쁘띠 통, 스위스 베이커리
쁘띠 통은 한국에서 드물게 만날 수 있는 스위스 스타일 빵집이다. 지난번에 소개 했던 스위스 레스토랑 ‘라 스위스‘에서 함께 운영하는 것인데, 음식점과는 위치가 조금 떨어져 있다.
우리는 가장 그리운 스위스 빵인 트레스 Tresse를 사려고 쁘띠 통 Petit Tong 에 들렸다. 트레스는 머리를 땋은 것 같이 땋아놓은 빵인데, 스위스 프랑스어권 지역에서는 트레스로, 독어권 지역에서는 조프 Zopf 라고 불린다.
오이군은 불어권 지역 사람이라 트레스라고 부르지만 라 스위스의 쉐프님은 독어권 지역 사람이라 빵집에는 조프라고 써있더라.
아웅~ 이게 얼마만에 먹는거냐. 두근두근 신나서 두개나 집어 왔다. 이틀간 빵으로 배채우게 생겼군.
그리고 이 베이커리에서 트레스(조프) 말고도 꼭 먹어봐야 할 것이 바로 당근 케이크와 호두 타르트 이다.
스위스 당근 케이크는 한국에서 흔히 파는 미국식 당근케이크와 맛이 아주 다른데, 정향 등의 향신료가 들어가서 독특한 향이 난다. 위에 아이싱도 다른데, 크림치즈 아이싱이 아니라 레몬슈가 아이싱이고, 당근 장식은 건조설탕이나 초콜릿이 아닌 마지팬(아몬드를 으깨어 만든 반죽)이 올라간다.
이것이 오이군이 세상에서 가장 좋아하는 디저트라서 나는 미리 예약을 해 놓았다. 오이군에게 결혼기념일 선물로 큰 사이즈를 안겨 주었는데, 아주 보물단지처럼 집까지 안고 가더라는 ^^;
‘자기야 나도 좀 그렇게 소중하게 다뤄주면 안될까?’
당근 케이크가 부럽…-_-;
스위스 스타일 당근 케이크는 오이군도 아주 잘 만드는데, 이 베이커리에서 파는 것이 오이군이 해주는 거랑 맛이 똑같아서 놀라왔다.
“그러니까 자기 뿐만 아니라 진짜 남들도 이렇게 케이크를 만든단 말이지?”
이렇게 말한 이유는 사실 스위스에 있는 빵집에는 당근케이크를 자주 팔지 않기 때문 (우리동네에만 잘 없었는지도 모르겠지만). 보통 이건 집에서 만들어 먹어서 친적 집에 놀러 갔을 때나 오이군 본인이 먹고 싶어 만들었을 때만 봤는데, 여기 이 머나먼 한국에 있는 스위스 빵집에서 이걸 만나게 될 줄이야.
근데, 사실 나는 향신료 향 때문에 이 스타일의 당근케이크는 별로 좋아하지 않는다 ^^; 그러나 뭐, 입맛은 주관적인 것이니 스위스식 당근케이크가 어떤 맛인지 궁금하다면 작은 사이즈를 일단 한번 맛보기를 추천한다.
그리고 호두 타르트는 루체른이나 생모리츠 쪽에서 비슷한 것을 많이 볼 수 있는데, 한국에서 파는 피칸파이나 호두파이와는 또 다른 맛이다. 향신료는 안들어가고, 달달한 호두맛 파이이므로 누구나 부담없이 먹을 만 할 것 같다.
사실 내가 이 빵집에서 가장 맛있다고 느낀 메뉴는 사과 타르트이다. 이게 딱히 스위스식이거나 한건 아닌데, 맛이 그냥 훌륭하다. 라 스위스 음식점에서 디저트로 먹고, 홀딱 반해 빵집에서 빅사이즈를 추가로 사서 집으로 가지고 왔다는 ^^
파이는 그냥 상온상태로 먹어도 맛있지만 레스토랑에서 서빙된 것 처럼 전자렌지에 30초 돌려 따뜻하게 먹는 것이 개인적으로는 더 마음에 들었다.
나는 사과보다는 딸기!
라는 분에게는 딸기파이도 추천. 사실 나는 사과파이는 평소에 먹지 않는 메뉴인데, 이곳은 좀 특별하게 맛있어서 구입한 것이고, 일반적으로는 베리류가 듬뿍 담긴 타르트를 선호한다. 따라서 딸기파이도 함께 업어 왔다. 이 메뉴는 딸기가 익어버리면 벨로니까 살짝 차갑게 드시길.
그 외에도 몇몇 스위스 제품들이 있는데, 뮤즐리가 꽤 맛있었다. 뮤즐리는 아침식사로 먹는 씨리얼류로 우유나 요거트에 타서 먹는다.
