단시티에서 삼목항까지 자차로 가면 13분 거린데, 이때 급히 귀국하는 바람에 차가 없을 때라 마을버스를 탔더니 온동네를 돌아돌아 한시간이 넘게 걸리더라. 으으. 덕분에 이미 여행을 다 한 듯 버스에서 늘어져 잠이 들어 버렸다. -_-;

넋놓고 잤는데도 다행히 정류장을 놓치지 않고 깨어나 삼목항에 도착할 수 있었다.
‘엇, 평일인데, 사람이 많네?’
이때 귀국 후 두 달가까이 인적이 드문 미단시티숙소에서 두문불출 잠적하고 있다가 처음 사람 많은 곳에 나왔을때라 기분이 참 묘했다. 웬지 사람 많은 곳에 가면 무조건 코로나가 걸릴 것 같아서 눈알을 데굴데굴 굴리며 눈치를 봤는데, 다들 마스크만 썼지 평소와 달라 보이지 않네… 우리가 너무 오버하는건가? ^^; 뭐 그래도 혹시 모르니까 되도록이면 사람들이 모여있는 곳에서 멀찌감치 떨어져 있고 싶었는데, 표를 살때는 줄을 서야해서 방법이 없더라. 어휴, 평일이었건만 매표소가 무슨 전시에 식량 배급 받는 것 처럼 북새통을 이루니, 이거 참… 그래서 오이군은 밖에서 기다리라 하고, 나 혼자 되도록이면 숨을 참아가며(^^;) 줄을 서서 표를 사고 후닥닥 승선명부를 작성한 후 밖으로 나왔다. 

대기하는 동안 선착장 주변을 어슬렁 거렸는데, 워낙 작은 선착장이라 주변이 횡~비어있었다. 횟집 하나, 음식점 하나, 매점 겸 카페하나, 낚시가게 하나가 주변 상권의 전부. 그래도 견물생심이라고 가게를 보니 뭔가가 사고 싶길래 매점에서 김밥 두줄과 삶은 계란 그리고 갈매기에게 던져 줄 새우깡 한봉지를 샀다. ^^;

드디어 승선! 가즈아~

드디어 우렁찬 기적소리를 울리며 배가 신나게 출바알~
겨우 두달전에 몰디브에서 배도 타고, 비행기도 타고 했었는데, 얼마나 그간 숨을 죽이고 지냈던지 기분에 꼭 2년만에 여행길에 오르는 느낌이 들더라.

새우깡의 기운을 느낀 갈매기들, 죽어라 쫓아오는 중

배가 출발하자 기다렸다는 듯이 저편에서 갈매기들이 몰려왔다. 그러자 사람들도 기다렸다는 듯이 새우깡을 마구 날리기 시작했다. 그래서 우리도 오늘의 야심작 새우깡을 뜯었는데, 냄새를 맡으니 나도 하나 먹고 싶네? 던지려던 것을 내입속으로 쏘옥~
어라, 근데 이거 맛이 왜 이랴! 새우깡이 매…맵다?! ㅠ_ㅠ
당황해서 겉봉을 다시보니 매운맛이라고 써있다. 헐. 새우깡에 매운맛이 있는 줄은 또 몰랐네. 어쩐지 포장이 좀 다르길래 그냥 디자인을 바꾼 건 줄 알았는데, 매운맛 새우깡이 나왔구나. ㅠ_ㅠ 과자를 잘 살 일도 없거니와 새우깡은 더더욱이나 평소 관심이 있는 과자가 아닌지라 몰랐는데, 흑. 낭패다. 동물들이 사실 과자 같은 것을 먹으면 안좋다고 하던데, 특히나 매운맛은 더더욱 안좋다는 이야기를 들어서 아쉽지만 갈매기에게 던져 주는 것은 포기했다. 내가 먹어볼까도 했지만 매운맛에 질색하는 우리 부부는 새우깡 매운맛도 너무 매워서 먹을 수가 없더라. 이런 된장. 이녀석의 처분은 나중에 내리기로 하고 일단 가방속으로 후퇴.

신도, 시도, 모도, 장봉도에 갈때 차량을 가지고 승선할 수 있다
드디어 도착!

영종도도 섬인데, 조금 작은 섬으로 이동했다고 뭔가 더 시골느낌이 나고, 여행지 느낌이 났다. 근데, 나는 몇 주 전까지만해도 존재자체도 몰랐던 곳인데, 여기에도 이렇게 사는 사람과 여행을 오는 사람들이 많이 있었다니…작은듯 커다란 우리나라. 열심히 돌아다닌 것 같은데 아직도 모르는 곳들이 수두룩 하다.

배는 신도를 거쳐 장봉도로 간다. 신도, 시도, 모도는 다리로 연결되어 있어 자차 또는 버스로 이동가능하다

우리는 트레킹을 하러 온 것으로 신도와 시도를 쉬엄쉬엄 구경하면서 총  9.5km정도를 걷기로 했다. 목표코스는 다음과 같다.


