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채꽃밭으로 뛰어들다
4, 5월의 샛노란 스위스로 초대합니다
상공에서 러시아를 거쳐 유럽대륙으로 넘어오는 순간 구름이 짙어지고 아래가 거의 보이지 않는다.어쩌다 간간히 내려다보이는 풍경은 구름에 가린 우울한 유럽날씨. 그래도 참 푸르르긴 하다. 따뜻한 햇살이 없는 대신 푸른 잔디밭에 만족해야하는건가? 조금 아쉽다. 한국을 떠나올 때 기온이 25도 정도로 일년 중 가장 쾌적한 계절이었기 때문이다.
스위스 가족 관련 생각치도 못한 일이 생겨서 계획에 없던 스위스행이라 기대도 없어, 멍하니 앉아 아래를 내려다보다 깜짝 놀랐다. 앗. 지금 유채꽃철이구나! 남부 독일에 다다르자 들판이 온통 노란빛으로 가득해졌다.
아기자기하게 가지런히 정돈된 독일 마을들을 지나 스위스로 넘어오니 동화속으로 들어오는 기분이 든다. 떠나고 싶어서 늘 버둥버둥 몸부림만 치느라 잘 몰랐는데, 오랜만에보니 스위스가 예쁘긴 참 예쁘다.
누군가에게는 천국으로 불리는 스위스를 나는 그렇게 좋아하지 않았으므로 한국에서 지내는 동안은 스위스에 한번도 들어오지 않으려 했건만, 5월의 어느 화창한 날, 나는 이렇게 뜻하지 않게 스위스로 돌아오게 되었다.
비오는 날의 화사한 드라이브
무동Moudon으로 가는 길
오랜만에 지나는 로잔Lausanne에서 무동Moudon가는 길. 동남쪽의 알프스지역과는 달리, 낮은 언덕들이 올록 볼록, 굽이 굽이 펼쳐지는 시골길이다.
이곳에는 오이군의 어머니가 잠들어 계신다. 남편을 만난지 십 년이 지나서야 나는 그의 어머니에게 처음 인사를 드릴 수 있었다. 그는 그녀의 이야기를 매우 아끼는 편이라 그녀가 잠들어 있는 곳 조차 나는 알지 못했다. 사진으로 본 내 나이 또래의 그녀는 탐크루즈 여동생이라고 해도 믿을 만한 잘생쁜 분이시라는 것이 내가 아는 전부.
처음으로 어머니께 인사를 드리고, 예쁜 마가레트 화분도 주변에 심어 드리고 돌아오는데, 오이군이 유채꽃밭에서 사진을 찍고 가지고 한다.
원래는 스위스에 유채꽃이 4월 마지막 주~5월 초면 만개해서, 5월 두째주까지 화려하게 들판을 불태운 다음, 5월 셋째주 즈음에는 거의 지기 시작하는데, 올해는 유난히도 날씨가 않좋아서 5월 말에 꽃들이 최고조에 올랐다고 한다. 3월부터 5월까지 하루도 날씨가 맑은 적이 없었다고 하니 꽃들이 못피어 나고, 사람들이 우울해지는 건 당연한 일. 흐린 하늘은 조금 원망스러웠지만 덕분에 화사한 유채꽃의 인사를 받을 수 있었으니 감사해야 하는 건가?
양쪽 일차선씩 밖에 없는 작은 도로가 밭과 농장 사이 사이로 나 있는데, 흐린 날씨에도 그 풍경이 기가 막히다. 차를 렌트해서 여행을 왔다면 드라이브 코스로 자신있게 추천. 알프스 산간지역이나 호숫가와는 또다른, 소박하고 아기자기한 시골의 풍경을 감상하게 될 것이다. 약간 어딘가 프랑스의 시골마을을 닮았는데, 스위스답게 깨끗해서 그림보다 더 그림같은 풍경이랄까?
이 지역은 사계절 모두 아름답지만, 특히 유채꽃 철에는 낮은 언덕들이 모두 노란 바둑판으로 변해서 좀처럼 목적지로 진행하기가 쉽지 않다.언덕하나 지날 때마다 절경이 펼쳐지니 자꾸 멈춰서서 사진을 찍게되기 때문이다.
가끔가다 동화속의 집들이 옹기종기 모여 있는 마을을 만나는 것은 이 길의 또 다른 묘미. 조금 구불 구불하기는 하지만, 밭 사이사이 샛길까지 아스팔트로 가지런히 닦여있어 운전하기가 생각보다 그리 어렵지 않다. 혹시 시간에 여유가 있다면 도로에서 벗어나 유채밭 사이에 난 시골 길로 경로를 살짝 바꿔보는 것도 좋겠다. 대신 유채가 이 지역 사람들의 생계 수단인만큼 사진찍는다고 밭사이를 마구 헤집고 다니는 일은 없기를 바란다. 모든 유채밭이 관상용이 아니라 진짜 기름을 위해서 재배되는 농업용임을 잊지 말자.