※ 뮤즐리에 얽힌 재밌는 사실이 있는데, 이 음식은 1900년경 비쉐-베너 Bircher-Benner 라는 스위스 의사가 환자들을 위해 고안해낸 것으로 처음에는 아침식사가 아닌 식전에 먹는 에피타이저였다고 한다. 레시피도 초창기에는 지금과 조금 달랐는데, 눌린 오트를 약간의 물에 12시간쯤 불려서 사과를 껍질째 잘게 썬것과 레몬즙, 연유, 견과류를 섞어서 만들었다고 한다. 여기엔 에너지와 비타민이 골고루 들어 있어서 의사 자신도 가끔 알프스에 등산을 갈때 간식으로 싸가지고 다녔다고.
삶은 감자위에 녹인 치즈를 부어 먹는 스위스 요리, 라클레트용 치즈도 있다. 라클레트에 아무 치즈나 넣으면 되는거 아닌가 하시겠지만 라클레트용 치즈는 다른 치즈들과 풍미가 전혀 다르다. 간혹 피자용 모짜렐라로 집에서 해 드셨다는 사람들이 있던데, 모짜렐라와는 특히 다르다. ^^; 녹인 치즈를 좋아하신다면 한번쯤은 진짜 라클레트 치즈를 삶은 감자위에 부어 드셔보실 것을 추천한다. 이때 치즈를 전자렌지에 돌려 녹이는 것이 아니라 윗면이 살짝 그을리도록 오븐 같은 것에 녹이는 것이 포인트. 물론 라클레트 전용기가 있다면 최고고.
위에 나열한 것 이외에 다양한 빵과 디저트가 있다. 수제 쿠키도 다양하게 있으니 근처를 지날일이 있거든 한번쯤 가볼만 한 것 같다.
Plus story : 14살 내신랑
라 스위스 레스토랑과 쁘띠 통에 갔던 이유는 우리의 14번째 결혼 기념일을 기념하기 위해서였다. 하아. 아직도 내 삶에 들어온지 얼마 되지 않은 듯한 이 사람과 벌써 14년을, 연애기간 까지 합쳐 16년을 함께 했다니. 신기하고 믿기지 않네.
코로나라 혹시나 저녁에 사람이 많을까 싶어 음식점은 점심무렵에 다녀 왔다. 저녁은 오늘 쁘띠 통 빵집에서 공수해온 트레스(조프)와 당근 케이크. 이게 뭐가 밥이 되냐 하실 수도 있지만 양이 많으면 밥이 된다 ^^;
트레스는 스위스에 살때 아침 식사로 먹곤 했는데, 보통 버터나 잼을 발라 먹는다. 뭐 햄치즈를 얹어 샌드위치를 만들기도 하고, 누텔라나 크림치즈를 바르기도 하고, 래핑 카우를 얹기도 하고. 뭘 얹거나 바르는건 취향대로.
원래도 버터가 꽤 들어가는 빵이라 빵 자체에서도 버터향이 많이 나는 편인데, 이건 스위스에서 먹던 것 보다 버터향이 조금 약한 것 같았다. 식감도 이스트 발효 빵이라 쫄깃한 편인데, 이건 그 느낌이 좀 적었지만 뭐 그건 제빵사 마다 레시피가 조금씩 다르니 어쩔 수 없지.
어쨌든 한국에 잘 없는 스위스 음식점과 스위스 빵집을 찾은 것만으로도 오이군의 향수병이 조금 위로를 받은 듯 했다.
이것이 바로 오이군이 이름만 꺼내도 군침을 줄줄 흘리는 당근 케이크. 속이 촉촉하고, 작은 당근 조각도 듬뿍 들어 있다. 스위스에서 먹었던 바로 그맛. 오이군이 가끔 해주는 딱 그맛.
트레스 빵을 반반 나눠 먹고 나니 배불러서 나는 케이크는 한조각 밖에 더 못먹겠더라. 근데, 오이군은 싱긋 웃더니 나머지 케이크를 그자리에서 한번에 다 해치워 버렸다. 헐. 이렇게 단걸 좋아하는데, 오이군은 어떻게 살이 안찌는건지. 그리고 나는 단거 벨로 안좋아하는데, 왜 계속 살이 찌는 건지. -_-;
어쨌든 살안찌는 남푠아, 아름다운 14년 넘넘 고마워!
앞으로 우리의 남은 날들도 이 당근케이크 처럼 촉촉하고, 달콤하기를.
2021년 결혼기념일,
코로나 팬더믹일지라도 삶은 이어진다네
2021.02.02
와~ 어디서도 얻을수 없는 소중한 정보들 감사합니다. 토종감자님 덕분에 로잔 생활이 훨씬 알차고 풍요로워질 것 같습니다.
당장 오늘 장 선곳 부터 가봐야 겠어요.