신도 선착장 수변공원 방죽길 신도2리 마을 신도 벚꽃길 신도1리 마을 신·시도 연도교 시도 한반도 공원 해당화 꽃길 (시도 염전) 슬픈연가 촬영지 수기해변 수기 전망대 시도리 마을 신도 선착장

모도도 들어가보고 싶었지만 걸어서 세 섬을 하루에 구석구석 다 구경하는 것은 우리 리듬으로는 조금 무리인듯 하여 다음을 기약했다. (아침 일찍 출발하거나 중간중간 많이 쉬지 않는다면 세 섬 다 가능)

선착장에서 왼쪽으로 이어지는 수변길
하얀 조개껍질이 늘어선 해변. 고운 모래가 있는 곳은 아니지만 유명 해변과 달리 쓰레기가 섞여있지를 않아서 예뻐보였다 ^^
육지가 되어가고 있는 수변 공원
화려함을 더해주던 붉은 해홍나물

수변공원은 물을 인위적으로 막아 놓은 곳인듯 한데, 지도에서 보는 것과 달리 안쪽의 물의 거의 다 말라 육지가 되어가고 있었다. 공원이라 부르지만 사실은 간척사업의 일환인건가?
그나저나 여기 색감이 참 예쁘다. 이날 햇살은 쨍쨍하면서도 뭔가 옅은 안개 같은 것이 깔려 있었는데, 얕은 물에 하늘이 푸르게 비쳤고, 방죽을 따라 자라난 해홍나물들이 화려한 붉은 색으로 빛나고 있었다.

이때 영종도 공항근처에 살아서 늘 비행기 소리에 시달리겠구나 싶었는데, 웬걸. 코로나때문에 비행기 운항이 대부분 중단되서 오히려 비행기를 보면 반갑고 애틋한 마음이 들었다. 열장쯤 날린 일년치 비행기 표도 생각이 나고… -_-; 그나저나 전부 한국 출발이 아니어서 환불 못받고 포인트로 받았는데, 이거 언제 쓸 수 있을까나…ㅠ_ㅠ

수변길 방죽은 낚시를 하는 사람들이 띄엄띄엄 자리잡고 있을 뿐 인적이 매우 드물었다. 그래서 그런지 중간중간 나타나는 해변은 남해의 흰모래나 동해의 푸르름을 가지진 못했어도 깨끗하고, 예쁜 느낌이 들더라. 역시 자연은 사람의 손이 많이 닿지 않았을 때 가장 아름다운 것 같다.

수변공원 안쪽은 모래놀이장처럼 되어 있는데, 야외 샤워도 설치되어 있어서 모래를 털어낼 수 있게 되어 있다. 근데, 시즌이 아니어서 그랬는지 물이 나오진 않네? 아마 여름이 되어야 나오는 듯 하다.

수변 공원 마을 쪽에가면 이런 쉼터와 샤워대가 있다

아이들은 모래장난하고, 어른들은 그늘 쉼터 아래서 수박 잘라먹으면 좋을 듯 ^^

곳곳에 향기롭게 피어난 꽃들
벚꽃 길을 지나 다시 바닷가쪽으로 오니 저 멀리 거북이 모양 섬이 보인다

수변공원 방죽을 따라 한바퀴를 비잉돌면 신도 2리 마을에 도착하고, 여기에 ‘작은 언덕 로마’라는 카페가 하나 있다. 근처에 다른 카페는 없는 듯하니 쉬고 싶다면 지나치지 말고 이용하도록 하자.  

작은 언덕 로마 카페에서 마을 등산로로 가면 산길로, 벚꽃길을 따라가면 계속해서 포장도로를 걷게 된다. 우리는 포장도로 갔는데, 완만한 오르막길이라 크게 힘들지는 않았지만 날이 덥고, 벚꽃 시즌이 아니라 꽃도 없어서 딱히 눈에 드는 풍경이 없다보니 사진을 한장도 안찍었네…^^; 다른 이들의 리뷰를 보니 벚꽃시즌에는 이 길이 꽤 예쁜 모양이다.

벚꽃이 없었던 벚꽃길을 지나면 해변도로가 나오는데, 여기서부터는 계속 바다를 보며 걷게 된다. 물이 있는 바다는 아니고 뻘이 더 많이 드러난 뻘밭이긴 하지만…

뻘 위를 정신없이 돌아다니는 게들을 구경하면서 신도와 시도를 잇는 다리로 가면 물이 조금 많아져서 다시 진짜 바다같은 느낌이 든다. 그런데, 이 길은 그늘이 거의 없어서 5월이라도 날이 좋다면 꽤 덥게 느껴지니 모자, 썬글래스, 물 등을 꼭 챙겨와야 하겠다. 그리고 평지라 걷기는 쉬운데, 이쯤 되면 슬슬 배도 고파오고 좀 평이한 풍경이 계속되는 구간이라 약간 지루할 수도…나는 여길 지날 때 자전거 생각이 간절해 지더라.

근처에 음식점은 신도 1리에 있는 짜장면 집, 횟집, 해산물 집 정도로 총 서너개 밖에 안되니 도시락을 따로 준비해 오지 않았다면 다리에 도착하기 전 미리 신도 1리에서 식사를 하도록 하자. 우리는 김밥과 계란이 있었으므로 음식점은 이용하지 않았다. 

다리를 지키는 파수꾼 갈매기. 다리 입구에 있던 가로등 끝에 앉아 있다가 우리가 다가가니 어찌나 꿱꿱거리던지…
사진 고만 찍고 빨리와! 배고파…당떨어져서 마음이 급한 오이군

다리를 건너면 삼형제 중 둘째인 시도로 들어가게 된다.

시도 이야기는 Part 2로 이어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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