잘 보면 가장자리에 풀이 안자라고 가끔 길이 나 있는 곳이 있으니, 모델은 그사이로 들어가고, 찍사가 반대편에서 사진을 찍으면 요렇게 꽃에 파묻힌 듯한 사진을 찍을 수 있다. ^^ 사진 찍을 때는 항상 꽃이 떨어지거나 줄기가 꺽어 지지 않게 조심 조심.
무동Moudon에서 이베르동Yverdon으로 가는 도중에 구름위로 들쑥날쑥하던 해가 슬그머니 사라져버렸다.
대체 어디갔나 했더니 저어쪽 맞은편 쥬라산맥위에 있는 마을로 간 모양. 그 누가 얼마나 착하게 살았길래 온세상이 회색빛인데, 저마을만 빛의 도시인 듯 따사롭게 햇볕이 비칠까? 그 아래로 수많은 추억이 잠든 뉘샤텔 호수가 은은하게 빛나며 흐른다.
스쉬스에 돌아온 후 잊고있던 한가지를 새삼 깨달았다. 하늘이 참 넓다는 것. 저어 먼 마을까지 하늘이 넓게 넓게 펼쳐져 있는데, 도시의 고층빌딩에 조각난 하늘만 보면서 잊고 살다. 어릴땐 죽어도 떠나기 싫었고, 떠날 수 없다고 믿었는데, 어느덧 조금씩 도시가 내 마음에서 멀어져가나보다.
스위스 시골길 드라이브 추천 코스
로잔Lausanne에서부터 시작할 수 있는 코스입니다.
로잔에서 네비게이터를 무동Moudon으로 맞추거나 북동쪽으로 뻗어있는 1번 국도를 따라 올라가세요. 나즈막한 산길을 지나가면 낮은 언덕들 위로 밭이 끝없이 펼쳐지는 지역으로 들어오게 됩니다.
일단 밭이 펼쳐져 있는 곳에 들어선 후, 아기자기한 시골마을인 무동까지 갈 생각이 없다면 네비게이터를 Yverdon으로 다시맞춰도 됩니다. 그러면 무동은 가지 않지만 유채밭이 가까이 보이는 시골길로 이베르동에 가게 됩니다. 지도나 네비게이터를 잘 보고 로잔과 이베르동을 바로 이어주는 고속도로로 진입하지 않도록 주의하세요. 네비게이터로 지도를 넓게 보시면, 어디가 고속도로인지 쉽게 알 수 있습니다. 고속도로로 들어와도 유채밭이 보이지만 당연히 거리도 멀어지고, 운전속도도 빨라지니 감상하실 시간은 없습니다.
가는 길에 밭 사이사이 나타나는 작은 마을들에 들러서 사진도 찍고, 샌드위치등을 준비해 와서 피크닉을 하거나, 꽃 사진도 찍으며 이베르동에 도착하면 대략 한시간 반에서 두시간 정도 걸립니다. 멈추지 않고 가면 1시간 걸리는 코스이니 참고하세요.
이베르동에는 Yverdon les Bains이라는 온천이 있습니다. 이베르동에서 점심을 먹거나 온천에서 오후를 보내도 좋습니다. 온천은 수영장 형식으로 되어 있고, 수영복을 착용하셔야합니다.
저녁무렵 이베르동에서 로잔으로 네비게이터를 맞추고 돌아오세요. 이번에는 고속도로를 탑니다. 밭을 지나지 않고, 막바로 오면 소요시간 20-25분 입니다.
우와 차만있다면 시골길 드라이브 넘 멋질듯ㅎㅎ
응~ 스위스는 구석 구석 예쁜곳이 참 많지.
렌트카여행 강추하는 곳이야 ^^
오늘도 행복하고 즐거운 일만 가득한 하루 되시길 바래요^^
비행기에서 내려다 본 풍경이 꼭 동화같네요.
정말 예뻐요. ^^
서부 남부 유럽 시골마을들이 전반적으로 이렇게 예쁘더라고요. 우리도 옛 건물들이 이렇게 많이 남아있었더라면 시골이 좀더 예쁘지 않을까 싶습니다. 물론 안은 편리하게 현대식으로 리노베이션을 하고 말이죠 ^^
덕분에 잘 보고 간답니다^^
편안한밤 되시길 바래요~
방문해주셔서 감사합니다.
오늘은 날이 좀 선선하네요. 벌써 이런 날씨가 좋은 때가 오고 말았네요 ㅎㅎ
그린데이님 말처럼 저도 왜 유채꽃은 제주도에만 있을꺼라고 생각을 했을까요. 허허.