블로그 보니 말레이시아 오실 계획이 있으시던데, 언제가 될지는 모르지만 인연이 되면 뵐수도있겠어요.
저는 말레이시아 수도 쿠알라룸푸르 살아요.
말레이시아 국립박물관에서 한국어 도슨트 자원봉사 하고 있습니다.
오시게 되면 저게 연락한번 주셔요(+601121271525, Angela Oh)
박물관 한번 보시고 설명 들으시면 그 나라를 이해하시는데 도움이 될것입니다. 제가 특별 도슨트해드릴께요.^^
그럼 새해 복 많이 받으시고, 토종감자님 앞날의 행운을 빕니다.
와~ 말레이시아 박물관! 코로나만 아니었다면 20년도에 2개월 쿠알라룸푸르에서 지낼 예정이었는데, 그때 뵈었을 수도 있었겠어요 ^^;
저희는 올해까지는 코로나 상황도 좀 보고, 금도 조금 캐야해서 장기 여행 계획은 없지만 내년에는 슬슬 다시 길 위로 올라보려 하고 있습니다. 맨날 바뀌는 코로나 규정들 때문에 계획 짜 놓은 것이 어찌될지 모르지만 진짜 말레이시아에 가게 되면 꼭 찾아갈께요! 남겨주신 연락처는 잘 저장했고, 개인정보 보호차원에서 답글은 비공개로 돌려놓았습니다.
오늘도 행복한 하루 되시고요, 로잔에서 즐거운 추억 가득 쌓으시기를 바랄께요!
자세한 설명 감사합니다.
구정날까지 있을 예정이라 알려주신 것 천천히 다 맛볼 수 있을 것 같습니다.
대학생 딸아이 한달간 밥 해주러 온 엄마거든요.
아이가 공부하느라 도서관에만 있어서 저 혼자 동네 탐험 놀이 하고 있어요.
전 원래 말레이시아 살고 있는데 한국 겨울 맛본지도 오래 돼서 지금 제대로 스위스 추위에 당하고 있습니다.
일욜이라 문닫은데도 많고 날도 추워서 하루종일 집콕하며 집앞 호수랑 산만 바라보고 있습니다.
내일 날씨 좋으면 동네 빵집 투어 해봐야 겠어요.
Merci, Au Revoir!
아…스위스 겨울이 한국보다는 춥지 않은 편인데, 말레이시아에 계셨으면 엄청 춥게 느껴지실 것 같아요. 1월 초까지만해도 낮기온 14도까지 올라갔었는데, 이번주 확 추워졌네요. 어떤 해에는 산 위 빼고 도시는 겨우내 영하로 떨어지는 날이 거의 없어서 막 마당에 장미가 피기도 합니다 ^^;;
로잔에 길게 계시는군요!
그럼 계시는 동안 로잔대성당, 뤼민궁전(주립박물관), 우시지구 산책, 올림픽박물관, 에르미타쥬 재단 미술관(fondation de l’ermitage) 구경 추천드립니다. 그리고 맑은날은 버스타고 소바블랑 타워 (Tour de Sauvabelin) 가시면 로잔시내와 레만호수를 한눈에 보실 수 있습니다.
음식점은 태국음식점 사버르 다이여르(Saveurs d’Ailleurs), 전망좋은 브라서리 드 몽베농(Brasserie de montbenon), 돌판 구이 스테이크나 퐁듀를 먹을 수 있는 팡트 베송(Pinte Besson), 고급지고 맛있는 크루아 두시(Le Croix d’Ouchy), 미슐랭 별 3개 받은 안느 소피 픽(Anne-Sophie Pic) 추천드립니다.
한국 식재료는 중국 식품점인 아시아 킴 덩 Asia Kim Dung, 일본 식품점인 우치토미 Uchitomi에 가시면 조금 구하실 수 있어요.
그리고 수, 토요일 리폰 베자르 Riponne-M.Béjart 버스정류장 또는 메트로 역으로 가시면 재래장이 섭니다. 스위스 뿐만아니라 이탈리아, 프랑스 상인들도 와서 물건을 팔기 때문에 다양한 국적의 치즈, 빵, 수제 파스타 등등을 구입하실 수 있어요. 가아끔 저희 동네 사시는 한국 와이프 두신 스위스 분이 와이프가 만드시는 김치랑 절임반찬 같은걸 갖고 가셔서 판매하시기도 하더라구요. 저도 한번 사먹어 봤네요. 근데, 가격은 스위스 가격이니 참고하세요 ㅋㅋ
시간 되시면 기차타고, 인근 마을 및 도시인 브베, 몽트뢰, 생사포랭 마을도 구경해 보시고, 리바역 옆에 비노라마 디스커버리 센터에 가셔서 와인테이스팅도 해보시길 추천드립니다. 눈 구경 실컷 하시고 싶으시면 몽트뢰에서 푸니쿨라 타고 로쉐 드 네 Rochers-de-Naye에 가시면 환상적인 풍경을 감상하실 수 있습니다. 알프스 줄기에 있는 산인데, 먼 알프스 안가시고 여기만 가셔도 엄청나게 멋져요. 로잔시내에는 안개가 끼어있어도 산위는 화창하고 맑은 경우가 많고요. 이런날은 발 아래로 엄청난 구름바다를 보실 수 있답니다.