하늘에서 내려다 본 저 이쁜 스위스의 풍경은 아직 가보지 않은 제겐 정말 감탄사가 절로 나오게 만드는데
감자님은 한국으로 돌아오고 싶어서 안달이었다고 하니! 하하.. 역시 사는 것과 여행은 다른 것이 틀림없어요! ^^
스위스.. 언젠가는 꼭 가 보고 싶은 곳인데. 언젠가는 갈 수 있겠죠. 흐흐.
한국으로 웰컴!
그러게요. 사실 저도 어릴때 듣던 바로는 ‘신혼여행=유채꽃 핀 5월의 제주도’ 였기 때문에 유채가 우리나라만 있는 건줄 알았습니다. ㅎㅎ
그런데, 찾아보니 우리나라에 있는 유채는 ‘서양종’이라 불리고, 1960년대 부터 본격적으로 들여와 기르기 시작했다고 해요. 알고보니 토종꽃이 아니었던거죠. (화들짝!)
유럽에서는 우리나라 콩기름처럼 식용류로 가장 많이 쓰이는 기름입니다. 튀겨먹고, 볶아먹고, 품질 좋은것은 샐러드 기름으로도 먹고 다용도예요.
원래 독성이 있어 공업용으로 많이 쓰였는데, 캐나다 유채 학회에서 독성을 줄인 유전자 변형 품종을 개발해 캐나다의 앞자 can 을 따서 카놀라 부르기로 했다 합니다. 영어로는 유채가 Rapeseeds 이기때문에 어감이 영 안좋아서 말이죠. ㅋㅋ 어원상 전혀 관계 없다는데, 저도 얼마전에 알고 깜짝 놀랬습니다. 이 예쁜 꽃에 뭐 이런 이름이 붙었나 해서요.
스위스, 여행하기에는 더없이 완벽한 곳입니다. 시골 구석 구석까지 길도 너무 잘 닦여 있고, 예쁘지 않은 곳 찾기가 멋진 곳 찾기보다 힘들지요. ^^;
그러나 살기에는…조금 많이 지루하고, 서비스 강국에 살던 한국인으로서는 불편한 점이 한두가지가 아닙니다. 한없이 느리고, 가게 주인이 왕인 뭐 그런 정서입니다. 동사무소에서 등본 비슷한거 떼는데, 일주일씩 걸리고, 한장에 막 이만원씩 해버린다는…특히 음식점이 세계 어디와 비교해도 매우 비싼 편이라 한국인이 좋아하는 ‘맛집 탐방’을 하고 살려면, 일을 매~우 열쓈히 하고 살아야 합니다. 탁아시설도 턱없이 부족한데다가 부모님이 아이봐주는 정서가 아닌지라 보통 여자들은 아이가 생기면 일을 몇년간은 포기해야 한다는…불평하자면 한도 끝도 없지만 사실 어느나라나 마찬가지 아니겠습니까? ㅎㅎㅎ 불평거리는 끊임업이 나오지요.
사진 보고 있으니 괜히 여행이 떠나지고 싶어지는군요..ㅎ
사진도 한장 찍고 싶은.ㅎ
행복한 하루 되시길 바래요~
떠나세요, 여행.
한국 오늘 들어왔는데, 완전 여름 @_@
어찌나 더운지 깜짝 놀랐습니다. 이주전만해도 밤에 쌀쌀해서 긴바지 입고 있었는데, 지금은 반바지도로 땀이 주룩.
진짜 여행을 떠날 때예요 ^^
전 왜 유채꽃은 제주에만 있다고 생각했던 걸까요?
하늘에서 내려다보는 꽃밭이 너무 아름다워요.
스위스에 갑자기 가게되신 사연이 궁금하긴 하지만, 그건 언젠가 직접 만나 맥주 한잔 (혹은 보드카 한잔?) 하며 이야기 나눠요~
페북에 올려주시는 실시간 스위스 이야기도 신기하고 재미나요.
왠지 스위스는 (너무 비싸서) 제 평생 가볼 일이 있을까 싶은 곳이라서 그런지… 후후.^^
갑자기 오게된 사연은 그럼 그린데이님을 한번 뵐 이유로 남겨두겠습니다 ^^
스위스도 비수기, 봄 가을, 에 오시면 비행기표 80-90에 나오기도 합니다. 캠핑장도 곳곳에 잘 되어있으니 좋아하시면 저렴하게 이용하실 수 있고요, 유스호스텔 가족실은 호텔보단 저렴하니 그것도 좋고, 아이들없이 여행하신다면 백패커를 이용하시면 요리를 해먹을 수도 있어서 유용하고, 저렴해요. 관관지라 비싼 융프라우 만큼 또는 보다 좋고, 가격이 훨씬 싼 알프스도 많아요. 융프라우 기차는 터무니없이 비싸게 받아서 저는 비추.
그린데이님, 웬지 여기랑 잘 어울리시는 것 같아서 오시면 좋을 듯^^
어쨌든 저는 내일 집에 갑니다.
신난다는~ ㅎㅎ
저도 그런 생각을 좀 했어요. ㅋㅋㅋ