여기 추천 드린 곳들은 낮에 따님이 학교/도서관에 계실 시간에 혼자 반나절로 다녀오실 수 있는 거리예요.
즐거운 스위스에서의 시간 보내시길 바랍니다 ^^
참고로 스위스는 5월 말에서 9월 초까지가 가장 날씨도 좋고 예뻐요. 그때 또 따님 보러 오시면 답글 남겨주세요. 그 계절에 가실만한 곳 추천드릴께요 ㅋㅋ
지금 로잔에 와 있는데 사진에서만 본 조프 빵이 있길래 사려고 보니 조프가 아니라 트레스라고 써 있어서 갸우뚱하며 속는 셈 치고 샀습니다.
제대로 산거 맞네요. 근데 버터랑 먹으니 너무 느끼해요 생각보다 버터가 많이 들어간 빵 같습니다.
또 어떤 빵을 사먹어보면 좋을까요? 스위스 전통 대표적인 빵이요.
ㅎㅎ 네네, 트레스랑 조프랑 같은 빵 맞아요 ^^ 근데, 느끼하셨군요. 저희는 트레스 넘 좋아해서 방금도 트레스에 버터, 꿀 발라서 아침 먹었거든요. 일요일은 트레스 먹는 날이라…ㅋㅋ
스위스 불어권쪽 빵집에서 먹어볼만한 빵중에는 가또 오 프로마지 Gâteau au fromage, 크루아상 오 장봉 croissant au jambon, 키르쉬 오 에피나르 Quiche aux épinards 등이 있는데, 이게 처음 먹으면 좀 많이 짜게 느껴집니다. 근데, 먹다보면 은근 맛있어서 저는 이제 좋아하게 되었어요. 그리고 디저트 중에 가또 아 라 크렘 Gâteau à la crème이라고 있는데, 저는 넘 달아서 좋아하진 않아요. 근데, 불어권 빵집들에 가면 다 있긴 합니다. 그냥 이동네 빵이니까 하나 사서 일행들이랑 나눠 드시면서 맛보실 정도는 되요 ㅋㅋ 그리고 빵 말고, 로잔 음식점에 가실 일 있이 있으시면 파페 보도와 Papet Vaudois라는 전통 음식을 드셔보세요. 그쪽 지역의 소세지와 감자, 대파등을 넣고 끓인 음식인데, 먹을만 합니다. 저희는 가끔 집에서 해먹어요. 그리고, 필레 드 페르쉬 Filets de Perche 라고, 레만 호수에서 잡은 농어 살을 발라 구워주는 요리입니다. 퐁듀 부르기뇬
Fondue bourguignonne은 가운데, 끓는 기름 냄비를 놓고, 다 같이 고기조각을 긴 포크로 찍어 즉석에서 튀겨먹는 음식입니다. 뭐 이런게 로잔쪽에서 드셔볼만한 전통음식이예요. 그러나 스위스는 뭐 역시 초콜릿이 맛있죠. 로잔에서는 ‘블론델 Blondel’ 이라는 초콜릿 가게를 추천드립니다. 여기 말고도 로잔에 초콜릿 가게 엄청나게 많이 생겼는데, 여기가 젤 오래되고 젤 유명한 곳이예요. 아참, 그리고 내일도 로잔에 계시면 ‘콕씨넬 카페 Coccinelle Café’에 가보세요. 제가 비오는 날 가기 좋아하는 곳입니다. ㅎㅎ 사람이 많을 수도 있지만 따뜻한 느낌에 분위기가 정말 좋은 곳이랍니다. 근데, 일요일은 문을 닫아요.
저희는 오늘 비그치면 산에 동네 뒷산 올라가려고 했는데, 비가 주구장창 오네요. 어젯밤엔 바람 너무 불어서 창문 날아가는 줄… 하루종일 계속 비가 오락가락하고 날이 춥다는데, 옷 따숩게 입으시고 건강하게 여행 하시기를 바랍니다. ^^ 좋은 하루 되세요!
오이님의 추억에 많이 남을 날이었겠군요.
홋카이도 갔을때 제일 맛있게 먹은 것이 감자였는데, 그 중에서도 라클레트 치즈 휠 반쪽을 큰 그릴에서 녹여내 얹어 먹은게 정말 맛있었습니다.
아, 라클레트 너무 맛있죠 >_<
스위스 음식도 은근 맛있는게 많아요 ㅎㅎ